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동(7) 삼길포~영포항 - 안면도는 섬이 아니었다 -

[늙은山나그네]

여덟째 날, 아홉째 날(5월 11일, 12일)

(7)

어르신 목숨이 몇갭니까

강희석과의 약속시간은 아침 7시 30분.
1시간쯤 여유로운 아침을 중앙호수공원 산책으로 보냈다.
상서로운 땅이라는 서산(瑞山)의 출현 시기는 삼한시대란다.
마한의 부족국 '치리국국'이 부침을 거듭하며 변하고 변해 지금의 서산시가 되었다니까.
많은 돈을 들여 잘 조성해 놓았으나 평일 아침이기 때문인지 한가로운 공원이다.

지자체 장들이 하나같이 임기 내의 가시적 치적 위주 행정을 펼침으로서 외관은 그럴싸

하나 내실이 없어 속빈 강정 꼴이라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가고 있단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들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문득, 카카벨로스(스페인의 작은 지자체) 시장의 어이없는 짓이 떠올랐다.
빚에 시달리다 못해 1년치 시 예산으로 복권을 샀으나 불행히도 당첨되지 않았다는 것.
참담했던 IMF사태를 경험하고서도 부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정신감정 대상이다.

강희석은 나를 어제 픽업했던 장소에 내려놓고 갔다.
특정종교에 지나치게 몰입된 젊은이라는 느낌인 그는 어제와 달리 많은 것을 물어왔다.
마치 카운슬러(counselor)와 클라이언트(client)의 관계처럼.
한국인 클라이언트들은  예외 없이 자기 문제의 해결에 도움을 주는 카운슬러가 아니라
스스로 내린 결론에 동의해 주는 카운슬러를 원한다.
자기의 견해에 우군이 되어 주지 않는 카운슬러는 함양 미달이거나 부적격자다.
고민을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답을 가지고 와서 동의를 구하기 때문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한국 카운슬러 직업의 애로가 여기에 있다.
거듭 도움 준 고마운 청년이지만 그도 예외일 수 없다고 판단되어 동문서답으로 피하고
균형잡힌 시.감각과 생활이 건전사회의 멤버십(membership) 임을 강조했는데 글쎄!

자욱한 안개로 인해 시야가 막혀 걷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는 아침.
삼길포에서는 대산석유화학단지가 점유중인 해안을 뚫을 길이 없다.
따라서, 위험천만한 38번(77번)도로 외에는 걸을 길 또한 없어 난감했다.
더구나 단지의 단골차량은 탱크로리를 비롯해 대형 특수,특장차 등 거리의 폭군이 주를
이루고 있어 더욱 엄두를 내지 못하게 했다.

삼거리 현대오일뱅크 주유소에서 도로 사정을 청취하려는 내게 대형카고트럭 운전자가
무지막지한 반문을 했다.
"어르신 목숨이 몇갭니까."
기가 차게 놀라운 사실은 나같은 사람이 자기네의 혐오 대상 1호라는 것.
차존인비(車尊人卑/사람대접 못받는) 현상도 분하고 서러운데 혐오의 대상이라니?

맥이 빠지고 걸을 기분도 나지 않았으나 역으로 화를 돋아서 대산읍사무소앞까지 갔다.
그야말로 막무가내였으나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서남동 길의 완성을 위해서는 차로는 걷지 않는다는 원칙(사고당하지 않아야 하므로)을

세웠음에도 화약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것에 다름아닌 위험한 짓이었다.
긴장 완화와 기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인데 대산하나로마트 앞에 도착했다.
마트에서 떡대와 펩시를 구입해 식사함으로서 여유를 찾았다.
대형 마트와 농협이 성황인데도 정자나 쉼터시설이 전무한 것은 너무 인색한 것 아닌가.

이즈음, 우리나라의 농어촌과 산간 벽지 오두막 집까지도 차량은 불가결한 생필도구다.
차량의 공과 과가 어떠하든 시골 노파 외에는 아낙들 까지도 대부분 차를 운전한다.
그래서 차를 몰고와 면단위로 있는 하나로마트에서 생필품들을 잔뜩 사간다.
소규모 가게들이 생존할 수 있겠는가.
대(大)를 위한 소(小)의 희생은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왜 민간 대형마트만 동네북이 되어야 하는가.
대(對)고객 서비스의 개선을 비롯해 특단의 생존전략은 강구하지 않고 구태의연한 소매
상들의 도태를 왜 막아주려고 무리수를 두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지곡면~성연면 몇km라도 피하려면 버스 이용이 불가피했는데 성연면 고남저수지 입구,
일광정류소에 모여있던 촌로들이 하차하는 나를 환영(?)했다.
아마, 큰 배낭을 멘 괴상한 늙은이에 대한 호기심의 발로였을 것이다.
80~90처럼 보이는데도 동갑은 하나일 뿐 연하인 그들에게도 내가 선망의 대상이라니.
그들은 중구난방이기는 해도 팔봉산을 돌아 태안으로 가는 해안길을 소상히 알려줬다.

금북정맥의 추억

상서로운 지방이라고는 하나  분교가 본교로 승격했다가 다시 분교로 강등되고  마침내
폐교된 을씨년스런 일광초등학교 교사(校舍)의 증언은 무엇인가.
학령기 아동이 없기 때문이다.
산업사회가 몰고온 젊은이의 도시집중 현상의 결과라고 단선적으로만 진단할 것인가.
콩나물교실이라던 오명(汚名)이 사라졌을 뿐 아니라 폐교의 위기를 맞고있는 대도시의
학교들에 대한 설명이 궁색하다면 진단에 오류가 있는 건 아닌지.
또, 젊은이가 집중하는 공단지역에 학령기 아동이 귀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고남저수지를 지나 얼마 뒤 만난 한 초로 남의 염려는 서산지방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낚싯대를 드리워놓고 차를 몰아 물꼬를 살피러 다닐 만큼 낚시 마니아인 그는 양지바른
산기슭을 비롯해 도처에 들어선 서구풍 전원주택들의 실태를 걱정했다.
소위 귀농자들의 현실은 TV방송들의 조작(造作)과 달리 심각하다는 것.
다문화 가정의 미화도 함께 비판했다.
그의 예리한 분석과 비판에 매료되었던가.
내 진로가 바뀌고 있는 것을 망각했으니.
팔봉산 입구 사거리까지 태워준다던 그의 차가 사거리를 지나 어은리 쪽으로 가는 것도
잊고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으니까.

해발 361.5m 팔봉산을 끼고 돌아가는 길 대신 산록을 직진하는 지름길이다.
그쪽 길은 인연이 없는지  지곡면 부성산에서 팔봉으로 가는 산길을 시도했으나 길잃고
헤맬 위험이 있다고 만류해 성연면으로 넘어왔는데 또 그랬으니까.
팔봉산자락 관개(灌漑)수로에 낚싯대를 드리워놓은 그 분은 자기의 낚시터로 돌아가고
나는 태안땅으로 넘어가고 있다.
결국 서산의 바다는 맛만 보다가 만 꼴이 되었다.
내 서남동 길과는 거리가 있으나  아름다운 서산의 산과 바다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20km 남짓의 '아라메길'도 솔깃하게 하는데.(아라메는 바다와 산의 옛말 합성어)
정주영 공법이라는 방조제 축조 신화의 발상지 서산방조제와 천수만 버드랜드도 물론.

마지막으로 팔봉산을 응시하는 순간  해안로에 푹 빠져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금북정맥
이 떠올라 지형을 살펴보았다.
8년만의 일이지만 반대편 산이 금강산과 장군산이 분명했다.
서해고속도로 굴다리에서 성왕산, 금강산, 장군산, 오석산, 백화산,  태을암을 거쳐 태안
읍사무소 앞까지 줄달음쳤던 2004년 여름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어은리, 산후리 마을 이름이 왜 생소하지 않은지 그 까닭도 바로 밝혀졌다.
정맥이 통과하는 마을이라 뇌리에 익혀져 있던 것이다.

'바다가 있어 행복한 마을' 이라는 태안읍 어은1리를 지나서  낮은 고개마루의 이색적인
교회건물이 걸음을 멈추게 했다.
전통적인 고정관념을 깨는 수입형 전원주택 스타일에 십자가가 없는 교회다.
우리나라의 대형교단중 하나인 감리교회 소속 에덴교회인데 수구적이며 경직된 마인드
(mind)에서는 나올 수 없는 발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교회(개신교)와 성당(가톨릭)으로 단순 구분되는데 장기간 가톨릭국가
였던 스페인은 교회(Iglesia/Church)와 대성당(Catedral/Cathedral)으로 구분하는 듯.
우리나라의 성당 거개가 교회에 해당하고 특정지역의 주교좌 교회를 대성당이라고.
외딴 소규모 교회(예배당)는 따로 에르미타(Ermita)라고 한다.

지방자치적 선출제로 임기가 없는 장로교회 목사와 달리  중앙집권적 임명에 따라 순환
근무하기 때문인지 열성적이지 않은 목사로부터는 주목할 만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건물에 대해서는 자기의 부임 이전 일이라 모르겠단다.
하긴 건물 자체가 신성할(聖殿이 될) 수 있는가.
말구유에 태어난 예수가 언제 호화로운 건물을 원했던가.
하느님과 예수를 빙자한 장사꾼들의 사치스런 변종 장마당으로 변질된 것 아닌가.
돌 위에 돌 하나 남김 없이 파괴될 회칠한 무덤에 다름 아닌 건물이 뭐 그리 관심거리?

어은1리의 갑장 김 영감은 지금도 오토바이가 애마란다.
승용차는 부담이 가고 여기저기 오토바이 나들이를 하며 무료를 달랜단다.
자식 뒷바라지에 으스러지도록 흘린 피땀이 보람되어  자식들은 의사가 되고 굴지 회사
의 간부도 되었다고 자랑하던 그가 시골 사는 게 편하다고 말할 때는 맥이 없어 보였다.
너나 없이 우리의 현실이다.
삼강(三綱)이 한강,낙동강, 금강이 된 후의.
 
6km쯤 남았다는 태안군청을 향해 주마가편하듯 걸음을 재촉했다.
역사적 뿐 아니라 지리적 변혁이 많았던  태안반도의 군지(郡誌)가 꼭 필요한데 그 책을
얻으려면 내일은 토요일이므로 퇴근시간(18시) 전에 도착해야 했으니까.
공포의 32번도로에서 분기된 634번 지방도로는 무료할 정도로 차량의 왕래가 뜸하므로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버스를 탈 수는 없지 않은가.

한 영감의 출현에 퇴근채비하던 태안군청 문화관광과 직원들이 잠시 주춤하는 듯 했다.
내 방문 목적을 들은  담당 직원들은 군지와 기타 자료를 서둘러 챙겨주었고, 특히 관광
마케팅 팀 칩(chief) 양수준은 내가 궁금해 하는 점들을 소상하게 설명했다.
그의 설명중 안면도가 섬이 된 내력은 단연코 압권이었다.
나의 서남동 길에  태안군 해안 전체를 포함시킬 수 없는  지리적 특성을 그는 세련되게
정리해 내 고민을 덜어주었다.
그들도 남녀가 한 목소리로 나를 롤 모델로 삼겠다고 했지만 글쎄!

왜 정서진인가

양수준이 알려준 찜질방은 군청 지근이다.
위태로웠던 아침나절에 비해 무사한 하루였고  예정대로 태안에 도착해  편한 찜질방에
묵고 있다면 늙은 나그네에게는 더 바랄 수 없는 행복이다.
태안에 다시 오기는 금북정맥 이후 2년 모자라는 10년인데 강산이 엄청 변했다.

"산천 의구란 말 옛 시인의 허사로다"가 맞는 말이다.
양수준의 조언대로 전대미문의 기름유출사고를 극복한 감동적 대하드라마의 솔향기 길, 
아직 조성되지 않은 학암포~만리포 길은 버리고 해변길만 택하기로 했다.

다만,인천에서 뱃길로 왕래했던 백리포, 천리포, 만리포 추억과 먼저 가버린 친구M과 두
가족이 70년대 초의 어려운 길을 운전해 왔던 추억을 반추해 보려 했으나 실패했다.
전혀 생소한 바다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한데, 만리포 해변의 '정서진' 오석표지석이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수도 광화문에서 정동쪽이라 해서 강원도 강릉시 작은 나루를 정동진이라 한다.
정북은 함경북도 중강진인데  광화문과 일직선 상에 있는 남쪽 끝마을이 속한 전라남도
장흥군은 정남진이라고 홍보하고 있다.(관산읍 사금과 용산면 남포가 다투고 있지만)

그렇다면 정서는 어디인가.
인천시의 어느 마을이 되어야 한다.
왜 엉뚱하게도 위도상으로 한참 아래인 만리포가 정서인가.
서쪽 땅끝이기 때문이라고?
대한민국이 남한뿐인가?
NLL(Norhern Limit Line/북방한계선)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그것은 바다의 휴전선
일뿐 대한민국의 국경선은 압록강 ~ 두만강이다.
정동진이 동쪽 땅끝이며 정남진이 남쪽 땅끝이며 정북진이 북쪽 땅끝인가.

백두대간 속리산 천황봉에서 분기한 한남금북정맥이 칠장산에서 한남과 금북으로 다시
나뉘어 김포의 문수산과 태안의 안흥만으로 각각 내려간다.
안흥만으로 떨어지는 마지막 정맥이 지리멸렬 되어 당황하게 하는 태안이다.
(금북 길을 마치고 안흥만 방파제에서 긴 상념에 빠져있다가 귀경수단을 다놓쳐 난감했
을 때 기적적으로 재회해 도움 준 수원의 한상남 부부 생각이 간절한 곳이기도 하지만)
제비들의 포구(燕浦)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물가(戀浦)라고 고집하는 태안이다.
뱃길을 트겠다고 멀쩡한 육지를 섬으로 만든 태안이다.
그러고 보니 태안은 태평하고 안녕하다는 이름과 달리 억지가 전통인 지방인가.

태안읍에서 남면 몽산포 해변으로 갔다.
남면(南面)의 13km '솔모랫길'은 낯익은 국립공원 길 표지판의 안내로 시작된다.
송림 캠핑장과 문주를 통과해 안면도를 섬으로 만든 드르니 항까지 가는 해변길이다.
이름대로 울창한 솔밭 사이로 난 모랫길이다.
달산포, 청포대, 마검포, 곰섬의 해변길을 걷는 것 외에도 진실 여부는 접어두고 별주부
마을과 자라바위, 원청리 독살(石箭), 신온리 천일염전 등 볼거리가 많은 해안로다.
부득이 우회해야 하는 일부 구간과 관리 미숙으로 웃자란 송림이 유감이기는 해도.

안면도는 섬이 아니었다

남면 드르니 항에서 목전인 건너편 안면읍 백사장 항에 가려면 역(逆)ㄷ자로 멀리 안면
대교를 건너야 한다(곧 직결하는 인도교가 개통될 것이라지만)
'들르다,들러간다'에서 유래되었다는 드르니 항과 백사장 항의 개항시기는 언제였을까.
아마도 조선조 16대 인조 때 이후였을 것으로 짐작해 본다.
왜냐하면, 본래 곶(串)이었는데 인조 때 현재의 남면 신온리와 안면읍 창기리 사이를 두

동강냄으로서 섬이 되었다니까.

삼남의 곡창에서 도성으로 운반하는 세곡(稅穀)의 빈번한 약탈과 지연때문에 고심하던
조정이 육로 은송을 서해조운(漕運)으로 전환함으로서 안면곶에 뱃길을 텄다는 것.
진주의 낙남정맥을 절개하여 인공강을 만든 것 처럼.
이 대역사를 주도한 대신은 김육(金堉/1580~1658)이란다.
선조때 출사해 광해군, 인조를 거쳐 효종때 영의정에 올랐으며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각종 현물을 쌀로 내는 대동법(大同法) 시행을 관철한 상신(相臣)이다.
충청과 호남에서 대동법의 시행으로 많은 대동미가 수집되었다.
이 쌀의 원활한 운송을 위해서는 천수만에서 서해로 나가는 바닷길이 필요했을 것이다.

드르니 항에서 순찰 나온 경찰관에게 노을길에 진입하는 길을 물었는데  그들은 자기네
순찰차에 나를 태우고 백사장 항까지 달렸다.
양쪽 항구 사이를 운행하는 버스가 있다면서도 늙은이에 대한 공대(恭待)일 것이다.
그들 덕에 12km 꽃지구간이 한결 편해졌다.

지방어항인 백사장 항의 수산시장은 대소형 차량들로 북적대고 있다.
실속은 부유한 승용차족에 있겠지만 외적 성황은 대형 관광버스들에 의해 이뤄진다.
동시에 많은 인원을 퍼뜨리니까.

백사장 해변, 삼봉해변, 방풍림 숲길을 반복하고 방부목판으로 조성한 1004m 천사길이
끝나는 곳에 대기중인 기지포탐방지원센터에서 차 대접과 브리핑(briefing)을 받았다.
삼봉해변의 세 바위봉과 무덤 모양의 바위산에 얽힌 전설이 있단다.
수전노 어부로 인해 세 딸과 아내가 바위봉과 바위 산이 되었다는.
창정교 다리를 건너가기 위해 적잖이 우회하는 것은 노을길이 안고 있는 숙제로 남기고
안면, 두여 해변을 지나 전망대에 올랐다.
지형이 아름답고 숲이 우거져 도인들이 도를 닦던 마을이라 하여 도여라 불렸다는 해변.
큰 수파(水波)형 습곡이 특이하게 노출되어 있는 해변이 바로 두여해변이다.

밧개해변도 일품이다.
특히,  밀물 때 들어온 물고기가 그 안에 갇혀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는 원리를 이용한
어로법이라는 독살은 지금은 원시적이지만 선인들의 지혜를 가늠하게 한다.
('독살'은 일명 돌그물이라 하며 '石箭' 즉 '돌살'의 訛音이라고)
방포전망대에서 둘러보는 방포, 꽃지 해변과 할미,할아비 바위는 노을길의 마지막 경관
이며 노을길의 백미라는 꽃지 할미 할아비 바위는 명승 제69호다.
꽃지와 할미, 할아비 바위는 변산 채석강, 강화 석모도와 함께 서해안 3대낙조로 꼽힌다
해서 노을길의 백미라고.

간조때는 육지와 연결되어 많은 관광객이 다녀가는 할미 할아비 바위는 망부석(望夫石)
유형의 전설을 지니고 있다.
출정한 남편 승언(承彦)을 기다리다 지친 아내 미도는 죽어서 바위가 되었으며  이 마을
승언리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으나 이 마을에 살았던 승언의 이름을 땄다는 것.
아내가 죽은 후 어느 날 밤 돌연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뇌성벽력 끝에 할미 바위 옆에 큰
바위가 우뚝 솟아서 이를 할아비 바위라 부르게 되었다는 뒷 부분은 훗날 첨가되었단다.

꽃지, 꽃다리는 명승답게 많은 사람이 북적대고 있다.
더 이상 길게 이어갈 태안의 해변은 없다.
꽃지 ~ 영목항의 해안은 '샛별바람길'이라는 이름으로 장차 조성될 예정이라니까 그 때

까지 기다릴 수 밖에.
태안 남단 영목항에서 해안을 이어가려면 되돌아가  서산 남단을 거쳐 홍성땅 천수만을
타고 보령으로 남하하거나 영목항에서 대천행 여객선에 올라야 한다.
전자는 충청대로 답사때 밟은 길이므로 후자를 택했다.

영목항 ~ 대천항의 연육교는 2020년에 개통예정이란다.
대천항 여객선의 마지막 배는 이미 떠났고(17;40) 아침 8시 10분까지 기다려야 한다.
영목항 지근인 고남리 마을회관 겸 경로당이 돋보였다.
물어물어 이장집을 찾아갔으나 도난사건이 빈발하여 외지인의 출입을 금하고 있단다.
도난사건과 결부하는 것은 내가 도둑일 수도 있다는 뜻 아닌가.
백두대간 괘방령 아래 음식점 S의 주인과 한판으로 고약한 인심이다.

길가 집 불켜진 평상에서 라면을 끓여먹는데 젊은이가 김치를 들고 왔다.
이장의 심성이 고약할 뿐 마을 인심은 그렇지 않음을 확인시켜주는 김치다.
동구밖 비닐하우스를 눈여겨 본 후 영목항의 밤샘 조사들과 어울리다가  이슥한 시각에
비닐하우스 문을 열었다.
나는 들판의 비닐하우스 무단 침입 상습범이었다.
대간 정맥 종주때 숙박용 장비로 통비닐 하나만 지니고 다닐 때의 일이다.
이번 길에도 텐트보다 경량인 통비닐을 가지고 왔다.

무엇을 건조하던 하우스인 듯 바닥에 두꺼운 스티로폼(styrofoam)이 깔려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침낭은 꺼낼 필요도 없고 통비닐 속에 들어가 움직임이 없으니까 요란하게 짓던 개들도
잠잠해졌다.
내가 정녕 풍찬노숙 거지 팔자인가.
놀랍게도 근래에 가장 긴 숙면을 한 밤이었으니까.                                       <계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