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남정맥-14 (은하사-신어산-고암나루터)
00시에 반포역에 모인 친구들과 김해 신어산을 향해 출발한다. 03시40분경 목적지에 도착, 24시국밥집을
찾아 소고기국밥으로 새벽 식사를 마친다. 05시15분에 은하사 주차장에서 신어산 정상을 향해 출발한다.
아직은 살짝 어둡긴 해도 인조 빛을 사용할 정도는 아니다. 조금도 부족함 없이 지극히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최적의 날씨에 최고의 숲이다. 주변의 소나무들이 바위들과 어울려 천년고찰인 은하사와 동림사의
전설을 조용조용 들려준다. 오를수록 경사가 상당히 급해지고 힘들어지지만, 싱그러운 이른 아침의 상큼
함으로 상쇄된다. 그 옛날 은하산이라고 불렸던, 별칭이 소금강산이라고도 하는 신어산 주변이 온통 운해
에 휩싸이고, 두터운 운무에 힘이 약해진 햇살이 오히려 신비스러운 모습을 자아낸다. 낙남정맥의 마지막
을 굳이 함께 하자고 밤 잠 안자고 멀리까지 따라나선 친구들이 하도 고마워 나를 대신하여 자연이 특별한
선물을 하고 있다. 주변인의 도움으로 넷이서 기념사진을 찍고 기분 좋게 막걸리를 한 잔씩 한다. 이틀 전
부터 시작된 거북한 뱃속을 참고 나의 낙남정맥 종주를 축하하러 와준 천희가 고맙고, 늘 나의 정맥산행에
관심을 갖고 있는 갑석이와 상우가 고맙기만 하다. 아직은 만개하지 않았어도 신어산 정상에 펼쳐진 운무
속의 철쭉군락이 여느 산의 철쭉군락 못지않게 은은한 향내와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낙남정맥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함께하는 친구들을 위해 오늘의 자연이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다. 中春의 초록은 약하지도 않
고 강하지도 않은 파스텔 색으로 과거를 수다 떠는 우리들에게 아늑하고 편안함을 주고, 여기 저기 자연의
법칙에 따라 피고 진 야생화들은 눈을 환하게 하고, 쉴새 없이 이어지는 온갖 산새들의 합창은 우리 귀를
즐겁게 하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에 부드럽고 온화하게 불어오는 봄바람은 친구들 모두를 두루춘풍
으로 만든다. 정맥이 정맥답게 수 없이 깊게 내려가고 한 없이 높게 올라가지만 쉬엄쉬엄 땀을 닦아가며
주변 경관을 바라보고 옛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40년 정이 참으로 무서운 놈이란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자연이란 애인 품에 좀 더 오래도록 안기고 싶지만 정맥의 끝으로 우리를 위해 마
중 나와줄 친구를 만나기 위해 자연과의 연애시간을 줄인다. 정맥의 막내 봉우리인 동신어산의 정상에서
마지막 기념 사진을 찍는다. 230Km에 달하는 산줄기를 14차례에 걸쳐 달려 오면서 한 치 정도 더 산을
닮아갔음을 바랄 뿐이다. 난생 처음으로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는 낙동강이 말은 없지만 유구한 세월 동안
그리고 지금도 많은 역사를 만들어 내며 우리네 조상님들의 젖줄이 되어준 것을 알 수가 있다. 친구들 모
두가 만족스러워하는 산행이어서 천만 다행이다. 인제대에 재직중인 홍장표교수가 고맙게도 우리를 태우
고 은하사 주차장으로 데려다 준다. 낙남정맥에게 안녕을 고하며 서울로 집으로 열심히 차를 몰며 호남정
맥의 부름을 꿈꾼다.
2014.05.01 목
i-San
첫댓글 낙남정맥완주 "축하합니다" ~~~^^
조만간 나도 "호남정맥완주 축하합니다!" 할 수 있도록 기대합니다.
오며가며 운전도 도맡아 하고,
전혀 흐트러짐이 없이 마지막 구간을 마무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정녕 超人(superman)을 넘어서 奇人(extraordinaryman)이라고 할 밖에...ㅎㅎ
때마침 전화를 때려준 홍교수. 이런게 telepathy일까?
암튼, 우리 모두 복 받은겨.....
"산새들의 합창"이 귀에 선한 듯, 눈에 선한 듯.
끝까지 차근 차근 지켜봐주고, 마지막 구간을 동행해준 백발과 그 일당들에게 감사하네
축하합니다. 수고 많으셨지요. 대동여지도를만든 김정호도 이렇게 걸었겠지요? 100살까지 걸읍시다. 이번에 대접할 인연이 안된것같네요. 항상건강하시고 저도 고수님의 조언을 많이 참고해 열심히 걷겠습니다. 항상 복 많이 받으십시요
즐거움에 수고라 함은 어울리지 않는듯 합니다. 아무튼 산을 걷다보니 인생살이 답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조만간 찾아뵙겠습니다. 늘 건강하고 안전한 산행이 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