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이동의 허파, 솔밭공원
우이동 도봉도서관 앞 산 59-1 일대는 솔밭공원이다. 서울의 허파다. 솔밭공원은 소나무 1000여 그루로 조성된 녹지 공원으로, 이곳은 지금 개발 여파로 한층 더 복잡해진 강북구의 숨통을 트여주고 있다. 봄이나 가을이면 학생들이나 유치원생들은 솔밭공원으로 소풍을 오기도 하고,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은 소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장기나 바둑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또 젊은 엄마들은 유모차를 끌고 나와 아이와 함께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연인들은 잠깐 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낭만을 즐기기도 한다. 일만여 평의 공간에서 자란 수백 년 된 소나무가 삶에 지친 주민들에게 좋은 친구이자 휴식처가 되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이렇게 훌륭한 자연 공간을 가질 수 있기까지는 참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솔밭공원은 온갖 쓰레기 더미가 방치된 애물단지였다. 사람들은 쓰레기가 방치된 소나무 평지에 다시 쓰레기를 갖다 버렸고, 그렇게 쌓인 쓰레기는 여름이면 악취를 풍겨 인근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주민들은 그렇게 방치된 소나무 군락지를 바라보며 “아니 구청에서는 도대체 뭐하길래 저걸 저렇게 놔두나.”라고 불평하기도 했다지만 사실 그곳은 사유지였다, 그러다보니 수익이 나지 않는 땅에 대한 관리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고, 수백 년 된 소나무는 쓰레기들 때문에 그 위용을 자랑하기는커녕 오히려 시들시들 병들어가야 하는 처지에 놓였던 것이다.
솔밭의 소나무는 그동안 너무 많은 괴롭힘을 당해왔다. 사람들에 의해 못이 박히고 껍질이 벗겨지고 심지어는 구멍까지 파여 농약과 기름을 주입당하는 끔찍한 짓을 당했던 것이다. 게다가 땅 주인은 이를 은폐하기 위해 솔숲에 담까지 쳐놓았다. 정말 화가 치미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솔밭을 살리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는 것이다.
김말남. 그녀는 솔 숲 살리기 운동을 펼쳤던 사람 중 한 사람이다. 김말남씨는 지금 ‘21녹색삼각산공동체’라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소나무가 인간에 의해 처참하게 죽어가는 꼴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만 없다면서 분연히 솔 숲 지키기에 나섰다. 나는 그녀와 함께 누군가가 소나무에 저지른 악행을 언론에 알렸고 서울시에 진정서를 넣었으며, 솔밭 형질 변경반대 서명을 받으면서 악착같이 소나무를 살리기 위해 애썼다. 또 전 서강대 교수였던 성염 바티칸 대사와 그 부인인 전순란 여사 역시 솔밭 공원 살리기에 무척이나 애를 많이 썼던 분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으로 솔밭은 결국 서울시가 매입하게 되었으며 강북구청이 158억 8천 5백만원이란 돈을 들여 아름다운 초록 공원으로 만들었다. 애물단지였던 솔밭이 2004년 1월 강북 최고의 아름다운 공원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이곳 솔밭공원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지 않는다. 솔밭공원을 보면서 우이동에 산다는 것을 큰 축복으로 여긴다. 솔밭공원 덕분에 부동산 가치는 상승했고 상권이 활기를 찾았으며 무엇보다도 주민들은 건강이 좋아졌다고 다들 만족해하고 있다. 솔밭공원 하나로 동네가 훤해지고 쾌적해져서 그 어떤 동네에 비하여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동네의 자랑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솔밭공원이 늘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는 걸 보면서 구청이 이 수준 까지 관리하려면 아주 힘들겠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사실 솔밭공원 관리는 ‘소나무를 사랑하는 모임’에서 전적으로 맡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명 ‘솔사모’는 주민들이 만든 시민단체인데 공원 관리의 많은 부분을 오히려 구청에서 도움 받고 있는 처지다. 주민을 위한 녹지를 만들었더니 주민들이 애정을 가지고 알아서 관리를 잘 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관청에서 공원을 관리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관리가 잘 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솔밭 공원에서 어떤 행사가 열릴 경우 구청 직원이 관리를 한다고 사람들에게 이러저러한 일은 솔밭에 해가 되니 주의해 달라고 요청하면 사람들은 별 걸 다 간섭한다며 언짢아 하지만, 지역 주민이 같은 주민 입장에서 좀 주의하자고 부탁하면 두 말 할 것도 없이 순순히 그에 따른다. 그러니 구청 입장에선 ‘솔사모의 활약’이 반갑고 고마울 수밖에.
“우리 동네 행복 만들기 그 두 번째 이야기 중에서”


2004.01.28 솔밭공원 개원식에 축사를 하시는 이명박 시장님

커팅식에 참석한 내외 귀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