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법연화경 제 4 권
제 십이. 제바달다품
제 2 장
이때 하방세계에서 다보세존을 따라온 보살이 있었으니 이름이 지적이라. 이 지적보살이 다보 부처님께 "이제 마땅히 본토로 돌아가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고 여쭈었다.
그러자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지적보살에게 말씀하시기를,
"선남자여, 잠깐 기다려라. 여기 문수사리보살이 있는데 서로 만나서 묘법을 논의한 뒤에 본토로 돌아가도록 하라."
그때 문수사리보살은 큰 수레바퀴만한 천 개의 꽃잎으로 된 연꽃 위에 앉았고, 같이 온 보살들도 또한 보배연꽃 위에 앉았는데 큰 바다 속 사갈라 용궁으로부터 저절로 솟아올라 허공에 머물다 영취산에 이르러, 연꽃에서 내려와 부처님 앞에 나아가 머리를 숙여 다보 부처님과 석가모니 부처님 두 분 세존의 발에 절하였다.
예배를 마치고 지적보살이 있는 곳으로 가서 서로 안부를 물으며 인사를 나누고는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지적보살이 문수사리보살에게 물었다.
"인자께서 용궁에 가셔서 교화하신 중생의 수가 얼마나 되나이까."
문수사리보살이 말하였다.
"그 수 무량하여 헤아릴 수 없으리니 입으로 말할 수도 없으며 마음으로도 잴 수 없으니, 잠시 기다리면 스스로 증명되어 알 수 있으리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저에 무수한 보살들이 보배연꽃 위에 앉아 바다로부터 솟아올라와 영취산에 나아가 허공에 머물렀다.
이들은 모두 문수사리보살이 교화하여 제도한 보살들로서 보살행을 갖추고 모두 육바라밀을 논설하며, 본래 성문이던 사람은 허공에 있으면서 성문행을 설하다가, 지금은 모두 대승의 공한 이치를 수행하고 있었다.
문수사리보살이 지적보살에게 말하였다.
"바다에서 교화한 일이 이러하나이다."
그때 지적보살이 게송으로 찬탄하여 말하였다.
큰 지혜와 높은 덕이 용맹하여
무량중생 교화하고 제도하시니
이제 여기 모인 나와 대중
다 이미 보았나이다.
실상의 뜻 펴시며 일승법을 열어 밝히시고
널리 모든 중생 제도하여
깨달음을 속히 이루게 하셨나이다.
문수사리보살이 말하였다.
"나는 바다 속에서 오직 항상 묘범연화경만 설하였나이다."
지적보살이 문수사리보살에게 물었다.
"이 법화경은 매우 깊고 미묘하여 모든 경전 중에 보배이며 세상에서 희유한 바이니, 더러 중생이 부지런히 정진하여 이 경을 수행한다면 속히 성불할 수 있겠나이까."
문수사리보살이 대답하였다.
"있나이다. 사갈라 용왕에게 딸이 하나 있으니 나이는 겨우 여덟 살인데, 지혜롭고 총명하여 중생들의 여러 근성과 행업에 대해 잘 알며, 다라니를 얻어 모든 부처님들께서 설하신 매우 깊고 비밀한 법장을 다 받아 지녔으며, 선정에 깊이 들어가 모든 법을 통달하고 있으며, 찰나 사이에 보리심을 내어 불퇴전을 얻었고, 변재가 걸림이 없고 중생들을 생각하기를 갓난아이 같이 하며, 공덕을 다 갖추어서 마음으로 생각하고 입으로 말함이 미묘하고 광대하며, 자비롭고 인자하고 겸손하며 그 마음이 온화하고 우아하여 능히 깨달음에 이르렀나이다."
지적보살이 말하였다.
"제가 석가모니여래를 뵈옵건대, 한량없는 오랜 겁 동안 어렵고 고통스러운 수행을 하셨고 많은 공덕을 쌓아 보리도를 구하시되, 일찍이 잠시도 쉬는 일이 없으셨으니, 삼천대천세계를 살펴볼 때 심지어 작은 겨자씨만큼이라도 이 보살이 중생을 위해 몸과 목숨을 바치지 않았던 곳이 없나니, 그렇게 하신 후에야 깨달음을 이루셨거늘, 이 용녀가 잠깐 동안에 문득 정각을 이룬다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나이다."
지적보살이 말을 채 마치기 전에 용왕의 딸이 홀연히 부처님 앞에 나타나서 머리 숙여 공손히 절하고 한 쪽에 몰러앉아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죄와 복을 통달하여 시방세계 두루 비추시니
미묘하고 깨끗한 법신에 삼십이상 갖추시고
팔십종호로 법신을 장엄하시니
천신과 사람들이 다 받들고 용과 귀신 공경하여
모든 중생 무리들 받들지 않는 자 없나이다.
또 법 듣고 깨달음 이룬 것을 부처님만 아시오니
저도 역시 대승의 가르침 열어서
고통 받는 중생들 건지오리다.
이때 사리불이 용녀에게 말하였다.
"네가 오래지도 않은 새에 위없는 도를 얻었다 하나, 이는 믿기 어렵도다. 왜냐하면 여자의 몸은 더러워 법의 그릇 아니니, 어떻게 능히 위없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겠는가.
부처님 되는 길은 멀고 멀어서 한량없는 겁을 지내면서 부지런히 고행을 쌓고, 모든 바라밀을 고루 닦고 난 뒤에야 이루어지느니라.
또한 여인의 몸에는 다섯 가지 장애가 있으니, 첫째는 범천왕이 되지 못하며, 둘째는 제석이 되지 못하고, 셋째는 마왕이 되지 못하고, 넷째는 전륜성왕 되지 못하고, 다섯째는 부처님이 되지 못하느니라. 그런데 어찌하여 여자의 몸으로 빨리 성불할 수 있다고 하느냐."
그때 용녀에게 보배구슬이 하나 있었는데 삼천대천세계에 상당하는 값나가는 것이었다.
그것을 부처님께 바치니 부처님께서 이내 받으셨다.
그러자 용녀가 지적보살과 사리불존자에게 말하였다.
"제가 보배구슬을 바치자 세존께서 받으시니 이 일이 빠릅니까? 빠르지 않습니까?"
대답하되, "매우 빠르도다."
용녀가 말하였다.
"당신들의 신통력으로 제가 성불하는 것을 보십시오. 이보다 더 빠를 것입니다."
당시 모인 대중들이 다 용녀를 바라보니, 잠깐 사이에 남자로 변하여 보살행을 갖추고, 곧 바로 남방의 무구세계로 가서 보배연꽃 위에 앉아 등정각을 이루더니, 삼십이상과 팔십종호를 갖추고 널리 시방세계 중생들을 위하여 묘법을 연설하였다.
그때 사바세계의 보살 . 성문과 천룡팔부와 인비인들이 모두 용녀가 성불하여 널리 모인 사람과 천신들을 위해 설법하는 것을 멀리서 보고, 마음으로 크게 환희하여 멀리서 모두 공경하고 예배하였다.
한량없는 중생들은 법을 듣고 깨달아 불퇴전을 얻었으며, 또 한량없는 중생들은 성불의 수기를 받았고, 무구세계가 여섯가지로 진동했다.
사바세계 삼천 명의 중생들은 불퇴전의 경지에 머물게 되었고, 또 삼천 명의 중생들은 보리심을 내어 수기를 받았다.
이에 지적보살과 사리불과 모인 일체 대중들이 묵묵히 믿고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