대전가톨릭문학회 송년 감사미사 강론
정지풍 아킬레오 담당신부님
† 대전가톨릭문학회 문인 여러분 †
우리는 지금 전례력으로 2022년 마지막 하루를 남겨놓고 한 해 동안 최선을 다해 살아온 문인 여러분에게 감사와 축복을 나누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한 해 동안 우리들의 삶의 구석구석 베풀어 주신 하느님 사랑에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지난 29년간 흔들림 없이 문인들의 영혼을 맑고 깨끗하게 해 주시고, 계속 집필을 할 수 있도록 아름다운 영감과 생각들을 떠올려 주심에도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지치지 않고 줄기차게 달려온 문학회 회원 한분 한분의 문학에 대한 사랑과 열정에 대해서도 감사를 드립니다.
작년에 이어 올 한해에도 코로나 때문에 문학회 모임을 거의 못 가졌지만, 메일로 꾸준히 월보를 만들어 소통도 하고, 회원 한분 한분의 문학에 대한 열정과 감성이 날로 왕성하여 올해도 다섯 분이나 저서를 발간하여 하느님께 봉헌하는 정성을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참으로 감사를 아니 드릴 수 없습니다.
문학회 회원 여러분! 이 자리에 함께하신 신자 여러분, 그리고 지인 여러분! 인간들은 자신들의 행동, 기도, 그리고 고난을 통해서도 하느님의 계획에 의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때 인간은 ‘하느님의 협력자’가 되고, 하느님 나라를 위해 협력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온 땅을 지배하고 다스릴 책임을 맡기시어 자율적으로 당신의 섭리에 참여할 권한도 주셨습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창조 과제를 부여받은 인간은 자연의 사물들을 기술과 문화를 통해 손질해 사용하는 권한도 함께 받았습니다. 주님의 영광과 세상의 복음화를 위해 더욱 문화예술을 즐기고 향유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삶의 질도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와 예술이 숨 쉬는 곳에 하느님도 함께 계십니다.’
그동안 살벌한 물신주의 속에서도 문학인만큼은 추악한 상인 논리에서 벗어나, 가톨릭 문인들은 참다운 사용가치로서의 순수한 작품을 창작해 주셨음에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세상에서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들으려고 고뇌하는 문인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고통의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훌륭한 문인들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문학회 회원 여러분! 다가오는 2023년은 가톨릭 문학회 창립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30주년을 맞이하기 위해 작은 계획과 준비를 하여야 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소설가 박완서 님은 문학의 힘을 언급하면서 문학 때문에 가슴이 울렁거리고 나면 피가 맑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했다고 하였습니다. 이 메마른 시대에 한국문인협회에서 제정한 <문학 헌장>에서도 ‘문학은 인간의 목마름과 바라는 바를 실현하게 하는 것이며, 인간의 이성과 감성이 빚어낸 예지의 결정이고, 순연한 영혼이 서식하는 진실의 집합체다. 더 크게는 인간 구원과 사회 정화의 길잡이이며, 영혼을 깨우치는 스승’이라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런 문학의 힘을 조명해 보며 내년 30주년을 어떻게 준비하고 마련할까를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맞이하며 지나가는 행사가 아니라 가톨릭 문인들의 사명을 심도있게 조명해 보며 실행 계획을 세우고, 안으로는 문학회 공동체 안에서 각자 자기혁신을 위한 새로운 자기 점검의 기회로 삼는 30주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하여 주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한 해가 되도록 했으면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너희는 준비하고 깨어 있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신앙인은 하느님의 일을 세상 안에 옮겨서 사는 사람들입니다. ‘깨어 있으라’라는 말은 영적으로 깨어 준비하고 있으라는 것을 뜻합니다. 예수님은 마지막 때가 가까워 올수록 영적으로 깨어 있고 늘 주의하여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심령을 깨끗하게 하고,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믿음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사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이자, 종말론적 믿음을 가진 삶입니다. 마지막이 있음을 알고 깨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마지막 때가 언제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준비하여 깨어 있어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더는 생각할 여유나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세상과 잘 타협하고, 감성이 무뎌지고, 영적으로 육적으로 늙어가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늙지 맙시다. 육체는 늙어도 영혼은 늙지 않았으면 합니다. ‘겸손해질수록, 사랑할수록’ 더 젊어지고 싱싱해지는 것이 영혼입니다. 늙은 소나무가 더 멋있지 않습니까? 또다시 다시 못 올 한 해가 갔습니다. 이제 사랑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나에게 허락된 모든 시간들은 참으로 소중하고 중요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한해의 마침표를 찍어야 할 시간에 올 한해를 점검하면서 관계의 시간, 성과의 시간이 온통 내 중심적으로 처리하고픈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는지 마지막 해를 보내면서 함께 깊이 성찰해 보았으면 합니다.
우리 문학회 동인지 29호에 글을 내주신 회원님들과 아름다운 책으로 만들어주신 회장님을 비롯한 임원님들, 그밖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주님! 대전가톨릭문학회가 글을 통하여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도록 이끌어 주소서!
(2022. 1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