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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모습을 드러낸다면, 그 봄이 먼저 도착해 절정을 이루는 곳은 바로 풍요의 땅 남도일 것이다. 꽃으로 신록으로 봄이 흥청거리는 곳. 남도 여행이 반가운 이유는 풍광도 좋지만 맛의 고장으로 입이 즐거워지기 때문이다. 매화로 유명한 광양 청매실농원은 2천5백여 개가 넘는 장독과 대나무 숲, 섬진강이 한 폭의 그림처럼 조화를 이룬다. 매실을 이용한 장아찌, 된장, 고추장 등이 입맛을 돋운다. 지리산의 맛을 간직한 구례는 산나물이나 송이, 닭, 흑염소 등을 이용한 음식들이 대표적이다.
유순하고 후덕한 순천은 너른 갯벌에 부서져 내리는 봄볕만으로도 봄기운을 느낄 수 있다. 선암사와 송광사를 품은 꽃산, 조계산 역시 봄꽃으로 폭발한다. 이곳에서는 값은 싸지만 푸짐하고 넉넉한 손맛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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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 나비축제가 열리는 함평에는 이름도 재미있는 돌머리해수욕장이 자리하고 있다. 넓은 갯벌과 수천 평의 소나무 숲이 둘러싸고 있는 이곳은 서해안에서도 손으로 꼽는 절경을 자랑한다. 이곳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입에 침이 고이는 장어구이와 돼지짚불구이를 맛볼 수 있다. 내륙 깊숙이 들어와 있는 강진만 일대는 기름진 들판과 갯벌이 언제나 평안하다. 강진 동백 숲은 3백~5백 년 된 동백나무 7천여 그루가 하늘을 덮고 있다. 강진의 대표 먹을거리인 한정식과 짱뚱어탕은 내로라하는 다른 남도 음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남도 음식은 반찬 하나하나가 맛깔스러운데 그 찬이 한 상 푸짐하게 차려 나오니, 밥상을 받아들면 더 이상 부러울 게 없다. 남도로 가려면 배를 비워두시라. 깊고 그윽한 맛의 향연이 그대의 허기를 한껏 채워줄 것이다. 남도 최고의 맛을 찾아 떠나는 봄 맛기행. 최고의 풍경과 최고의 맛이 함께 있는 구례·광양, 순천, 강진, 무안·함평에는 봄과 맛이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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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은 섬진강을 타고 피어오른다. 3월은 봄맞이 강, ‘꽃강’의 화려한 왈츠로 시작된다.
매화로 가장 유명한 곳은 광양 다압면 섬진마을. 강을 내려다보는 백운산 자락에 있는 청매실농원이 섬진강 매화의 산실이다. 이곳은 매화농장이라기보다는 매화공원이다. 매화의 열매, 매실을 이용한 장아찌, 된장, 고추장 등 2천5백여 개가 넘는 장독과 대나무 숲, 섬진강이 한 폭의 그림처럼 조화를 이룬다.
섬진강을 굽어보는 지리산 자락. 구례의 봄꽃은 산수유다. 남원에서 밤재터널을 지나 만나는 구례 산동면이 산수유 군락지다. 지리산온천 위쪽에 있는 상위·반곡·대음마을과 19번 국도 건너편 견두산 자락에 있는 현천·계척마을 등 30여 부락이 산수유를 키우고 있다. 이들 마을은 3월 초면 노란 구름이 내려앉은 동화 속 세상이 된다. 산동에서 나는 산수유는 전국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냇물과 다무락(돌담의 사투리), 너른 바위 위로 가지를 드리운 산수유나무들이 ‘꿈꾸는 꽃’답게 노란 빛을 흩뿌리고 있다.
꽃이 필 무렵 섬진강 하구에선 굴이 무럭무럭 커진다. 벚꽃 필 때 맛의 절정을 이룬다는 ‘벚굴’이다. 일반 굴의 10배에 가까운, 어른 손바닥만 한 ‘장대한’ 굴이다. 바닷물이 기웃대는 섬진강 하구에서 거두는 100% 자연산이다. 굴이 크다고 질기거나 맛이 떨어지지 않는다. 되레 작은 일반 굴보다 부드럽고 향이 짙다. 일반적인 굴요리는 구이와 찜. 광양 벚굴은 망덕포구로 집산된다. 당연히 벚굴의 맛도 망덕포구에서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하나로횟집’(061-772-3637) 등 15군데 정도 되는 횟집에서 굴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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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은사 초입에 있는 ‘초가원가든’(061-781-2222)은 사찰음식으로 차려낸 찬과 대통밥으로 유명하다. 검정쌀과 검정콩, 검정깨, 찹쌀, 연잎가루를 넣고 연꽃잎으로 덮어서 지은 대통밥은 그 자체만으로도 침샘을 자극한다. 지리산에서 캔 온갖 산나물이 밥상을 수북하게 덮어 푸짐한 대통밥정식은 1인분에 1만2천원.
산동면 좌사리의 ‘양(養) 미(味) 한옥가든’(061-783-7079)은 토종닭을 이용한 ‘지리산닭구이’로 유명하다. 1마리(4인분)에 3만5천원. 지리산흑돼지는 1인분에 9천원, 흑염소는 1인분에 1만6천원이다.
‘화산관광농원’(061-728-0203)에선 지리산에서 채취한 향이 유독 진한 송이를 이용한 전골을 맛볼 수 있다. 1인분에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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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이치에 따른다는 순천(順天). 유순하고 후덕한 이 땅은 사철 봄처럼 아늑하고 따뜻하다. 순천만 너른 갯벌은 부서져 내리는 봄볕으로 충만하고, 선암사와 송광사를 품은 꽃산, 조계산은 봄꽃으로 폭발한다. 순천은 남도에서도 맛으로 유명한 곳. 꽃구경을 하며 시장해진 속을 채울 곳으로 순천시청 뒤편에 있는 전통 한정식집 ‘대원식당’(061-744-3582)만 한 곳이 없다. 소박한 가정집으로 1960년대 중반 문을 열었으니 40년 넘게 그 맛이 이어져오고 있다. 자리에 앉으면 식당 아주머니 두 분이 30가지가 넘는 음식을 얹은 큰 상을 맞들고 들어온다.
찔끔찔끔 찬이 나오는 ‘개량 한정식’이 아니라 한상 가득 푸짐한 전통 한정식이다. 작은 참게로 만든 참게장, 홍어삼합, 주꾸미, 꼬막 등도 맛있지만 무엇보다 젓갈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토하젓, 굴젓, 키조개젓 등 다양한 젓갈이 나오는데 특히 굴로 만든 향이 진한 석화젓을 밥에 비벼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1인분에 1만5천원이고 돼지불고기 같은 요리를 한 가지 추가하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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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에는 매실을 먹고 자란 소를 요리하는 음식점도 있다. ‘청매실농원’(061-724-5455)은 광양 일대 축산농가에서만 나오는 매실 한우만 고집한다. 농원에서 나온 매실을 사료로 사용해 육질이 부드럽고 육즙이 구수하다.매실 먹은 한우는 매실 특유의 질병 예방 효과가 있어 다른 소들과 달리 성장기에 항생제를 맞지 않고 자란다고 한다. 이 집에서는 당일 도축한 소에서만 맛볼 수 있는 육회가 자랑거리. 일반 육회처럼 가늘지 않고 생선회처럼 넓적하게 나온다. 연향동 ‘순천 기적의 도서관’ 인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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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에서 값싸고 푸짐한 음식점으로 ‘진일기사식당’(061-754-5320)을 빼놓을 수 없다. 선암사로 들어가는 입구인 승주읍 신성리에 있는 이 집의 메뉴는 단 한 가지, 김치찌개백반이다. 메뉴만 들어서는 “뭐 별거냐” 싶겠지만 막상 그 상을 직접 받아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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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김치, 파김치, 열무김치, 묵은 김치 등 김치 종류만도 4가지. 진한 젓갈과 어우러진 김치 한 가지만으로도 밥 한 그릇 뚝딱이다. 가자미구이, 달걀찜, 버섯나물, 젓갈 등도 맛깔스럽다. 주 메뉴인 김치찌개는 손잡이가 달린 프라이팬에 나온다. 신 김치 쭉쭉 찢어 넣고 비계 두툼한 돼지고기를 넣어 국물 자박자박하게 끓였는데 ‘김치찌개의 원형’이랄까 그 맛이 일품이다. 1인분에 단돈 5천원. 성찬에 대한 대가로는 값을 치르는 손이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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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과 함평의 핏빛 황토와 질척거리는 뻘에는 벅찬 봄이 벌써 한 가득이다. 매년 5월 나비축제가 열리는 함평에는 돌머리해수욕장이 있다. 무아의 도리포 월두마을에서 함평만 너머로 바라보이는 함평 땅 비죽 튀어나온 곳이 돌머리해수욕장이다. 이름 못지않게 재미있고 예쁜 곳이다. 해수욕장에는 드넓은 갯벌이 이어져 있고 수천 평의 소나무 숲이 둘러싸고 있다.
이곳의 특징은 둑을 쌓아 만든 약 8천2백64m2(2천5백여 평)의 인공 풀장. 조수간만의 차가 워낙 심해 물놀이할 물을 가둬놓은 것이다. 모래밭 위의 인공 풀장은 이오니아식 기둥의 해변 무대, 초가원두막 등과 어우러져 마치 동남아의 휴양 리조트 같은 분위기다. 돌머리의 노을은 서해안에서도 손꼽는 절경이다. 바다 너머 해제반도 위로 빨갛게 타오른 햇덩이가 지는 모습은 장엄 그 자체다.
함평 한우는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최상급 한우. 한약재를 첨가해 특수 개발한 사료를 먹여 양질의 한우를 키워낸다. 함평 한우의 제 맛은 육회와 육회비빔밥이다. 싱싱한 생고기가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함평읍에 있는 ‘금송식당’(061-324-5775)에서 함평 한우의 생살 맛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육회는 1인분(200g)에 1만7천원, 육회비빔밥은 5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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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때는 명산에 장어통조림 공장이 설치돼 2백여 척의 장어잡이 배가 성어를 이뤘다고 한다.
영산강 하구둑이 생기면서 자연산 장어가 크게 줄었다. 지금은 대부분 전남 지역의 양식장에서 기른 장어를 내놓는다. 3대째 장어를 구워내는 70여 년 전통의 ‘명산장어’(061-452-3379)가 유명하다. 장어 2인분(700g)이 3만원, 1kg은 4만원이다.
몽탄면 사창리는 사창 돼지짚불구이 명소. 암퇘지의 삼겹살, 목살 등을 석쇠에 얹어 볏짚에 구워낸다. 짚불구이 원조는 ‘두암식당’(061-452-3775). 짚으로 고기를 구워낸 지 벌써 60여 년이 넘었다. 갯벌에서 뒤뚱거리는 칠게를 잡아다 곱게 갈아 마늘과 고추 등 양념으로 버무린 게장이 돼지고기에 감칠맛을 더하고, 이 집에서 처음 만들었다는 양파김치가 새콤하니 돼지고기의 느끼함을 지워준다. 짚불구이 1인분에 7천원, 게장으로 비벼낸 게장비빔밥은 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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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나루 강진(康津). 조각칼로 예리하게 파낸 듯 길쭉한 홈 모양으로 강진만은 내륙 깊숙이 들어와 있다. 완도, 청산도, 보길도에서 걸러진 남해의 바닷바람을 고금도가 한 번 더 막아주고, 동서 양편으로 천관산과 두륜산이 두르고 있으니 강진의 기름진 들판과 갯벌은 거센 풍파 걱정 없이 언제나 평안하다.
강진읍 바로 아래 만덕산 자락에 올라선 백련사는 고려시대에는 8국사를, 조선시대에는 8대사 등 큰스님을 배출한 곳이다. 그 규모는 대단치 않지만 길쭉한 강진만을 품은 경관만큼은 호쾌하다. 절 바로 옆은 동백 숲이다. 3백~5백 년 된 동백나무 7천여 그루가 하늘을 덮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151호로 지정된 소중한 곳이다. 이 동백 숲에서 산허리를 몇 굽이 돌아 다산 정약용이 유배생활을 하던 다산초당을 잇는 산길이 시작된다.
백련사와 함께 꼭 들러야 하는 강진의 사찰이라고 하면 월출산 자락에 있는 무위사(無爲寺)다. 조선 초기에 지어진 극락보전(국보 제13호)은 백련사 대웅전에 비교하면 무색, 무기교라 할 수 있는 주심포 맞배지붕의 건축양식. 무심한 듯 그어진 지붕과 기둥의 선들이 빚는 조화가 소박하고 정갈하다. 수수한 외부와 달리 극락보전 안은 황토벽에 그려진 수월관음도 아미타삼존불 등 화려한 벽화를 담고 있다.
최근 강진에 또 하나의 답사 명소가 탄생했다. 강진은 다산 정약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땅. 다산은 18년의 유배생활을 이곳 강진에서 보냈다. 강진읍 동성리 동문밖샘 바로 앞 다산이 처음 강진에 와서 머무르던 주막집, ‘동문매반가(東門賣飯家)’가 지난해 10월 말에 복원돼 일반에 공개됐다. 다산이 묵던 주막집 골방은 당시 그가 이름 지은 대로 ‘사의재(四宜齋)’란 현판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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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해역에서 나는 어패류와 강진평야에서 재배되는 농산물로 향토 맛 나게 푸짐히 차려내는 강진 한정식은 내로라하는 다른 남도 한정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강진읍의 ‘명동식당’(061-434-2147)은 강진 토박이가 집안 행사를 치를 만큼 믿고 찾는 한정식당. 한 상(4인분) 단위로만 내는데 10만원. 남도 한정식의 진수가 펼쳐진다. 깔끔한 실내도 내세울 만하다. 공용터미널 앞. 연중무휴.
강진 읍내의 ‘둥지식당’(061-433-2080)은 새로 뜨는 한정식집이다. 다양하고 싱싱한 제철 음식이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올라온다. 가격은 1인분에 2만5천원대.
‘해태식당’(061-434-2486), ‘흥진식당’(434-3031), ‘청자골종가집’(434-9988) 등도 강진을 대표하는 한정식집이다. 병영의 ‘수인관’(061-432-1027)은 양념한 돼지불고기와 함께 한 상 가득 차려내는 남도백반 식당. 역시 한 상(4인분) 단위로만 내는데 2만원. 병영면 오일시장 안에 있다.
강진만 갯벌에서 잡히는 짱뚱어는 외양이 미꾸라지와 메기를 반반씩 섞어놓은 듯 괴상하지만, 비린내와 해감내가 나지 않고 맛이 고소해 처음 접하는 사람도 단번에 반한다. 강진읍의 ‘동해회관’(061-433-1180)은 전국에서도 이름난 짱뚱어 전문 식당이다. 탕은 6천원, 전골은 3만원, 구이는 10마리에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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