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8 차 산행지는 양주의 불곡산이다.
제 108 차가 되는 금번 산행은 햇수로 보면 십년째의 첫 산행인 셈이다.
09:10 에 의정부 북부역에 모인 산우는 5명.
뒤늦게 유양초등학교 앞에서 합류한 중배 포함 6명.
지난달 시산제에 17명의 대 식구가 모였었는데 아쉬움이 남는 숫자이기는 하지만
회원 대부분이 샌디아고에 야구 응원하러 간 모양이니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참석자: 최해관, 김호경, 이강호, 김형철, 권중배, 그리고 필자.
09:25 에 32번 버스에 올라 09:40 에 유양초등학교 앞에서 하차.
바로 뒷 버스로 도착한 중배를 반갑게 맞이하고 곧바로 양주별산대 놀이
공연장을 끼고 산행시작. 유양동은 양주 별산대 놀이의 본고장이다.
<불곡산>
불국산으로도 불리는 불곡산은 해발 468.7M로 양주시 유양동과 삼복동
경계에 솟아 있으며, 그리 높지 않지만 기암들로 이어진 오밀조밀한 산세를
자랑하며 <대동여지도>에 양주의 진산으로 나와있다.
불국산으로 불리는 이유는 회양목이 많이 자생하여 겨울이면 빨갛게
산이 물든다 하여 붙여진 것이란다. 20여분 오르자 등산로 옆에서 어느 등산회 모임이
뒤늦은 시산제를 올리고 있다.
아침을 거른 호경이 막걸리와 시루떡을 얻어 요기를 하고 능선을 향해
오르기를 계속하다 10:20 경 능선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
<능선을 향해>
능선을 따라 불곡산의 최고봉인 상봉을 향해 전진.
서울 근교의 산과는 달리 등산객이 붐비지 않아 산행조건은 최고다.
상봉 바로 밑에서 호경이 멀리 남쪽으로 보이는 도봉과 북한산을 바라보며
설명이 이어지고 기념사진도.
<상봉아래서>
<상봉에서>
10:55 에 밧줄을 잡고 상봉(468.7M)에 도착한다.
불곡산의 가치는 수많은 암벽과 멀리 보이는 도봉,북한 그리고 수락산을
건너다 볼 때 여실히 드러난다.사방의 조망이 일품이다.
잠시 상봉에 머물다 상투봉(상투모양이라 붙여진 이름)을 향해 출발.
상투봉을 오르기 위해서는 상당히 급한 경사를 밧줄에 의존해 한참을 내려와야 하는데,
오래전 소요산 산행이 떠오른다.
<상투봉에서>
11:20 에 상투봉(403.6M)에 도착.
저 멀리 보이는 임꺽정봉을 배경으로 사진도 남긴다.
상투봉에서 임꺽정봉을 오르기 위해서 또다시 암벽을 조심조심 내려와야 한다.
흔히들 산을 오른다고 하는데 불곡산은 오르는게 아니라 타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암릉과 노송이 어우러진 절묘한 풍경과 바위가 빚은 여러 형태들이
그리 높지는 않아도 아찔한 바윗길을 이루고 있어 밧줄을 수시로 타고
오르내리는 재미가 각별하다.
임꺽정봉을 앞두고 잠시 휴식.
불곡산에서 가장 가파른 암벽으로 이루어진 등산로를 따라 올라야 한다.
무릎이 좋지 않아 한동안 산행을 쉬다 회장의 엄명에 끌려나온 호경이
제일 먼저 임꺽정봉을 포기. 뒤이어 중배와 강호도 쉰단다.
회장은 전에 임꺽정봉에 오른적이 있다고 주저앉아 버린다.
형철이 앞서서 임꺽정봉을 향해 출발하는데 필자도 뒤따른다.
서너번 밧줄에 의지해 가파른 길을 올라 정상에 서니 임꺽정봉이 아니다.
밑에서 볼때 봉우리가 하나인 줄 알았는데 정작 임꺽정봉은 그 뒤에 더 높이 솟아있다.
포기 할 수도 없어 임꺽정봉(445.3M)을 향해 다시 내리고 올라
12시경 정상에 도착하여 기념사진 남기고 잠시 숨을 고른다.
<임꺽정봉에서>
임꺽정이 이 일대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봉우리중 하나에 붙여진 것이 임꺽정봉 이란다.
상봉에서 바라보던 조망과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좁은 면적과 500M도 채 되지 않는 높이 임에도 불구하고 아슬아슬한
위태로움과 다양한 암릉미를 보여주는 산이 또 있을까.
밑에서 기다리는 산우를 위해 급히 하산하여 12:20 에 능선에 도착하니
강호가 가져온 북한산 인삼주는 벌써 동이 나가고 있고 판은 무르익어가고 있다.
필자가 준비한 연어회를 안주로 마신 마지막 인삼주 한잔이 꿀맛이다.
계란말이, 전, 연어회, 김밥으로 요기를 하며 소주와 막걸리를 두서너배 돌린다.
능선위에 자리잡고 앉아 바람이 꽤나 쌀쌀하다.
<조촐한 상>
감기 걸리기 십상이라 자리를 뜨기로 하고 12:50 에 능선에서 하산길로 접어든다.
10 여분 내려오다 따뜻하고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고 못다한 판을 다시 벌인다.
형철이 준비한 배와 중배의 호두파이를 안주삼아 호경의 위스키와 남겨온
막걸리도 비우는 사이 중배가 한일전 야구중계를 시작. 아직 0:0.
13:20 경 자리를 파하고 하산 시작.
하산길은 매우 완만하여 지친 몸을 풀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어느정도 취기가 오르니 호경이 목청을 돋구고 필자도 질세라 맞장구 치며
방성리를 거쳐 14:10 에 유양초등학교 옆 원조 할매 순대국집에 자리 잡는다.
한일전 스코어는 3:0. 김이 샌다.
미국의 멕시코전 패배로 일본이 4강에 오를때 느꼈던 불길함이 엄습하는데
스코어는 더욱 벌어진다.
순대국집 테레비젼 껐다.
<순대국집에서>
애꿎은 소주만 들이키고.
회장이 두 아들을 호출했단다.
15:20 에 어지간히 취한 일행들은 회장 아들이 몰고온 두 승용차에 올라 16시경
수락산역 근처 호프집에 도착.
회장의 두 아들과 친구 그리고 어부인도 동석하여 10명이
생맥주를 앞에 놓고 또 한번 시끄러워진다.
회장의 큰아들 희찬이 건배를 하는데 구호가 맘에 든다.
“이대로 영원히”
17:30 에 호프집을 나왔으니 그 안에서 스토리도 많고 횡설수설도 많았겠지.
기억하는 산우는 추가기록 바란다.
중배는 가고 나머지 4명이 삼성동 원주 추어탕집에서 못다푼 화를 한번 더 풀고 헤어졌다.
금일도 무사산행을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낮익은 시 한수와
싱그러운 봄노래에 실어 산행기를 끝맺는다.
“아득히 솟아 오른 저 산정에,
구름도 못 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뜻을
저 산은 우리 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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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승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