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 시인 시집
<럭키와 베토벤이 사라진 권총의 바닷가> 발간
◉출판사 서평
송진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 『럭키와 베토벤이 사라진 권총의 바닷가』를 ‘사이편현대시인선 16번’으로 발간했다. 송진 시인은 최근 5년 사이 다섯 권의 시집을 펴낼 정도로 지나칠 정도의 활발한 창작력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시 쓰기를 상상하면 이는 오히려 작은 수치이다. 송진 시인은 매일 한 편의 시를 쓴다고 알려져 있다. 결국 1년 300여 편이 넘는 창작 시들 중 70여 편을 골라 한 권의 시집으로 탄생시킨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녀가 일기처럼 써내는 시편들은 한국 현대 시단의 물결을 바꿀 정도로 신선하다. 일부 독자는 난해하다는 반응이지만 그녀가 쏟아내는 시편들은 대다수가 무의식의 시편들이기에 그 점을 참고하여 읽는다면 이해가 빠르다. 마치 신과의 대화처럼 쏟아내는 시편들을 만나면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그러기에 이번 시집 또한 주술사적 언어들의 세계를 탐닉하는데 있어 전혀 주저함이 없다. 그래서 ‘한국 현대시의 주술적인 절대적 이미지’를 탄생시킨 시인으로 회자 되고 있다.
송진 시인은 부산 출생으로 1999년 계간《다층》제1회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다. 모든 문예지가 첫 번 째 신인은 그 어느 때보다 신경을 써 뽑는다.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당시 윤석산(시인, 제주대 교수) 발행인은 김춘수, 이승훈, 김윤성, 한기팔 시인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하여 당선작을 선정한 뒤 당선 시인의 문학적 성숙도를 확인하고자 3회나 원고를 더 받아 확인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뽑은 시인이었다. 더구나 김춘수, 이승훈 선생은 송진 시인의 미래성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쉽게 두 분 모두 고인이 되었다. 미확인이지만 여러 시기별 정황을 봤을 때 김춘수 시인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뽑은 신인이 송진 시인일 것으로 짐작된다.
송진 시인의 이번 시집 『럭키와 베토벤이 사라진 권총의 바닷가』는 참회록의 시집이기도 하다. 그녀가 이번 시집에 담은 연작시편들인 참회록은 시인의 자화상이자 세상 모든 물질들과 소통하는 시공간적 대화들이다. 그 속에는 일상과 삶의 파괴와 사랑과 아쉬움들이 재여 있다. 그렇다고 그러한 모든 것들이 언어로만 나열된 것이 아니다. 하여 시를 읽어나가는 난해성 못지않게 웃음과 서글픔도 독자들은 같이 배어 물어야 한다. 그만큼 이번 시집의 파고가 푸르고 높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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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그녀는 “검은 숲”의 철창 안으로 들어간다. “각혈 쏟아지는 숲을” “시로” 써내기 위해 두려움을 걷어내고, 아픔을 억누르며 걸음을 옮겨놓는다. “슬픔들의 조합이 무기수처럼 징역을 사”는 곳, “물질세계는 타락했고 비물질 세계는 오염되어” 구원이 거의 불가능한 곳, 그녀는 기꺼이 죄수가 되어 그곳에 갇힌다.
시는 그녀의 발목에 채워진 족쇄다. 하지만 그녀는 족쇄를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인은” 원래 “짓밟히고 일어서”는 “존재”라고 자기최면을 걸면서 발목에 흘러내리는 ‘고름’으로 글자를 적어간다. 이렇게 암울한 세계에서 “몹쓸 시詩를 쓰는 행복”만이 “나를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 뜯기고 구멍만 남”은 세계, 그 속에 우글거리는 절망마저도 사랑하는 사람. 이 처절한 절망에 “지심공경례 마음을 다”하는 사람. 나는 시들을 읽어가며 그녀의 마음이 닿은 곳에 언젠가 “한 줌 햇살”의 창이 열릴 것을 믿게 된다.
- 길상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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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와 베토벤이 사라진 권총의 바닷가>를 읽는데 킥킥 웃음이 난다. 참회록이란 제목의 연작시를 읽으면서 이렇게 웃어도 되는 걸까? 하지만 송진 시인은 어류에서 인류로, 인류에서 의류로 변모하는 상상력으로 우리를 자꾸 간지럽힌다. 잘 발라놓은 살점들로 뚝딱 생선구이를 만들어내는 그의 솜씨에 매료되자 참회록이 잘 익은 참외록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일까. 시집 곳곳에선 “참외 씨앗이 허공으로 터져 나”온다. 주운 씨앗을 주머니에 넣고 송진이 그려내는 세상을 따라 걸었을 뿐인데 “죽은 사람이 잠시 살아나고, 말하는 순간 귀 옆에 단풍잎이 돋아나고, 개들이 금으로 된 무덤으로 뛰어드는” 장면을 맞닥뜨리게 된다. 이렇게 다채롭고 자유로우면서 서늘한 산책이라니! 108편으로 된 시의 계단을 오르고 나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숨은 좀 차지만, 우리는 송진 시인이 제공하는 우연적인 세계 속에서 잠시나마 산소 같은 감수성을 들이마시고 고정된 관념들의 근육을 유연하게 뻗을 수 있다. 송진의 시는 사유에 있어선 인정사정없이 깊어지고 넓어지기 때문이다.
- 임지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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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약력
시인 송진은 부산에서 태어나 1999년 김춘수, 이승훈 등의 심사로 《다층》 제1회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지옥에 다녀 오다』, 『나만 몰랐나 봐』, 『시체 분류법』, 『미장센』, 『복숭앗빛 복숭아』, 『방금 육체를 마친 얼굴처럼』, 『플로깅』이 있으며 문예지 《엄브렐라》 발행인 겸 주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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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속의 시
내 몸 안에는 저탄소 사과가 자란다
내 몸 안에는 거칠어지려는 나와 부드러워지려는 나가 있다 거칠산역 새벽에 가면 거칠어진 나가 도착해있다 왼손에는 길든 가죽가방을 들고 오른손은 저탄소 사과를 먹고 있다 새벽의 바다는 안개 속에 휘감겨있고 거칠산역 기차는 수평선을 거침없이 달린다 거칠어진 나의 손바닥에는 저탄소 사과의 앙상한 뼈다귀가 놓여있다 움켜쥐어도 한 방울의 즙조차 나오지 않는 말라비틀어진 저탄소 사과의 젖꼭지를 바다를 향해 던진다 투수가 된 거칠산역은 부드러운 나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다 그런가 진정 그런가 그렇다 그렇다고 하자 부드러운 나가 두릅역에 내린다 연보랏빛 치렁치렁한 길고 긴 머리카락 위로 해수면이 높아진 봄을 이고 왔다 한 달 내내 내린 함박눈으로 사방은 백야처럼 잠들지 못하고 부드러운 나는 6.25mm 높아진 해수면으로 찰랑찰랑 봄옷을 지어 입은 해실해실 웃는 듯 우는 3도 화상 입은 뜨거운 봄을 데리고 왔다 지금은 실제 기후 상황이다 수척해진 북극곰이 빙하에 불어터진 외마디 비명을 질러댔다
◉시집 목차
송진 시집
차례
1부 - 미래의 목
내 몸 안에는 저탄소 사과가 자란다
혼령들
참회록 20
참회록 52
폴로의 슬리퍼 100
몸
5시 윤미, 윤성 만나다
참회록 29
참회록 52
참회록 -겨울 숲
참회록 56 -시카코 피자
참회록 58 -크리스마스
참회록 63
참회록 67 -검은 숲
참회록 79
참회록 87 -달리, 푸른 잉크로 쓴 시
참회록 96
블루트리 옐로우문 202203092244
노바미사마
나의 독자들에게
이가시다시이가시 69 -버스킹존
이가시다시이가시 72
어제의 사랑
물통 속의 거울
물가에 앉아
바다와 소녀와 천사
좁은 방
2부 - 인간의 기술
참회록 86 -시를 위한 기도
참회록 59
참회록 85
참회록 76 2201240913
참회록 61
물소리 2
이가시 24
참회록 65 -감정
참회록 39 0211125090245
참회록 24
참회록 16
생선구이 모둠
이가시다시이가시 91
참회록 92
참회록 49 -별로 보려고 노력할 때 별은 보인다
참회록 43 -순삭
참회록 36 -수능 치는 날 20211118
참회록 33
참회록 32
참회록 31
참회록 30 -입동
참회록 18
참회록 4
참회록
0시역 -아프가니스탄역
4월
빙하의 장례식
3부 - 참회록
참회록 81 -설날 꿈 20220201
참회록 82
참회록 28
참회록 70
참회록 55
참회록 37
참회록 26
참회록 23 -숀
참회록 47
참회록 44
참회록 35
참회록 -조금 전 없었던 나라처럼
참회록 12
참회록 62 202112291055
참회록 54
참회록 51
참회록 41
참회록 -소설小雪20211122
참회록 10
참회록 48
참회록 45 -새벽기차
참회록 42 -은행나무
참회록 27
참회록 19 -탄소의 늪
참회록 11
참회록 202110060829
참회록 100
4부 - 유령접목지대
물소리
토끼 식당
이가시 13 -동지冬至
오른쪽을 읽다가
그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금목서의 눈
폴로의 슬리퍼 53 -상강霜降
참회록 34
참회록 77
참회록 13
참회록 40
참회록 9
참회록 21
참회록 17
참회록 71
참회록 60 -장 뤽 고다르
참회록 8
참회록 202110051543
참회록 7
파란 꽃잎
그래도 어제 집에 와서 강쥐
물, 새, 새벽
잔느의 생활 6
4월의 백야 -넷째 날
위생도마
4월의 백야 -다섯 번째 날
잔느의 생활 8 -밤의 검은 맥주
해설/참회록과 마조히즘-박대현(문학평론가)
첫댓글 선생님
축하드립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