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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831일.18일차.
담양에서 고달리까지
경수 부인이 차려준 아침을
먹고 재정비 후 길을 나선다. 왠지 경수와의 짧은 만남과 헤어짐이 서운하기만 하다. 매일
아침 젖은 빨래를 그냥 입었는데, 오늘만큼은 경수가 손수 탈수하고
말려놓은 라이딩복을 입고 출발한다. 숯가마에서
구운 것이라며 건네는 네 개의 달걀 속에는 40년의 우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담양댐으로 향하는 마지막 7Km 구간은
잘못 만들어진 자전거길로 인해 모두들 힘들어 한다. 영산강길
끝인 담양댐인증센타에서 자랑스런 도장을 찍고 섬진강
댐으로 넘어가는 길에 대해 고민을 한다. 자전거길을
따르면 80Km나 되고 자동차길로 가면 36Km다. 아무래도 전체 일
정에 비공식 일정이 추가되면 시간상의 문제가 발생한다. 약간의
위험성이 따르지만 자동차길이 길 자체는 훨씬 순하고
부드럽고 가깝다. 고민 중에 슈퍼주인이 섬진강댐까지
비용을 받고 점프해주는 것을 알게 된다. 다시 상규와 협의하여
차량을 이용해 40여분에 걸쳐 섬진강댐에 도착하니 절로 행복한 미소가 그려진다. 시작부터
섬진강자전거길은 조금도
나무랄 데 없이 참하고 어여쁘고 맵시 있는 길이다. 세상에 태어나 외지라고는
단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는 소박하고
순박한 시골 처녀처럼 맑고 밠고 고운 섬진강물소리를 들으며 자란 벼이삭들의 속삭임이 가을 풀벌레 소리를
모아 잔치
를 벌인다. 우리는 불청객으로 초대를 받고 향응을 받는다. 마주치는
자전거가 겨우 6-7대 정도다. 지나치는 자동차도
거의 없다. 처음부터 매혹에 빠져든 섬진강길에도 조용조용 어둠이 깃든다. 석양조차
아름다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넋
이 빠진다. 엄청난 하루살이 떼의 습격을 받으며 고달리마을회관을 찾아간다. 이장을 찾아 사정을 이야기하고 짐을 푼
다. 마을회관에서의 하룻밤은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이고 즐거움이다. 이장이 제공한 소1맥3으로 자전거방랑생활에 활
력소를 불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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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01월.19일차.
고달리에서 배알도수변공원까지 그리고 영광으로
어느새 19일째다. 집을 떠날 때 여름에서 초가을로 바뀐 아침 공기가 상쾌함을
넘어 제법 쌀쌀하다. 3000리 자전거길
중에서도 유독 400리
섬진강 자전거길은 팔등신 미녀인 천사와도 같은 선녀와도 같은 모습이어서 더욱 사랑하고 싶다.
자동차가
거의 없는 섬진강을 따라가는 차도에서 무한 질주를 느끼며 초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지난 여름 녹색 추억을
간직한 낙엽 위를 후회 없이 달려본다. 수고했다는 듯이 너그러이 내려다보는 지리산 천왕봉이 가까이 보인다. 하늘은
맑고 섬진강과 더불어 세상이 아름답고 평화롭게 보이며 살 맛 난다. 푸른 하늘에 청낭자의 비호를 받으며
섬진강물과
함께 달리고 지리산자락을 뒤로 보낸다. 지리산도 말이 없고,
섬진강도 말이 없고, 나도 말이 없다. 사랑하고픈
구석구석
아름다운 섬진강길을 제주도길처럼 반드시 아내의 손을 잡고 걸어봐야 한다. 아내를 모시고 꼭
다시 찾아올 것을 약속
하며 달리고 달린다. 사랑하는 아내와 존경하는 친구들의 열렬한 응원과 아낌없는
지원과 염려로 2014.08.14에 시작해
2014.
9.01.15:40에 배알도수변공원에서 우정40년 평생동행을 위한 상규와 기인이가 3000리길 자전거방랑을 무사히
마친다. 무엇보다도 19일간 생사고락을 함께 하며 서로에 대한 배려를 조금도 아끼지 않았던 한상규라는 친구를 얻음이
가장 큰 수확이다. 고맙게도 섬진강도 자기의 나와바리라며 그냥 지나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까지 한 정영균이 자
전거방랑길이 끝나는
광양까지 마중을 나온다. 영균차로 오늘의 영광을 위해 황대권을 만나러 영광으로 간다. 예정보다
늦은 시각(20:20)까지 식사시간을 기다려준 친구와 그의
문하생들이 고맙기만 하다. 대마할머니막걸리를 마시며 황대
권의 특별한 일대기를 요약해 듣는다. 또 다른 삶을 살아온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고난의 세월이 느껴져 가슴이 아리다.
그가 친필 사인을 해 건네준 책 ‘비워야 산다’를 받고 그의 현재를 어느 정도 가늠해 보고, 내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길
을 다시 생각해 본다. 한 마디도 놓칠 수 없는 생명평화마을에 관한 명 강의임에도 쏟아지는 잠을
이길 수 없어 02:30에
먼저 잠자리에 눕자 모두가 따라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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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02화.20일차.
영광에서 광양으로 그리고 서울로
황대권의 생명평화마을은 그야말로
생명으로 가득 찬 평화로운 마을이다. 그 중에도 변소의 모습은 지금까지 보아 온
변소 중 가장 압권이다. 힘을 안 주어도 자연스레 나올 수 밖에 없는 생명의 똥은 그대로 자연으로 배출되고, 잡생각 없
이 절로 평화로운 명상에 잠길 수 있도록 눈 앞에 자연 그대로의 숲이 펼쳐진다. 생명평화마을의 끊임없는 발전을 위해
대형 공사를 벌이고 있는 황대권과 수학여행 때 경주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이별을 고한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어지는 내대거사의 다음 강좌를 들으며 하룻밤 자전거를
잠재운 광양 태인동 주민센타로 향한다. 고속터미날에서 동
서울행
13:30버스를 기다리며 식사 하는 중 얼굴이라도 한 번 봐야겠다며 포스코캠택에 재직중인 임홍재가 찾아온다.
나와 초등학교 동기이며 중3 시절 둘이서 거의 무전여행 하다시피
속리산과 경주를 다녀온 친구다. 겨우 10분간의 만남
이지만
바쁜 시간을 쪼개어 찾아준 홍재가 고맙기만 하다. 내대거사의 강의를 강제 폐강하며 서울로 향한다. 그리고 마
지막으로 동서울터미날에서 또 비를 맞으며 해단식을 할 조박사왕삼겹집으로 자전거가 달린다. 많은 친구들의 환영을
받으며 우정40년 평생동행의 상규와 기인이의 3000리길 자전거방랑은 완전 끝이 난다. 그 동안 많은 관심과 우정을
보
내준 친구들, 특히 지방에서 만났던 김무열,김경우,정영균,허훈,강한철,서인석,조병석,이형진,정경수,황대권,임홍재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방황이 아닌 방랑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우리는
죽는 순간에 모든 방랑이 끝난다. 영혼이 자
유로운 비워야 하는 방랑의 길이 어느 길인지는 각자가 선택할
몫이다.
我無之山
金基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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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김선생님! 추석은 잘 쇠셨습니까? 부산 정선생 입니다. 여행기를 읽는데 한참 걸리네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눈앞에서 보니 신기합니다.
이젠 푹 많이 쉬시고 건강 많이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또 언제 기회가 될때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겠지요.
한선생님 에게도 안부 전해 주시고 항상 건강하시고 즐거우시기 바랍니다.
정선생님 덕분에 명절 잘 보냈습니다. 부산에서 정선생의 환대에 저와 친구는 대단히 감사함을 느끼고, 또한 잊지 못할 추억거리입니다. 지금은 또 다른 방랑(해안따라 두발로)을 준비중에 있습니다. 15일경에 출발해서 19일경 상경 예정입니다. 중간 중간에 빠질 수 없는 행사가 있어 끊어집니다. 10월 중순 이 후로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두발로의 여행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 때 부산에서 다시 한 번 뵙도록하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