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向)하여 흔드는
영원(永遠)한 노스탈쟈의 손수건
순정(純情)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理念)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白鷺)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청마 유치환의 깃발>>
유월의 서해 바다는 거셌다.
배는 작았다.
그만큼 흔들림은 컸다.
아침 일찍 멀미약을 먹었건만
속은 울렁대고 있었다.
특히나 승선하기 전에
승선자명단에 기록된 생년월일은
소 보다는 호랭이가 대부분이여서
수십년간 호랭이 들에게 속았다는
소들이 낙담을 하고 있었다.
이걸 알아차린 듯한
암초위의 가마우지들이
열심히 얼레질을 하는
한편에서는 멀미에 신음하고 있는
다 늙은 주제에
아직도 나이 가지고 어웅다웅하는
우리를 비웃듯이 지켜보고 있었다.
혈마와 낚시배 선장의
말없이 행해지는 내공대결로 인해
낚시배는 서해 바다를 요리저리 이동하면서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물고기는 역시
쉽게 잡히지 않는 생명체였다.
간간히 눈 먼 고기들이
낚시 바늘에 꿰어져 올아오고 있었다.
가장 흔하디 흔한 놀래미 새끼들로 만…
혼취,몽취,냉면이
멀미로 말미암아
낚시는 엄두도 못내고
거의 혼절한 상태에서
배는 서둘러 부두를 향했다.
길들여지지 않는 영혼… 혈마와
낚시배 선장간의
최후의 가격 일합이 벌어지고
쌍살 회장이 이를 겨우 조정하여
낚시행사는 마무리될 수 있었다.
신진도 어시장에서
생아구탕과
어시장 나들이를 즐긴
일산상인, 반포검,대전
성악검이
훨신 더 의미있는 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다들 마지막으로
집에 가져갈
싱싱하고 저렴한
해산물을
한꾸러미씩 장만하고
차를 출발 시켰다.
기해년 정초 전국무림대회는
예년과 같은 치열함은 없었다.
승부의 화신 독두검이
급작스런 사정으로 불참하게 되고
항시 승부의 감초처럼
뒷통수를 때리는 역할을 했던 평촌검도 불참하여
억지 춘향으로 억불검이 대신 출장하게 되었다.
남원독검, 낭주검, 억불검, 반포검 조는
남원독검 프로의 인기관리를 위한
프로암대회 같은 시혜게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소금없는 싱거운 음식이였다고나 할까…
남원독검이 한 마디했다.
“소문에 내가 게평도 안주고..”
“캐디피와 막걸리 값도
무자비에게 약자에게 삥 뜯어 처리한다는 소문이
강호에 널리 퍼져 있는데…”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께…”
그럴 수 밖에
대진조 추첨이
사다리로 결정되었지만
아름다운 골프 게임을 위한 선수들로
편성되어 있으니….
그나마 제2조로 편성된
통풍검,성악검,냉면검,쌍살검 조가
약간이나마 치열함을 보였으나..
1년 만에 한두번 골프친다는
성악검과 쌍살검이
맥없이 무너져
긴장감이 많이 무디어져 버렸다.
비록 성악검이 오케이 거리를 은갈치로 주장하며
발악을 했지만 3 등으로 자리 잡아야 했고
작년에 나름 투혼을 보여주었던 쌍살검은
새로운 스윙 폼을 가지고 나타났으나
백돌이 신세를 면치 못한 채
처참하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냉면검이 한마디 안할 수 없었다.
“그래도 명색이 대 정초회 회주가 백돌이라니…쯧쯧 쯧….”
“광주가서 할 일도 없을 터이니 내공을 더 연마한 뒤에 말년 말구에서 한번 벗어나 보소..”
작년 골든베이에서의
밤을 지새우던 고담준론은
안암논객의 예기치 않은 불참과
엄 항취은 불참으로
그냥 그런 심심한 아름다운 인생이야기로
진행이 되었다.
혈마와 성악검간의 온갖 해프닝 끝에 낙점된
황성횟집의 미모의여사장은
골든베이행 차안에서 윤 혼취의
온갖 히얏가시를
무리없이 받아 넘길 줄 아는
진정한 내공의 소유자였다.
그 말 많던 와다가 살포시 접시에 반 동결 상태로 서빙되어
작년 대접에 가득찼던 것과는 달리
여러 사람에게 만족감을 부여했다.
“역시 귀한 것이 흔하면 똥 취급을 받는구만…”
공식적으로는 박 쌍살 회장이 정초회 회장의
연임이 모든 회원들의 성원의 힘입어
본인의 고사에도 불구하고 거의 영구회장의 길을
나서게 되었다.
저녁의 한판 승부도
다음 날 새벽의 낚시 출정 때문에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
아! 정초무림대회가 이렇게 밋밋하게 마무리되는가 ?
아니였다.
그래도 최후의 승부인
당구가 남아 있었다.
최후에 승부사 4인이 한 마차에 동승했다.
혈마, 낭주,억불, 냉면
기어코 누군가는 피를 봐야 끝을 보는 혈향파의 거두들 이였다.
골프와 낚시에서의 미진함을
어떻게든 해소해야만 했다.
마차가 수원영통 사거리에 정차하고
결전을 원하는 승부사 4인은
나름의 각오로 승부의 피날레를 장식하고자 하는 심정이 가득햇다.
1차전은 혈마와 냉면, 낭주와 억불의 일대일 대결
하지만 냉면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샷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새벽에 일어나서
낚싯배에서 얼레질만 수천번….
이미 어깨를 수도 없이 사용했으니
제대로 큐질이 되지 않았다.
비록 멀미로 쓰러져 있었지만
싱싱한 어깨를 가진 냉면을 상대하기는
막강한 혈마도
속수무책이였다.
2차전도 마찬가지였다.
억불이 기를 쓰고 해 봤지만
냉면이 여유있게 놀고 있었다.
혈마와 낭주는 서로간에
엎치락 뒤치락하다
혈마의 신승으로 일단락 되었다.
3차전을 하기 전에
혈마가 게임 중단 선언을 하였다.
아마 혈마 당구인생 중 최초의 선언임에 틀림없다.
“내가 이런 적이 없는데 온 몸이 신열이 난다..”
“나중에 한번만 더 기회를 다오…”
혈마의 트레이드 마크인
‘이 밤을 찢어버리자’
‘나에게 있어 게임도중 중단이란 단어는 없다’ 가
무너지는 순간이였다.
전날부터의 너무 과도한 체력소모가
온몸의 에너지를 모두 방전시켜 버린 결과였다.
하여간 최종 결과는
냉면 2승, 낭주,혈마 1승1패, 억불 2패
억불검이 자신의 역부족을
자인하고 있었다.
“냉면검, 2승을 추카하네…”
냉면이 한마디 했다.
“가르치는 것과 실전은 또 다른 세계 인 바… “
“다음에 좋은 컨디션에서 한 판 뜨세…하하하..”
최후의 대결인 낭주와 냉면의 1대1 대결은
다음으로 미뤄지게 되었다.
냉면이 혈마에게도 한마디 찔러 넣었다.
“조 대협, 앞으로 나를 따그어(大兄)로 불러 주시게나…하하하..”
그렇게 기해년 무림대회는 막이 내리고
내년 대회를 기약하면서
다들 집으로 향해 가고 있었다.
첫댓글 냉면이 영통에서 나름 기분좋게 마무리를 하였구만. 혈행기에 여유가 넘치네 ㅎ ㅎ
히얏가시
비무대회의 모든 일정이 바로 눈앞에서 재현되는 듯한 필력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