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나는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진정으로 참회하고 새로 태어난 사람들,
삶과 상처를 딛고 차마, 아무도 하지 못하는 용서를 하려는 사람들..... 그분들과 함께 나는
감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나를 많이도 울렸으며, 인간에게는 누구나
공통된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며 실은,
다정한 사람과 사랑을 나누고 싶어한다는 것, 그 이외의 것은 모두가 분노로 뒤틀린
소음에 불과하다는 것, 그게 진짜라는 것, 을 가르쳐주었다.....
ㅡ공지영,<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중에서>ㅡ
월정사..
중국의 국경절에...13억 중국 민족 대이동의 그 혼잡을 피해
매년 우리가족은 집에서 한국 위성 TV보며, 요리책 뒤져 별식 해먹으며
있는대로 늦잠에 산책하며 푹~ 쉬며 지내곤 했었는데....
대목이라 비행기 차비도 껑충, 무시무시한 공항의 인파를 뚫고, 출국수속의 폭주로
한 시간씩 연발하는 비행기...미리 추석 제사 준비로 파김치가 된 피곤한 몸으로
아늑한 휴식을 꿈꾸며 월정사로...
도반들과의 해후...익숙하지 않은 만남에 잠깐의 머뭇거림..반가웠습니다.
진부에서 한참을 기다려준 이쁜이와 정득님, 사랑이 철철 넘치는 이쁜 도반...
문득 스스로가 낯선 손님인듯한 서늘함에 어찌해야 할까 또 생각..
그 다음에는 밀려서, 이리로 저리로...
가족과의 휴식이 차라리 나았을까..
허둥지둥한 몸짓으로 그저 달려가 놓고는 다시 뒤돌아 보며 왜? 로 시작하는
질문을 내자신에게 수없이 묻고 묻고....
생각과 마음이 길 따라 거닐다 때때로 사람에게 머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뒤틀림으로, 미움으로, 지독한 집착으로 가슴을 흔들고 때론 분노로,
때론 열정의 흔적이 가슴에 재로 쌓여 혼돈, 가끔 나를 잃고 길을 잃곤 한다.
내 속에서 갖가지 이유로 머물러 있으면서 존재를 상기 시키곤 하는
여러 사람들... 사랑 이거나 미움 이거나 어쨌든 이제는 이별을 고하려 한다.
단순한 관계가 단순한 마음이거나 비워져 가는 마음이 아닐까 해서.....
'선지식 지덕님'과 틈틈의 대화.... 모두를 수용하시는 넓은 마음에 감탄하면서...
앙금으로 남아있던 여러가지 이야기를 털어내고, 그것이 세상임을 이해하면서
왜?로 계속되던 질문들은 마음에 솔바람 한가닥 묻을 수 있게 되었으므로
역시 월정사로의 선택은 탁월 했다고 '자화자찬'
중대에서의 저녁 예불 후 보았던 추석 보름달은 저마다의 마음의 빛으로
빛날진대, 여지껏 보았던 그 어느 달빛 보다 영롱한 오색빛으로
달과 내가 하나가 되어 오대 구석구석을 훨훨 날아 다녔다
순간 나는 나비였고 작은 새 였고.....기쁨의 가벼움...
빛나던 오대산의 보름달도 이젠 그리움으로 가슴에 남았다.
후원의 공양주보살님...
내 마음에선 월정사의 상징으로 각인 되었다.
사람끼리의 사랑은 무릇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온몸으로 보여 주시는 분...
후원에서 서로 다른 일을 하면서, 사소한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보살님을 감싸고 돌아나온 공기가 내게 이르면 따스한 사랑의 기운으로
내게 들어와서 먹지 않아도 나는 늘 배가 불렀다.
사랑...보살님께서 내게 주시는 이런 사랑도 있다.
느낄 수 있으면 무궁무진 참으로 많은 모습의 느낌의 사랑이 있음을 어렴풋이 알겠다.
언제든지 찾아오면 항상 뵐 수 있게 꼭 그자리에 계셔 달라고 말씀드리며
나는 울었다.
크고 작은 많은 그릇들을 박박 씻으며 마음까지 박박 씻는다.
나의 마음공부는 아마 앞으로도 박박 씻으며 그렇게 할 모양이다.
고요,청정의 상원사로, 중대로,보궁으로,비로봉으로,북대로 우와~ 감탄 감탄하며 펄쩍 펄쩍
다니면서도 늘 마음 한구석에는 월정사가 있었고 후원이 있었고 노보살님이 계셨다
아마도 나의 '그' 부처님은 후원에 계신듯 싶다.
우리 지용스님....
빛나는 까만 눈동자와 넉넉한 마음과 따스한 말씀.....
어지간히 허둥대던 '단출' 때의 기억 때문인지 스님 앞에선 늘 어린 아기가 된다
어리광도 부리고 싶고 칭찬도 받고 싶고, 함께 소풍도 가고 싶고....
너무나 소중하고 아름다워서 마음 속에서는 늘 그리움의 눈물과 함께 한다.
부처님의 얼굴, 우리 지설스님은 법명 그대로 눈속의 꽃처럼 청초했다.
내 그리움의 품격을 하늘 만큼 높여 주시는 스님, 지용스님 그리고 지설스님....
내 삶속에 갑자기 새롭고 귀한 손님들이 들어 오셨다
나는 행복하다.
나의 스승 심덕님.
동생 이면서 언니같은 카리스마 수덕님.
언제나 도인, 관선님.
일등신부감 성문.
만인의 딸 떡심.
신비 덕신.
매력적인 부산 사투리의 정일님.
어린 내 친구 청정안.
총명, 깔끔, 야무진 7기 근행님.
타고난 '보스' 종심님.
손 차거운(?) 총각 찔레꽃님.(지용스님께도 찔레꽃이 오셨었다고 했더니 아시던데요)
오토바이 정관님.
한 잔 대접하고 싶은 도행님.
우리 이쁜이 진여.
시집 보내고 싶은 스타정득.
행복 하세요 명득.
똑같은 숫자의 인연 만법님.(밥 사준다는 약속 잊지 마세요)
아름다운 청년 묘정님.
멋쟁이 신사 태성님.
미소부처 대월님.
연꽃 미인 연심님.(인기 폭발 이던데)
만인의 아버지 지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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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마지막 날이라 길이 막힐지 모른다고
깜깜 새벽에 원주까지 차로 데려다 주신 지덕님....(제 짝궁이 감사 드린답니다^^)
원주에서 인천 공항까지 다행히 바로....
기다리는 5시간, 책 한 권 사서 읽으며 많은 생각..
월정사의 일주일을 새 날의 출발과 이으며
두근 두근 설레이는 내일을 기다려 봅니다.
책에서 처럼 아주 행복한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나의 행복이 꽃향기가 되어 도반님들께로 멀리멀리 번져 가기를....
그리고, 사랑합니다.
많이 많이.
*월정사 다녀 올 때마다 밝고, 좋아진다고....
자주 보내야 겠다고 하네요(짝꿍이)
범생 주부 노릇 하느라 쫌 고단하겠지만
외출이라는 '상'이 기다리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