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북정맥 13구간(매산리도로-355봉-422.4봉-오봉산-공덕재-백월산-스무재).
1.일시: 2012년 9월 22일 토요일.
2.참가인원: 딱선생, 그윽한미소, 바람 그리고 나.
3.산행시간및 거리: 약 10km이고 시간은 6시간 걸림.
4.날씨: 그다지 덥지 않았고 능선의 조망은 쨍할 정도로 뚜렸하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음.
출발
계절이 성큼 성큼 가을의 복판으로 진입하려고 하고 있다. 언제나 이즈음이면 떠나려고 길위에 있으면서도 어디론가 훌쩍 가버리고싶은 충동에 몸과 마음이 몸살을 앓는다.
떠나려고 하는데 또 떠나고 싶다는 중첩된 상념, 그만큼 가을은 내게는, 아니 우리에게는 그냥 심드렁하게 건너가는, 여타의 계절하고는 또 다른 특별한 그 무엇이 내재된 계절임에 틀림없다.
그무엇은 다름 아닌 수렴작용이 아닐지 싶다. 일년의 마무리 자락에서 후회와 회한과 슬픔, 기쁨, 즐거움, 괴로움 등 희노애락애오욕 칠정을 아우르고 보듬고 치유하는 내적 성숙 과정인 것이다.
우리는 이계절의 몸살을 몇해를 거쳐야만, 차돌같이 단단하고 태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깊은 나무같이 옹골지게 꽉찬 성숙한 인간으로 완성될까?
그저 일신상의 안락과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나와 같은 부류의 필부들은 영원히 밟을 수 없는 금단의 땅일 수 있다.
여기에 끄달리고 저기에 끄달리고 돈에 끄달리고 뭐하나 줏대를 갖고 움직이지 못하는 끄달림의 제왕인 것이다.
오늘 이 수렴의 계절, 사색의 계절의 문앞에서 과연 나는 그리고 우리는 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진짜 주인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반문해보고 싶다.
진정한 인간 완성의 길은 나를 나답게 살아낼 수 있는, 내가 주인공으로 내몸과 마음을 자유롭게 컨트롤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닐까 싶다.
7시 터미널 집결 장소로 하나둘씩 어슬렁거리며 나타나는데, 얼굴에는 계절에 걸맞는 고차원적인 사색의 흔적들은 찾을래야 찾을수 없고, 오직 일산상의 안락과 경제 놀음의 숫자들만이 얼굴에 가득하다. 그래 나나 너희나 그땅은 금단의 땅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어렵지만 주인공으로 살려고 노력은 해보자! 주인공! 주인공!
매산리도로 도착 산행 준비중. 오전 10시 30분으로 청양터미널에서 이곳까지 택시로 7,000냥.
계절의 미묘한 변화들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능선 여기 저기서...
빵처럼 맛잇게 생겼는데 무슨 버섯인고? 뉴스에서 보니 버섯이 풍년인데, 들녁에 자라는 버섯 90% 이상이 식용이 아니라고 한다.
조심할 일이다! 그물버섯으로 식용이라는디 봐도 모르겠네...
'바람'은 평평한 곳만 나오면 시간에 구애됨 없이 언제 어디서나 간식을 먹고 가잖다!
매론으로 간식중. 산행한지 한시간도 아직 안지났는디...
네잎크로바꽃인가? 괭이밥이라는데 고양이가 이걸 먹나?
이꽃은 무슨 꽃인고? 여기 저기서 가을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고 있다. 고들빼기라는데 맛있것다!
충남 내륙의 산군들.
특이하게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토종 소나무같기도 하고...
봄에 줄기차게 뜯어 먹었던 참취꽃이다! 맛도 맛이지만 꽃의 자태가 소담 앙증맞은 것이 보기좋다.
오봉산 도착 11시 32분. 여기서 조금 더가면 또 오봉산(구봉산)이 나온다. 이곳이 오리지날 오봉산이고 그곳이 구봉산 아니여 시방? 이곳까지는 임도가 잘닦여 있어 걷기에는 그만이다.
사진을 찍으라고 하니 다들 손사래를 친다 '딱선생'한데 다 옮았나보다. '딱선생' 왈 많이 찍으면 명이 단축된다나 뭐라나!
버섯이 지천이다. 이것은 무슨 버섯인고? 요놈은 갓버섯
산도라지로 대궁이 굵은 것이 십년 이상된 것 같다. '딱선생'이 사포닌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몸에 좋다며 캐서 고추장에 찍어 먹자구한다. 이걸 뭘로 캐노? 특히 가을철로 접어드니 능선에 산도라지가 눈에 많이 띈다.
잎이 마주나면 잔대것고 마주나지 않으면 금강초롱이라는데, 금북에도 금강초롱이 서식하는 겨?
기계에다 찍은 것처럼 톱니가 가지런하다. 이버섯은 뭣인고?
이곳이 또 있다는 그 오봉산이다 맞은 편 나무에는 구봉산이라는 푯말이 달려있다.
이번에도 오래 살려는 일념으로 '딱선생'이 사진에서 빠졌다. 그래 너혼자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아라!
미역취
'뚝갈'이라는 꽃
지난 두어번의 태풍으로 산불감시초소가 널부러져 있다. 이것 뿐만 아니라 나무들도 목이 댕강 부러진 것들이며 능선상에는 잔가지들이 즐비하게 널려있다. '그윽한 미소'는 이것이 태풍의 순기능이라고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일부러라도 가지치기를하니까...
437봉이라고 쓴 푯말이 옆으로 누워 나부낀다.
어떻게 다들 빗금친 것처럼 옆으로 빗겨 서있냐? 내가 기술적으로 찍었나? 공덕재 도착 12시 47분.
여기서 점심을 먹고 가자는파와 올라가서 정상에서 먹자는파로 갈렸는데, 먹고 올라가면 힘드니 올라가서 먹자는 '그윽한 미소'의옆구리 한방에 다들 나가떨어져 간단하게 에너지바로 배고품을 속이고 가기로 했다.
길은 잘 나있는데 차량 통행은 뜸하다. 여기서 부터 백월산까지는 3km로 빡세게 올라가야한다.
이꽃은 무슨 꽃인고? 쑥부쟁이!
백월산 개념도.
백월산 1km지점 도착 시간이 2시다. 빡센 오름길 2km를 한시간에 주파했다. 힘들어서인지 배고파 죽겠다는 얘기들이 없다. 죽는순서를 매기자면 힘들어서 죽는게 먼저일 것이다 배고파 죽는 것 보다는...
올라가면서 계속 힘들다는 '딱선생' 뒤에서 똥침을 찌르며 올라오느라, 선두로 올라간 '그윽한미소'와는 거리가 10분 상간으로 벌어졌다.
'그윽한 미소'는 백월산 정상 푯말에다 옷을 벗어 놓고는 정상에 있는 평상에 큰댓자로 널부러져있다. 정상 도착 2시 26분.
여기서 더 가자고 하면 맞아죽겠지?
드디어 백월산 정상에서의 점심 시간으로 오늘도 마찬가지로 금북정맥의 백월산은 우리만의 산이다. 얼린 물에다 막걸리를 부어마시니 집에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먹는 것보다 훨 시원하고 감칠 맛이 있다.
정상에서 바라 본 보령시 방향의 전경
백월산 정상 사진. 피부가 까무잡잡한 동네 아주머니 한분이 장화를 신고 백월산에 올라와서 한컷을 부탁했다. 안찍으려 했더니 굳이 찍으라고 난리들이다. 뭬야 지금! 물귀신 작전으로 명보전을 줄여보자는 것이여 뭣이여!
백월산에서 내려오다 능선상의 직진길로 들어서면 알바 필수다. 이곳에서 바로 우측 내리막길을 잡아야 한다. 이곳에서 400고지 두개를 넘어서면 스무재 고개에 도착한다.
스무재 고개 내려서기 바로 전 임도로 이곳 산밑에서 주먹만한 밤을 많이 주웠다. 좀더 시간이 있으면 더많이 주울 수 있었는데... 애초에 이번 구간을 하려고 내려 올 때 대하축제가 열리고 있는 홍성의 남당리로 가서 대하를 먹기로 했기 때문에 '바람'과'그윽한미소'가 빨리 내려가자고 재촉한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늙은 호박. 이게 도시에 있었다면 이렇게 홀대 받지는 않았을텐데...
스무재 도착.4시 40분. 이곳에서 남당리 가는 택시를 광천택시조합에 문의하니 적어도 4-5만원은 나올거라고 한다. 다시 청양 택시에 문의하니 비용이 거의 비슷하다. 그 비용을 들이고 가는 것은 비효율적이라 판단되어 다음 구간할 때에 남당리를 가기로 하고는 일단 청양 택시를 불렀다. 이곳에서 청양터미널까지는 15,000냥이 나왔다. 벌써 청양을 많이 벗어난 모양이다. 다음 구간을 끝으로 이제 정들었던 청양하고도 이별이다. 터미널에 도착하여 시간을 살펴보니 바로 탈 수 있는 버스 시간이 없다.
어쩌겠는가 이곳에서 놀다 가는 수 밖에!
마지막 버스를 예매하고는 당구장으로 직행하여 그동안 삭였던 전투 의지를 불살랐지만 역시나 '딱선생'에게는 당할 수가 없다.
오늘의 승리는 '딱선생'이다. 당구수 올려 씨!
전에 청양 고추 축제할 때 들어갔던 대치 막걸리 파는 집에 들어가서 뒷풀이를 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로서 정들었던 청양하고도이별을 고해야 하는 마지막 밤이다.
'바람'이 가져 온 셈풀 마오타이-춘을 소주잔에 반잔씩 따라 마시는데 오직 '딱선생'만이 안먹고 술을 남긴다. 중국술은 믿을 수 없다나 뭐라나! 혹시 공업용 메틸 알코올로 만들어 눈이 아작 날까봐서...
남은 술도 내가 홀짝 먹어 버렸다. 지금 내 두눈은 시퍼렇다!
그런데 마오타이면 마오타이지 마오타이-춘은 또 뭣이여! 마오타이 짝뚱이여 시방! 술효과가 10년 후에 나오는 건 아니겠지?
다음 구간이 기대된다. 우! 우리의 남당리 대하축제를 위하여 위하여!
나의집 도착 시간 11시 40분
첫댓글 네가나고 내가 우리들인데 내가 주인공이 뭐가 의미있겠나!! 다 순간이지...거저 바람같이 구름같이 살다,,자연으로 훌훌 떠나면 그만일것을...저번 TV에 김기덕감독이 나와 인생80이면 40년은 모으는인생이고 40년은 버리면서 살아야 한다는 말이 귀에 쟁쟁하다...추석명절 잘들 보내시게나....
그것도 그렇지만 나를 움직이게 하는 그것, 주객이 없는 자리, 안과 밖이 다르지 않는 그것이 무엇인고?
1,700 공안이 깨지는 그날까지... 뜰앞의 잦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