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남아있는 ‘사막풍경’, 신두리 해안사구=천연기념물 431호인 신두리 해안사구는 길이 3.4㎞, 폭 200m~1.3㎞로 해변을 따라 기다랗게 펼쳐져 있는 국내 최대 규모 사구다. 신두리 해안을 찾은 사람들은 사막 같은 풍광이 펼쳐진 해안사구(砂丘)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한다. 여름이라면 푸른 초원같이 보일 테지만, 모든 사물이 삭막하게 바뀌는 겨울엔 정말 황량한 사막에 들어선 것만 같다.
키 작은 억새가 자라고 있는 사구는 제주의 오름인가 하면, 어느새 텅 빈 대관령 목장이 된다. 그러다 나목 몇 그루 신기루처럼 솟아있는 모래밭에선 어느덧 사막 같은 풍광으로 변한다.
태안 버스터미널에서 신두리행 시내버스를 탄다. 신두리 입구에서 내려 리조트를 지나면 북쪽에 있는 사구로 갈 수 있다. 해안을 가로질러 리조트가 끝나는 지점엔 소나무가 두 그루 서 있고 이곳을 지나면 사구가 시작된다.
사구를 따라 걸어가는 길을 따라서 바람이 모래 위에 남긴 ‘자국’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사막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수 있는 바르한(사구)이나 모래물결이 한눈에 들어온다. 푹푹 빠지는 모래 위를 걷다보면 나도 모르게 ‘멀리 떠나왔구나’하는 느낌이 가득하다. 특히 여름보다는 겨울에 보는 해안사구는 더더욱 사막 같다. 신두리 해안사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바로 일몰이다. 이왕 이곳까지 여행을 왔다면 일정을 넉넉하게 잡고 일몰을 기다리자. 사막의 모래가 저녁노을에 붉게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시간을 낸 것이 전혀 아깝지 않다.
특히 겨울은 해안사구가 몸을 불리는 기간이다. 신두리 앞바다 바닥은 완만해서 파도는 일찌감치 부서지면서 바닥의 모래를 해변으로 실어 나른다. 태안 앞바다 해저에는 거대한 모래언덕이 있어 모래 공급원이 된다.
큰 강이 없는 충남에 23개의 사구를 형성할 만큼 많은 모래는 어디서 왔을까. 강대균 박사가 대한지리학회지에 낸 논문을 보면, 빙하기와 간빙기가 되풀이되던 플라이스토세(180만년 전~1만2000년 전) 동안 쌓였던 옛 사구가 이 지역 붉은 모래의 원천이다. 신두리의 모래는 강이 아니라 빙하기 과거에서 온 것이다.
▶한국의 ‘사막’에는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한국의 ‘사막’으로 불리는 신두리 사구지만 생명 하나 없는 일반 사막과는 다르다. 모래로 이뤄진 해안은 빗물을 고이 받아 가두면서 ‘물이 풍족한 사막’을 만들었다. 겉보기엔 마른 모래 같지만 안에는 충분한 수분이 함유돼 있어 많은 생물들이 살 수 있다. 이렇게 모인 지하수는 바닷물의 유입을 막는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지만 염해로부터도 자유롭다.
사구에 가보면 강인한 생명력의 수송나물과 좀명아주가 바다와 가까운 최전방에 자리잡는다. 전 사구에는 갯그령과 통보리사초, 좀보리사초 등이 깊고 넓은 뿌리 망으로 버틴다. 안정된 2차 사구에 가면 갯완두, 갯방풍, 갯잔디가 있고, 이보다 안쪽에는 5월 화려한 꽃을 피우는 해당화, 갯메꽃, 갯쇠보리, 오리새 등이 나타난다. 그 밖엔 띠, 억새, 사철쑥이 자라고 가장 바깥엔 인공으로 조성한 곰솔 숲이 병풍처럼 둘러싼다.
이런 식물들을 토대로 표범장지뱀, 큰조롱박먼지벌레. 개미지옥, 날개날도래 같은 동물들이 이곳에 서식한다. 희귀한 뿔쇠똥구리는 주민들의 방목을 금지시킨 바람에 쇠똥이 사라져 자취를 감췄다.
특히 두웅습지는 신두리 사구가 품은 보물로 통한다. 신두리 남쪽에 위치한 두웅습지는 전형적인 사구습지로 밑바닥이 모래로 돼 있지만 호수처럼 항상 물이 고여 있다. 바닷가에 위치해 있지만 사구가 함유한 풍부한 지하수가 바닷물을 막아주면서 민물로만 습지가 이루어져 있다. 작은 저수지 같은 6만5000평의 습지엔 물이 어느 정도 고여 있어 호수처럼 보인다. 두웅습지는 수생식물과 희귀서식종을 쉽게 돌아볼 수 있도록 나무로 탐방로를 설치하고 탐방로 군데군데 안내판을 설치해 뒀다. 습지 한쪽에는 배도 매어 있지만 최근엔 거의 사용을 하지 않는다. 겨울에는 습지 위로 수련이 하나 가득 피어 있으며 탐방로 주변으로는 억새가 바람에 나부낀다.
이곳에는 황조롱이 등 조류 39종과 수련, 금개구리를 비롯한 양서류 14종, 식물 311종과 곤충 110종 등이 자리잡고 서식하고 있다. 밀어, 꾹저구 등의 어류들 역시 두웅습지에서 서식하는 가족들이다. 2002년부터 환경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으며 지난 2007년 12월에는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첫댓글 한국에 이런 땅도 있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