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권두언 ㅣ
사랑의 의미를 새기다
이상원 (달섬문학회 고문)
12원입니다. 유장하게 흘러가는 시간 위에 매듭을 하나씩 지어주던 <달섬문학>을 올해는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염려했는데 달섬 회원들 정말 대단하십니다.
제2 제3의 일거리들은 아름으로 끌어안고 동분서주하면서도 해를 넘기지 않도록 다독이셨
습니다. 뿐만 아니라 올해는 회원의 반수에 가까운 분들이 시집을 상재했으며 미술 부문에서
도 세 분이나 수 차례의 전시회를 열고, 학문이며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
이셨습니다. 대풍입니다. 지난 해 유명을 달리하신 김정숙 부회장의 부군께서도 내자의 빈자
리를 추모시선집으로 아름답게 지키셨습니다. 안타까운 중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는 쟁반 위에 놓인 사과껍질이 조글조글 말라가면서도 사과의 육질이나 향을 그대로 지켜
내는 것을 보고 시를 쓴 적이 있습니다. 건가ㅇ상의 이유로 메번 시낭송회에 참석하지는 못하
지만 우리는 모두 사과의 육질과 향을 오래도록 지켜내는 껍데기의 역할도 충실히 해내기를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지난 여름 몸이 불편한 김종선 시인의 출판기념회에서 4층을 오를
수 없어 참석은 못하지만 늘 달섬과 더불어 시 공부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깊은 감명을
받고 달섬문학회가 바로 껍데가라는 생각을 더욱 굳게 했습니다. 달섬이라는 문학회 안에서
서로 어우러져 시를 공부한다는 것은 크나큰 위로이며 선물입니다. 달섬은 여느 문학 단체와
달리 문학의 정통성과 순수성을 지키면서 서로의 문학을 존중하며 보다 나은 시적 경지에 도
달하도록 서로서로 북돋아주는 모임입니다. 이것이 20년 동안 흔들림 없이 잔잔하게 흐르고
있어서 해마다 축 하할 일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사랑을 테마로 연작시를
쓰고 싶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책 반 권의 분량을 채우기도 전에 병원으로 실려가서
일 년 이상을 넘기고 나온 지금도 지팡이에 의지할 때가 있습니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넘어오는 곳에는 항상 사랑의 힘이 작용한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했으며,
지금도 달섬에서 컴퓨토 자판을 두드리며 살아갑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를 둘러싼 껍데기의
힘이며 우리들의 목소리가 힘을 받는 이유요, 세상이 존재하는 힘일 것입니다. 바로 이 사랑의
원리가 시의 핵심을 이루고 시를 빛나게 한다고 믿습니다. 회원들의 시가 사랑으로 깊어지고
빛나면서 함게 행복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주) 백합 이브자리, 고춘식 회장님께서 쾌적한 자리에서 시낭송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
심에 항상 깊은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이브자리의 발전을 기원하며 달섬문학 14집을 위해
수고하신 편집위원과 우리의 글을 결실로 이어주신 파루에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차 례
┃사진으로 보는 달섬 2019┃
┃발간사┃ 사랑의 의미를 새기다 / 이상원 (달섬문학회 회장 ) 10
┃달섬에서 소개하는 시┃
김윤철의 시조 읽기 / 김문억 14
맥락에 기초하여 오남구의 「쑥, 쑥」 읽기 / 김예태 18
┃초대시┃
장지성 26 가을 대부도 / 다솜풀이 23
성숙옥 29흘러간다 / 늦가을 속에서
┃회원시┃
고종목 32 | 무늬야 놀자 / 베낀다 |
이상원 35 | 그럴 수도 있겠다 / 길 |
김문억 38 | 만해 생각 / 김성도씨가 보내 온 편지 / 진눈개비 / 독후감 / 꽁초 |
김숙자 44 | 손금을 읽다 / 사과를 깎으며 / 아직도 흐르네 / 비움 4 / 굴 따는 손 |
김영수 50 | 또 하나의 마음이 있어서 / 이름표 달기 / 봄바람 / 문학회에 들어와서 / 꽃놀이 |
김예태 56 | 우주에 말 걸기 2 / 이원분리 / 연꽃 피다 / 비트모지 / 꽃 지던 날 -김유선 시인 떠나던 날 |
김종선 63 | 밥알 / 고령화 / 유년 1 / 여름비 / 연탄 |
신은미 69 | 이브들의 모임 / 채워도 빈 것 같은 / 갈바람 / 나무처럼 / 5월의 비 |
원 공 75 | 짧은 시모음 노인 / 사념의 홍수 / 시를 보는 마음 / 명상심 / 인생살이 / 새순 / 무소유 / 낙화 / 협동 / 어머님의 병환 |
이영애 81 | 시집/ 이율배반/ 윤회輪廻 / 불일불이不一不異 / 사람의 마음은 |
이춘명 87 | Let it be 1 / Let it be 2 / Let it be 3 / Let it be 4 / Let it be 5 |
전정자 93 | 터널 / 참새 떼 / 영평천 -금수정에서 / 가을과 나는 / 물 |
차목련 99 | 풀잎 위에 큰집 / 목련꽃 이울다 / 어둠의 다비식 / 행선지는 / 색안경을 끼다 |
최동희 10 | 0으로 말하다 / 이진법으로 세상보기 / 겨우살이의 지혜 / 삼일절 100주년 태극기 / 리어카를 끄는 여자 |
최천숙 114 | 기러기 / 꽃잎 떨어지네 / 내 이름엔 하늘이 있다 / 삼척 바닷가에서 / 정연이 |
황명운 120 | 런던이 / 꽃, 순이 / 卍 / 어머니 / 무게 |
┃특 집┃
Ⅰ 김정숙 시조시인을 추모하다 / 김숙자 127
집 Ⅱ 달섬문학의 현장을 보다 / 좌담회 135
┃달섬문학회 연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