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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매일 기획특집
이재창 시인, 남도문학 현장을 가다(17) - 동화작가 김옥애
천년 살 수 있는 소나무 생명처럼 청징하게…
자연과 인간의 친애 다룬 휴머니티의 큰 작가
인간공해 예리하게 풍자…환상의 세계로 승화
지역 전래동화 한국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할터
2003. 07.09(수) 00:00
동화작가 김옥애(58)씨는 국내 70년대 여류동화작가 중 단연 으뜸이다. 또한 김씨가 보여주는 상상력의 여행은 이 지역에서는 두 말 할 필요없이 타의 추정을 불허한다. 그만큼 김씨가 보여준 문학적 역량은 모든 평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그녀의 문학은 시적 에스프리와 합리성을 갖는 팬터지와 산문적 문학의식이 바탕이 되어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세계의 것을 가시적인 현실로 끌어내어 생명을 창조시키는 하나의 상징적인 생활동화를 창작해 왔다.
그녀가 지향하는 것은 종래 있어온 단순히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의 재구성이라기보다는 시 정신(詩精神)에 입각한 인간 보편의 진실을 상징으로 표현하려는 데에 그 중심이 모아져 있다.
공상과 환상을 혼돈하는 동화나 어린이 생활의 스케치에 만족하는 동화가 산재하고 있는 오늘날의 아동문학 현실 속에서 참신한 발상과 내적 육성으로 안정된 톤을 유지하면서 동화 하나에 문학적 정열을 쏟아온 작가이다.
그의 목소리는 자연과 인간의 친애, 그리고 순수한 나성에 젖어 있으며 들뜨지 않는 휴메니티가 있고 진실 속에 뿌리를 내리고자 하는 충정이 담겨 있다.
화려하거나 모나거나 기발하지는 않지만 청징한 어린이의 눈에 비치는 성선적 인간미가 그의 개성을 이루고 있다.
그의 모든 작품은 인간의 순수한 본성 추구에 있고 맑고 깨끗한 심성을 노래하는데 있다.
선과 악, 바램과 희망, 자아의식의 눈뜸, 진실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자기 희생을 통한 자신의 구원, 더 나아가 어지러운 세태와 공해에 대한 경종.
그 어떤 것이라도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맑고 깨끗한 심성으로 노래하고 있다. 그 맑고 깨끗함처럼 노래하는 문체로서 우리의 가슴에 와 닿고 있다.
197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을 표제로 한 그의 첫 창작동화집 ‘너는 어디로 갔니?’에는 그의 등단작들과 초기작품들이 실려 있다. 이 책에는 그의 1975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우물가를 맴도는 아이들’을 비롯해 아동 일상생활을 소재로 한 ‘봄나들이’‘누구인지 모르겠네’와 우리에게 우화적 교훈으로 심성을 일깨워주는 ‘숲속 젊은이’‘사라지지 않는 향기’‘주현이네 꽃밭’ 그리고 ‘너는 어디로 갔니?’‘종달새야 종달새야’‘마지막 앙팽이’‘탱자나무의 기도’‘지구에 내려온 라빛’ 등이 묶여있다.
‘우물가에 맴도는 아이들’은 시골학교의 우물가를 놀이터 삼아 놀고 있는 아이들이 장난을 치다 우물 속에 바람개비와 구슬을 빠뜨리는데 그것을 빠뜨린 아이들 대신 진이라는 아이가 누명을 스스로 뒤집어 쓴다. 그러나 곧 잘못을 뉘우친 아이들이 진이와 함께 선생님의 칭찬을 받게 되는 전형적인 생활동화이다.
‘너는 어디로 갔니?’는 인간공해가 자연환경을 파괴해가는 것을 예리하게 풍자해 환상의 세계로 승화시키는 야심작이다.
창작동화집 ‘갈매기가 울어요’에서는 갈수록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서 아이들의 마음에 뿌려지는 물처럼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의 세계를 그린 10여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대부분 어른들의 세상에서 순수한 동심을 전달하지만 갈수록 심각한 우리사회의 환경문제를 어린이들의 의식 속에 심어주려는 점이 주목된다. ‘열쇠가 살았던 곳’에서는 자연의 소중함을, ‘갈매기가 울어요‘에서는 박제가 돼 쓰레기통에 내팽겨진 갈매기를 매개로 해맑은 어린이의 마음을 그렸고, ’지구가 취한다면‘에서는 호기심으로 캔맥주를 마신 어린이들이 이를 땅에 내버리는 아야기를 통해 술에 오염되는 토양의 실태를 은근히 고발하고 있다.
▲장편동화 ‘별이 된 도깨비 누나’는 어린이들에게 가족 사랑의 소중함과 세상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해준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잃는 것만큼 슬픈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 이 동화는 주인공 근주가 어린 나이에 사랑하는 가족들을 잃고 힘들어하다가 어디선가 나타난 도깨비 누나와 이루어지지 않을 가족애를 나누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근주는 엄마 아빠, 도깨비 누나는 떠났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속에 영원히 자신과 함께 살아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잇따른 불행과 슬픔을 겪지만 그 모든 어려움들은 결국 근주를 의젓하게 성장하게 한다. 우리 어린이들에게 도깨비라는 상상의 존재를 내세워 가족 사랑의 소중함을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판타지 동화인 이 작품은 우리 아이들에게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 나가는 용기와 사랑을 심어 주고, 흥미진진한 상상의 세계를 마음껏 느끼게 해줄 것이다.
혹시 사람과 사람의 사랑이 아닌 사람과 도깨지와의 불가능한 사랑을 상상해 본 적이 있을까. 그런 불가능한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쉽게 얻어질 수 없는 소중한 그 무엇을 우리 아이들에게 담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이 헤어지듯이 사람과 도깨비도 헤어지고 만다. 하지만 그들은 오래오래 잊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잊지 않겠다는 것은 기다리는 힘이 되어주고 만남을 꿈꾸게도 만든다. 그리움을 달랜 오랜 기다림은 틀림없이 마음의 보석이 되어 훗날 그들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이 동화는 1994년에 ‘근주와 도깨비 별’이라는 제목으로 ‘아동문예’에 연재된 후 책으로 묶어져 나왔다. 그후 여덟 해가 지나 다시 손질 ‘별이 된 도깨비 누나’로 재출간 된 것이다.
▲‘들고양이 노이’는 바닷가 마을의 옹기집에서 태어난 세 마리 고양이 자매 얼이, 노이, 검이의 각기 다른 삶의 모습을 흥미진진하면서도 때로는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가족 사랑의 소중함과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 주는 가슴 따뜻한 장편동화다.
호기심 많은 들고양이 노이의 흥미진진한 모험과 우정! 꼬리 잘린 짤룩이와 돌에 맞아 눈을 잃은 반쪽이와의 만남. 그리고 사람들의 들고양이 소탕작전 등의 갖은 고생을 통해 노이는 점차 성숙하게 되고 엄마를 만나게 된다. 이 책은 다양한 모습의 고양이의 삶을 통해 사랑이 부족한 요즈음의 아이들에게 가족의 소중함과 동물을 아끼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버려지는 동물들이 많은 요즘의 사회 풍토 속에서 생명은 소중한 것이라는 믿음을 아이들은 책을 읽어 가면서 쉽게 깨닫게 해 준다.
저자는 이러한 다양한 모습의 고양이의 삶을 통해 사랑이 부족한 요즈음의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가족의 소중함과 동물을 아끼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버려지는 동물들이 많은 요즘의 사회 풍토 속에서 생명은 소중한 것이라는 믿음을 아이들은 책을 읽어 가면서 쉽게 깨달을 수 있다. 다양한 고양이들의 모습을 등장시켜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이를 통해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과 더불어 자연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효성을 키워 갈 수 있다. 각각 고양이들의 특성을 살린 삽화를 더해 책에 대한 이해를 더욱 쉽게 했고, 상상력과 감수성 발달에도 효과적으로 만들었다. 아이들의 인성 발달에 관심을 가진 학부모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책이다.
이 장편동화는 노이가 집을 나와 들고양이로 살아가면서 겪는 모험을 흥미진진하면서도 가슴 따뜻하게 그려 놓고 있습니다. 노이는 같은 자매인 다른 고양이들, 부잣집으로 들어간 얼이 언니나 옹기집에서 엄마 고양이 고륵이를 모시고 사는 동생 검이와는 달리 세상을 맘껏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살려고 들고양이가 되었답니다. 도시의 그늘진 곳에서 겪는 아슬아슬한 모험과 고통을 이겨 나가는 노이의 이야기는 생명의 소중함과 아울러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삶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노이네 세 자매가 각기 다른 길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이나 개, 새와 같은 동물과 더불어 사는 이야기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가족의 소중함과 동물을 아끼는 마음을 갖게 해주지요.
어린이 여러분, 한번 주위를 잘 살펴보세요. 위험에 처해 있는 고양이, 괴롭힘을 당하는 고양이는 없나요? 다른 동물들은 또 어떤가요? 우리 모두는 소중한 생명을 지니고 함께 살아가는 살붙이랍니다. 서로 아껴 주고 사랑하며 살아야겠지요.
그의 작품에서 또다른 면은 죽음에 대한 성찰이다. 동화에서의 죽음에 대한 소재는 그리 많지 않다. 주로 성인문학에서 다뤄져 왔기 때문이다.
김씨의 몇몇 작품에서 죽음에 대한 강렬한 인식이 드러나 있음은 인상적이다. 이러한 인식은 작가의 내면 의식의 반영으로 나타나게 된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들이 느끼는 죽음의 필연성이나 생명의 허무함 등은 작가의 생각을 대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김씨에게 있어서 죽음에 대한 인식은 삶의 부정으로 끝나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오히려 죽음에 의해서 삶의 한계를 인식하게 되고 더욱 열심히 아름다운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작가는 죽음을 극복하는 길은 진실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가르쳐 준다.
‘종달새야 종달새야’에서는 죽음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숙명임을 말해준다. 세은이가 얻은 불사의 생명은 하늘의 뜻이며 할아버지의 손자가 종달새의 실수로 죽은 일 역시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가 없다. ‘오동꽃 피는 날’은 죽음을 바라보며 인간이 품게 되는 본질적인 고독감을 그려내고 있다. 고독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자신의 죽음이나 가족의 죽음에 직면할 때 느끼는 고독은 깊은 슬픔을 자아낸다. 작품 속에서 아기 봉황새가 느끼는 고독감은 어린이의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아기 봉황새의 고독은 성인으로서 어느 정도 삶의 서글픈 일면을 인정하고 있는 작가의 내면의식 투영이다
‘무덤 앞에서’는 죽음의 인식을 뛰어넘어 삶으로 시선을 돌린다. 매미의 노래에 대한 평가를 놓고 다투던 달팽이와 여치는 동물총을 발견하고 갑자기 죽음을 인식하게 된다. 그들은 죽음 앞에서 자신들의 말다툼 따위는 하잘 것 없으며 세상의 모든 생명체가 아름답고도 허무한 존재임을 깨닫는다.
또한 ‘하늘이 아름다워요’에서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 진정한 삶을 모색해가는 작품이다. 작품 속 돼지는 자신이 사흘뒤에 제물로 바쳐질 운명임을 알고 삶을 뒤돌아보게 된다. 돼지는 사흘동안만이라도 사람들처럼 생각하며 살고 싶다고 소망한다. 물질적인 만족에만 탐닉하던 돼지에게 있어 정신적 가치의 지향은 삶의 혁명적 변환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처럼 생가하며 살고 싶다는 돼지의 소망은 가치있는 삶에 대한 갈구이다.
‘소나무와 흙의 약속’에서는 소나무와 흙이 대조되는 성격으로 묘사된다. 소나무는 이기적인 욕심 끝에 파멸을 자초한다. 흙은 소나무의 모든 것을 포용하며 소나무의 죽음까지도 자신의 품안에 끌어안는다. 이 작품에서 흙은 생명이며 동시에 죽음이다. 이처럼 소나무의 모습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는다. 죽음을 잊고 자신의 존재를 과신하는 순간 우리가 딛고 살아가야 할 생명의 기반이 흔들리는 모습을 본다. 삶과 죽음은 공존함으로써 그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소나무의 죽음을 통해 진정한 삶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깨닫게 해준다
이제까지 김씨의 작품은 맑고 깨끗하고 선명하고 개성적인 문체로 선과 악, 바램과 희망, 자아의식의 눈뜸, 진실한 사랑은 무엇인가, 자기희생을 통한 자신의 구원, 더 나아가 어지러운 세태와 공해에 대한 경종을 울리면서 자연과 인간의 친애, 순수한 나성에 젖어있으며 들뜨지 않는 휴머니티가 있고 진실 속에 뿌리를 내리고자 하는 문학적 인식을 바탕으로 글을 써왔다.
그러나 30여년 이상의 교직생활을 청산하고 그가 할 일은 단 하나라고 말한다. 지금까지의 한 획을 그으며 개척하면서 하나의 경지를 이룩한 생활동화를 넘어 전라도 곳곳에 산재한 민요나 설화, 전래동화를 찾아 지역 구석구석을 탐사할 계획이라 한다. 아직까지 어린이들의 가슴에 안겨주지 못한 우리의 전래동화를 한국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또다른 장을 열어 보이겠다는 열정으로 살겠다고 한다. 전래동화를 현대적 상상력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그의 마지막 문학인생의 승부를 걸고 전력투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문학은 재미가 있어야 감동을 줄 수 있으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 후의 기쁨은 자신이 이 세상에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자긍심이라고 말한다. 또한 사는 것은 문학과 인생을 사랑하는 열정과 집념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김씨는 곰곰이 생각한다. “내가 죽어 백년이 가고 이백년이 지나면 김영랑 시인처럼 고향사람들에게 나의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영랑생가에 비문이 새겨지듯 나 죽어 몇백년 후에라도 그 이웃인 나의 생가에 작은 안델센 동상 하나가 세워진다면 더 바랄게 없다“는 희망을 갖는다.
그의 모든 작품은 인간의 순수한 본성 추구에 있고 맑고 깨끗한 심성을 노래하는데 있다.
선과 악, 바램과 희망, 자아의식의 눈뜸, 진실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자기 희생을 통한 자신의 구원, 더 나아가 어지러운 세태와 공해에 대한 경종.
그 어떤 것이라도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맑고 깨끗한 심성으로 노래하고 있다. 그 맑고 깨끗함처럼 노래하는 문체로서 우리의 가슴에 와 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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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애씨는 전남 강진군 강진읍 남성리 탑동에서 태어났다. 그 곳은 영랑생가와 한 동네 있는 마을이다. 거기서 김씨는 어린시절을 보냈다. 두 팔을 크게 벌려도 절반도 안지 못할 그 큰 은행나무가 지금까지 우람히 버티고 있는 영랑생가, 군데군데 피었다 사그라지는 자주빛 모란꽃잎들이 반겨주는 그 곳에서 김씨는 소꿉장난을 하면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영랑은 1948년 서울로 이사를 가고, 그녀의 소꿉친구네가 대신 그 집에 이사를 와서 살고 있었다. 여기서 하나 밝힐 것은 영랑이 김씨의 할아버지의 누나 아들이기도 한 먼 친척인이라는 점이다.
영랑생가는 김씨집과 불과 1백여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유자나무․은행나무 모란이 심어져 있었고, 은행나무 아래로 넓은 밭이 있어서 한나절쯤은 거뜬히 숨어서도 뛰어놀 수 있는 곳이었다. 철모르는 유년시절 수시로 드나들며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그 집이 영랑생가였다는 사실은 몰랐고, 그의 문학적인 위치도 알턱이 없었지만 그곳이 그저 소꿉장난 하면서 뛰어 놀기 좋았던 그녀의 훌륭한 놀이터였던 셈이다.
어쩌면 이때부터, 유년시절부터 김씨는 한국의 대문호의 기를 받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녀가 지금까지 문단의 동화작가 중에서도 그 핵심적인 역할과 문학적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필연인지도 모르겠다.
김씨는 금릉중학교에 다니던 시절이 행복했다고 회고한다. 가사실습이 정해지면 마치 소풍날을 기다리는 아이들처럼 들떠 있곤 했다. 선생님들이 마치 부모님 같았던 학교 분위기가 마냥 즐거웠다. 특히 국어시간은 가장 즐거운 중학시절로 기억된다. 그녀는 이때 임상호 국어선생님을 만나 일기쓰기나 토론시간 갖기, 시 외우기 등 시골 어린 여학생들에게 문학수업의 씨앗을 받았다고 한다. 어쩌면 지금의 7차교육과정의 학습방법을 그 당시 국어수업시간을 통해 미리 체득한 것이다.
이 때부터 김씨가 전남여고를 마칠때까지 문학소녀의 꿈은 동화작가라기 보다는 소설가라는 꿈을 그리고 있었다.
그런 김씨가 처음 동화를 접하게 된 동기는 광주교육대를 졸업하고 1967년 강진 서초등학교에 부임해 아이들과 함께 교직생활을 시작하면서 부터다. 김씨가 교직을 천직으로 택하면서 자연스레 아동문학에 빠져 들었고 교단에서 겪은 풍부한 경험은 그의 문학세계를 더욱 깊고 넓게 만들어준 자양분 역할을 했다. 매일 매일 만나는 어린 제자들은 그에게 문학작품의 좋은 소재이자 목표가 됐다.
이렇게 습작을 하면서 김씨는 결혼을 했고 딸아이 둘을 낳아 키우면서 잠시 글과 떨어져 있었다. 1974년 막내녀석을 낳기 전까지 글 같은 것은 이미 까마득한 하나의 추억처럼 여겨 졌었다고 말한다. 그때 그녀는 산후조리를 하면서 막내아들녀석과 함께 새롭게 출발을 하기위한 다짐을 하면서 다시 원고지를 잡는다. 아이 옆에 베개를 고이고 엎드려 누워서 원고지를 메꾸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 김씨는 장르를 소설에서 동화로 바꾸었고, 난생처음 50매 분량의 동화 ‘우물가를 맴도는 아이들’을 완성 75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는 영광은 안는다. 그후 그녀는 잠시 또 글을 쓰는데 전력하지는 않았지만 79년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화 ‘너는 어디로 갔니?’가 당선되면서 정식으로 문단에 등단, 본격적으로 동화작가의 길을 걷는다.
82년엔 전양웅, 김재창, 장문식, 황일현, 김목씨 등과 함께 전국최초의 동화문학동인 ‘흙담’을 결성 활동했다.
1994년엔 광주․전남 지역방송 최초의 광주문화방송 TV드라마인 어린이프로 ‘우리들은 자란다’의 극본과 ‘신나는 일요일’의 대본을 6개월 가까이 쓰기도 했다.
저서로 동화집 ‘너는 어디로 갔니?’‘잠을 자는 돈’‘이상한 안경’‘근주와 도깨비별’‘갈매기가 울어요’‘손가락 발가락’‘은붕어를 보았니?’‘페스탈로치’‘유관순’‘바람을 보았니’‘기차를 타고’‘들고양이 노이’‘별이 된 도깨비 누나’ 등이 있으며, 수필집으로 ‘겨울 그 솔바람 소리’‘옹기는 들꽃이다’‘모든 사람들이 가는 그 길을 가거라’ 등이 있다.
1980년 전남아동문학작가상, 1984년 전남문학상, 1998년 광주예술문화특별공로상, 장편동화 ‘들고양이 노이’로 2002년 한국아동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제7회 여성주간 기념 노랫말 공모에 ‘함께 만드는 따뜻한 세상’이 최우수작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김씨는 30여년 몸담아 오던 정든 교직을 퇴직하고 광주에 살면서 이이들을 위한 동화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김씨는 “사실 글쓰는 시간을 더 많이 갖고 싶어서 선생님은 가르치는 일을 그만 두었다. 하지만 가르치는 일이나 글쓰는 일이나 너희들 곁에 있다는 것은 똑같을 것이야, … 너희들이 보고 싶어지는구나. 앞으로도 직접 가르치는 대신 재미 있는 이야기를 통해 나는 항상 너희들과 같이 살아가고 싶다”고 그녀의 마지막 제자들에게 말한다.
교단을 떠나 전업작가로 새로운 승부를 건 셈이다.
글=이재창 편집부국장
사진=김기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