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근교 있어도 인적 드물어…많은 수종에 다양한 곤충·새 살아
화려하게 피워내던 꽃들의 시절은 이제 잠잠해지고,
바야흐로 나무들의 부피생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계절입니다.
나뭇잎이 풍성하게 돋아난 나뭇가지들 사이로 좀처럼 빛이 스며들기 어려운 상황이라
키 작은 어린 나무들에게는 달콤한 빛의 맛이 무척 그리울 때입니다.
특히 어린 나무들에게는 그 빛은 생명줄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래도 어린 나무들은 생명을 놓지 않고 한 줄기 빛이 주어지길 바라는 희망으로
시간을 붙잡고 있는 절박함을 관찰할 수 있는 7월의 숲입니다.
혹시라도 장마 때 큰 나무의 가지 하나가 부러지는 날이면, 또는 태풍에 의해 큰 나무가 쓰러지는 날이라도 오면,
어린 나무에게는 너무 나 큰 축복이 주어지는 셈입니다.
무더운 장마철이 시작되는 7월의 숲은 약한 나무도, 튼튼한 나무도, 병든 나무도,
그리고 어린 나무에서부터 수백 년을 살아오고 있는 나무에까지 모두가 공존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그렇게 모두가 공존하는 건강한 숲은 같은 면적의 호수보다도
나뭇잎을 통해 더 많은 물을 증산시켜 주변을 아주 시원하게 만들어 냅니다.
도시의 기온보다 금토동 숲처럼 잘 발달된 숲이 무려 5℃ 이상의 기온차를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무더운 여름 우리가 숲을 찾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이 증산작용을 하는 이유는 자신이 더위를 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알고 보면 자신에게 반드시 필요한 물속에 녹아있는 질소, 인, 마그네슘 등의 광물질을 얻기 위한 전략인 셈입니다.
딱따구리는 살던 집에서 알 낳지 않아
금토동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은 바람을 막아 토양의 습도를 유지시켜주고,
많은 빗물을 마치 스펀지처럼 흡수해서 저장해둡니다.
태양 광선을 차단해서 숲속의 생활환경을 바꾸어 주기 때문에,
많은 다른 식물뿐 아니라 딱따구리에서부터 여름철새인 검은등 뻐꾸기,
꾀꼬리와 작게는 오목눈이와 다양한 박새들이 즐겁게 노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게 됩니다.
때로는 딱따구리가 곤충을 사냥하기 위해 나무 속을 두드리거나,
왠지 수확이 좋지 않을 때는 의도적으로 나무 줄기에 상처를 내면,
나무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몸속에서 수액을 내놓습니다.
그리고는 딱따구리는 잠시 자리를 피했다가
수액을 먹기 위해 모여든 곤충들을 사냥하기 위해 다시 날아오는 영특한 행동도 보이곤 합니다
딱따구리집 입구(구멍)에서 아래로 약 15~20cm 정도에 둥글게 패인 공간에 아기를 기릅니다.
딱따구리는 한 번 살았던 집에서는 다시 알을 낳아 살지 않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딱따구리가 떠나고 나면, 스스로 집을 짓지 못하는 멧비둘기 등이 살게 됩니다.
금토동 숲길은 정일당 강씨 묘에 이르는 길입니다.
그 길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들의 대부분은 밤나무와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그리고 키 작은 모습으로 떡갈나무와 신갈나무, 그리고 졸참나무가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무려 60여 종의 나무들이 서식하고 있지만, 많은 개체수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참나무 6형제 모두 만날 수 있다
중부지방에서 나타나는 참나무 6형제를 모두 만날 수 있습니다.
떡갈나무는 말 그대로 떡을 살만큼 잎이 크다고 해서 붙어진 이름인 반면,
상수리나무는 옛날 임금님 수라상에 올려진 묵이
상수리나무의 도토리로 만들었다 해서 붙어진 이름입니다.
참나무 6형제를 식별하는 분류기준이 있습니다.
6형제 중 떡갈나무와 신갈나무는 잎에 잎자루가 잘 발달되어 있지 않습니다.
졸참나무와 갈참나무는 잎에 잎자루가 뚜렷하게 발달되어 있다는 점에서 식별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들 4형제들의 공통점은 잎의 가장자리가 물결 모양을 하고 있다는 점이라면,
나머지 두 형제인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는 모두가 잎자루가 있으며,
잎의 가장자리가 톱니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 잎의 구분은 잎 뒷면이 연한 초록빛을 띠면 상수리나무이고,
회백색 빛을 띠면 굴참나무입니다.
물론 굴참나무는 나무의 수피에 코르크층이 잘 발달되어 있어 손가락으로 두르면 푹신푹신한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이름이 굴참나무라 지어졌습니다.<참나무 6형제 분류기준>
잎에 잎자루가 없는 떡갈나무와 신갈나무는 어떻게 구분할까요?
일단 잎 뒷면을 보면 털이 많이 나있으면 떡갈나무이고,
털이 없으면 신갈나무입니다.
또한 잎 가장자리가 물결 모양에다 잎자루가 있는 졸참나무와 갈참나무는 또 어떻게 식별할까요?
이 또한 잎 뒷면에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이 있습니다.
잎 뒷면 잎맥 아래에 털이 있으면 졸참나무이고,
털이 없으면 갈참나무로 식별합니다다.
길을 따라 가면서 잎을 보고 참나무 6형제의 차이점을 직접 식별해 봅시다.
참나무 6형제가 한꺼번에 좁은 공간에서 모두 나타나는 것은 흔하지 않기 때문에
참나무 형제들을 마스트하기 좋은 기회인 듯합니다.
물론 참나무류들은 대체로 서로 교잡하여 나타나는 변종이 많다는 점도 알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굴참나무와 상수리나무는 키가 작은 나무를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분류 기준으로 식별해야 합니다.
유일하게 큰 나무로 자라고 있는 전나무 바로 앞,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쇠사슬로 묶어놓은 나무가 있습니다.
정일당 강씨 묘로 올라가는 방향으로 왼쪽에는 굴참나무, 오른쪽에는 상수리나무입니다.
직접 엄지손가락으로 수피를 눌러보면 푹신푹신한 느낌이 오는 것이 굴참나무이고,
그렇지 않고 딱딱한 느낌을 받으면 상수리나무입니다.
왼쪽이 굴참나무, 오른쪽은 상수리나무.
이 두 나무 위쪽인 나뭇잎들이 무성히 발달한 수관을 보면,
서로 좋은 조건을 차지하기 위해 자리다툼이 한창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나면 서로가 함께 살아가는 필요한 존재가 됩니다.
현재의 형국으로 봤을 때 왼쪽의 상수리나무가 좀 더 우세한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건강하게 잘 자란 전나무.
금토동 숲길을 계속 오르다 보면 우람차게 잘 자란 80년쯤 돼 보이는 전나무 한 그루를 만나게 됩니다.
주변에 또 다른 전나무를 볼 수 없는 것과
본디 전나무가 낮은 곳에서 살아가는 나무가 아님을 미뤄봤을 때 필히 예전에 누군가가 심은 나무로 추정됩니다.
전나무는 대체로 높은 고산지대가 자신의 본 고장입니다.
추운 곳에서 살아가는 나무들의 잎은 대부분 가늘고 두툼한 모양인 침엽으로 나타납니다.
바로 추위를 견디기 위한 전략이죠.
반면 넓은 잎을 가지고 있는 활엽수는 추위에 견디기 어렵기 때문에 따뜻한 아래 지역에 분포하게 됩니다.
좀 더 올라가봅시다.
첫 번째, 두 번째 벤치를 만나게 되는데,
그 벤치들 주변에 키가 큰 나무들은 대부분이 밤나무이며,
간혹 갈참나무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키가 중간쯤 되는 나무들인 때죽나무와 쪽동백들을 볼 수 있습니다.
아주 작은 족제비싸리, 땅비싸리, 물푸레나무와 어린 떡갈나무와 갈참나무,
그리고 졸참나무들이 미래의 금토동 숲을 장악하기 위해 씩씩하게 자라서 올라오고 있습니다.
숲이 만드는 유기물 총량은 연 1천억 톤
마침내 정일당 강씨 묘가 눈앞에 나타납니다.
그 주변에 키가 작은 모습으로 자라고 있는 침엽수들이 측백나무들입니다.
살짝 손으로 잎을 문질러 향기를 맡아보세요.
그 향기가 바로 우리의 건강에 좋다는 삼림욕의 대명사인 피톤치드(phytoncide)란 물질입니다.
건물 주변에 근사한 감나무가 자라고 있고,
그 옆에 좀 작은 나무인 대추나무가 보입니다.
좀 더 뒤편에는 산벚나무가 흑색의 버찌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습니다.
산딸나무의 꽃.
산딸나무의 꽃처럼 보이는 꽃받침이 변한 꽃잎과 안쪽에 아주 자잘한 산딸나무의 진짜 꽃잎.
보잘것없는 꽃잎이 다 지고 나면 딸기 같은 모양의 열매가 무르익는다.
산딸나무는 꽃받침 4장이 변해 흰색의 꽃처럼 보이죠.
진짜 꽃은 자세히 보면 정말 보잘 것 없이 작습니다.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산딸나무가 변신을 한 셈이죠.
일단 흰색의 큰 모양으로 곤충의 눈을 현혹한 다음,
가까이 날아온 곤충들의 후각을 진짜 꽃들이 자극해서
마침내 자신의 목표달성을 하고야 마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금토동 숲은 서울 근교에 위치한 숲으로 쉽게 찾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교적 사람들의 발길이 그렇게 많지 않아 주변 숲들이 대체로 자연스럽습니다.
많은 종류의 나무들이 더불어 사는 숲의 모습은 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다양한 곤충과 새들을 쉽게 만날 수 있기에 더욱 좋습니다.
나무들은 숲을 이루고 상상을 초월할 만큼의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유기물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산소를 잎을 통해 대기 중으로 발산합니다.
현재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숲에서 매년 만들어지는 유기물의 총량은 무려 1,000억 톤 가량 된다고 하니,
이를 KTX에 실어 보면 지구에서 금성까지 이어질 정로로 많은 양입니다.
이러한 나무들의 유기물 생산이 없었더라면,
지상에 살아가는 모든 생물의 삶은 불가능했을 것이며,
그 모든 것의 출발은 초록빛 나뭇잎입니다.
이러한 신비로운 숲을 관람하는 것은 분명 축복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늘 흔적 없이 관람하고 박수를 보내는 세련된 관람객의 마음자세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다음에 또 찾고 싶을 때가 올 것이며,
우리 아이들도 이러한 멋진 숲의 맛을 즐길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남효창 숲생태학자·숲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