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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기름유출사고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 염형철(서울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
사고 후 4달, 이제 사고 의미 성찰할 때
삼성크레인과 허베이스피리트 유조선의 충돌로 태안 앞바다에서 기름 유출 사고가 난지 네 달이 지났다. 그 동안 많은 분들의 한숨과 좌절이 있었고, 사고의 극복을 위한 범국민적 관심과 참여가 있었다. 아직도 기름 냄새 가시지 않은 곳이 많고, 일상으로 돌아가기에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우리는 이제 삼성 기름 유출사고의 원인을 진지하게 점검하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고민을 시작할 때가 됐다.
이 글은 자원봉사를 이끄는 지도자들이 서해의 기적에 대한 의미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에 앞서, 사건의 실체에 대해 보다 정확하게 인식하도록 돕기 위해 쓰여 졌다. 따라서 사고의 경위와 이후 대처 과정을 정리하고, 그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식과 그 결과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사고의 핵심원인은
기업의 안전불감증과 배금주의
2007년 12월 6일 오후 2시 50분. 삼성중공업의 11,800ton급 해상크레인과 이를 예인하는 3척의 선박으로 이루어진 예인선단이 경남 거제를 향해 인천대교 공사장을 출발했다. 이미 서해 먼 바다의 기상악화가 예보된 상황이었고, 삼성예인선단의 선장들은 항해 기간 동안 일기가 불편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7일 새벽 3시. 서해엔 10~14m의 강풍과 3~4m의 파도가 일었고, 풍랑주의보가 내려졌다. 그리고 새벽 5시경. 삼성크레인선단은 예인력을 상실하고 풍랑에 심하게 밀리기 시작했다.
새벽 5시 23분. 대산 해양청은 크레인 예인선단에게 전방의 유조선과 충돌위험이 있음을 무선으로 알렸으나 예인선단의 답변을 듣지 못했다. 5시 50분경. 예인선에 설치된 레이더는 유조선과의 충돌을 예측해 경보 사이렌을 울렸지만 예인선단의 방향을 바꾸지 못했다. 6시 20분. 대산해양청 관제선터는 예인선(삼성T-5호) 선장에게 무선연락 대신 직접 휴대전화를 통해 전방에 대형 유조선이 묘박 중이니 예인선단이 비상투묘하고 정박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항로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결국 46분이 더 흐른 7시 6분. 삼성크레인은 현대오일뱅크의 기름을 실은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충돌했다. 이때까지 삼성크레인 예인선단이 취한 조치라고는 사고 10분 전인 6시 56분에,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에게 비켜달라고 무전을 보낸 게 전부였다.
삼성이 바다에서의 일반적인 안전수칙만 따랐다면, 대산해양청의 경고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여 예인선단을 피항시키거나 항해를 중단했다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12월 9일 거제에서 일감을 받고 있었던 삼성중공업 크레인은 위험한 운항을 강행했다. 하루 임대료만으로 6천만원이라는 대형크레인의 소유주(삼성)는 ‘해양오염방지법 상의 항해 금지 규정(5천 만원 미만의 양벌규정)’에 주의를 두지 않았다.
사고 후에도 삼성은 ‘해양청의 무선을 받은 바 없다.’, ‘무선을 받을 즈음 회항을 시도하고 있었다.’, ‘6시 30분부터 유조선에 이동을 요청했는데 그들이 비키지 않았다.’라고 변명했다. 삼성이 항해일지까지 고쳐 썼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거짓 주장은 바로잡아졌지만, 그 와중에 삼성법률팀과 삼성중공업 임원 등은 크레인 위에서 대책회의를 개최하는 등 사건의 파장 줄이기를 시도했다.
또 다른 사고 원인
현대오일뱅크의 둔감한 사회적 책임
홍콩선적 146,800ton급 허베이스피리트호가 태안군 만리포 북서방 8km 지점에 닻을 내린 것은 12월 6일 오후 7시 18분경이었다. 법적으로 정박이 허용된 위치가 아니고, 어민들이 생계활동을 하던 어장이어서 진즉부터 주민들의 무단 정박 항의를 받아오던 곳이었다. 하지만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는 대산해양청의 양해를 얻어 자리를 잡았고, 현대오일뱅크 유류탱크로 유조선을 운전해 갈 도선사(선장)를 기다렸다.
사고가 나기 한 시간 전인 6시 9분.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는 레이더를 통해 예인선단의 접근을 인지했다. 또 항로예상프로그램(CPA)은 삼성크레인이 0.3m 차이 정도를 두고 비켜갈 것으로 예측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임을 경보했다. 또 6시 27분. 대산 해양청으로부터 “충돌위험이 있으니 안전조치를 강구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이동을 준비하겠다.”고 답변도 했다. 하지만 허베이호는 아무런 대책 없이 시간을 지체했고, 나중에는 “유조선의 이동 조건이 안 된다. 크레인이 지나고 난 뒤에 이동하겠다.”는 답변을 보낸 채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결국 사고 때까지 닻을 올리지도 않았고, 줄을 늘여 수십 미터를 움직인 게 전부였다.
사고를 키운 것은 단일선체 유조선의 구조였다. 삼성중공업 크레인선과 충돌해서 생긴 구멍은 겨우 30㎝ 크기 두개, 1m 크기 하나였다. 이중선체 유조선의 외벽과 내벽의 사이 간격이 보통 1-2m 정도임을 감안하면, 뭉뚝한 크레인과의 충돌로 생긴 구멍이 내벽까지 뚫어 기름을 유출시킬 상황이 아니었다. 1995년 씨프린스호 사고가 단일선체 때문이었다는 비난이 거셌는데, 12년이 지나는 동안 이중선체 이용을 미뤄왔던 현대오일뱅크의 무책임이 서해 오염의 원인이 된 것이다.
한국은 2007년 1월부터 11월까지 수입 원유량의 56%, 운항횟수의 52%를 단일선체 유조선으로 운송했다. 이는 세계에서 단일선체 유조선을 가장 많이 사용한 것이고(2006년, 한국 173척, 인도 112척, 중국 94척, 일본 35척, 유럽 0, 미국 0), 최근 수년간 단일선체 사용량을 늘려온 유일한 나라였다(2004년 127척, 2005년 155척, 2006년 173척). 한국의 정유회사들이 사상 유래 없는 수익을 올리는 상황에서도(순이익 합계 2005년 3조3,473억원, 2006년 2조8,519억원), 이들은 수송비용과 선체 개조 비용을 아끼려고 단일선체를 고집하고 있었다(현재오일뱅크 2007년 1/4-3/4 분기 순수익 1,773억원, 이중선체 사용 시 추가 비용 약 50억원 예상).
정부의 허술한 방제 대응
방제정이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것은 사고발생 3시간 35분이 지난 10시 10분경. 2~4m의 파도와 14~18m의 강풍 속에서 200-500톤 규모의 방제정은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 오염 사고 직후 유류오염대응 매뉴얼에 의해 유조선 주변에 오일펜스가 세 겹으로 쳐졌어야 하나, 오일펜스는 높은 파도를 견디지 못하고 터져 유조선 한 쪽에 -자로 늘어놓은 모양이 되고 말았다. 유조선 인근에서 관리됐어야 할 기름은 속절없이 바다로 퍼져 나갔고, 그나마 오후가 되면서 기상이 악화돼 오후 5시경엔 모든 해상방제활동이 중단되고 인력들은 철수했다.
해수부는 유출된 기름띠가 육지까지 밀려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24-36시간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학암포, 천리포 해변에 기름이 밀려들기 시작한 것은 사고 발생 13시간도 지나기 전부터였다. 지자체 등은 갈피를 못 잡고 허둥댔고, 주민들은 아무런 장비도 없이 발만 동동 굴렀다. 정부가 자랑하던 방제선들, 바다의 기름을 빨아들이는 유흡착기 따위는 전혀 맥을 못 췄다. 서해의 높고 빠른 파도를 고려하지 못한 장비들은 효과가 없었고, 해상에서 기름을 회수해 피해를 줄이는 방안은 활용되지 못했다. 서해의 양식장들을 지키기 위해 뒤늦게 수십km의 오일펜스가 해변에 쳐졌으나, 이 또한 펜스 밑에 설치된 스커트(커튼)가 짧아 기름을 막는 데는 쓸모가 없었다.
아쉬운 것은 유조선의 구멍을 48시간이나 방치하면서 흘러나오는 기름을 막지 못했다는 점이다. 유조선의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채 소형어선을 이용해 수리를 시도하다 두 차례나 실패하고 돌아오기를 연속한 탓이었다.
대책 없이 살포한 유화제의 폐해도 컸다. 유화제는 기름을 바닷물에 녹이는 물질로, 물 속 생물들에겐 기름이 물 위에 떠 있을 때보다 훨씬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해안의 어장이나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기름이 깊은 바다에 있을 때 희석하기 위해 뿌리는 용도다. 따라서 사고 초기 유조선 인근에서 기름의 이동과 확산을 저지하는 데나 쓰였다면 모를까, 이미 해안이 다 오염돼서 더 보호할 곳이 없고 사고 후 10일이나 지난 즈음해서 항공방제 등을 통해 대량 살포한 것은 합리적이지 못했다.
사고 4일째, 기름제거 작업에 시민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면서, 벌써부터 방재 물품은 바닥을 드러냈다. 기본 물품인 흡착제는 공급이 중단되다시피 했고, 자원봉사자들은 현수막조각과 헌 옷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유출된 기름이 강한 휘발성을 지니고 있어 인체의 피해가 우려되는 데도, 정부는 1주일이 넘게 안내를 내보내지 못했다. 넘치는 자원봉사자를 관리하지 못해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했으며, 현지 상황을 잘 아는 주민들을 참여를 활용하지 못했다.
미흡한 수사와 언론 보도
해양경찰청과 검찰의 수사는 여러 가지로 부족했다. 해경은 충돌사고를 낸 삼성중공업 크레인 예인선단 선원 3명(2명 구속),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 선원 2명을 입건하고, 크레인과 유조선의 소유회사들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는 수준으로 조사를 마쳤다. 한 달을 끌었던 태안해양경찰서의 수사결과는 인터넷신문의 기사에도 미치지 못했다. 악천후 속 항해를 지시한 삼성의 책임자에 대해서는 조사도 하지 않았고, 대산해양청의 피항 경고에 불응한 이유에 대해서도 따지지 않았다.
더구나 해경은 조사 결과조차 발표하지도 않았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조사 내용이 발표될 경우 증거인멸 등 수사에 중대한 차질이 우려된다.”는 게 이유였다.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에 대해 수사결과를 밝히지 않은 것은 의외였다. 결과적으로 해경의 침묵은 삼성 등 가해 측에 대한 국민의 비난을 지체시키고, 사건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는 데 역할을 했다. 이어진 검찰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검찰 발표도 역시 미흡했다. 검찰은 삼성측이 ‘무모한 항해(중과실)’를 밝혀, 유조선보험사(PNI)와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이 배상하는 3천억원을 넘는 금액을 삼성에 청구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특히 무리한 항해가 삼성중공업 회사 차원에서 이루어졌는지를 밝혀, 그 책임을 조직적으로 지도록 했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은 자신들의 역할을 ‘중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과실’ 유무를 따지는 것이라고 했다. 또 삼성의 조직적 지시 여부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회피해, 모든 책임을 선원들에게 한정했다. 따라서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수천 억 원을 호가하는 삼성1호(크레인바지선)의 풍랑 속 항해는 삼성의 용역을 받아 운항한 자본금 5,000만원의 영세 업체인 보람(주)의 직원들이 결정한 것이다. 때문에 혹여 이들의 중과실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3천억원을 넘는 피해액의 배상 주체는 삼성중공업이 아니라 이들 선원들이 된다. 주민들과 국가가 민사상의 배상을 삼성중공업으로부터 받기 어렵게 된 셈이다.
언론 역시 검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 심층적인 보도를 못했다. 수사 결과에 대한 기사의 제목은 “검찰, 크레인 예인선단. 유조선 `쌍방과실’ 규정”이었다. “삼성重 중과실 여부 판단 안 해”는 부제목으로 붙었다. 언론의 보도가 의도적인 것인지, 사건의 본질을 파악 못한 탓인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언론의 무성의한 보도는 결국 삼성의 책임을 면제하는 훌륭한 장치가 되었다.
막막한 피해보상과 희미해진 책임
삼성은 이번 사고의 책임을 험한 폭풍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강철 와이어가 끊어진 것은 우연이고, 자신들은 최선을 다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위험한 단일선체 유조선을 이용하고, 유조선의 부당한 정박을 요구해 온 현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서해 사고가 ‘무리한 운항의 결과’라고 밝혀지면 이들 회사는 무한 책임을 져야할 터인데, 해경과 검찰 그리고 언론의 역할 미흡으로 기름유출 사고는 자연 재해로 규정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의 아름다운 선행에 대한 칭송은 높지만, 사고에 대한 책임 추궁은 시들해진 상태다.
실제로 지난 3월 13일, IOPC는 모나코에서 총회를 열고 삼성크레인 기름유출사고의 피해를 3520억~4240억원으로 산정하고, 보상금액을 3천억원으로 결정했다. 방제작업 1,100억 원을 제외하면, 주민 피해배상액은 어업 및 양식업 1,700억 원, 관광업 720억~1,440억 원 순이다. 19년 전, 얼음벌판인 알레스카에서 액손 발데즈호 기름유출 사고를 낸 액손사는 복구비, 보상비, 벌금 등으로 5조원 가량을 썼다. 그런데 긴 시간이 지나는 동안 인상된 물가며, 서해의 황금어장, 최대의 양식장, 태안해안국립공원의 가치 등에 대한 평가를 외면된 채, 배상은 3천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쑥쓰러웠던지 정부는 방재비용으로 썼던 비용 청구를 연기하겠다고 한다(아마 포기할 듯).
환경운동연합은 삼성크레인에 의한 서해의 피해가 3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민들의 수산, 관광, 상업 등에서의 피해, 공무원, 주민, 자원봉사자 등의 방제비용, 국립공원의 환경복원 비용 등에 대해 정부가 체계적인 조사를 했었다면, 이 금액에 근접했으리라 본다. 하지만 정부는 수산, 관광 분야 주민들의 피해 신고만 접수했고, 환경피해는 눈감았다. 이런 이유로 IOPC는 피해를 3천억원으로 발표하게 됐다. 현재 정부가 공포한 특별법은 주민들 피해의 상당한 부분을 정부가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국민의 세금으로 피해를 보상하고, 방제비용과 환경복원을 포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와중에 해수부까지 해체되면서, 담당 업무를 추진하는 부서조차 사라지고 없는 형편이다.
고기를 잡고, 양식을 하고, 관광을 하던 주민들의 수년치 생계가 망가졌는데도, 책임지는 곳이 없다. 정부는 기름에 독성이 별로 없으니 염려하지 말라하며, 위험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을 칭송하며 환경오염이 다 해결된 것처럼 주장한다. 서해의 기름오염이 별거 아닌 사고로 묻히고, 주민들의 피해도 그저 그런 수준으로 정리되면서, 삶의 수단을 빼앗긴 주민들과 황폐화된 환경의 복구를 위한 비용 마련은 요원해지고 있다.
사회적 책임 평점 높지 못했던
사고 기업들
위에서도 일부 언급 했지만 이번 사고의 핵심은 기업들이 안전과 환경보호의 의무를 게을리 한 것과 연관이 깊다. 사회적 의무를 져야 할 기업들이 당장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신들의 책임에 둔감했던 탓이다. 이들은 사고 후에도 책임을 피하기 위해 해경과 검찰에 대한 로비, 기자들에 대한 접대, 책임회피, 시민단체들에 대한 왜곡된 홍보 등을 진행했다. 삼성중공업은 1,000억원, 현대오일뱅크는 40억원을 기부하겠다며, 자신들의 잘못을 면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사회에선 아직도 기업이 사회가 요구하는 책임을 다함으로써,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글로벌 규범을 도입함으로써 신뢰와 인지도를 높이려는 의지가 약하다. 소비자와 투자자들이 지속가능경영을 솔선수범하는 기업들을 장기적으로 선택하리라는 판단이 없다. 이들은 약간의 운송비를 아끼고, 하루치 일감을 위해 부당한 판단을 서슴없이 했다. 비자금을 조성, 정치권과 검찰에 대한 로비, 노동자들의 권리 외면 등은 이런 인식들의 결과다.
마침 환경연합이 2005년과 2006년 우리나라 기업들을 평가해 발표한 “35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 평가” 결과는 상징적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평가 기준인 ISO26000(사회책임) 가이드라인에 따라, 환경, 인권, 노동, 소비자, 지배구조, 공정경쟁, 공동체참여/사회발전 등 7개 분야에 걸쳐 진행한 조사에서 한국의 30대 기업들의 점수는 B-로 보통 이하였고, 기름유출 사고에 책임이 있는 삼성중공업과 현대오일뱅크의 2006년 성적은 C+로 모두 낙제점이었다(100점 기준 현대오일뱅크 50.5점, 삼성중공업 54.3점).
이제 자원봉사자들이
사고의 원인까지 치유에 나서자
태안지역기름유출 사고는 점차 잊혀져가고 있다. 혹은 자원봉사자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로만 남을 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곳에 터 잡고 사는 사람들, 국립공원으로 보호받았던 수많은 생명들의 내일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걱정인 것은 이렇게 면죄부를 받은 삼성과 현대가 어떤 교훈을 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과연 참혹한 기름오염 사고에 대해 단죄하지 못하는 우리사회가 과연 미래의 위험에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검찰(서산지청)이 수사를 포기한 삼성의 중과실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하고자 삼성중공업에 대한 범국민 고발운동을 벌이고 있다. 서해의 피해 주민들, 기름방제활동에 참여했던 자원봉사자들, 시민사회의 회원들과 함께 고발인단을 모집해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들의 시도만으로 지금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이제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절망의 서해에 희망을 만들었던 국민들이 부정한 사회를 개혁하는 또 다른 기적을 만들어 내야 한다. 자원봉사의 숭고한 활동들이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높이는 방향으로까지 나아가야, 어제의 비극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위 기고문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태안신문 2008-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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