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지난 뉴스이고, 대림절의 분위기와는 사뭇 맞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더 시기가 지나기 전에 생각을 정리해 두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달 정도 전에, 앵글로 카톨릭의 사제와 신자들을 받아들이겠다는 교황의 발표가 있었지요.
저 개인으로서는 천주교와 성공회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정말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성공회의 역사가 깊은 영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성공회가 어떤 점에서 천주교와 다른지 아주 분명하게 와닿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에 아래의 글이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신학이나 교회사에 밝으신 분들께는 시중 언론의 얄팍한 논설이 될 수도 있겠지만요 ...
글쓴이는 영국의 잘 알려진 언론인인데, 소설도 썼다고 하네요. (http://en.wikipedia.org/wiki/Libby_Purves)
그녀 자신 카톨릭 교인으로서, 지난 사태에 대한 관점을 인터넷판 타임즈 온라인에 발표하였습니다. (http://www.timesonline.co.uk/tol/comment/columnists/libby_purves/article6884592.e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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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타임즈
2009년 10월 22일
개종자들은 카톨릭의 생경함에 목이 막힐지도 모른다
(Converts may choke on raw meat of Catholicism)
리비 퍼브즈
성공회 사제들을 환영하는 카톨릭 교회 측의 조치는, 두 교회 사이의 차이점을, 그리고 "공격은 최선의 방어" 라는 식의 접근이 갖는 어려움을 부각시킨다.
아일랜드의 카톨릭계 교육 시설에서의 아동 학대 은폐에 대한 또다른 발표가 있던 날 저녁에 나온 이 조치는, 마치 베네딕트 교황의 전략인 것처럼 보인다.
그의 성공회측 이탈자들에 대한 갑작스러운 환영은, 카톨릭 위계질서의 남성적이고 억압적인 권위적 구조에 의해 비롯된, 수십년간 이어진 아동 학대의 스캔들로부터 확실히 스포트라이트를 거두어 갈 것이다. "빼가기" 같은 표현은 지나쳐 보이겠지만, 여기에는 단순한 힘의 정치 이상의 것이 있다.
"로마로의 쇄도" 는 카톨릭의 사제 부족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고, 종교개혁과 결부되어 넘어간 오래된 교회 건물들을 되찾게 해줄 것이며, 성공회를 불안에 휩싸이고 자유주의적인 잔여분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결과! 이윽고 카톨릭에서 매주 기도하는대로 "영국의 개종" 이 될 것이다.
그러나 망설이고 있는 사제들은 조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은 그들을 두 가지 서로 상반되는 성격의 잘못으로 비난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 존재에 대해 관대하고 유연하지 못함 - 주로 여자와 동성애자들 - 그러면서도 믿음에 대해서는 통탄할만큼 유연한 태도. 개신교 나라인 영국에서 카톨릭 교인으로 자라 나면서, 우리는 둘 사이의 차이점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우리는 교황의 오류 없음을 믿지만, 그들은 믿지 않고, 대신 여왕을 교회의 수장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성변화 聖變化 의 기묘한 교리 -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하는 기적 - 를 배웠다. 그들은 성찬식을 단지 상징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그들도 자신이 원하면 성변화를 믿을 수 있으며, 마리아의 무염시태와 몽소승천에 대해서도 그러하다.
여학생의 초롱초롱한 눈에, 코르셋처럼 옥죄는 카톨릭의 교리에 비해 성공회는 훨씬 자유롭고 쉬워 보였다;
그들은 고교회와 저교회 사이에서도 선택할 수 있으며, 복음주의적 완고함과 딸랑거리는 교회종 소리 사이에서도 선택할 수 있었다.
카톨릭은 다만 한 가지 맛일 뿐이었다.
성공회 사제들은 가족을 가질 수 있지만, 카톨릭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성공회 교인들은 피임도 할 수 있었다.
우리는 다른 북소리에 행진했다.
종교회의가 여성 사제들을 인정하고, 많은 성공회 교인들이 이에 반대 입장을 표했을 때, 우리 원조 카톨릭 교인들은 (배교자들이긴 하지만) 당황하였다:
교황의 권위, 성변화, 이혼에 대한 완고한 훈계, 피임 금지 가 그들에겐 전혀 상관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쪽 사제들은 분파들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고, 아내와 아이들을 온전하게 갖추었다
- 이러한 용인은 어렵게 독신을 지키는, 그리고 그 점이 변치 않을 것이라고 들어 온 카톨릭 사제들에겐 모욕이 될 것이다.
이번의 새로운 조치에서, 유일한 단서조항은 결혼한 사제가 주교로 승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승진하려면, 아마도 아내가 사망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개종한 사제들은, 아마 그들이 희망했던만큼 행복하게 되지는 못할 것이다.
여자 사제들과 마주쳐야 하는 공포, 그리고 동성애 커플에 대해서 그들을 바티칸식으로 "근본적으로 잘못" 되었다고 간주하여 피부를 벗겨내는 형벌에 처하는 대신, 그들의 시민 결합을 축복해야만 하는 공포로부터는 해방 되겠지만 말이다.
수정된 기도서가 있기는 하겠지만, 개종한 신자들은 그들의 방식이, 그리고 종래의 목가적인 조언들조차도 엄격하게 제한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은 캔터베리의 나직한 목소리 대신, 바티칸의 타협없는 목소리 앞에서 움찔하게 될 것이다.
성공회는 쉽지않은 타협 위에 기초되었고, 이 점은 수세기를 지나오는동안, 스스로를 상냥하게, 나아가 너무 겸손하게까지 만들었다:
믿음의 혼합 샐러드가 된 것이다.
카톨릭은 더 오래되었고, 더 어두우며, 질긴 날고기와 같다.
개종자들은 목이 막힐지도 모른다
대한성공회 글: Elyot
첫댓글 그간 양교회에서는 개인적으로 성공회에서 천주교로, 또한 천주교에서 성공회로는 오는 성직자, 수도자, 신자들은 늘 있어왔습니다. 2년전 영국성공회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천주교로 넘어간 전직 성공회 신부님들이 다시 옛날 친구들이 그리워 밤시간에 성공회 신부님 사제관을 찾아오더군요. 함께 와인도 마시고 식사도 하고요. 역시 독신 문화인 천주교 성직단 분위기이기에 몸은 옮겼지만 기혼 전직 성공회 사제들이 그 그룹안으로 들어가 끼이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게되었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유유상종이라고 하나봅니다.
그리고 기존의 앵글로 가톨릭 신부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천주교 안에도 우리 성공회처럼 나름대로 다양한 고민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으며, 여러 그룹이 있고, 개혁을 위한 몸부림이 있다는 것을 너무 간과합니다. 너무 낭만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이 됩니다. 앵글로 가톨릭 신부들은 복고풍 전례를 좋아하지만 영국 천주교전례는 우리 성공회 식으로 따지자면 광교회적입니다. 남이 못생긴 어미라고 욕하든 말든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고마운 어머니, 교회에 대한 성숙한 사랑을 모든 성공회 가족들이 가졌으면 합니다. 어머니이신 교회에 대한 자녀로서 사무치는 사랑을 갖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