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 크리스마스나 생일 선물을 특별히 해 준 기억이 별로 없다. 친구들을 불러서 피자나 케잌을 사주고 파티를 해 주기는 했는데 아들과 막내딸의 생일이 오 년 차이가 나고 똑 같은 날이라 쉽기도 했다.
선물은 사 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개척교회를 하면서 너무나 가난했기 때문에 해 줄 수가 없었고 아이들이 착해선지 잘 이해했고 투정을 부리지도 않았는데 가정예배에서 매일 우리 낡은 차가 고장 나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했는데 아이들이 선물 같은 것을 사 달라고 조를 수가 없었을 것이다. 가난했지만 서로 이해하고 사랑했고 참 행복했다.
그리고 이제 세 명의 손자와 한 명의 손녀가 자라고 있다. 2월 18일은 손녀가 7살이 되고 3월 4일은 손자가 5살이 되는데 이번 토요일에 이곳 YMCA의 방 하나를 150불에 빌려서 학교와 교회 아이들을 많이 부르고 두 아이의 생일파티를 한다고 한다. 전도도 겸해서 재미있게 게임도 하고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계획을 세운다.
딸은 자기 아이들뿐 아니라 교회 아이들 생일마다 케잌도 만들어 주고 큰 아이들은 남편과 둘이 나가서 저녁을 사주면 나는 딸의 집에 가서 세 아이들을 돌보아준다. ‘미국에서는 그렇게 생일을 크게 축하해 주어야 하나보다’라고 학생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딸의 수고를 나도 성도들도 모두 고맙게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선물로 무엇을 사주어야 하니?” “엄마 세일할 때에 사둔 것이 많으니 엄마가 주었다고 줄 테니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 한다. 크리스마스 때에도 똑 같이 물었더니 똑같이 대답해서 아무것도 사주지 않았는데 딸의 집에 갔을 때에 손녀와 손자가 무엇인가를 가지고 놀면서 “할머니 고맙습니다.”라고 하는 것은 내가 사주었다고 했나보다.
예전에 내 아이들에게도 선물을 사주지 않았는데 이제 손자, 손녀에게는 좋은 선물을 사주어야 할 텐데 무엇을 사 줄지 몰라서 물어보면 언제나 똑같이 대답해서 그냥 넘어가곤 한다. 딸은 세일할 때에 싸게 많이 사서 두고 교회 아이들에게도 골고루 선물을 한다.
사위의 월급에서 한 달에 100불씩 떼어 내 이름으로 저금을 해주는데 찾지 않고 두니 몇 년 후에는 굉장히 많아질 것이다. 남편이 공항에서 한번 쓰러진 적이 있었는데 그 후로 아빠의 의료보험도 딸이 들고 꼬박 내고 있는데 우리는 취소하라고 성화를 한다. 이곳으로 이사 와서 우리의 보호자가 되어 돌보니 너무나 든든하고 감사하다.
너무나 고마운 딸이고 예쁜 아이들인데 도대체 무엇이 필요할까하고 생각해보다가 ‘옳치’하고 퍼뜩 생각이 나는 것이 짜짜로니를 한 박스 사다가 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난다. 우리 집에 사다 놓은 것을 막내딸이 두 개 가지고 가서 내가 그 아이들을 돌보다가 끓여 주었더니 세 아이들이 모두 너무나 잘 먹어서 모자랐던 것이 생각이 났다.
딸은 라면류를 사다가 먹이지 않는데 우리 집에 왔을 때에도 끓여주면 너무나 잘 먹는다. 매일 먹이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가 먹이면 맵지도 않고 부드러워서 세 아이들이 특식으로 생각하고 잘 먹으니 좋은 생각이라고 기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