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 어쌔신-Ninja Assassin (2009)
미 헐리우드 영화의 현 추세는 소재면에서도 과거 히트작들의 속편만 연거푸 찍어내거나 리메이크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주류 영화는 헐리우드 영화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그동안 헐리우드 영화에 번번히 비친 한국인들의 모습은 거의 변두리에서 찌질이 어글리 코리안에 조잡 범죄나 일으키고 때로는 브로큰 잉글리쉬 대사로만 등장하고, 구멍가게나 하는 아시아 소수 민족일 수 밖에 없다는 것... 거기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공산국 북한 탓에 공공의 적 같은 이미지만 보이기도 했습니다.
현재도 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사고는 드라마 로스트(LOST) 같은데서 '대니얼 대 김'이 연기한 부족한 한국어와 상습적으로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 등 왜곡된 이미지가 널리 알려져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런 와중에 준 블럭버스터에 전 연령층이 관람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하드고어 액션물이라는 장르에 한국토종 한국인이 주연을 맡고 이미지 또한 그동안 그려져왔던 교포들의 좀 한심한 변두리 모습이 아닙니다. 비가 단신으로 혼자서 수 많은 닌자들을 상대할 정도로 파워풀하면서도, 서양인들의 동양인에 대한 편견이었던 작은 체형도 극복한 비가 '본토 한국에도 이러한 청년들이 있다, 우린 이렇게 에너지가 넘치는 나라다.'하고 어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비를, 그리고 라이조를 대체 무슨 목적인지 모르게 깎아내리려는 층이 있습니다. 더러는 무슨 한국적 캐릭터가 아닌 일본의 대표 문화 아이콘인 '닌자'를 부족한 연기로 보여줬다는 것을 매국노로 운운하는 케이스가 있습니다. 이전(1989년)에 한국 태권도를 소재로 한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가 미국에서 공개된 일이 있었는데 결국 수준이하의 B급물에서 머무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미국 영화백과를 만든 레너드 말틴은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를 빵점으로 매기기도 했구요... 비가 중국인 스타(이소룡, 성룡, 이연걸)보다 좀 못한 것 같다는 비평도 미 현지에서 있었습니다.
그간 해외 영상분야에 자신있게 내놓을만한 한국적 아이콘이 부족했습니다. 담당 캐스팅 PD와 제작사측에 거액의 로비도 있어야 주연을 따낼 수 있지만 그래도 비가 워쇼스키 형제같은 거물급 헐리웃 제작자들에게 선택된 것은 엄청난 기회입니다. 미 헐리우드에서 홍길동이나 한국 역사속 장군을 연기한다고 해도 세계에서 전부 먹히기 힘들 겁니다. 그리고 헐리웃 영화 제작사와 투자자들이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생소한 한국 캐릭터를 택한 영화를 전세계 상대로 배급, 개봉해 주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차차 한류라는 이름이 비나 김연아 원더걸스 같은 도전 정신 있는 젊은이들과 조력자들에 의해 계속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구요...
그리고 닌자 어쌔신은 '일본 문화를 압살하는, 한국의 우월한 암살자 또는 신흥 강자'라는 이미지로도 해석 가능합니다. 단신으로 무예를 가르친 사부를 비롯한 일가의 모든 닌자들을 상대해 결국 승리하는 주인공이 한국의 암살자라면 멋진 것 입니다.
일본 소니사의 자본으로 제작되어서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족족 외화가 일본 소니 픽쳐스에게로 돌아가고
특히 우리의 동해를 '일본해'라고 표시하고 종국에 가서는 중국인이 인류의 구원자로 나오는 '2012' 같은 영화는 "볼만한 블럭버스터"라며 대거 영화를 봐 주면서, 토종 한국인이 주연을 하고 앞으로 더 한국을 알릴 수 있는 발판이 될지도 모를 '닌자 어쌔신'은 잔혹 액션 빼곤 볼 게 없는 영화, 혹은 킬빌보다 못한 영화라는 등의 비난은 좀 자제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첫댓글 이 글을 읽고 P2P에서 검색해 보니 PS 판이 돌고 있더군요. 개봉한지 겨우 이주일이 넘었습니다. 저는 영화 까페를 하고 있지만 흥행이 지난 영화들이 까페에 올려 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극장비를 아끼려고 극장에 가지 않고 까페에서 영화를 보는 것. 그것은 영화 산업의 몰락을 가져 오고 말겠지요. 일본 무사를 암살하는 한국의 무사. 앞으로 모든 분야가 그랬으면 좋겠군요.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보리수]님의 글이 생각하게 하는군요.
극장비를 아낄마음은 없음에도 그럴지도모른다고 스스로 자박심이 들기도 합니다.
대략 생각을 해보아도 극장에 연 7회정도 간다고 보면 적게 가는 횟수는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준이 엔지만 70번 냈다던ㅋㅋㅋ
나름 볼만한 영화던데 ㅋ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