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다. 고은은 하품을 하며 일어났고 옆에는 익숙한 사람이 자고 있다. 앤써니다. 고은이 일어나는 소리에 앤써니는 속으로 생각했다.
'일어날까.. 말까..'
고은은 익숙한 듯 앤써니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며 말했다.
"일어나요. 여보."
고은의 입맞춤에 앤써니는 눈을 감은 채 웃으며 말했다.
"음.. 일어날까? 말까?" "일어나요.. 안 일어나면 나 대본 안 쓸 거에요."
고은의 협박(?)에 앤써니가 말했다.
"음.. 그럼.. 한 번 더 내 입에 키스해 줘. 그럼.. 일어날게." "어후.. 진짜.."
고은은 싫지 않은 듯 다시 한 번 앤써니의 입에 입을 맞추었고 앤써니는 잽싸게 고은을 자신의 품 안에 가두었다. 한동안의 입맞춤 후에 앤써니가 눈을 떠서 고은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그럼.. 오늘도 열심히 대본 써 줘." "알았어요. 참.. 오늘 애들은 어떻게 할 거에요?" "음.. 애들이 준혁 형 좋아하니까.. 그리로 보낼까?" "둘 째 아주버님은 과장님이시라 바쁘시잖아요. 이 번에.. 큰 아주버님 오랜만에 한국에 오셨는데.." "아.. 건우 형.. 음.. 교육상 나쁘지는 않겠네. 건우 형.. 의외로 아이들 좋아하니까.. 내가 건우 형한테 연락해 둘게. 참.. 쪽대본 날리지 않게.. 알지?" "경성의 아침 때 생각하면 끔찍해요. 어서 일어나요." "응."
둘
은 일어나서 씻고 옷을 갈아 입은 뒤 나란히 화장대 앞에 앉았다. 앤써니는 아이라인을 그리고 머리 가르마를 나눈 뒤 헤어
스프레이로 고정시켰다. 고은은 적당히 기초화장을 하고 입술에는 가볍게 립글로스로 마무리를 했다. 그 때 침실 문을 벌컥 열고 세
명의 아이들이 들어 왔다.
"엄마.. 아빠..."
앤써니는 아들 둘을 고은은 딸 하나를 안아 든다. 앤써니가 말했다.
"자.. 자.. 오늘 엄마 아빠는 바쁘니까.. 오랜만에 한국에 오신 너희 큰 아빠한테 가 볼래? 오랜만에 클래식도 듣고.. 어때?"
앤써니의 말에 아이들은 좋다고 답했고 아침을 먹는데 앤써니가 말했다.
"역시.. 장모님이 해 주신 거는 맛있습니다." "고갈비 구운 게 몇 년인데.. 그리고 나 박강자야." "예. 알죠. 장모님." "식기 전에 어서들 먹어." "예."
식사를 마치고 고은이 말했다.
"아.. 오늘 아주버님들 다 집에 초대할까요? 여보 생각은 어때요?" "그러면.. 장모님이 힘들어지실텐데.." "엄마.. 괜찮죠?"
고은의 물음에 박여사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백명이 와도 거뜬해." "그러면.. 엄마만 믿고 다 초대할게." "응. 그나저나 늦겠다. 어서 가요. 김 서방." "예.. 그럼.."
앤써니는 가기 전에 어머니의 방에 들렀다.
"엄마.. 나 다녀 올게." "어머님.. 다녀 올게요."
앤써니와 고은의 말에 앤써니의 어머니가 말했다.
"응.. 어서 다녀 와. 차 조심하고.." "응.. 알았어. 엄마."
인사를 마치고 차에 오르는데 보조석에 고은을 뒷좌석에는 세 아이들을 나란히 태웠다. 고은이 말했다.
"저기.. 여보." "응?" "애들 내려주고.. 병원에 가면 안 될까?" "왜? 어디 아파?" "응.. 조금.." "응.. 알았어. 그 전에.. 건우 형한테 연락 좀 해 보고."
"앤써니냐?" "응. 지금 형만나러 갈건데.. 어디야?" "오지 마. 나 바빠." "형만 바쁜가.. 나도 바빠. 그리고 형은 안 바쁘잖아. 그리고 조카들 보고 싶지 않아?" "어. 안 보고 싶어." "그런 말 말고.." "그러면.. 연습실로 와." "알았어."
그리고 곧장 건우의 연습실로 향했고 연습실에는 석란시향과 뮌헨필의 단원들이 모여서 연습하고 있었다. 앤써니는 연습실 문을 조용히 열고 들어갔고 건우는 지휘를 멈추고 앤써니에게 다가갔다.
"오랜만이네." "응. 잘 지냈어?" "그냥.. 뭐.. 근데.. 옆에 딸린 게.." "응. 형 조카들이야. 그리고.. 애들 좀 봐 주면 안 될까?" "내가 왜?" "나 이 사람 데리고 병원도 가야하고 일도 해야 해." "나도 지휘해야 돼." "
애들 맡겨 놓을 데가 형 밖에 없어서 그래. 형도 알다시피 준혁이 형은 맨날 수술이라고 바쁘고.. 달건이한테 맡기자니
학교다니고.. 인철이는 사업하느라 바쁘고.. 종우는 그 몸으로 어려운 법 공부하고.. 그리고.. 맨날 보는 조카들도 아닌데..
오늘 하루만 좀 봐 줘. 형." "그럼.. 어쩔 수 없지. 단, 시끄럽게 하면.. 알지?" "응. 그리고 오늘 우리 집에 저녁 먹으러 와. 오랜만에 같이 식사 좀 하게." "어."
앤써니는 세 아이들에게 단단히 주의시키며 말했다.
"오늘 얌전히 큰 아빠 말 잘 듣고 조용히 해야 된다. 그러면.. 아빠가 엄마랑 같이 데리러 올 거야. 알았지?" "응."
앤써니와 건우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고은은 루미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오늘 저녁에 큰 아주버님 모시고 저희 집으로 올래요?" "에?" "오늘 저희 집에서 같이 식사 좀 하고 싶어서요." "아.. 그럴게요." "그리고.. 언제 제 작업실에 놀러 와요. 같이 이야기도 좀 하고 싶은데.."
고은은 자기 명함을 루미에게 건네 줬고 그 때에 앤써니가 고은을 불렀다.
"여보. 병원에 가자며.." "아.. 가요."
앤써니는 아이들을 무사히 건우에게 맡겼고 고은과 차에 올랐다. 앤써니와 고은이 병원에 가는 도중에 건우의 연습실에서는 아이들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었다. 건우는 피아노로 가서 클래식 동요 몇 곡을 쳐 줬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여기 가만히 있어."
아이들은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예. 큰 아빠."
이 모습을 지켜 본 작은 건우가 물었다.
"저기.. 선생님. 저 애들은 누구.." "아.. 내 동생 아이들.." "그럼.. 아까 그 분이 선생님 동생 분.. 뭐하시는 분이에요?" "드라마를 만든대. 그런데.. 그런 걸 알아서 뭐하려고?" "아.. 아뇨." "그럼.. 비발디의 스프링.. 갑니다."
그 때에 앤써니는 명인대 병원에 도착해 있었다. 가자마자 외과 과장실에 들렀다. 준혁은 둘을 보자마자 반겼다.
"어? 앤써니.. 제수씨도 오셨네요." "아.. 예에." "근데.. 무슨 일이야?"
준혁의 물음에 앤써니가 말했다.
"어.. 안 사람이 아프대서.." "그래? 제수 씨.. 어디가 아프신가요?" "저기.. 그 게.. 산부인과 쪽이라서.." "그러면.. 제가 산부인과에 연락해 놓겠습니다." "예. 고맙습니다. 아주버님."
고은의 말이 끝나고 앤써니가 말했다.
"저.. 형." "응?" "오늘 저녁 시간 있어?" "음.. 없는데.. 왜?" "이 번에 건우 형 오랜만에 왔잖아. 그래서 같이 저녁먹으면 어떨까 싶어서.." "건우 형.. 온대?" "응." "그럼.. 갈게."
그 때 도영이 노크하며 들어 왔다.
"준혁아. 좀 봐 줬으면 하는 환자가 있는데.. 아.. 손님이 계시네. 나중에 올까?" "아냐.. 들어 와." "그러면.. 형 바쁜 거 같으니까.. 가 볼게." "응.. 미안하다. 차 한 잔 대접도 못하고.." "뭘.." "참.. 이왕 온 거.. 안과에서 한 번 검사 받아 봐. 그 때 수술이 잘 되었다고 들었지만.. 혹시 모르니까.." "고마워.. 형. 그럼.. 갈게." "응. 조심히 가라."
앤써니는 고은을 데리고 산부인과로 향했다. 고은은 이런 저런 검사를 받아 봤고 산부인과 의사에게 물었다.
"저기.. 확실.. 한가요?" "예. 축하합니다. 임신 이 개월입니다. 임신 삼 개월까지는 위험한 시기니까 가급적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해 주세요. 그리고.. 절대로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남편 분께서 많이 도와 주세요."
의사의 말에 앤써니가 말했다.
"아. 예. 알겠습니다." "아.. 여보. 안과에도 가 봐요." "괜찮아.." "그래도 가 봐요. 이럴 때 검사 받아 두면 좋잖아요. 그리고 내가 안 괜찮아요."
고은의 말에 앤써니는 안과에 가서 검사를 받았고 안과 의사가 말했다.
"지금 약은 잘 드시고 계시죠?" "아.. 예. 근데..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뇨.. 이 번에 천하 그룹에서 신약이 나왔는데.. 효과가 좋다고 해요. 그래서 그 약으로 바꿀까 하는데.." "예.. 뭐.. 상관없습니다만.." "그러면.. 이 번에 약을 좀 바꿔서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가시는 길에 처방전 받아 가세요." "예. 고맙습니다."
앤써니와 고은은 병원에서 볼 일을 마치고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로 향하는 길에 앤써니가 말했다.
"애 낳을 때까지 집에서 대본 쓰는 게 어때?" "대본 회의도 해야 하고.. 앞으로 바빠질텐데.." "예전에 무리하다가 첫 애 유산하려 할 뻔한 거 잊었어?" "그리고.. 집에서는 집중이 안 되는데.. 참.. 핸드폰 줘 봐요." "왜?" "달건, 인철, 종우 서방님한테도 초대 문자 보내야죠."
고은은 앤써니의 전화기로 문자를 보냈고 앤써니가 말했다.
"그럼.. 사무실하고 할아버님 회사하고 마침 가까우니까.. 할아버님 회사의 자기 방에서 대본 써." "그럼.. 할아버지 만나고 갈래요?" "그럴.. 까?"
앤써니는 고은과 함께 천하 그룹으로 향했다. 고은은 앤써니와 함께 회장실로 향했다. 앤써니는 진회장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그냥 할아버지라고 부르게. 김 손서(손녀의 남편)." "예에.. 할아버님." "그런데.. 무슨 일이야?" "이 사람이 또 임신을 해서.. 작업실에서 대본 쓰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여기로 데리고 왔습니다."
앤써니의 말에 진회장은 고은의 배에 귀를 대보며 만지면서 말했다.
"정말.. 이 안에.. 내 증손자가?" "예. 할아버님." "잘 데리고 왔네. 사람이 없는 그 휑한 작업실보다야.. 뭔 일 있으면 언제든 사람을 부를 수 있는 여기가 나을 거야." "그럼.. 전 사무실로 가 보겠습니다." "응. 바쁠텐데.. 어서 가 봐." "예. 그 전에.. 자기.. 잠깐.."
앤써니는 고은의 손목을 잡아 채 돌려 세운 뒤 가볍게 입을 맞추고 말했다.
"절대로 무리하지 마. 그리고 대본 바로바로 보내 주고.. 확인해야 하니까.." "알았어요."
앤써니는 사무실로 향했고 고은은 그냥 회장실에서 대본을 쓰기로 하고 소파에 편하게 앉아 작업을 시작했다. 그 때에 여치가 회장실에서 고은을 보더니 말했다.
"어? 언니 왔네." "응. 그런데.. 넌 언제 철들래?" "난 경영에 도통 관심이 없다니까.." "참.. 그리고 나 임신했으니까.. 조심해 줘. 특히 말 조심." "어.. 언니.. 또 애 가졌어?" "응. 그러니까 조심하라고."
그 무렵 하늘에서는 이 장면을 흐뭇하게 보고 계시는 분이 있었으니.. 바로 이순신 장군님이셨다. 연화 아씨가 말했다.
"대감.. 그리도 기쁘십니까?" "그럼요. 기쁘다 마다요. 이왕이면 나처럼 아들 다섯에 딸 셋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대감도 참.." "그리고 내 후손들이 참 장합니다. 다 잘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옆에서 유성룡이 말했다.
"이보게. 여해. 또 그 아이가 회임을 했다던데.. 사실인가?" "예. 그렇습니다. 서애 대감." "감축하네. 그리고 이 기쁨을 우리만 나눌 게 아니라 좌수영과 통제영의 제장들과도 나눔이 어떻겠는가?" "사사로운 일입니다." "아닐세.. 한 생명이 나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이라던가? 허면.. 내가 준비를 시키겠네. 자네는 천천히 오게나." "예. 서애 대감."
이 무렵 앤써니는 무척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방송 3사와 손을 잡고 충무공 이순신 장군에 관한 대하 드라마 제작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여기까지 썼는데.. 제목을 못 정하겠음.. 횽들 의견 수렴해서 붙일까 함.. 긴 글 읽어 줘서 고마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