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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의 약물 치료
이재정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일산백병원 신경과
서 론
파킨슨병은 알츠하이머병에 이어 노년기에서 관찰되는 가장 흔한 신경퇴행질환 중 하나로 운동완만, 경축, 안정시떨림 그리고 보행 및 균형장애 등의 운동장애를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현재는 그동안의 다양한 연구 및 관찰 등을 통하여 인지, 정동, 수면, 자율신경계, 통증 등 다양한 비운동장애도 수반하는 종합적인 퇴행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생명체의 운동 조절에 도파민이 중요하고 특히 뇌 안에서는 선조체에 많이 분포하고 있다는 점을 알비드 칼슨(Arvid Carlsson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등이 1950년대에 처음 발견한 이후 호니키위츠(Hornykiewicz)는 더 나아가 파킨슨병 환자의 중뇌 흑색질 내에 도파민이 현저히 감소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여 파킨슨병 환자의 병인에 도파민의 소실이 핵심적 소견임을 발표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1967년 코지아스(Cotzias) 등이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최초의 레보도파 치료를 성공함으로서 파킨슨병 치료에 있어 도파민의 시대(Era of Dopamine)가 열리게 되었다. 특히 당시 환자들의 획기적인 임상적 호전은 의미 있는 치료가 어려웠던 신경퇴행질환 연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이후 항콜린성제제의 임상적 이용이 있었으나 효과는 기대보다 미미하였고, 1980년대 이후 모노아민산화효소B억제제(monoamine oxidase-B [MAO-B] inhibitor)와 도파민 작용제(dopamine agonist)가 출시되면서 단독 및 추가 요법을 통하여 의미 있는 개선을 보여주었다. 도파민 약제의 오랜 치료 경험은 운동기복 현상(motor fluctuation)이나 이상운동증(dyskinesia) 등의 장기 부작용(long term complication)을 알게 해주었고, 이에 대한 예방 및 치료를 위하여 최대한 생리적으로 뇌 내 도파민 자극을 유지하고자 하는 지속적인 도파민 자극(continuous dopaminergic stimulation) 연구들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최근 들어서는 파킨슨병의 비운동증상뿐만 아니라 신경보호 효과를 위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현 시점에서 파킨슨병은 질환의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지만 적극적인 대증 치료를 통하여 삶의 질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 본 종설에서는 임상 현장에서 파킨슨병 환자의 일차 진료에 도움이 되고자 파킨슨병의 초기 및 진행 단계에 따른 약물 치료에 대하여 근거 중심으로 정리해보고, 치료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부작용의 대처에 대해서도 살펴보고자 한다.
본 론
1. 초기 파킨슨병의 약물 치료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항파킨슨 약제의 연구 및 개발은 현재까지도 다양하게 시도 및 진행되고 있는데 충분한 과학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을 갖춘 약으로는 레보도파, 도파민 작용제, 마오비 억제제, 콤트(catechol-O-methyltransferase COMT)억제제, 항콜린성제제, 아만타딘이 있다(Table 1). 파킨슨병 환자를 처음 진단하였을 때 약물 치료를 시작하는 시점은 개별 환자들이 기능적, 사회적 관계의 곤란함을 경험하기 시작하는 시기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좋다. 연령과 임상양상의 정도가 주요 기준이 되며 기타 직업 환경, 인지 및 행동장애 유무, 동반 질환 등 다양한 요소에 대한 고려를 바탕으로 맞춤형 치료(tailored therapy)를 시작하는 것이 핵심이다.
역사적으로 약물 치료 시작을 진단 초기에 시작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증상이 어느 정도 진행되는 시점까지 최대한 지연시키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질문들이 꾸준히 있어 왔다. 특히 도파민 약제의 신경독성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면서 이에 대한 지속적인 논란 및 의문은 학문적 논쟁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였다. 몇몇 연구들에서 서로 상반되는 결과들이 있긴 하였지만, 현재까지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임상에서 사용되는 일반적 용량을 이용한 장기간 도파민 치료 시 대부분의 동물 및 인체 대상 연구에서 도파민 신경세포 소실의 가속화는 관찰되지 않았다. 파킨슨병 치료의 메타분석에서도 도파민 치료를 받은 군이 그 어떤 사망이나 치명적 부작용의 발생이 높지 않았다.
2) 15년 이상의 도파민 치료를 받은 파킨슨병 환자군의 사후(postmortem) 뇌 병리 연구에서 도파민 복용량과 뇌 내 레비소체(Lewy bodies) 침착 사이에 의미 있는 관련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3) 도파민의 신경독성에 대한 거의 대부분의 보고는 생체 외(in vitro) 혹은 동물실험 등 실험실 연구가 주를 이루며, 생체 내(in vivo) 연구 근거는 뚜렷하게 보고된 바가 없다.
레보도파의 조기 투여는 지연 치료보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기저핵 내 손상된 도파민 회로를 최대한 생리적인 상태에 가깝게 안정화시키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환자의 증상이 치료를 필요로 하는 상태라면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 단, 초기 파킨슨병 환자에서 레보도파의 지연 치료 여부를 통하여 질병-조절 효과(disease-modifying effect) 유무를 확인하고자 하였던 최근 연구에서는 조기 투여군에서 해당 효과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는 등 아직까지 이에 대한 근거는 확립되어 있지 못하다.
일단 약물 치료를 시작하기로 하였다면 가장 우선 고려할 수 있는 사항은 임상증상의 정도(severity)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파킨슨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증 환자의 경우에는 마오비 억제제, 아만타딘 그리고 항콜린성제제를 이용한 단독 요법으로 시작이 가능하며, 증상이 중등도 이상인 환자는 초기부터 레보도파나 도파민 작용제 등의 투여를 고려할 수 있다.
마오비 억제제는 도파민 분해효소 중 하나인 마오비를 억제함으로써 도파민 분해를 제한하고 이용률을 증가시킨다. 마오비억제제 중 셀레길린의 경우 레보도파와 함께 투여 시 위약군에 비하여 통합파킨슨병척도(Unified Parkinson’s Disease Rating Scale, UPDRS) III 점수가 개선되고 장기 부작용이 적게 관찰되었으며 레보도파 사용량이 적었다는 보고가 있다. 라사길린은 질병 초기 환자에서 단독 요법 및 추가 요법 모두에서 적은 부작용과 임상 효과를 입증하였다.
마오비억제제의 부작용으로는 두통 및 어지럼 등 비특이적 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기타 도파민을 증가시키는 기전의 약물인 만큼 이와 관련한 부작용들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고용량 투여 시 마오에이(MAO-A)까지 억제되어 체내 티라민(tyramine) 증가에 의한 악성 고혈압이(cheese effect)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권고 용량 범위 내 치료에서는 매우 드물고 안전한 편이다. 보통 하루 1회나 2회 투약하므로 복용의 간편성이 장점으로 꼽히며, 셀레길린과 달리 라사길린은 마오비를 비가역적으로 억제하고 암페타민으로 대사되지 않기에 불면증이나 교감신경흥분 작용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항콜린성제제는 선조체의 무스카린수용체에 작용하여 도파민과 아세틸콜린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며, 기타 도파민의 재흡수를 억제하여 도파민의 효과를 증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킨슨병에서 사용 가능한 종류에는 트리헥신페네딜(trihexyphenidyl), 벤즈트로핀(benztropine), 프로사이클리딘(rocyclidine), 디펜하이드라마인(diphenhydramine) 등이 있으며, 단독 및 추가 요법 등을 통하여 운동증상을 개선시키나 효과는 경미한 수준이고 떨림증상에 대하여 더 특별한 효과가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서로 상반되는 결과들이 있어 확정적으로 결론 내리기 어렵다.
구갈, 변비, 시야 흐림, 요 저류 등이 일반적인 부작용이며 폐쇄각녹내장, 빈맥, 전립샘비대증 환자에서는 중지 혹은 주의를 요한다. 특히 고령 환자에게 투여 시에는 환시, 인지저하, 혼돈 및 이상행동 등의 정신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세심한 추적관찰을 요한다.
아만타딘의 기전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면이 있으나 N-메틸-D-아스파르트(N-methyl-D-aspartate) 수용체 차단이 주된 작용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기타 항콜린성 작용 및 도파민의 분비 작용도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단독 및 추가 요법으로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역시 오래된 연구들이 많고 연구 규모가 작으며 연구 설계에 문제가 지적된 경우도 있어 해석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는 초기 파킨슨병 증상의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으나 호전 정도가 크지 않아 단독 요법으로 많이 쓰이지는 않는다. 비교적 흔한 부작용으로는 두통 및 오심(5-10%) 등이 있으며 기타 어지럼, 불면, 불안 등이 발생 가능한데 대부분 정도는 경하다. 기타 하지에 그물망 형태의 혈관염인 그물울혈반(livedo reticularis)이 특이적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5%), 항콜린성 부작용에 의한 이상행동 및 정신증상, 혼돈, 구갈 등이 발생 가능하므로 주의를 요한다.
상기 언급한 약제들을 투여함에도 임상적 호전이 적거나 시간이 경과하면서 증상이 진행할 경우에는 본격적으로 레보도파나 도파민 작용제를 고려한다. 인체 내에서 도파민은 혈액뇌장벽(blood-brain barrier)을 통과하지 못하여 중추신경계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 복용은 도파민의 전구체로서 혈액뇌장벽의 통과가 가능한 레보도파를 이용하게 된다. 하지만 체내에 흡수된 레보도파는 혈액뇌장벽 도달 전 체내 대사를 통하여 말초에서 도파민으로 변환이 가능하기에 이를 최소화하고자 전환효소억제제(dopamine decarboxylase inhibitor)인 카비도파 혹은 벤세라짓과 결합한 복합 제형으로 제조가 이루어진다.
레보도파는 1960년대 처음 소개된 이후 치료의 최적표준(gold standard)으로 여겨질 정도로 가장 큰 임상적 효과를 지니며, 고용량일수록 효과도 크게 관찰된다. 그리고 도파민작용제에서 관찰될 수 있는 다양한 부작용의 발생 빈도가 적은 점 역시 큰 장점으로 여겨진다. 표준형 제제의 짧은 반감기를 극복하고자 서방형 제제가 1980년대에 출시되어(Sinemet CR; MERCK & Co., Inc., Whitehouse Station, NJ, USA) 약효 지속 시간을 연장시키는 등 기대를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불안정한 약력학적 특징으로 인하여 체내 흡수가 불규칙하여 약효의 발생이 지연되거나 나타나지 않는 등 예측 불가한 점이 관찰되었고, 약물 유발 이상운동증을 더 악화시키기도 하는 단점이 보고되는 등 임상 적용 시 이들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레보도파의 부작용으로는 위장관에 작용하여 오심, 구토 등이 비교적 흔하게 유발될 수 있으며,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정신증상, 환각, 수면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장기간 복용 시에는 약효 지속 시간이 짧아지거나 불규칙해지는 운동기복 증상 및 약물에 의하여 과운동 현상이 나타나는 이상운동증이 발생할 수 있다.
도파민작용제는 도파민 자체는 아니지만 도파민수용체에 대한 촉진 작용을 통하여 항파킨슨 작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 운동증상 치료에 효과가 좋고, 레보도파에 비하여 약물 유발 이상운동증의 발생이 적어, 특히 조기 발현(young onset) 환자에서 도파민 장기 투여 부작용의 예방 및 지연을 위하여 단독 요법으로 시작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약 2-5년 이상의 시간이 경과하면 도파민작용제만으로는 증상 조절이 어려워 레보도파를 투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에르고트(Ergot)와 비에르코트(ergot) 계열로 분류하며, 전자의 경우 페르골리드(pergolide), 카버골린(cabergoline), 디하이드로얼고크립틴(dihydroergocryptine), 브로모크립틴(bromocriptine), 리술리드(lisuride) 등이 있는데 심장판막질환을 비롯하여 심장, 폐, 후복막 등에 발생하는 섬유화 및 다양한 부작용들로 인하여 전 세계적으로 최근에는 투여 빈도가 줄었으며 1차 도파민 작용제로 권고되지 않는다.
특히 페르골리드의 경우 심장판막질환 발생 위험으로 2007년 미국 및 국내에서는 시판이 중지되었다. 후자에 해당하는 약물에는 프라미펙솔, 로피니롤, 아포모르핀, 피리벧;ㄹ(piribedil) 등이 있으며 약물의 효과 및 부작용 등 모든 면에서 전자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우월하다. 각각의 도파민작용제는 다양한 수용체 아형(dopamine receptor subtype)에 대한 친화성이 서로 다른데, 카버골린이나 페르골리드는 D2 외에 D1수용체에도 상대적으로 강하게 작용하고 기타 다수의 에르고트 계열 약제들이 D3수용체 친화성이 강한데 반하여 프라미펙솔과 로피니롤은 주로 D2수용체에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파킨슨 효과는 주로 D2수용체 자극과 관련이 많고, D1수용체는 이상운동증 발생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으며, D3수용체의 항파킨슨 효과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국내에서 주로 사용되는 프라미펙솔과 로피니롤의 경우 표준형과 서방형 등 다양한 제형에서 광범위하게 효과를 입증하였다.
부작용은 전신에 분포하는 도파민수용체에 작용하였을 때 발생 가능한 증상들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위장관계에 작용하여 오심, 구토를 유발할 수 있으며, 심혈관계에 작용하여 기립저혈압, 다리 부종 등을 나타낼 수 있다. 신경계에 작용하여 과도한 주간 졸림, 이상행동 및 정신증, 환각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러한 부작용들은 같은 도파민제제인 레보도파보다 더 높은 비율로 관찰되는 편이므로 투여에 주의를 요한다. 특히 고령에서는 인지저하, 환시, 혼돈, 저혈압 등의 발생 위험이 높으므로 더욱 세심한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상기 열거한 약물들의 임상적 개선 효과를 UPDRS III를 통하여 대략적으로 비교해보면 레보도파는 약 7-8점, 도파민작용제는 약 3-5점 그리고 마오비 억제제는 약 2-3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정리해보면 증상이 경한 초기에는 비도파민 약물 등으로 시작이 가능하나 추후 시간이 경과하면서 증상이 진행될 경우 궁극적으로는 레보도파나 도파민작용제 등 조금 더 효능이 강한 약물을 필요로 하게 되며 이 때 증상의 정도나 환자의 연령, 인지저하 여부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약물의 선택이 중요하다. 이후 도파민 장기 치료 부작용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레보도파나 도파민작용제의 추가 및 증량 혹은 다른 종류로 변경 등을 통하여 진행되는 증상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하며 치료를 유지할 수 있다.
첫댓글 필요하고 유익한 정보 감사히 잘읽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유익한 최신정보 넘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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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했었던 내용이었는데
올려주신 자료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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