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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02
S#1. 음악실.
-혜원이 들어서며 전등 스위치 켜고, 문 밖에 서 있는 선재.
혜원 : 들어와.
-주춤주춤 들어서는 선재.
-혜원, 창문들 닫는다.
-방 한가운데 그랜드 피아노.
-AV 기기와 벽면에 큼직한 모니터. 3인용 1인용 소파가 하나씩.
1인용은 연주자의 자세가 잘 보이도록 피아노 옆 조금 비껴 놓여 있다.
-선재, 여기는 어디이며 저 아줌마는 대체 뭐하는 사람인지.
그 애는 어제 선생님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실장님이라고 한댔다.
-혜원. 준형의 서재로 통하는 문까지 닫고 나서, 피아노 상판 세워 고인다. 앞 뚜껑도 열고,
혜원 : 앉어.
선재 : (흠칫 본다)
혜원 : 너 여기 왜 왔는지 몰라?
선재 : (비로소 현실) 어제 일 땜에,
혜원 : 당연히 처벌 받아야지.
선재 : (여기서요?)
혜원 : 쳐 봐, 어제처럼.
선재 : 네?
혜원 : 들어보구 정할 거야.
선재 : 뭘,
혜원 : 벌을 줄지, 용서할지.
선재 : (시바, 뭔가 앞뒤가 안맞잖아. 기분이 나빠지고 있지만 최대한 공손하려) 아니 저기, 이해가 좀 안되는 게요,
분명히 어제 그 분 말씀은, 제가 현행범이지만 일단 봐준다 그랬,
혜원 : 잘 치면 봐 줄까 해. 내가 책임자거든. 널 경찰서에 보낼 수두 있구 안보낼 수두 있구.
선재 : (잘 치면 봐 줘?)
혜원 : 싫어? 그냥 바로 그리 보내줘?
선재 : (허) 치죠 뭐. (피아노 앞으로)
혜원 : (까딱)
-피아노 앞의 선재, 의자를 좀 당겨 앉고,
-1인용 소파의 혜원, 리모컨으로 버튼 누른다. 카메라 및 녹음 장치.
혜원 : 녹음, 녹화 한다.
선재 : (두 손 건반 위에 올리다가 얼핏 둘러보는)
혜원 : 증거 자료.
-천장 네 귀퉁이에 카메라.
선재 : 아, 예.
-혜원, 리모컨을 소파 옆 탁자에 내려놓고 깊숙이 기대 앉는다.
혜원 : 시작해.
선재 : 네.
-선재, 저음부 쪽 건반 위에 손 올린다.
-혜원, 깊숙이 기대 앉아 팔짱 끼고 지켜본다. 어떻게 치는지 한 번 보자는.
-선재, 손가락은 폈는데 움직이지 못한다...
혜원 : ...뭐하니?
선재 : (머릿속이 하얘지고 있다)
혜원 : 친다며...
선재 : (그랬죠)
혜원 : 왜 못 쳐? 어젠 허락두 없이 잘만 해놓구?
선재 : (왼손 칠듯이 달싹, 하지만 다시 정지)
혜원 : (본다...)
선재 : (여전히)
-혜원, 선다. 선재, 등줄기 써늘하지만 꼼짝할 수가 없는데,
혜원 : 좀 친다 그래서, 직업상 한 번 들어볼까 했더니 안되겠네. 그런 애들 많구두 많은데 어떻게 다 상대하겠니.
(문을 향해 간다) 절차대루 하자. (문 열려는데)
-조용히 시작되는 저음부.
-혜원, 돌아본다.
-선재, 저음부 인트로 두 손으로 치는가 싶더니 어느 새 오른 손을 고음역으로 옮겨 고음부 멜로디를 친다.
왼손은 저음부 멜로디와 화음 및, 고음부 화음 번갈아.
-혜원, 응? 저걸 저렇게 쳐?...
-두 손으로 4성부 넘나들며 연주하는 선재. 간간이 엉덩이 들썩여 위치도 바꿔가면서.
-혜원, 놀란 내색 지우고 냉정하게 지켜보는.
-이윽고 선재, 연주 멈추고 어렵게 입을 연다.
선재 : 어제, 여기까지 쳤습니다...
혜원 : (놀란 티 안내려 더 사무적) 정말 니 맘대루네? 너 원래 그렇게 쳐? 악보 무시하구?
선재 : (헤매기 시작) 그게, 이 곡이, 원래는 둘이서 치는 건데 저 혼자 치다보니까,
혜원 : 솔로 편곡 있잖아.
선재 : 그건 악보를 본 적이 없어서요, 그냥 어제 거기서 들은대루, 아니 저기, 그러니까, 치면서 말씀드릴게요.
(저음부 두 손으로 치다가 오른 손 고음부로 옮겨 멜로디 치면서 왼 손으로 저음부 멜로디)
여기는, (오른손 멜로디 두 마디쯤 친다) 이게 좋으니까, 고음부 화음 대신 왼손 멜로디를 쳤구요, 고 담에, 또,
혜원 : 편하게 얘기 해. 천천히.
선재 : (마른침 꿀꺽) 다른 거 쳐 볼게요.
혜원 : (미소를 숨긴) 다른 거 뭐?
선재 : 악보 외우는 걸로,
혜원 : 해 봐.
-혜원, 소파에 앉고, 선재, 확실한 긴장감. 손바닥 허벅지에 문지르고 두어 번 쥐었다 폈다 한 뒤 건반에 얹는다.
고갯짓 하나 둘 셋 넷, 바하의 평균률.
-혜원, 선재의 발을 본다. 페달 밟지 않는다. 얘 봐라?
-어느 새 스칼라티.
-슬몃 웃는 혜원.
-모짜르트로.
-혜원, 고개 돌리며 소리없이 하하하.
S#2. 명화 식당.
-퍼머 캡을 쓴 명화가 배식대 쟁반위에 라면 두 그릇을 올려놓는다.
장호가 단무지 집어먹다가 일어서서 쟁반 들고 탁자로.
다미, 집게로 끊어진 목걸이 고치려 애쓰는. 손님은 없다.
명화 : 알바를 하나 더 잡은 건지.
다미 : 그런 거믄 왜 말을 못 해?
장호 : 바람 났나?
다미 : 걔가 너냐?
장호 : 뭐냐 그건(목걸이).
다미 : 줏었어.
-와장창.
-바닥에 깨진 그릇 조각 잔뜩.
명화 : 못산다, 내가.
다미 : (주방 들여다본다) 안다쳤어?
장호 : 취미 활동 하셨네.
S#3. 혜원 침실.
-혜원 핸드폰 진동. ‘서영우’
S#4. 아트센터 대표실(영우 방).
-영우가 사무실에서 나오며 성질. 그 뒤 세진 전전긍긍. 경위서를 들고 있다.
영우 : 누구 맘대루 월차? 경위서만 내믄 다야? 지 위엔 이사장 밖에 없어? 대체 뭘 믿구 계통을 무시해?
S#5. 이사장실.
영우 : 오혜원 휴가 줬다죠?
성숙 : 하루 푹 쉬라구 했어. 나타나믄 서대표 심기 불편할까봐.
영우 : 당연히 불편하죠. 후궁이 공주 앞에서 상궁을 두둔하는데.
성숙 : 노, 후궁 아니구 중전. 사극두 안 보시나.
영우 : 직속 상관은 나예요. 징계위 넘길 거야.
성숙 : 재고하기 바래. (들어가려다가) 어 참,
영우 : 뭐요.
성숙 : 재고 할 거 또 하나 있다. 학교 일에 너무 관여하지 마. 니 소관 아니지. (영우의 어깨에서 뭔가 떼내는 척)
영우 : (진저리)
성숙 : (새삼 미소) 음대 입시는 전적으루 교수들 권한이야. 시험 때마다 번번이 압력 넣는 거, 좀 그렇잖아?
뒷말이라두 나믄 어쩌려구.
영우 : 뒷말은 그쪽이 조심해야죠. 피아노만 세 명, 합이 여덟명이나 부탁했다며.
서한음대 합격증이 무슨 동네 잔치 떡접시야? 이집 저집 다 나눠주게?
성숙 : 난 부탁이 아니라 추천.
영우 : 나두 추천권 행사하는 건데,
성숙 : 아무나 해주믄 안되지. 음대에선 재능 있는 인재를 뽑아주구, 예술 재단은 전폭 지원하구,
그게 우리 보람이자 명예 아니겠어? 다 엄격하게, 예비사정 수준으루 테스트 거친 애들이야.
영우 : 예비사정? 누가, 댁에가?
S#6. 복도.
-영우가 나오고, 데스크의 왕비서가 일어선다.
영우 : 어디서 그런 뻥을, (하다가 멈칫. 혹시?)
S#7. 혜원 거실.
-현관 들어서는 영우, 미순이 실내화 앞에 놓아주려는데 구두 신은 채 올라 서서 마구 간다.
미순이 실내화 들고 황황히 따라간다.
미순 : 아유 이거,
영우 : 얘, 어딨어요, 뭐 해?
미순 : 학생이랑,
-영우가 음악실 복도 지나치려다 음악실 앞으로.
영우 : 학생 누구!
미순 : 저두 첨 봐요. 조교가 델구 왔던데.
-영우, 음악실 문 열어 밀어젖히자 격정의 피아노 굉음이 확 쏟아져 나온다. 영우 깜짝.
S#8. 음악실.
-혜원이 돌아본다. 영우, 연주 중인 선재를 한번 보고 혜원 향해, 허.
-혜원, 민첩하게 일어나 영우 향하며 입에 손가락 댄다. 선재는 연주에 몰두하여 무슨 일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영우, 어이없다는 듯 혜원과 선재를 번갈아 보는데 혜원이 영우를 밀고 나간다.
S#9. 음악실 앞.
영우 : 너, 넌 이러구 놀아?
혜원 : (문 닫으며) 오디션 중이야.
영우 : 무슨 오디션. 너 한마담 입시 장사 거들어?
혜원 : 무슨 그런 지저분한 말씀을, 고귀하신 입으루.
영우 : 쉰다더니, 알바 중이었어?
혜원 : 쉬는 거 맞아. 간만에 행복하다. 귀두 즐겁구.
영우 : 고상한 척 하지 마. 쟨 또 누구집 자식이야? 붙여주구 얼마 받어?
혜원 : 그런 거 아냐.
영우 : 댓가가 뭐냐고!
혜원 : 안되겠다. 끝나구 전화할게. 아님 놀면서 기다리던가. (영우 돌려세우고 재빨리 들어간다)
영우 : 야!
S#10. 음악실.
-문 잠그는 혜원.
S#11. 음악실 앞.
-얼결에 당한 영우, 문 손잡이 잡고 흔들다가 발로 찬다.
영우 : 이것들이 아주 대놓구 한 통속이야. 이사장부터 민학장, 니 남편, 너까지! (돌아서며) 다 내 앞에 꿇려버린다.
S#12. 혜원 집 마당.
-영우, 나오면서 통화. 뒤따라 미순.
-최기사가 닭털 털이개로 차를 닦다가 얼른 트렁크에 집어 넣고 뒷좌석 문을 연다.
영우 : 어디야?...잘 됐네. 끝나구 좀 만나. 뭔 작당 하는지 알아야겠어.
나 당신한테 기회를 주는 거야. 한때나마 나한테 바쳤던 충성을 생각해서.
S#13. 일식당 2층 복도.
-준형, 여종업원 뒤 따라 가면서 통화. 한쪽은 방들, 한쪽은 실내 정원.
준형 : 전화할게...응?...알았어. (골치 아프다는 듯 끊는데)
-지배인과 민학장과 진교수(성악과), 김인주(관현악과)가 복도 접어든다.
준형 : 어, 같이들 오시네요.
민학장 : 오, 강교수,
김인주 : 1등이네?
진교수 : 앞에서 만났지.
민학장 : 유부장, 우리 보안 좀,
지배인 : 조치 했습니다.
-옆방 앞 ‘예약’ 팻말 놓여 있다.
-지배인이 문을 열고, 준형이 민학장 옆으로 슬몃 다가간다.
준형 : 저 잠깐.
민학장 : 응?
-진교수와 김인주가 신발 벗으며 힐끗.
-민학장과 준형, 좀 떨어져 서서,
준형 : 서영우가 좀 보자는데요.
민학장 : 어제 일루 성질 부리구 싶은 게지.
준형 : 그런 거믄 제가 알아서 하는데, 아닌 거 같아서요.
민학장 : 알았어. (전화기 꺼내는) 통화 좀 하구 들어갈게.
준형 : 네. (방으로)
S#14. 이사장실(성숙 방)
성숙 : (전화.핸드폰) 걔두 참 발전 없다, 수가 뻔한 게... 코털 한 개 살짝 건드렸다구 바로 그렇게 예상대루 나오니...
왜 건드리긴,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야지... 만나보라 그래. 조심할 게 뭐 있어? 말 많이 하게만 하믄 돼요...어.
(끊고 인터폰 버튼)
-왕비서 들어온다.
왕비서 : 네, 이사장님.
성숙 : 어, 서영우가 오후 늦게 강준형 만날 거야.
왕비서 : 아, 네, 알겠습니다, 이사장님.
성숙 : 대답할 때 호칭 좀 빼지? 들을 때마다 오글거려. 조폭두 아니구. 직무 상관없이 여기 월급 받으믄 다 문화예술 종사잔데.
왕비서 : 주의하겠습니다.
S#15. 일식당 밀실.
-민학장과 서로 명단 대조하며 이야기. 명단의 이름 마다 빨강 파랑 다른 색깔 표시.
-식사는 진작 마쳤고, 차와 후식, 주전부리 접시 등.
준형 : (이름 하나 가리키는) 얘는 아무래두 불안한데요. 워낙 딸려서.
민학장 : 그냥 둬.
진교수 : 누군데, (들여다 본다) 정유라?
김인주 : 걔 엄마가 백선생이죠?
진교수 : 백선생이 누구야.
김인주 : 유명하잖아요. 투자 분석가.
진교수 : 아아, 거의 역술인 수준으루 맞힌다는,
준형 : 역술인 ‘수준’이 아니라 역술인이죠.
김인주 : 이사장 단골.
민학장 : 그건 와전이고, 발전 기금 운용에 자문을 구하구 있지.
진교수 : 오오... 근데 조인서 쪽에서 반발하지 않을까요?
민학장 : 최저, 최고점 제외 조항 있잖아.
진교수 : 이번엔 수 틀리면 들구 일어날 거 같은데.
준형 : 찜찜하죠.
진교수 : 그 쪽, 젊은 친구들 분위기두 그렇구, 요즘 네티즌 수사 무서워요.
민학장 : 쓸만한 애 두엇 반드시 끼워넣어. 그쪽에서도 인정할 만큼. 나두 너희 못지않게, 오직 실력이 기준이다,
그걸 보여 주면 되는 거 아냐. 조인서는 지민우같은 제자들이 자산이구 무기야. 신경 써야지.
준형 : 그럼 저 할당 한명 더 주셔야 하는데.
민학장 : 그런 애가 있긴 있어?
준형 : 확인 중이예요.
민학장 : 확인 되면 얘기하자고.
준형 : (쩝, 핸드폰 만지작)
민학장 : (김인주와 진교수에게) 여기(명단)서 제외된 개인 레슨생들 말이야. 사전에 어떤 식으루든 언질을 줘야 해요.
진교수 : 붙을 애들 빼구는 부모들 불러 솔직하게 얘기 했습니다. 실력 안되니까 낮은데 내라구요. 여기저기 다 연결 시켜줬죠.
민학장 : 그럼 됐구, (김인주에게) 첼로 쪽두 제법 많을텐데.
김인주 : 일찌감치 정리했어요. 이모저모 다 싹수 없는 애들. 악기두 후지구.
민학장 : 자 그럼 서대표 쪽이 남았지?
진교수 : 그렇죠.
민학장 : 올핸 유난히 여럿 디밀었어. 수시 때부터.
김인주 : 짜증나요. 내 올케라 좋게좋게 대하지만.
진교수 : 어쩌겠어. 지분이 있는데.
민학장 : 그래서 우리가 지금 그 횡포를 막아보자는 거 아닌가. 이사장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진교수 : 양쪽이 쪼끔씩 양보하는 걸로 어떻게,
민학장 : 이 쪽은 줄일 수가 없지. 꽉 찼는데.
준형 : (눈치 보며 탁자 밑에서 핸드폰 전송 누르는)
준형 소리 : 들어 봤어?
S#16. 혜원 집 음악실.
-혜원, 선재의 연주 듣는다. 때로는 방심한 듯 기대 앉아, 때로는 피아노 옆에 서서.
때로는 서성이며, 때로는 벽에 기대 서서.
S#17. 고급 술집 룸. 저녁 무렵. (영우의 단골 호스트 바)
-영우와 준형. 모서리 사이에 두고 기역자로 앉아서.
준형 : (얼음을 컵에 넣다가) 우리집엘?
영우 : 혜원이가 웬 애벌레 하나 가르치던데?
준형 : 너두 들어봤어? 잘 해?
영우 : 알게 뭐야. 나야 비주얼이 우선이지.
준형 : (술 따른다) 그래, 니 취향을 잠깐 잊었다.
영우 : 등판이 꽤 널찍하더라. 피아노 앞에 앉아 있어서 얼굴은 못봤지만, 제법 실해 보였어. 언제 한번 선 좀 보여 봐.
준형 : 꿈두 꾸지 마. 내 제자가 될 수두 있어.
영우 : 당연히 그러시겠지. 조인서는 뒷거래루 들어온 애들, 쳐다두 안볼테니까.
준형 : 뒷거래?
영우 : 미안하다, 현장을 봐버려서.
준형 : 현장?
S#18. 동 주차장.
-영우 차 안의 최기사, 문자 확인하고 전화한다. ‘왕누님’
최기사 : 네... 그거 미리 세팅했구요. 강교수 방금 들어갔습니다...네...
S#19. 동 룸.
영우 : 내 결론은 이래. 오혜원두 입시 비리 커넥션의 하부 조직이다. 맞지?
준형 : 절대 아냐, 그런 거. 너 혜원이 몰라?
영우 : 내가 지금 혜원이 하나 잡자구 이러겠어? 한성숙 민학장 그 둘 엮어서 쳐넣고! 니들 부부 충성을 되찾고!
오랜 우정을 회복하겠단 거지. 딜 하자. 합격 내정자 명단 줘. 부모 직업, 약정 내역 포함해서.
너는 빼구 터뜨릴게. 내부고발자 보호 차원이라고나 할까.
준형 : (정신 차리자) 명단 같은 게 있을 리 없지. 넌 청탁자 이름 수첩에 적어놓니?
영우 : 난 최소한 증거 하나는 확보했다. 아까 걔, 니 조교가 델구 왔대며? 조교 한 명쯤 포섭하는 게 뭐 그리 어렵겠어?
준형 : (한모금 벌컥 마시고는) 서영우, 니가 본 그 애는, 이쪽에 줄을 댈 만큼 돈두 없구 힘두 없어요.
영우 : 그런 애를 왜?
준형 : 내가 정말 오랜만에 진심을 말하는데, 나 지금 나름 초조하거든?
혜원이가 그 넘 연주 들어보구, 이거 물건 돼, 그렇게 말해주기만 바라구 있어. 나두 괜찮은 애 하나 키우구 싶어서...
무슨 무슨 커넥션, 이런 거 말구, 교수 강준형, 그거 한 번 제대루 해보구 싶어서. (마신다)
영우 : 조인서 땜에 학장 후보 밀려날까 겁나서가 아니구?
준형 : (전화기 꺼내 단축 번호 누르는) 니가 내 맘을 어찌 알겠니.
(통화) 어, 난데요, 집사람 전화가 계속 안되네요? 문자 답두 없구,
S#20. 혜원 집 주방.
-미순, 양상추 찢으며 핸즈프리 통화.
-유리 파티션 너머 다이닝 룸 식탁에 수저 2인분과 뚜껑 덮인 반찬 그릇들.
미순 : 여태 저 안에 계세요. 전화기는 위에 있구요... 점심두 안드시구, 하루 종일,
S#21. 동 거실.
-미순, 음악실 쪽 기웃.
미순 : 인제 좀 조용한 거 같은데, 전화 하시라구 할까요?
S#22. 술집.
준형 : 아뇨 아뇨, 방해 말구 그냥 두세요. 나 지금 들어갑니다. (선다) 네,
영우 : (탁자 밑으로 준형의 정강이 걷어찬다) 어딜.
준형 : 아, (정강이 만지며 버럭거린다) 궁금하잖아! 여태 듣구 있다믄 들을만 하다는 건데!
영우 : (얼음잔 끼얹는다)
준형 : (흡)
영우 : (냅킨 집어 주는) 그게 뭐 급해? 거사를 도모하는 게 먼저지.
준형 : (냅킨 나꿔채 머리며 손이며 닦는다) 이런 너랑 뭘 도모하냐?
영우 : 그럼 조인서 쪽에 흘려볼까?
준형 : (뭐?!)
영우 : 입시 문제 불거지면, 여론 싸움에서 누가 이기지?
(준형 술잔 채워준다) 비리 세력의 배후 한성숙과, 진정한 교육자를 지원하는 서영우, 누가 이겨?
준형 : (진심인가?)
영우 : 우리 아빠 한마담 무조건 이뻐 죽는 줄 알지? 천만에. 그 영감은 누구든 이기는 사람 편이야.
이쯤에서 줄 갈아 타. 말했잖아. 넌 빼주겠다구. (전화기 집어들어 번호 누르는) 지금 조인서 불러낸다?
준형 : 야, 그건, 좀,
영우 : (통화) 어, 지수야, 난데, 인서 뭐 해?
S#23. 인서 침실.
지수 : 이 밤에 남의 남편은 왜 찾어? (인서에게 입모양 서영우)
인서 : (외투 벗어 걸며 손 내젓는. 없다 그래)
S#24. 술집.
준형 : (덮치듯 달려들어 전화기 뺏는다) 어, 신경 쓰지 마, 얘 취했어.
영우 : (준형의 손목 문다)
준형 : 아!
-전화기 떨구는 준형, 영우, 준형을 마구 때린다.
영우 : 미워 죽겠어 증말, 맨날 요리조리 피하기만 하구!
준형 : (맞으면서 전화기 집으려 애쓰는)
영우 : 이 미꾸라지, 박쥐!
S#25. 인서 침실.
영우 소리 : 혜원이랑 결혼할 때, 너 뭐랬어. 걘 껍데기라구,
준형 소리 : 전화부터 끊구 얘기 해.
지수 : 얘들 뭐하니.
인서 : (화장실 들어가며) 원래 그러구 놀잖아.
S#26. 술집. -시간 경과.
준형, 술잔 들고 멍.
영우는 젊은남(1부의) 및 그 동료와 노래하며 춤추고,
민학장 소리 : 쓸만한 애 한 둘 쯤 필히 박아 넣어. 아무말 못하게. 조인서는 지민우같은 제자들이 자산이구 무기야.
S#27. 혜원 집 음악실.
-조용하다.
선재는 피아노 앞에, 두 손 무릎 위. 혜원이 소파 옆에 서서 바라 본다.
선재 : 더, 할까요.
혜원 : 가 봐. (리모콘 집어 녹화장치 끄고 문쪽으로) 용서해 주께.
선재 : (엉거주춤 선다) 저,
혜원 : (나가려다) 뭐,
선재 : (그 서슬에 멈칫)
혜원 : (뭐냐고)
선재 : (코끝을 보며 간신히) 제가 좀 쳤는지,
혜원 : (문 손잡이 잡은 채 좀 보다가) 가 보라구. 용서 한다는데.
선재 : (확실한 칭찬이 아니다)
혜원 : 몇 시간 집중했더니 무지 피곤하다. 쉬어야겠어. 됐니?
선재 : (다시 시선 코 끝. 멍하다)
혜원 : (손잡이 놓는다) 넌 널 모르나보다? (다가간다) 정말 몰라?
선재 : (모릅니다. 꿀꺽 삼키는)
-혜원, 피아노에 기대 선다. 선재도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혜원 : (연민 경계) 몇 살 때 시작했어?
선재 : ...여섯 살 쯤...
혜원 : 누구한테 배웠어?
선재 : 그냥, 가지구 놀았습니다.
혜원 : 재밌든?
선재 : ...어머니가, 일 나갈 때 문을 잠가서요.
혜원 : (상상 안된다...) 그래두 어떻게, 집에 피아노가 있었네?
선재 : 이사간 집에, 전에 살던 사람이 버린 거,
혜원 : 제대루 배운 적 있어?
선재 : 초등학교 때 동네 학원에서,
혜원 : 지금은?
선재 : 유툽,
혜원 : 어디?
선재 : 유투브 들어가서, 잘하는 사람들 꺼 듣구, 따라칩니다.
혜원 : 악보는...어떻게 외워?
선재 : 다운 받아서요, 백번쯤 치믄,
혜원 : 지겹지 않니?
선재 : 외우구 나믄 재밌습니다.
혜원 : ...아픈 덴 없어?
선재 : 네... 얼마 전에 건초염, 치료했습니다.
혜원 : 잘했네.
선재 : (또 꿀꺽)
혜원 : 무슨 말이 듣구 싶어?
선재 : ...하나만 더 치믄 안될까요... 어제 그거.
혜원 : (본다)
S#28. 플래시 백.
-아트센터 메인홀. 민우와 인서가 치고 혜원이 듣다가 ‘됐어, 아주 좋아’
S#29. 혜원 음악실.
-선재가 멍하니 서 있고, 혜원이 준형 서재에서 나온다. 악보 한 권 들고 있다.
혜원 : (악보 들어보이는) 이거 제대루 해보겠다는 거지?
-네 손을 위한 슈베르트 판타지아.
혜원 : 안 그럼 너 밤새 그러구 서 있을 거잖어. 저음부 쳐 줄게.
선재 : (같이요?)
혜원 : 의자 붙여.
-선재, 황급히 일어나 좀 작은 걸상을 의자 곁에 붙이면, 혜원, 앉아서 악보를 펼쳐 세운다.
선재, 옆에 앉아도 되나 싶은.
혜원 : 페달은 니가.
선재 : 네... (조심스레 앉는)
-혜원, 두 손 깍지 끼고 스트레칭.
선재, 혜원처럼 표나게 못하고 무릎 위에서 양 손 쥐었다 폈다를 반복할 뿐.
혜원 : (두 손 건반 위에 올린다)
선재 : (자세 조금 고쳐 앉고 손 건반 위. 초긴장)
-네 개의 손. 혜원의 왼손 약지엔 간결한 반지.
-선재, 가만히 기다리고, 이윽고 혜원의 저음부 시작되면, 이어서 선재의 고음부.
-영롱한 멜로디와 화음 속에 선재, 서서히 긴장이 풀리고, 혜원 역시 사무적이던 표정이 지워지면서 자연스레 몰입.
-둘, 번갈아 악보를 넘기면서, 팔이 부딪치지 않도록 배려하지만 가끔 스친다.
-각자 몰입한 중에 간간이 마주 보는.
-진지한 시선. 교감은 점점 깊어지고,
-시간 경과.
-머리칼 귀 뒤로 넘기는 혜원.
-선재, 혜원의 귀가 매우 가깝게 느껴진다.
-피날레로 접어든다. 혜원과 선재, 잠깐씩 부딪치는 눈길.
-페닯 밟는 선재의 발. 매우 가까이에 있는 혜원의 발.
-스치는 손...격정을 거쳐 드디어 마지막 타건.
-둘, 눈 앞을 보며 말없이 숨을 고른다. 거친 숨소리 내지 않으려 애쓰는 선재.
-여운이 사라지자, 혜원, 일어서고, 선재, 얼른 따라선다.
혜원 : (본다)
선재 : (눈 앞만)
헤원 : (손을 뻗어 선재 뺨을 찝는다) 이거, 특급 칭찬이야.
선재 : (헉!)
혜원 : 인제 진짜 가라.
S#30. 거실.
-혜원, 이층으로.
미순 : (주방에서 고개 내민다) 저녁,
혜원 : 전 됐구 쟨 먹여 보내세요.
S#31. 혜원 침실.
-혜원, 들어서며 중얼.
혜원 : 미친 놈, 혼자서.
S#32. 마당. 밤.
-선재가 황황히 나오고 미순 뒤따라.
미순 : 밥 먹구 가라시는데.
S#33. 혜원 동네 입구. 큰 길. 밤.
-선재, 주택가에서 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정신없다. 숨도 가쁘고 온 몸이 떨린다.
혜원 소리 : 특급 칭찬.
S#34. 거리. 새벽.
-선재, 감정을 가눌 수가 없다. 이마를 쳤다가 주먹으로 눈물 닦다가.
S#35. 플래시 백. 몇 시간 전. 혜원 음악실.
혜원 : 평균율 칠 때, 왜 페달 안써?
선재 : 소리가, 끊어지는 게 좋아서,
혜원 : 니 취향이 아니라 해석을 묻는 거다.
선재 : 그냥, 이 곡은, 그렇게 치라구 써 있는 거 같아서요. 음표 사이에.
혜원 : 그게 해석이지.
선재 : (그런가요)
S#36. 혜원 음악실. 새벽.
-소파에 앉아 물끄러미 피아노를 바라보는 혜원.
혜원 : 그런 거지...
-몇 시간 전.
혜원 : 베토벤 18번 프레스토 콘 푸오코 다시 해 봐. 아니다, 그 전에 코다부터.
선재 : 틀렸나요?
혜원 : 아니, 한 번 더 듣구 싶어서.
S#37. 성수대교. 새벽.
-선재, 난간 앞에 서 있다가 손을 올린다. 건반 위에 올리듯.
S#38. 플래시 백. 혜원 음악실.
-베토벤 소나타 18번 후반부 연주하는 선재.
S#39. 다리 위.
-선재의 손 난간 위를 넘실대고,
-곡이 바뀌어 슈베르트. 혜원이 곁에 서서 함께 치고 있다.
-동이 튼다.
S#40. 플래시 백.
-이미 선재의 심상에 선연히 새겨진 혜원의 여러 모습들.
그제부터 어젯밤 혜원이 선재의 뺨을 찝기까지.
S#41. 선재 방.
-선재, 침대(낡은 라꾸라꾸) 위에 오그리고 누워 피아노를 본다.
-낡은 피아노. 여기저기 덧대어 수리한 흔적.
-그 앞에 나란히 앉아 듀오를 연주하는 혜원과 선재.
혜원 소리 : 더 듣구 싶어서.
-또 눈물이 솟는다. 선재, 웃는다. 함께 있다.
S#42. 혜원 음악실. 새벽.
-혜원, 소파에 팔을 괴고 모로 누워 피아노를 보며 픽 웃음. 탁자 위엔 빈 찻잔.
-나란히 앉아 연주하는 둘.
혜원 : 애 참, 심하게 이쁘네.
S#43. 아침. 혜원 침실.
-혜원, 다시 숨가쁜 일상. 핸즈프리 통화 하면서 출근 준비.
포스트 잇 많이 붙어 있는 거울 보며 눈썹 끝을 그리고, 스타킹 신고, 침실과 파우더 룸을 바삐 오가며.
-샤워 소리.
혜원 : 아홉 시 인터뷰, 열두시 후훤회 플래티넘 클럽 오찬. 멤버들 근황 확인한 거 한 시간 전에 나 줘야 되구,
다섯 시 갤러리 초대전 테잎 커팅. 그리구 내일 장학제도 개선 토론회, 조인서 교수가 발제할 거야.
확인 전화 해. 오케이? 난 지금 미용실루 가. 이사장님 거기서 만나기루 했어.
-혜원이 외투 걸치고, 준형이 욕실에서 나온다.
준형 : 이사장한테 얘기 좀 해 줘.
혜원 : 어?
준형 : (머리 닦던 수건 던지고 거울 본다) 그게 빠르겠어.
혜원 : 뭐가?
준형 : (화장수 병 집어든다) 나 할당 한명 더 필요하거든. 이선재 정시 보랠려구.
혜원 : (가방에 화장 파우치 따위 집어넣으며) 할당이믄... 걔는 굳이 안 그래두 붙을텐데? 조인서두 인정할 걸?
준형 : 당신은 그게 기준이야? 조인서가?
혜원 : 됐구, 그런 애를 왜 굳이 그래야 하는데?
준형 : 불안하잖아. 레슨두 콩쿨두 전혀 경험이 없으니까.
혜원 : 시험날까지 적응할 시간 충분하지 않어?
준형 : 거 참! 내가 힘을 써서 붙여줘야 확실히 내 께 될 거 아냐!
혜원 : (웃음) 아니 걔가 무슨 물건이야?
준형 : 암튼!
혜원 : 늦었어. 나중에 얘기하자. (급히 나간다)
준형 : 이사장이 한명 양보하라 그래! 서영우 몫은 건들지 말구!
S#44. 거실.
-혜원, 급히 계단 내려오며 중얼. 한 손에 가방.
혜원 : 계산 복잡해.
-미순이 주방에서 야채 스틱(당근, 샐러리) 컵 들고 나온다.
-혜원, 샐러리 하나 집는다. 서재로 가며 먹는다.
-계단에서 볼 때, 음악실은 오른 쪽(현관 쪽), 혜원의 서재는 왼쪽.
S#45. 혜원 서재.
-혜원, 한 켠의 슬라이딩 책장을 드르륵 민다. 그 안에 또 책장. 또 밀면 금고 문 보인다.
-금고에서 유에스비 꺼내는 혜원.
-책상 위 태블릿 피씨 가방에 집어넣고 뛰어 나가는 혜원.
S#46. 혜원 마당.
-혜원, 나와서 차를 향해 뛰어가며 통화.
혜원 : 어 지수야, 나 지금 출근... 어, 이따 봐서 되믄 봐... 전화하께.
-혜원 차 출발.
S#47. 미용실 복도.
-다미, 카트 밀며 간다. 잘 접힌 수건과 까운 잔뜩 실린.
-혜원이 온다.
다미 : (건성) 안녕하십니까.
혜원 : 다미씨, 안녕.
다미 : (어? 짝퉁 아줌마다! 이미 지나친 혜원 향해 꾸벅) 안녕하세요.
-다미, 가면서 목 섶을 안보이게 여민다. 끊어진 혜원의 목걸이 고쳐서 걸었다.
-특실에서 나오는 성숙과 원장 등.
혜원 : 어머 다 하셨어요?
성숙 : 어, 간단히 만졌어.
혜원 : 잘 됐네요. 오늘 스케줄 장난 아니거든요. 길두 벌써 밀리구.
S#48. 꽉 막힌 거리. 성숙 차 안.
-뒷자리, 성숙과 혜원. 앞자리에 기사와 왕비서.
왕비서는 좀 늦겠다는 전화 중이고, 혜원이 태블릿 피씨에 유에스비 꽂고, 화면 터치.
-화면에 학과장 회의 때 결정된 내정된 명단 및 금액.
혜원 : 확인하시믄 바로 폐기할려구요.
성숙 : (보면서) 그래야겠지... 민학장한테두 다시 한번 일러두구.
혜원 : 네.
왕 : (전화 끊고) 그쪽두 늦는답니다.
혜원 : 잘됐네요. (화면 바꾸는) 인터뷰 기자가 질문지 보내 준 거 중에서 사생활 관련 대목은 빼달라구 했는데요,
혹시라두 서대표 얘기 비치면,
성숙 : ‘예술 재단은 사심으로 되는 게 아니다. 둘 다 그 점 아주 잘 알구 있다. 그래서 큰 문제 없다’
혜원 : (정답)
성숙 : 실은 나 사심 덩어린데.
혜원 : (마주 웃어 보이고는) 제가 배석할 거예요. 핸들 하겠습니다.
성숙 : (좌석 포켓에서 뭔가 꺼낸다) 이거 들어 봐.
-이어폰 꽂힌 소형 녹음기.
혜원 : 아, 네.
성숙 : 강교수 암말 안해?
혜원 : (이어폰 꽂는다) 영우 건들지 말라구.
성숙 : 둘이 주책 떠는 건 왕비서가 편집했어. 너 다 익히 아는 거라.
혜원 : 그래두 현장감은 살려줘야죠.
왕비서 : (돌아본다) 몇 군데는 살렸어요.
혜원 : 참 잘했어요. (버튼 조작)
-시간 경과. 장소 이동. 바깥 풍경 달라져 있다.
혜원 : (들으며 미소)
성숙 : (힐끗)
혜원 : (이어폰 뺀다) 심플하네요. (버튼 누르면)
영우 소리 : 비리 세력의 배후 한성숙과, 진정한 교육자를 지원하는 서영우, 누가 이겨? 지금 조인서 불러내믄 손 잡을래?
-준형이 말리고 영우가 뭐라뭐라 떠드는 소리, ‘혜원이는 껍데기라 그랬잖아!’ 등등 이어지면 혜원, 끈다.
성숙 : 이건 좀 지우지 그랬어.
왕 : 죄송합니다.
혜원 : 확실하구 좋은데요 뭐. 서영우, 조인서와 연대를 도모하다.
성숙 : 지 시가붙이들 이럴 때 써먹겠단 거지, 검찰 쪽에 흘려서?
혜원 : 아무래두 이사장님이 먼저,
성숙 : 그러자. (왕비서에게) 회장님 오늘 저녁 집에서 드시나?
왕 : 네.
성숙 : 영우 쪽 명단 있지?
혜원 : 네. (짐짓 농담) 솔직히 전 다른 건 관심없는데요, 제 이름까지 거명이 되니까 좀 싫으네요.
성숙 : 나두 다른 건 관심 없지. 니 앞에서 연주하던 애가 누구던.
혜원 : (웃음) 걘 관심 좀 가지셔야 되는데.
성숙 : (응?)
혜원 : 지금 이 상황에 매우 적절하거든요. 입시 관련 의혹 같은 거, 한 방에 날려줄만큼 해요.
성숙 : 그래?
S#49. 식당 앞.밤.
-오토바이 도착. 선재와 다미 내린다.
-차들 양쪽으로 빽빽이. 그 중에 덤프트럭도.
-선재, 장갑낀 손으로 출입문 한쪽의 잠금쇠 풀면서 한손으로는 콧물 훔친다. 다미, 헬멧을 짐상자에 넣는다.
-선재, 출입문 양쪽 활짝 열고 오토바이를 식당 안으로 들인다. (밖에 세워 놨다가 도둑 맞은 적이 있다).
S#50. 식당 안. 밤.
-선재와 오토바이 끌고 들어오고 다미가 거들며 뒤따라.
-영업은 끝났다. 앞치마 차림으로 식탁 위 냅킨통이며 수저통 정리하며 행주질 하던 명화, 의자 치워 자리 내준다.
명화 : 뭐하러 끌구 와. 사무실에 두구 오지.
선재 : 늦어서.
다미 : (선재 얼굴 잡아 명화 쪽으로 돌린다) 눈 좀 보구 얘기해.
선재 : (걷어내는)
다미 : (선재 가슴팍 툭 밀치는)
선재 : (허허)
다미 : (또 친다) 웃어?
선재 : 웃지 그럼.
명화 : 얘 걱정 많이 했어. 밤새 잠두 설치구.
선재 : 왜 설쳐.
다미 : 니가 행불인데 어떻게 자, 새꺄.
명화 : 말은 좀 이쁘게 해라.
선재 : (다미와 명화를 왈칵 안는다) 사랑해. (간다)
명화 : (엉?)
다미 : 너 뭐 잘못 먹었냐?
S#51. 식당 앞. 밤
-선재, 건물 입구 들어서며 손등으로 뺨을 쓱 닦는다.
S#52. 플래시 백.
-선재의 뺨 찝는 혜원.
S#53. 혜원 거실. 밤.
-준형이 혜원 따라 올라가며 방정,
준형 : 그래서, 이사장이 양보한대? 나 한명 더 써두 된대?
혜원 : 영우 쪽 티오 쓰믄 돼.
준형 : 어떻게. 그 난리를 치는데.
혜원 : 큰 여우가 손 쓰구 있어.
S#54. 서회장 침실.
성숙 : (서회장 목에 매달려 슬픈 표정) 영우가요,
서회장 : 또 왜,
성숙 : 어떡하지? 내 선에서 정리가 안돼...
S#55. 서회장 집 거실. 다음 날 아침.
-서회장 호통. 영우가 잔뜩 부어 앉아 있고,
성숙은 서회장 곁에 앉아 과일 찍힌 포크를 서회장이 집기 쉽도록 놓아준다.
혜원은 서 있다.
서회장 : (명단을 영우 앞에 흔들어 대며) 이거 다 누구집 자식들이야. 엉? 니가 뭐가 아쉬워서 이런 청탁을 들어 줘야 해.
영우 : 왜 나만 갖구 그러세요!
성숙 : 그만 하세요.
서회장 : (혜원에게) 넌 영우 측근들 관리를 어떻게 하냐. 애가 마음이 약해 거절을 못하믄 니가 막아 줘야지.
혜원 : 죄송합니다.
서회장 : (성숙에게) 자네두 그렇다. 아트센터는 예술재단 산하기관인데 어째 이렇게 통솔을 못해.
성숙 : 제가 부덕한 탓이예요. 저두 마음이 약해서 영우 입장 배려하구 양보하다보니 그만 일이 이렇게 됐어요.
영우 : 양보라니, 뭘?!
성숙 : 내 좌우명을 양보했단 뜻이야. 원칙, 상식, 그런 거. 회장님이 어떻게 세우신 학굔데, 입시부터 공정해야지.
혜원 : 저, 이사장님, 기자 간담회.
서회장 : 먼저들 가 봐. 넌 좀 있구.
영우 : (선다) 저,저,저 말 믿으세요, 설마?
-성숙, 혜원, 매우 송구한 척 하면서 나간다.
서회장 : 앉아.
영우 : 나 미쳐 증말, 회장님! 아부지!
서회장 : 잠깐 쑈 좀 했다.
영우 : 왜? 뭐 땜에?
서회장 : 왜 만날 지냐. 니 새어머니랑 쌈을 붙여 놓을 때는 멧집을 키우라는 뜻인데,
총장이든 이사장이든 깜냥이 돼야지, 고작 이런 일로 책을 잡혀? 저 큰 여우 작은 여우, 보고 좀 배워라.
영우 : (팩 간다)
S#56. 혜원 사무실.
-영우, 발광. 이것저것 마구 집어던진다.
혜원 이리저리 피하며 또박또박 대꾸.
영우 : 너땜에 되는 일이 없어!
혜원 : 그러게 입시 청탁 같은 건 첨부터 무시했어야지!
영우 : 어떻게 무시해! 남친 조칸데.
혜원 : 뭔친?
영우 : 남친이라 그랬다 왜.
혜원 : 민망한 줄 알어. 마흔 살 유부녀가.
영우 : 그러는 너는! 비밀 레슨이 더 구려, 기집애야!
혜원 : 내가 그거 아무나 해주겠어?
영우 : 얼마나 잘 하길래.
혜원 : 상상 그 이상이지. 서한 음대를 빛내 줄 거다.
S#57. 까페. 낮.
-선재가 들어와 두리번. 종이가방 들고 있다.
준형이 손을 든다. 선재, 다가가며 꾸벅.
준형 : 앉아라.
선재 : (앉으며 종이가방 내민다) 이거, 전에 빌려주신 옷.
준형 : 오오, (잠깐 들여다보고는) 허허허. 그 날이 없었으면 오늘두 없었다 그치?
S#58. 플래시백, 아트센터 화장실.
-준형, 카디건 벗어 선재에게 입히는.
S#59. 까페.
준형 : 뜻깊은 날이지. 넌 스승을 얻구 난 제자를 얻었잖냐.
선재 : (그런가요?)
준형 : 왜 보자구 했냐믄 말이다, 이선재.
선재 : (말씀하세요)
준형 : 이번에 정시 한번 쳐봐라. 우리 학교.
선재 : (네?!!)
준형 : 1차 2차 다 100프로 실기만 본다. 학비 걱정은 하지 마. 우리 재단 장학제도는 세계 죄고 수준이야.
3대 콩쿨 입상하면 생활비두 나와요. 군대는 당연히 면제구.
선재 : (벙....)
S#60. 까페. 밤.
-혜원과 지수, 종숙(왕비서), 수다와 함께 가운데 놓인 해산물 파스타, 샐러드, 리조또 등등을 부지런히 덜어다 먹으며,
홍합도 발라 먹고, 간간이 와인도 한 모금씩 마시는 등,
지수 : 거의 발광이네. 하다하다.
혜원 : 젊은 애인 놓칠까봐 겁이 나나 봐.
종숙 : 그런 연애 결말이 뻔하지 뭐. 기,승,전, 먹튀.
혜원 : 남친, 남친, 그러는데, 웃기면서 한편 짠하더라. 영우가 사는 낙이 없잖아.
지수 : 누구는 낙이 흘러 넘쳐 사나?
종숙 : 니가 그렇게 말하믄 야, 나는 당장 여기 코 박구 죽어야지.
똑같이 예고 나와서 서대표님, 오실장님, 이건 뭐 완전 층층시하,
혜원 : 실장님은 빼. 나두 너랑 다를 게 없어. 5분 대기조.
종숙 : 무슨, 연봉이 다른데!
혜원 : 넌 남편 없잖아.
종숙 : 시끄러 기집애야.
혜원 : 젤 속 편한 건 윤지수다.
지수 : 나라고?
종숙 : 환상의 궁합.
혜원 : 천상의 금슬.
지수 : 그딴 소리 하지두 마.
종숙 : 근데 어떻게 애를 넷씩이나 만드니?
지수 : 연애 세포가 아우성 칠 때마다 그저 만만한 남편을 덮쳤던 거 뿐이야.
혜원 : 그게 축복이지 야. 어쨌거나 애정과 우정이 있다는 건데.
지수 : 축복 다 갖구 가시구, 나랑 딱 한 달만 바꿔 살아볼래?
혜원 : 미친,
지수 : 죽기 전에 너처럼 한번 살아보구 싶다.
종숙 : 나두. 55 사이즈 입구, 비즈니스루 출장 다니구, 사모님들이랑 막 트구 지내구,
지수 : 난 아침마다 출근하는 게 젤 부러워. 그게 완전 내 로망.
혜원 : 남편이 강준형인데, 그래두 로망이야?
종숙 : 그 대목이 깨긴 하네. 중2병 남편 맨날 코 딲아 주면서 우쭈쭈, 그것두 할 짓 아니지.
지수 : 아니 준형 선배는 뭐 땜에 서영우랑 따루 만나 노는 거야?
둘이 술 취해서 전화루 진상 떠는데 매우 역하더라. 너 열받지 않어?
혜원 : 어쩌겠어. 우리 부부의 영원한 갑인데, 예고 때부터.
-인서가 온다.
지수 : 어, 여보...
혜원 : 엄?...
종숙 : 너 왜 와?
인서 : (지수 옆에 앉는다) 셋이서 나 씹을까봐.
혜원 : 너만 씹었겠어?
종숙 : 이거랑 이거 중에 하나 시켜. 이 집 다른 건 맛 없더라.
인서 : (지수의 포크를 집는다) 배는 안고파. 그냥 이거 쪼끔 먹지 뭐.
혜원 : 야, 먹던 걸루,
종숙 : 드럽게.
인서 : 간접 키스(입에 넣는다).
지수 : (인서 허벅지 투덕투덕) 어이구, 그게 고팠져요.
인서 : 어.
지수 : 먹어 먹어, 오늘 밤엔 이뻐해 주께. (와인 잔 인서에게) 요기가 내 입술 닿은 데야.
인서 : (한모금 쪽)
지수 : 더 맛있지?
종숙 : (어우어우어우 하면서 보다가) 놀구 있다.
혜원 : 왜 아냐. (하면서도 부러운)
인서 : (히히 웃다가) 근데 걔 누구야?
혜원 : 어?
인서 : 준형 선배가 자랑하던데, 물건 하나 나타났다구.
혜원 : (활짝 반색) 어어, 누구냐믄, 음악제 날 몰래 치다 걸린 앤데,
종숙 : 어어, 걔?
혜원 : 어, (핸드폰 집어들어 부산하게 터치) 동영상 파일 있어. 우리집에 와서 친 거.
보내 주께, 한번 봐봐. 인서 너두 반할 거야.
종숙 : 이사장 앞에서 얘가 큰소리 팡팡 치더라.
인서 : 그래?
지수 : 궁금하다.
S#61. 선재 학교 외경. 다음날 낮.
-부광실업고등학교.
S#62. 선재 학교 교무실. 낮.
담임 : 니가 웬 일이냐?
선재 : 저 이번에 졸업 되나 하구요.
담임 : 그래, 시킬 거다. 지겨워서.
선재 : 저 대학 갈려구 하는데,
담임 : 어딜 가?
선재 : 대학교. 서한 음대 피아노과,
담임 : 뭐?
선재 : 간다고요.
담임 : 이게 누굴 놀리나, 부광실고 역사에 없는 짓을,
-다미가 급히 들어온다.
다미 : 쌤,
담임 : 어, 박다미.
다미 : 얘, 허파에 바람 들었어요!
선재 : 아닌데,
담임 : 넌 월급 타믄 밥 한 번 산다며.
다미 : 견습 띠믄 살게요. (선재 끌고 나가려) 가. 나랑 얘기 좀 해.
선재 : (팔 빼내는) 아, 진짜, (담임에게) 진짜예요.
교사(맞은 편의) : 그냥 써 줘. 거기 쳤다 떨어졌다 그러믄 여자애들한테 좀 먹어주겠지, 그런 거 아냐.
다미 : 얘 저랑 사귀거든요?
담임 : 그럼 둘이 나가 놀아. 농담 그만 하구, 응?
선재 : (전화기 꺼낸다) 아, 참,
S#63. 음대 복도.
준형 : (가면서 통화) 오, 선재...응?...그런데...어...그래?...바꿔 봐...
네, 제가 강 준형입니다. 네...네...맞습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S#64. 교무실.
담임 : (끊고 선재를 본다. 내심 놀란)
선재 : (히죽 웃으며 사진 씨디를 내미는) 여기 사진,
-이윽고 담임, ‘접수하기’ 클릭.
-프린터에서 사진 박힌 수험표 나온다.
다미 : (중얼) 진짜다.
S#65. 제과점 앞.
-준형, 혜원 나온다. 준형이 바게뜨 봉지를 안고 있다.
-합격엿 매대.
준형 : 오, 이선재 저거 하나 사다 주자. 격려 차원.
혜원 : 뭘, 저 하던대루 하믄 되지.
준형 : 그래두 긴장 될 거야. 경험이 없잖아.
혜원 : 당신 제자 돼서 좋아?
준형 : (엿을 고른다) 한번 잘 키워보자구.
혜원 : (힐끗. 들뜨긴)
S#66. 선재 거실.
-선재, 뛰어나와 담요며 옷가지 마구 집어 안방으로 쳐녛는다.
준형 소리 : 지금 잠깐 들를게. 이틀 남았는데, 예행 연습 한 번 해야지.
S#67. 계단.
-뛰어 내려가는 선재.
S#68. 식당 앞.밤.
-선재가 뛰어 나오다가 흠칫.
-차에서 내리는 준형과 혜원. 어깨에 외투 걸친 혜원, 엿을 들고 있다.
준형 : 연습 많이 했냐.
혜원 : 이거. 합격엿이래.
준형 : 이런 거 없이두 붙겠지만.
선재 : (얼결에 받으며 꾸벅 하고는) 어,어떻게 같이.
혜원 : (응?)
준형 : 어, 몰랐나?
혜원 : 몰랐어?
준형 : 허허 이거 재밌네. 정식으루 인사 해라. 여긴 우리 집사람,
선재 : (얼결에 혜원에게 또 꾸벅) 처음 뵙겠,아니, 안녕하세요.
혜원 : (웃음)
준형 : 자식 이거 은근히 순진해.
S#69. 선재 집 앞 계단.
-선재가 앞장서 올라온다. 등을 벽 쪽으로 좀 돌리고.
-그 뒤 준형과 혜원,
준형 : 어유 좀 가파르네?
혜원 : 어... (선재 등을 힐끗 보고)
선재 : (온몸이 화끈거린다)
-열려 있는 문.
S#70. 거실.
-얼이 쑥 빠진 선재가 황황히 먼저 들어와 신발을 한켠으로 벗고 올라선다.
-혜원과 준형이 구두 벗는다.
-선재 방 문이 열려 있다.
선재 : 저리루,
혜원 : 저기가 니 방이야?
선재 : 네.
S#71. 선재 방.
-문간의 혜원과 준형이 찬찬히 둘러본다. 그 뒤 선재.
-사방 벽에 달걀판(사제 방음 장치. 인터넷에서 배웠다). 구석에 풀지 않은 상자들. 낡은 침대와 책상. 지퍼가 고장난 비키니 옷장.
벽에는 선재 옷가지 포개져 걸려 있고, 교복만 얌전히 옷걸이에.
-책상 위, 옹색한 조립 컴퓨터와 스피커. 헤드폰이며 이런저런 잡동사니들
-책꽂이엔 곡명 적힌 파일이 가득 꽂혀 있다. 사제 악보.
준형 : 대단하네...인간 승리다 야...이런 데서.
혜원 : (놀라움 내색치 않고 웃음) 역시 방음은 달걀판이지. 이것두 유투브루 배웠어?
선재 : 네.
준형 : 저 악보들 좀 봐. 다 사제 아냐.
선재 : (멋쩍은) 네, 다운 받아서 출력,
혜원 : (새삼 본다)
준형 : 야... 선재 넌 정말 성공 밖에 할 게 없다.
선재 : 저기,잠깐 계세요, 차라두, (돌아서려)
혜원 : 아냐 됐어, 치는 거 잠깐 보구 갈 거야. (외투 벗는) 과제곡 뭐 칠 거야?
선재 : 네,저기, 스크, (마른 침 꿀꺽)
준형 : 스크리야빈!
혜원 : 신통하네. (외투 책상 앞 의자에 걸쳐놓는다)
준형 : 아,나 눈물 날라 그래.
혜원 : (침대에 앉아 옆자리 토닥) 울지 말구 앉어요.
준형 : 어어, (앉기는 싫다)
-혜원, 얇은 덧신만 신은 발을 한쪽으로 모으다가 뭔가 쩔꺽.
혜원 : 어머,
선재 : (헉!)
-침대 밑의 끈끈이에 붙어버린 혜원의 발. 날렵하게 줄 세워진 바지 아래 드러난 하얀 발. 그 발에 끈끈이라니.
준형 : 뭐냐 이거?!
선재 : 그게,저기,끈끈이, 쥐 땜에요,
혜원 : 응?
준형 : 야야야, (나간다)
S#72. 거실.
준형 : (뛰어나와 구두 신는다) 나 쥐 정말 싫거든? 밖에서 기다리께.
-선재, 방과 거실 사이 우왕좌왕.
혜원 소리 : 이선재,
S#73. 선재 방
-선재, 뛰어들어온다.
혜원 : (좀 미안한) 뭐가 이렇게 아프니? 발바닥이 타는 거 같다?
선재 : 네, 그게 초강력이라,
-선재, 혜원의 한쪽 발을 쳐들어 끈끈이 판을 조심조심 분리하기 시작.
선재 : 엄청 아픕니다. 쪼끔만 참으세요.
혜원 : 야, 엄청 아픈데 쪼끔 참으라구?
-거의 다 떨어졌을 때 확 떼내는 선재. 혜원의 얇은 덧신이 함께 벗겨진다.
혜원 : 아오!
S#74. 거실.
준형 : (현관 밖에서 고개만 빼꼼) 당신 괜찮어?!
혜원 : 안괜찮은데 너무 웃겨.
준형 : 119 안불러두 돼?
선재 : 문 닫으세요. 쥐 들어와요.
준형 : (헉) 나 차에 가 있으께.
-현관문 닫히고, 선재가 혜원을 안고 나온다. 혜원, 어쩔 수 없이 한 팔을 선재 목에 두른.
-혜원을 안은 선재, 욕실로 가며 여기저기 막 부딪친다.
혜원 : (아휴)
선재 : (덜덜) 정말 죄송합니다.
2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