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후 중년남성의 위기
제가 여러분께 퀴즈 하나를 내보겠습니다.
일본말 가운데 ‘누레오치바’ (젖은 낙엽족) 라는 단어를
들어 보셨는지요? 일본어를 아주 잘하시는 분들 아니고서는
누레오치바를 기억하시기가 쉽지 않을거 같습니다.
제가 강연장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일본어를 아주 오랫동안 공부해 오신 한 분이 누레오치바는
‘젖은 낙엽’ 이라는말씀을 했습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께 젖은 낙엽족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브라이언 로빈슨이란 사람이 쓴 책에 보면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그들은 신발 바닥에 딱 붙어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젖은 낙엽처럼
아내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직장에서의 유능함이 반드시
은퇴이후의 삶에서도 유능함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아내는 일에 열중하는 남편 없이 평생을 살아 왔기에 감정적인 독립과
자아정체감을 이미 달성한 상태이다. 아내는 사회적 생존과 관계를
위한 적절한 기술을 이미 소유하고 있다.
반면 남편은 그런 기술이 부족하다.
그는 물 밖에 나온 물고기와 같은 처지에 놓여있게 된다.
아내 없이는 아무것도 못한다. 반면 아내는 자기의 평화로운
일상생활을 끝없이 방해하며 관심을 요구하는 남편에게 짜증이 난다.”
여러분 누레오치바 ‘젖은 낙엽 이 용어는 일본의 심리학자인
이사야마 교수가 만든 은퇴 이후에 아내 뒤를 졸졸 따라 다니는
남편’ 을 묘사한 용어입니다.
물론 일본과 우리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도
젖은 낙엽과 같은 남자들이 많을 것이다 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문화적으로 두 나라가 동양권으로 비슷한 부분이 많고
특히 일본 남자들을 능가할 정도로 한국의 남성들은 직장생활에서
오로지 일과 승진에 매진할 수 밖에 없는 시간을 30년 또는
40년 정도 보낸 다음에 은퇴를 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주워진 시간을 잘 보내는 방법,
또 생활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
그리고 가족 사이에서 어떠한 관계를 유지해 나가야 할 것인가?
이런 방법에 대해서 어색하고, 초보적인 상태에 머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그와 같은 분들이 나이로 보면 50대에서 60대에 접어든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제 주변에도 보면은 꼭 젖은 낙엽 상태는
아니지만 부인들로부터 ‘좀 더 유연하게 은퇴이후의 삶에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다’ 라는 이야기를 듣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꼭 누레오치바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언제 어디서나
혼자 있을 때 ‘당차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심리적 독립’ ‘경제적 자유’
‘확고한 자아 정체성을 마련해 나가는 것’ 은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은퇴를 앞두기 훨씬 전부터
‘혼자있는 시간을 잘 만들어서 관리해 나가는 방법’ 그리고
‘자기 자신의 자아 정체성을 좀 더 확고히 다져 나가는 방식’ 그리고
아내나 자식들의 관계 속에서도 좀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방법들은 우리가 직무를 잘하는 능력과 별개로 세상을 슬기롭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일종의 실용기능에 관련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와는 관련이 없는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늙어 갑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조직을 떠나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런 시절을 우리가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젖은 낙엽, 누레오치바’ 라는
단어를 꼭 기억하시고 혼자서 좀 더 슬기롭고 현명하게, 당당하게
주도적으로 내 인생을 만들어 간다 라는 생각을 꼭 가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좀더 계획적으로, 습관화 되어 갈 때 더 멋진
인생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언젠가 아내가 저에게
“어떤 사람의 인생에 성공과 실패라는 것은 죽음 직전에 판단이
되는거 같다.” 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곧바로 은퇴이후의 삶에서 성공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임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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