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한용운의 시 < 나는잇고저 >읽기
남들은 님을생각한다지만
나는 님을잇고저하야요
잇고저할수록 생각하기로
행혀잇칠가하고 생각하야보앗슴니다
이즈랴면 생각하고
생각하면 잇치지아니하니
잇도말고 생각도마러볼까요
잇든지 생각든지 내버려두어볼까요
그러나 그리도아니되고
끊임업는 생각각각에 님뿐인데 어찌하야요
귀태여 이즈려면
이즐수가 업는것은 아니지만
잠과죽엄뿐이기로
님두고는 못하야요
아아 잊치지안는 생각보다
잇고저하는 그것이 더욱괴롭슴니다
<나는잇고저> 전문 / 한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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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시집 첫머리에 “기룬 것(그리운 것)은 다 님이다.”라고 했듯이 우리말에 ‘님’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포괄적인 대명사이다. 따라서 대상을 설정하지 않은 ‘님’에 관한 이 시는 가장 먼저 애매성의 극치일 수 있다.
- 남들은 님을생각한다지만
- 나는 님을잇고저하야요
- 잇고저할수록 생각하기로
- 행혀잇칠가하고 생각하야보앗슴니다
시의 첫머리부터 흥미로운 아이러니가 등장한다. 사람이 그리우면 자꾸만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시인은 반대로 그리움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님을 잊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이즈랴면 생각하고
- 생각하면 잇치지아니하니
- 잇도말고 생각도마러볼까요
- 잇든지 생각든지 내버려두어볼까요
- 그러나 그리도아니되고
- 끊임업는 생각각각에 님뿐인데 어찌하야요
님을 그리워한 나머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통스런 답답한 마음의 갈등을 시인의 아이러니컬한 방법으로 강조, 하소연함으로써 신선함을 준다.
- 귀태여 이즈려면
- 이즐수가 업는것은 아니지만
- 잠과죽엄뿐이기로
- 님두고는 못하야요
- 아아 잊치지안는 생각보다
- 잇고저하는 그것이 더욱괴롭슴니다
시인은 잊을 수는 있지만 그것은 곧 죽음이므로 잊을 수가 없다는 이별의 그리움에 대한 모순, 극한의 고통을 아이러니와 역설의 방법으로 다시 한 번 강조함으로써 독자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흔들어대며 끝을 맺는다.
* 혹 여러분들은 그러한 이별의 고통을 경험하신 적이 있으셨나요? 경험하신 분은 문학작품을 읽음으로써 동질감의 위로를 맛볼 수 있고, 현실에서는 경험을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문학작품을 통한 대리경험으로 아름다운 아픔을 함께할 수 있지 않을런지요? - 오늘도 보람된 하루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