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영업사원 시절에 고참이 술자리에서 우스운 비유를 한 기억이 난다. 고객이 “당신네 기계는 고장이 잘 난다” 라고 말을 하면, 영업사원은 “우리 장비는 아주 민감해서, 잘 다루어야 하는데…”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장이 잦다”가 “기계가 민감하다”라는 말로 변하는 것을 들으면, 현상을 보는 기준도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아주 다른 식으로 표현되는 것 같다.
조직 내에서도 사안을 보는 기준이 첨예하게 대립하기 쉬운데,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개발부서와 영업부서가 그러하다. 양 부서는 어떤 문제가 발생되면, 그 책임을 상대방에게 넘기는 것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고객의 요구사항을 잘 이해하지도 못하고, 변화 하는 요구를 무조건 수용한다!”라고 개발자들은 영업사원에게 볼멘소리를 한다. “경쟁사 제품의 기능에 턱없이 못 미치고, 개발기간은 항상 지연된다!”라고 영업 사원들 역시 불만이다.
필자가 영업본부장으로 일할 때 이러한 양자간의 의견을 중재하느라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하였는데, 부서의 영업 사원들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영업본부장으로 영업사원을 대변하지 않고, 너무 개발자 편을 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의사소통능력과 상대방 업무에 대한 이해부족에 기인한다 하겠다.
개발과 영업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것은 양쪽이 사용하는 용어가 상대방에게 생소하고 이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위해 필자가 고안한 방안은 상품기획 단계에서 개발하려는 제품의 기능을 고객의 만족도와 고객의 기대수준에 따라 다음의 3가지 레벨로 구분하는 것이었다.
1. 필수기능(기대수준 고, 만족도 저)
- 경쟁 제품과 동일한 기능으로 차별화가 안 되는 기능이다.
- 과거에 없던 기능이 새로이 추가된다 하더라도 매출 성장비율은 변화 없다(매출 레버리지 효과 1.0로 정함)
2. 부가기능(기대수준 고, 만족도 고)
- 경쟁 제품이 가지고 있지 않은 기능으로 구매 유도력을 가진 기능이다.
-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면 매출 성장비율이 증대할 것으로 예상한다. (매출 레버리지 효과 1.5배로 정함)
3. 혁신기능(기대수준 저, 만족도 고)
- 구매자가 인지하지 못하였던 탁월한 기능으로 조만간 강력한 구매 유도력을 발휘할 기능이다. 일단 알고 사용한 이후에는 맛들여 경쟁사로 변경할 수 없는 매력적인 기능을 말한다. 경쟁사가 동일한 기능을 갖추기 위해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 판매와 함께 매출 성장비율의 획기적 향상을 예상한다.(매출 레버리지 효과 2.0배로 정함)
필자는 개발부서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여 시장출하를 요청할 경우에, 신제품의 새로운 기능이 상기 3가지 중에 어느 곳에 속하는지를 설명토록 요구했다. 개발자들은 당황했다. 이유는 경쟁사의 제품이 해당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었고, 구매자가 해당 기능을 필수기능으로 생각할지 부가기능으로 생각할지 자신 있게 의견을 제시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필자는 신제품의 시장 출하에 대한 가부를 결정하는 파워를 가지고 있었다. 마케팅부서가 필자의 밑에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개발부서가 제품을 만들면 무조건 시장에 런칭하여야 했지만, 이야기가 달라진 것이다. 때문에 개발팀은 예전과 다른 도전에 대응하여야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개발된 제품이 “팔릴 수 있는 제품인가?”라는 화두에 개발자들도 역시 답변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은 예전에는 그들의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제품 개발이 모두 끝난 연후에 내리는 이러한 의사결정은 대부분의 개발비용이 이미 발생된 이후라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필자는 상품개발의 초기부터 영업대표들이 신제품 개발미팅에 참여토록 강권하였고, 기획단계에 참여하지 않은 영업대표가 만들어진 제품에 대하여 비판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기획 초기부터 그들이 참여하여 기획된 제품은 더 이상 개발자만의 책임이 아니라, 영업사원의 책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기획단계에서도 기능요건을 위의 3가지로 구분하였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독자들이 혹시 영업/마케팅의 팀원/부서장이라면, 이러한 툴을 이용하면 자사 제품의 경쟁력을 분명히 구분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많은 활용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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