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세타, 그리고 레디고스를 향하여

[마르타]

메세타, 그리고 레디고스를 향하여

최옥

어젯밤, 끝없이 발을 주무르며

내일은 괜찮아야 할 텐데, 하다가

괜찮을 거야, 중얼거리며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신발 끈을 조이며 배낭을 메고 일어섰더니

가볍더군요 저녁이면 죽을 만큼 힘들다가

아침이면 다시 걸을만해지는 힘이 어디서 오는지

나는 알고 있습니다 오늘도 당신 함께입니다

두려울 때마다 나를 지켜준 무기는

이름 없는 순례자의 예수기도

'주 예수 그리스도님, 이 죄인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몇 시간이고 그 기도를 붙잡고 걸어갔습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메세타,

내 몸 하나 숨길 곳 없는 황무지 길에

뜨거운 햇빛이 쏟아지고 십사 키로가 넘는 일직선의 길을

마치 러닝머신을 하듯 걸었습니다

빵 한 개, 과일 한 조각으로

팔 키로 배낭을 메고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님에도

나는 어찌 그 길을 지나올 수 있었을까요

그 길에서 날마다 기적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