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련에 물들지 않는 거대한 바위의 침묵
전 국토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월드컵 축구. 축구는 박력의 스포츠다. 초원위를 거칠 것 없이 질주하며 박투를 벌이는 전사들은 물질문명에 주눅 들어
의기소침한 현대인들에게
잊혀진 야성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산중에도 경상북도 청송군과 영덕군의 2개군 5개면에 걸쳐 있는 주왕산(720m)은 박력이 철철 넘쳐나는 산이다. 거대하고
육중한 바위들이 연출하는
호쾌함은 거친 기세로 망막을 파고들며 도시생활의
소심증을 깨치는 신선한
충격을 전해준다. 주왕산
국립공원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주왕산= 914번 지방도를
타고 가는 길에 멀리서부터 웅장한 바위산이 눈에
띈다. 일찌감치 감탄하다보면 주왕산 국립공원 이정표가 나온다. 시나브로
위용을 더해가는 세손가락 나란히 모은듯한 바위산이 주왕산의 상징과 같은 기암(旗岩). 아랫단을 짙은 녹음이 치마처럼 감싸고 있는 기암은 평지서 불쑥 솟아오른 형국이어서 위용이 대단하다.
대전사로부터 시작되는 등산로는 산책로라 할만큼 의외로 평탄하다. 등산로는 기암 바로 아래를 지나고 길에서 바라보는 기암의 위용은
그 거대한 덩치가 금방이라도 등산로를 덮칠
듯 위압적이다.
평지돌출 산세 야성미 빼어나...
기암이 거창한 예고편이라면 마치 사람 옆얼굴 모양의 시루봉부터는 주왕산 바위들의 향연 본편이 시작된다. 학소대와 급수대, 병풍바위등이 직벽을 이루며 위협하고 길은 아슬아슬 그 틈바구니로 겸손하게 나있다.
70여평의 소(沼)위로 떨어지는 제1폭포. 에워싼 바위들의 볼륨에 비해 앙증맞다. 마치 험상궂은 바위들의 비위를 거스를세라 한껏 아양을 떠는 형국. 1폭포위로 형성된 에메랄드빛
소(沼)는 선녀탕. 사람의 손길이라도 닿은 양
장방형으로 파여있어 이채롭다. 선녀탕 위로
2단으로 떨어지는 작은 물줄기도 맵씨가 각별해 과연 선녀라도 목욕하고 싶겠다 싶다.
계곡을 따라 제2, 제3폭포가 연이어 등장하는데 제2폭포는 2단폭포, 제3폭포는 주방계곡내
폭포중 가장 호탕한 규모를 갖추고 있다.
주왕산은 원래 석병산으로 불리웠는데 중국
당나라 덕종때 진(晉)나라 왕손인 주도가 후주천왕을 칭하고 모반을 꾀하다 쫓겨 이곳까지 숨어들은후 주변마을에서 식량을 약탈하다 신라의 마일성장군 5형제에게 죽임을 당한후 주왕산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주왕이 숨어살았다는 주왕굴, 무기고였다는 무장굴, 주왕의 아들 이름을 딴 대전사, 주왕의 딸 백련공주가 성불했다는 연화굴 등이 있는데 이 훌륭한 산세를 포장하는 옛이야기로는
뭔가 몹시 미진하다는 느낌이 든다.
6천평 산중호수 왕버들 장관
주산지=주왕산 국립공원을 나와 영덕방향으로 진행하다보면 청송군
부동면 이전리에 주산지가 있다. 역시 주왕산 국립공원내에 있는 이
저수지는 1720년 조선 숙종46년에 착공하여 그 이듬해 10월 경종 원년에 준공된 6,000여평 남짓한 규모의 산중 호수다.
주산지가 매력적인 것은 30여그루의 왕버들, 능수버들이 물속에서 자생하는 모습 때문. 주왕산 연봉 울창한 수림속에 아늑하게 자리잡은
데 더해 하얗게 피어오르는 물안개속에 150여년 수령의 버드나무들이
물속에서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모습은 말그대로 선경이다.
그런 모습을 기대하고 찾아간 주산지. 하지만 아뿔사! 메마른 날씨에
모내기를 하려니 저수지의 수위가 한참 낮아져 있다. 물속에 있어야될
나무들은 여느 나무들처럼 물가에 자리잡고 있다.
허탈한 여심(旅心)을 달래주는 것은 축축한 땅위를 덮고있던 나비떼뿐. 고적한 산새소리를 장단삼아 떼를 지어 나블댄다. 나비떼 벗삼아
호반을 걷다보니 물에 잠겼을 부분까지 허연 실타래 같은 것이 나무둥치를 덮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관리인의 설명은 왕버들의 뿌리란다. 물속에 서있는 왕버들의 자태를 감상하진 못했지만 남들은 보기
힘든 녀석들의 속내를 들여다본 것으로 서운함을 달래본다. 이제 곧
장마가 지면 왕버들들은 다시 물속으로 원위치한단다.
엉뚱하게 호면에 떠있는 철제 바지가 있어 물어보니 김기덕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이곳서 촬영한단다. 8월께 촬영이 시작될 예정이라는데 벌써부터 띄워놓은 바지가 흉물스러운 것이
옥의 티.
절골계곡= ‘내주왕’이라 불리는 절골계곡은 주왕산의 본류인 주방계곡에 비해 덜 알려진 경승. 주산지가는 길목에서 갈라져 들어간다.
이곳 역시 주왕의 자락. 덩어리로 위압적인 바위들의 세상이다. 계곡물은 바위위를 흘러 맑고 깨끗하며 그곳의 주인은 날렵한 맵씨의 버들치들. 바위엔 까뭇까뭇 다슬기들이 붙어있어 발만 담가도 족할 내방객들에게 손맛까지 안겨준다. 이곳 역시 구비를 돌때마다 ‘또 어떤 절경이?’하는 호기심을 부추기며 산행길을 재촉하는데 오아거암_주방계곡의 제2폭포까지 산행을 하게 된다.
달기폭포= 달기약수탕에서 월외계곡을 따라 약 4km 거슬러 올라가면 일명 월외폭포로도 불리는 달기폭포가 나타난다. 주방게곡의 1,2,3
폭포에 비해 규모면에서 압도적인 이 폭포는 높이가 11m로 남성미가
물씬하다.
★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서안동이나 남안동IC를 빠져나와 34번국도를
타고 영덕방향으로 진행한다. 진보에서 31번 국도로
갈아타고 포항방향으로 나가다 양지교차로서 청송방향 914번 지방도를 타면
주왕산을 만나게 된다.
★ 먹거리= 달기폭포 인근 청송읍 부곡리는 달기약수탕이라 불린다. 조선
철종때 개발된 이곳 약수는 탄산약수로 위장병에
좋다고 소문나 있다. 이 약수로 삶은 닭백숙이 이곳의 별미음식. 단맛을 위해
가미하는 감초는 약수로
대신하고 찹쌀, 황기, 인삼, 녹두, 대추가 들어간 백숙의 맛이 각별하다. 음식점 주인 말로는
약수 이름이 달기인 것도 ‘달구(닭)새끼를 삶으면 맛있어서 달기약수라 부른다’고. 황기백숙 2만5,000원(中), 3만원(大), 오골계백숙(사진) 3만원.
사진설명
● 웅장한 바위틈을 비집고 난 좁은 길이 마치 눈치를 보는 양 한껏 겸손한 기색이다.
● 높이가 11m에 이르는 달기폭포. 남성미가 자못 위압적이다
● 인공이 가미된듯 장방형의 선녀탕으로 떨어지는 앙증맞은 물길. 주왕산 바위가 연출한 절경이다.
● 물속에서 자라는 왕버들로 유명한 주산지의 고즈넉한 정취. 아쉽게도 모내기에 물을 대느라 물속에 있어야 할 왕버들들이 둥치를 덮은
하얀 실뿌리들을 드러낸 채 호면 위로 나와 있다. |
첫댓글 크.. 교수님 혹시.. 주산지는 가 보셨어요?? 주왕산 바로 옆에 있는 곳인데,, 주왕산 하니.. 생각이 나서.. 그 주산지란 곳,, 가을에 가면 정말 좋더군요... 함 가 보세요... 새벽엔 더 죽인답니다.. 크크크
주왕산은 세번이나 갔어도...주산지는 안가봤는데...올 가을엔 꼭 한번 가 봐야 되겠구나...죽으러...새벽에...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