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법관계의 특징 중 하나로 행정상 강제징수를 든다.
즉 민사관계에서는 채무불이행에 대하여는 채무의 존재를 확인하는 소송이나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채무명의를 받아 강제집행에 들어가게 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공법관계에서 발생한 채무의 불이행에 대하여는 불이행 사실을 증명하는 납부고지서 만으로 바로 강제집행에 들어가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절차가 바로 국세징수절차이고 이를 규정한 법률이 국세징수법이며 강제징수절차는 국세징수법상 체납처분이라는 장에 규정되어 있다.
체납처분은 공법상 채권자가 관계법령에 의하여 확정된 금전에 대하여 납부고지서를 발부하고 그 고지서에 적힌 날짜까지 납부하지 않을 경우 독촉을 한 후에 바로 압류 및 공매와 환가절차로 들어가는 일련의 절차를 말한다.
이러한 절차는 공법상의 채권을 확보하는데 매우 유용하기 때문에 공법상의 채권에서는 대부분 이 절차를 준용하고 있다.
실정법상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따라"라는 표현이 바로 그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부과 징수하는 금전에 대하여는 "지방세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라고 구분하여 규정하는데 지방세 체납처분도 지방세기본법에 국세징수법상의 절차와 동일한 절차를 규정한 것에 지나지 않기에 사실 입법기술상 구분하여 규정할 실익이 적은 것이다. 지방세 체납처분의 예에 따르도록 한 경우 당해 사무가 자치사무라는 점을 나타내는 징표로서의 효과는 있지만 행정상 강제징수를 나타내는 본래의 의미와는 무관하기에 개념의 혼란만 초래하는 것이라고 본다.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따르도록 하는 문구를 집어넣는 것은 이처럼 당해 채권이 행정상 강제징수의 대상이 될만큼 공법관계에서 발생한 채권임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언제부터인지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징수하도록 하는 채권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작은 정부를 추구하면서부터 전통적인 행정사무가 민간에 위탁되는 사례가 늘고 행정조직 외에 공사나 공단 등 준행정조직으로 볼만한 조직을 새로 만들어 거기에서 행정사무적 성격을 갖는 사무를 처리하게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사회보험의 증가 등 국가재정지출의 형태가 전통적인 재정지출방식 외에 다양한 형태를 띠게 됨에 따라 공사나 공단 등 비행정조직에서 징수하는 금전에 대하여도 행정상 강제징수를 허용할 필요가 늘어나고 있다.
그리하여 국세체납처분의 예를 따르도록 한 입법례가 급증하는 추세에 있는데 문제는 이러한 강제징수의 남발은 법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와 체납처분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조세의 경우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기능유지의 관건이 되는 조세수입의 확보를 위하여 가산세 대상의 확대와 가산금의 가혹안 운영 등 온갖 채권확보방안을 동원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조선시대에 악명 높았던 족징 동징을 연상하게 하는 2차 납세의무라든지 공법관계의 중요원칙의 하나인 부당결부 금지원칙을 무시한 관허사업의 제한 등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가장 실효성 있는 수단은 체납처분이라 할 것인데 조세 외의 공법상 금전납부의무의 확보를 위하여 체납처분이 남용되고 그에 따라 체납처분의 실효성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즉 체납처분을 도입하고서도 그 운영주체가 차마 체납처분을 강력하게 운영하지 못하는 사레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세분야에서는 국세징수라는 중차대한 임무 완수를 위하여 세무공무원들이 체납처분이라는 가혹한 수단을 엄정하게 집행하는데 지방세만 하더라도 징수 담당 공무원들이 납세자와의 마찰을 꺼려 체납처분절차를 제대로 집행하지 않는 사례가 나타나 고액 체납자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법질서 확립의 측면에서도 참으로 중요한 문제이다.
예를 들어 공법상 금전납부의무에서 비중이 커져가는 과징금의 경우를 보면 체납처분의 대상으로 하면서도 실제 체납처분을 활용하지 않고 당초 영업정지에 갈음하여 과징금을 부과한 점을 악용하여 다시 영업정지로 들어가겠다고 위협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과징금 중에는 영업정지로 인하여 당해 시설 등의 이용에 불편을 겪는 일반인들의 처지를 생각하여 과징금 처분을 허용한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점에 비추어 영업정지를 택할 것인지 과징금을 택할 것인지는 엄정한 기준에 따라 정해져야 하고 또 일단 처분이 내리면 과징금의 미납 등을 이유로 다시 영업정지로 돌아가는 것은 금지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법령에서는 과징금 미납시 영업정지처분을 내릴 수 있음을 법령에 명시한 사례도 있는데 이러한 법령을 입안한 주무부처는 물론 그 법령안을 심사한 법제처 역시 비난을 받아야 할 사안이다.
그러면서도 과징금에 대하여는 분납이나 연납 등 납부자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것을 보며 법제처 입안심사기준에서도 과징금에 대하여는 그런 배려를 금지하는 구절을 두고 있다.
이는 과징금이 원래 벌칙적 성격의 금전납부의무이고 따라서 집행상 납부자의 편의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보아서 그런 것 같다.
즉 벌칙의 일종인 벌금의 미납에 대하여는 환형유치라는 강력한 수단이 있기에 체납처분도 필요없고 분납이나 연납의 허용은 제재로서의 효과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본 것 같다.
그리고 금전납부의 가장 원형이라 할 조세의 경우에도 중간예납 등 분납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하기도 하였지만 이 역시 납세자의 편의를 도모한 규정이라기 보다는 징수의 편의와 연중 세수의 균등배분 등을 고려한 규정이라 할 수 있고, 극히 일부 세목에서 규정한 물납 규정도 징수의 효율이라는 측면이 우선시 된 것이다.
이처럼 국가가 금전납부의무에 대하여 납부자의 편의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분야가 있는데 과징금도 그러한 사례의 대표적인 것이다.
그러나 최근 체납처분의 효용성이 크게 감소한 마당에 이러한 종전의 관념도 수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아무리 조세채권이나 과징금 채권이라 하더라도 납부자의 편의를 도모하는 것은 민주적 요청에 부합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조세채권의 경우 조세채권관계를 권력적 관계의 전형으로 보던 시각이 후퇴하고 징수권자와 납세자 사이의 대등한 관계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호응을 받는 지금 조세채권의 확보를 위한 방안도 권력적 관점에서 동원되던 강력한 제재 위주의 수단과 아울러 납세자의 편의를 고려해 주는 것도 긴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한 방안의 하나로 조세채권도 납세자의 사정에 따라 분납이나 연납을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과징금 등에서도 그러한 개선이 있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최근 과태료의 경우에도 체납처분의 활용기피풍조 등으로 징수율이 저조해 지자 질서위반행위규제법을 제정하여 채권확보를 위한 강력한 수단들을 도입하였다.
그 중에는 조세채권의 확보에 활용되던 수단들이 동원되고 감치명령 등 환형유치와 유사한 효과를 갖는 수단까지 동원하여 빈축을 사고 있는데 이처럼 권력적 수단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납세자의 사정을 헤아려 분납이나 연납 등을 허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체납처분제도는 공법관계에서 특별히 인정한 수단임을 감안하여 담당 공무원들이 몸을 사리지만 말고 엄정한 공권력의 집행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체납처분제도를 반납하는 것이 옳다.
국민들 중 겁 많고 선량한 사람들만을 겨냥하여 강력한 법적 수단을 허용하고서도 집행을 게을리하는 것은 국가가 해서는 안될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