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추석 명절은 기대가 크다. 옛날부터 전통 5일장하면 시장 내 사람과 물건이 시장 골목을 가득 메운다. 시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드는 장사꾼들이 희귀한 물건으로 호객행위를 하고, 촌에서 가져온 특산물이 난전에서 깎고 깎기는 흥정 속에서 시골 인심을 느끼게 한다. 그 옛날 법전에도 지금의 법전양조장 앞으로 2일, 7일장이 있었으나 도시교통의 발달과 급격히 줄어드는 농촌인구의 감소로 70년대를 정점으로 그 명맥이 사라지면서 다시는 볼 수 없는 추억의 장터로 구전되고 있다.
그 옛날 법전장터는 모랫골에서 내려오는 큰물과 용동에서 내려오는 도랑물이 병목 되면서 큰 비가 오면 저지대 장터에 물이 넘쳐 장터가 아수라장이다. 그 예방책으로 재래시장 군유지를 분양하는 정비 사업으로 1999년도 구가옥의 상가 건물을 철거하고 지금의 현대 시설로 정비하였다. 명절 대목장이면 대빡장사, 대장간장사, 고무신장사, 나무짐장사, 티밥장사, 질그릇장사 등이 난전을 꽉 메워 명절 분위기를 들뜨게 한다. 골골이 모여드는 어르신이 파전에 막걸리를 기울이며 쌈짓돈으로 설빔, 추석 제수용품을 구입하는 것이 장날의 풍경이다. 지금도 억지춘양 전통시장은 재래시장으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없으나 있다면 장날 주차장 부족으로 차량이 뒤썩여 농촌 인심을 찌푸리게 한다.
그러나 우리의 최대 명절 추석은 농민들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여름철 땀 흘려 일구어온 우수농산물을 좋은 가격에 대량으로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추석이 다가오면 쇼핑몰에도 대부분 지역 특산물 판매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농민들도 적기에 출하가 가능하도록 농산물 포장과 택배 준비에 엄청히 바빠진다. 사과농가는 더더욱 바빠진다 새벽같이 일어나 홍로사과 밭 예초작업, 봉지벗기기 작업, 반사필름 깔기, 때까치 및 말벌 퇴치 등 하루의 시간이 너무 짧다. 해발 600m에 위치한 고지대 사과밭은 개화기가 늦어 아직까지 대과가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 색태를 내기 위하여 입적과도 하고 있지만 올해는 늦장마가 계속되고 제13호 태풍 링링까지 올라온다는 예보에 일조량 부족으로 색이 잘나지 않는다.
홍로사과는 연홍색의 대과로 당도가 15브릭스 이상으로 달고 씹은 맛이 아삭하여 제수용품과 추석선물로 인기가 좋아 추석용 과일 중의 으뜸이다. 추석 전에 공판장에서 원하는 품질의 홍로를 출하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하는데 “추석이 다가올수록 가격이 떨어지고 있단다”. “빨리빨리 내란다” 출하도 한계가 있지 어떻게 작은 과일을 낼 수 있겠는가. 추석이 10월 초순 이후면 딱 인데 미숙과인 홍로사과를 내자니 양심이 부끄럽고, 적기에 내자니 추석이 지난 이후에야 가능하니 말이다. 추석이 지나면 홍로사과는 반 토막 난 가격에 팔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해발이 높고 일교차가 심한 지역의 홍로사과는 “맛은 짱인데” 올해처럼 추석이 빠른 시기는 출하가 힘들다. 어는 분은 농사 중에 그래도 사과농사가 최고라고 한다. 사과농가는 대체 작목 선택이 불가능한 작목으로 한번 심어 놓으면 수종갱신이 사실상 어렵다. 올해는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싼값에 팔아야 하지만 내년에는 고지대 홍로사과가 좋은 가격을 받을 것으로 기대해 보면서, 추석 전에 벌초하러 온다는 고향 친구의 전화에 잠시나마 일손을 뒤로하고 친구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