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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충북학습연구년
 
 
 
카페 게시글
청주교대 스크랩 [제주여행] 4월 14일 이야기
박진환(충남) 추천 0 조회 212 13.04.22 19:27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어젯밤 오늘 아침 있을 일을 예견한다는 건 쉽지 않지만, 나는 바로 그 일을 해내고야 말았다. 어제 두나게스트하우스를 급습했던 경상도 아줌마 5총사들은 기여코 새벽 5시부터 전쟁터로 나간 6시 30분이 될 때까지 무려 1시간 반을 6인실과 거실을 오가며 떠들어 댔다. 다른 방에도 손님이 있다는 생각은 어디다 버렸는지 그들의 활약은 매우 강렬했고 나 또한 결국 새벽 6시부터 8시까지 두 시간 동안 일찍 깨어 날 수 밖에 없었다. 도무지 게스트하우스가 어떤 건지도 모른채 무턱대고 처들어온 아줌마 부대를 아무도 아무도 막아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들이 떠난 게스트 하우스를 떠난 뒤 다시 평화는 찾아 왔지만, 이는 그 전과 분명 달랐다. 나 또한 피곤한 몸이지만 잠을 들지 못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할지 참으로 난감한 하루였다. 정신없는 게스트하우스의 아침을 나는 이렇게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잠을 청한 우리 아들 준우가 새삼 대견해 보였다.

 

마침 문을 열자 주인 할머니가 나를 보더니 잠을 못자지 않았냐며 걱정을 한다  도저히 상황을 정리할 수 없었던 주인 할머니는 그저 미안하다며 나이든 사람들만 오면 저런다며 늙으면 죽어야 한다는 말씀까지 서슴치 않고 꺼내셨다. 듣는 내가 민망할 정도였다. 미안함의 표현은 조식으로 나온 토스트와 달걍프라이의 갯수가 설명하고 있었다. 하나씩 지급해야 하는 음식들이 배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만큼 미안하다는 얘기였다. 서둘러 배낭과 옷을 챙겨 입은 아들과 나는 겨우 게스트하우스를 나올 수 있었다. 떠나는 우리들 뒤로 주인할머니의 미안하다는 말이 연신 들려왔다. 6코스의 1/3지점인 보목포구에서의 하루는 이렇게 끝나고 아들과 나는 6코스 종점인 외돌개 입구로 걸음을 옮겼다. 잔뜩 흐린 날씨에 바람까지 불었지만 날씨는 그리 쌀쌀하지 않았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는 보목 해안가 바로 앞에는 이름 모를 큰 섬이 눈 앞에 딱 버티고 있었다. 잘 일어났냐며 반기는 섬과 힘찬 파도를 만들어내는 바닷물은 과연 한 폭의 그림이었다.

 

 

 

 

 

 

이 아름다운 그림을 오늘보고 다시 볼 날이 언제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걷는 길이 무겁다기 보다 안타까움과 아쉬움으로만 가득채워졌다. 그 모습을 담고 싶어 폰 사진기를 눌러대지만, 과연 찍어 온 사진으로 이 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을 지 아직은 잘 모를 일이다. 그렇게 천천히 길을 나선 뒤 어느덧 우리가 지나치고 있는 길은 구두미 해변이었다. 또 그렇게 소정방폭포를 지나 구두미 푸고를 지나 다시 바다숲길을 만났다. 5, 6코스에서 자주 만나는 바다숲길은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풍경을 담아내고 있어 폰 카메라에 손이 가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렇게 6코스의 바닷길은 도무지 지루할 틈이 없다. 이 바다숲길을 헤치고 나오면 전국에서 유일하게 바다 풍광을 즐기며 활을 쏠 수 있다는 국궁장을 만난다. 이어 서귀포 칼 호텔 앞에서 바다를 등지고 호텔 담장을 따라 천천히 오르막을 오러르면 아담한 소정방 폭포로 이어진다. 너무도 작은 탓일까. 나는 그곳을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쳤다. 이어 서쪽 절벽길을 계단으로 올라서면 소라고동모양의 건물이 하나 나타난다.

 

 

 

 

 

 

그곳은 바로 제주 올레 본부다. 총 3층 건눌인데 1층은 전시장과 기념품을 판매하고 2층은 사무실, 그리고 옥상으로 이어져 올래꾼들의 발을 잠시 붙잡아 놓는다. 우리 또한 옥상에서 풍경을 바라보고 휴식을 취한 뒤 1층으로 내려가 올레 본부를 지키는 분과 이야기를 잠시 나누었다. 기념품을 사는 일도 빼놓지 않았다. 다른 곳도 아닌 본부에서 사는 기념품은 남다를 것 같다는 생각에. 올레 본부를 떠나자 이내 정방폭포가 기다리고 있다. 아들 말로는 이 곳을 1박 2일 팀이 다녀갔다고 한다. 바다로 떨어지는 폭포는 아시아에서는 하나 밖에 없다는 정방폭포를 실제로 보는 일도 내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정방 폭포에서 사진을 찍느락 난리도 아니었다. 이렇게 소란한 관광객들 틈에서 벗어나 아들과 나는 이중섭 화가의 가족이 살았다는 복원된 초가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곳에서는 연극배우들이 연기를 통해 이중섭 화가가 어떤 사람인지를 어떤 그림을 어떤 의도로 그렸는지를 보여주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붙잡아 놓았다.

 

 

 

 

 

 

 

 

 

 

잠시 그 장면을 보다 우리가 향한 곳은 이중섭 문화의 거리였다. 이곳에서는 공방, 카페, 작업실들이 다양하게 늘어서 전시는 물론 새로운 문화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너무 일찍 왔던 탓일까. 모두를 하루를 준비하는 일에 한창이었다. 이렇게 길을 따라 쭉 나가니 우리가 기대했던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이 나왔다. 재래시장이었다가 올래꾼들의 방문이 잦아지자 아예 이름을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이라고 바꾸었을 정도니 규모는 미루어 짐작할만 했다. 마침 점심시간이 다가온 터여서 우리는 작은 분식점에서 만난 음식을 먹었다. 이어 길을 나섰지만 한동안 길을 찾을 수 없었다. 시장 내에서 올레길을 찾는 방법은 흔한 리본이 아닌 간판 옆에 붙여 놓은 말형상 도형이었다. 흥미로운 발견이다 싶어 쭉 따라가니 이내 시장 밖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6코스의 특징은 AB 코스가 있어 코스의 끝자락에서 다른 길을 경험하게 해 다시 하나로 만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천지연 폭포와 바로 이 올레시장때문인데, 바로 이 점때문에 아들과 나는 혼선을 빚어 결국 두 코스 중 한 코스만 보게 되는 아쉬움을 남기고야 말았다.

 

 

 

 

 

 

 

그렇게 해서 힘을 내 오른 곳은 삼매봉이다. 또 하나의 오름이자 외돌개로 안내하는 마지막 길이기도 했다. 삼매봉을 오르는 순간 서귀포 앞바다에 떠 있는 듯 자리한 섬들이 웅장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긴다. 날씨만 좀 좋았더라면 뚜렷하게 그 위태를 볼 수 있으련만. 우리는 그렇게 외돌개가 보이는 그리고 6코스 종점 스탬프를 찍고 7코스와 7-1코스를 갈 수 있는 길에 마침내 도착을 할 수 있었다.  목표에 도달했다는 기분도 잠시 아들과 나는 7-1지점의 일부인 서호초등학교를 향해 길을 나섰다. 월요일에 떠날 7-1코스 길에 있는 서호초등학교에는 우리 모임 제주대표인 양재성선생님이 계신 곳을 찾을 에정이었다. 그러나 월요일은 공개수업등 바쁘다며 화요일에 꼭 오라 하신다. 그래서 부득이 서호초등학교 끝자락을 가지 못할 것 같아 오늘 무리를 해서 다녀왔다. 그렇게 그렇게 일정을 마치고 흰고래 게스트하우스라는 오늘 우리가 묵을 숙소로 힘겹게 배낭을 메고 가는 즈음. 갑자기 하늘이 어두어지더니 비를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불과 600m 목적지를 앞우고 말이다. 겨우겨우 들어간 숙소에서 우리는 오늘 하루 일정을 모두 마칠 수 있었다.

 

 

 

 

 

 

 

 

 

 

잠시 쉬다 아들과 나는 택시를 타고 다시 낮에 들렀던 서귀포 매일 올래 시장을 찾았다. 제주를 찾은 뒤로 처음으로 회를 맞보기 위해서였다. 내가 찾아가는 우정횟집이라는 곳은 특히 꽁치 김밥으로 유명해 제주를 특히 서귀포를 찾는 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고 한다. 우연히 검색해 찾아간 그곳에서 아들과 나는 회를 김가루를 섞은 밥과 상추에 싸서 쌈을 먹는 새로운 경험과 꽁치를 통째로 넣어 김밥을 처음으로 먹어 보았다. 참으로 맛깔나는 양도 푸짐한 식사를 오랜만에 제주에서 해 보았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간다. 오늘도 숙소로 돌아와 원고 한 번 더 점검하고 이글을 쓴다. 여행을 하면서 글을 쓰는 일이 쉽지 않다는 생각을 요 며칠 사이에 해 본다. 그럼에도 기록이란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도 해 본다.

 

 

 

 

뱀발

오늘 시장에서 올래길의 상징인 리본이 떨어져 있어 우연히 주웠다.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기념으로 가져 가할지 어떡할지. 계속 고민해 볼 것이다. 오늘 서호초등학교로 가는 길 봉림사 앞 돌담길에 페인트로 칠한 올래길 화살표 표시방향이 잘못돼 다시 뒤집어 놓았다. 그것때문에 아들과 내가 헷갈렸는데, 아무도 바궈놓지 않는 것 같아 제대로 해 놓았다. 긴 여행의 맛이 이런 작은 것에서도 찾을 수 있어  힘든 들었지만 기분은 매우 좋았다. 오늘 아내가 있는 금산 집으로 10만원 분량의 한라봉 한 상자를 5만에서 사서 택배로 붙였다. 그리고 또 뭐가 있었을까.......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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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3.04.23 22:42

    첫댓글 우째 그 아줌마들은 그렇게 생각이 없으신지...아줌마인 제가 괜시리 부끄럽네요.
    꽁치 김밥 처음 봤어요. 맛은 어땠나요?

  • 작성자 13.04.26 23:28

    꽁치 김밥 정말 맛있었습니다...뼈도 잘 발라내어 먹기에 좋았습니다...꽁치김밥도 김밥이지만 회를 김가루에 비빈 밥을 횟집에서 만든 특제소스와 함께 쌈을 싸서 먹는 맛도 별미였습니다^^ 제주매일올레시장 우정횟집 추천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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