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물 도그마
매도인의 담보책임에 관한 채무불이행설의 진형에서, 법정책임설을 비판하며 법정책임설의 민법제462조 해석을 냉소적으로 부르는 말입니다.(이은영 채권각론 제3판 309p)
채무불이행설에서는 매도인의 담보책임의 법적 성질을 채무불이행책임으로 보면서, 그 이론적 근거로 1.원시적 불능의 법리를 공격하여 이를 원시적 불능 도그마,2.특정물의 현상인도의 종래의 해석을 공격하여 이를 특정물 도그마라고 공격하였습니다.
(1) 참고로 원시적 불능 도그마는 로마법상 문답계약에 있어서의 불능론에서 비롯되어 사비니,몸젠에 의하여 완성된 원시적 불능론을 냉소적으로 부르는 용어로, 독일민법 제306조'불능의 급부를 목저긍로 하는 계약은 무효이다"로 실정법화되어 있습니다. 우리 민법은 독일민법 제306조를 도입하지는 않았으나 그에 따른 독일민법제307조 제1항의 규정인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을 도입하여(제535조) 원시적 불능론을 간접적으로 계수하였습니다.(이은영 전게서 111~112p)
통설적인 견해는 원시적 불능의 법리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일반적인 민법 학습시,민법총칙에서 법률행위의 유효요건으로 목적의 가능이 요구되고, 채권총론에서는 급부의 원시적 불능은 채권을 성립시키지 않는 것으로 알게 됩니다. 왜 당연한 것인가에 대하여는 '그러한 급부실현에 법률이 조력하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라는 것이 주된 것(곽윤직, 민법총칙 신판 294p 전게서에서 재인용)입니다. 또한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은 이를 전제한 것으로 원시적 불능론의 적용시 생기는 이익불균형의 상태를 시정하기 위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을 발생시키는 제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반대 견해는 원시적 불능론의 근거가 설득력이 없다며 법리를 전적으로 부정하고 있습니다.(양창수, 민법연구 제3권'원시적 불능론',최흥섭 재산법연구 제9권 1호,'원시적 불능론과 민법 제535조', 전게서 113p에서 재인용) 근거로는, 1.원시적 불능의 계약에도 계약은 성립시키되 처음부터 급부청구권 대신에 손해배상청구권을 발생시키면 된다.2.낙성계약의 원칙에 따라 급부가능 여부는 계약의 성립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3.원시적 불능론이 한국민법에 실정화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해석작업을 통하여 그 만족스럽지 못한 점의 완화 내지 해결을 꾀할 수 잆다 를 들고 있습니다.
이에 제한적 긍정설이 주장되는데요,,급부의 불능이 계약의 효력을 발생시키지 못하는 점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면서도 "계약당사자 쌍방이 모두 급부가 원시적으로 불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에는 진정한 계약으사가 존재한다고 없으므로, 이 때에는 진정한 의미의 계약에 대한 효력불발생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김형배,채권각론 141p,전게서 113p에서 재인용)
--이상과 같이 왜 원시적 불능이면 무효냐에 대해 의문을 던지며 이는 바로 매도인의 담보책임과 연결되고 있습니다.
(2) 특정물도그마는 민법제462조의 종래의 해석을 이르는 말로 ,흠 있는 물건의 인도도 완전한 이행이 있는 것으로 새기는 견해를 말합니다.(곽윤직,채권총론,신정판,50p,이은영,채권총론 개정판,101p에서 재인용) 이는 종래의 통설로 채무자가 선관주의로서 보존했는데도 불구하고 훼손되었으면 물건은 이행기의 현상대로 인도하면 충분하다는 뜻을 규정한 것이 민법제462조라고 봅니다.
그러나 변제제공설이 있는바, 특정물에 생긴 변화가 동일성을 잃을 정도에 이르지 않은 경우에 물건의 현상인도는 유효한 변제의 제공이 된다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물건의 훼손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이나 담보책임은 이와 별개로 고찰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이은영,전게서 101p)
또 다른 견해가 있는 바, 제462조는 제463조 내지 제466조의 규정과 함께 변제의 목적물에 관한 것으로 이해하는 견해입니다.(지원림, 민법강의 제2판,791p) 즉 채무자는 '이행기'에 당시의 현상대로 인도하여야 한다는 채무자의 당위를 밝히고 있을 뿐이고, 급부의 목적물이 원래의 특정물과 동일성을 가지지 않는 경우(잃지 않는 경우의 오자로 보입니다:제 견해)에도 현상인도 자체만으로 언제나 유효한 변제제공으로 되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채권자는 그 물권의 수령을 거절할 수 있고, 그 물건을 수령하였더라도 채무자에 대하여 목적물의 훼손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수 있으며, 채무자가 그에 대하여 제462조로 대항할 수 없다는 견해입니다.다만,채무자가 선관주의의무를 다하였다면 채권자가 그것을 수령하여야 하고, 수령하지 않으면 채권자지체가 성립한다고 합니다.
특정물 도그마의 단점은 우리민법 제390조의 명문에 반한다는 것입니다. 즉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의 의미가 훼손된 물건의 인도라고는 도저히 보여지지 않으며, 이 경우 그 물건을 인도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그렇다고 보아도 그를 완전한 이행으로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 만약 채무자가 선관의무를 다하지 못하여후발적 하자가 생긴 경우에 채권자는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가 문제됩니다. 즉 제462조에 따라 하자있는 대로 수령할 것인가, 아니면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이행을 거절할거나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가가 문제됩니다. 제462조를 따를 경우에는 너무나 부당하고, 채무불이행으로 보기에는 제462조의 의미가 무시되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도 특정물도그마는 옳지 않다고 보입니다.(이은영 채권각론 310p각주1))
한편 이 견해를 취할 경우 담보책임에서 법정책임설을 취하게 되는데, 매도인은 제462조에 의하여 채무를 완전히 이행하였으므로, 제580조의 책임은 법정책임이 됩니다.
이 때 원시적으로 하자(일부하자겠죠) 있는 물건을 이행하면 어떠한 결과가 빚어질까요..법정책임설과 특정물도그마가 결합되면, 하자있는 물건을 선관주의에는 위배없이 보존하여 이행기에 현상대로 이행시 완전한 이행이 됩니다. 그리고 그 하자에 대하여는 원래 책임이 없는데, 유상계약의 성질상 법정책임으로 신뢰이익을 배상하는 것이 됩니다.
그러나 원시적 불능 도그마에서 보았듯이 원시적 불능의 법리가 타당하지 않고 설사 입법이 되어 있더라도 그 부분 즉 계약체결상의 과실 책임만에 한정한다고 파악한다면, 원시적 일부불능의 경우에는 계약이 완전히 유효하게 성립하고(즉 법정책임설이 일부불능인 부분은 무효라고 보는 것과 달리) 하자의 부분에는 채무불이행 책임으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법정책임설을 취할 경우, 선관주의의무 위반으로 생긴 후발적 하자의 경우에 채무불이행 책임으로만 묻게 되고 이는 손해배상청구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채무불이행책임설을 취할 경우에 매수인은 채무불이행책임과 담보책임을 경합하여 묻게 되며, 이 결과 담보책임에서 발생하는 대금감액 등의 방법을 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채무불이행책임설에서도 견해가 나뉘는 바, 손해배상의 범위와 관련하여 채무불이행 책임이므로 이행이익의 배상까지 져야 한다는 견해와 신뢰이익배상 또는 대금감액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로 나뉘고 있습니다.
원시적 일부불능의 경우에 특정물도그마를 전제로 한다면 당연히 그 부분은 계약이 성립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뢰이익의 배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부분까지 계약이 있다고 보면 불이행된 것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하는데 원시적 일부불능의 경우에는 주로 제580조를,후발적 불능의 경우에는 제390조와 제580조의 경합이 가능합니다. 제580조의 경우에 상대방의 고의,과실을 문제삼지 않는데, 이 경우 손해가 과연 신뢰이익배상이냐 이행이익배상이냐가 문제입니다. 그러나 민법의 해석상 손해의 배상은 원칙이 이행이익배상인 점, 신뢰이익배상은 원시적 불능론을 전제로 하여 잘못된 전제라는 점, 민법은 손해를 분배하는 것이며 이 때 손해는 조금이라도 귀책이 있는 쪽에 지우는 것이 당연하다는 점에서 볼 때, 이행이익설이 타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신뢰이익이나 대금감액이라고 주장하는 견해도 타당성은 있습니다. 우리 민법 제581조 제2항의 경우에 매수인은 손해배상의 청구를 하지 아니하고 하자없는 물건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계약을 해제한다면, 고의,과실이 있어야 손해배상이 가능하게 됩니다.또한 하자없는 물건의 청구와 손해배상의 청구는 함께 할 수 없으므로 이 경우 손해배상의 범위는 신뢰이익 내지 대금감액(대금감액설에서는 하자는 신뢰이익과 다르다고 봅니다)으로 보는 것이 논리적입니다. 따라서 제580조의 손해도,제581조의 손해의 해석상, 그리고 고의,과실을 요하지 않는 이상 신뢰이익 내지 대금감액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즉 본질과 손해배상의 범위를 나누는 것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