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시티홀이 왜 재밌어?"
딸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생. 10살이다. 이 아이가 '아내의 유혹' 방송중일 때 아주 열심히 봤더랜다. 분명 15세 시청가였지만 딸아이는 아주 열심히 챙겨봤다.
처음에는 못보게 했으나 점점 대세에 밀려 보도록 냅뒀다.
선과 악이 분명한 동화같은 이야기를 아이들이 좋아한다더니 정말 그런 듯 아이는 완전 심취해서 드라마를 봤다. 이야기가 늘어지는 듯한 부분에서 더 이상 내가 이걸 왜 봐야하나 싶을 때도 딸아이는 아주 열심히 챙겨봤다. 영어학원 다녀와서도, 학교 숙제를 하다가도 꼬박꼬박 일기처럼 챙겼다.
그러면서 애리의 악행에 분노하고, 무슨 일을 해도 은재편이 되서 흥분하기도 했다. 그 딸아이한테 '시티홀'은 그닥 흥미진진한 드라마가 아닌 듯 하다. 그 딸아이 눈에 본방 사수에 이어 재방송까지 챙겨보는 엄마의 열정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물음에 나도 왜일까 생각해봤다.
내가 왜 '시티홀'에 열광할까.
분명 기럭지 바람직하고 완벽한 그들의 사랑이야기에 현실을 풍자한 이야기가 절묘하게 믹스된 '시티홀'은 빠져나갈 수 없는 중독성까지 겸비했다.
왜 재밌을까?
처음엔 그랬다. 신미래라는 힘없는 백성인 그녀가 10급 공무원이었던 보잘 것 없던 그녀가 시장이 된다는, 왕자님을 만난 신데렐라보다 더한 인생역전 대박생쇼를 보는 재미였다.
그녀가 시장이 되고도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에 분개하고, 왜 그녀의 진심대로 일하지 못하게 할까 싶은데다 현실적인 이슈까지 오버랩돼 더더욱 현실성있는 드라마로 흥미진진했다.
그렇게 열심히 챙겨볼 때 전혀 가망없어 뵀던 조국과 신미래의 사랑이 조금씩 싹트기 시작했다.
그들의 사랑이 처음엔 미비했는지 모르겠으나 다른 드라마의 어떤 주인공보다 더 애절하고 가슴에 와닿는 짠한 사랑을 하게 될 줄은, 그런 사랑을 보게 될줄은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
30대 중반, 40이 된 그들의 사랑은 같은 또래의 아줌마가 지켜보기엔 더할나위없이 가슴 설레고 그들의 어쩔 수 없는 사랑의 애닳음이 그저 짠하고 마음아파 보고 또 보고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미래와 조국의 데이트 - 뉴스엔
분명 코믹하게 웃기기만 할 줄 알았던 그들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애절함으로 시청자를 짠하게 할 줄은 미처 몰랐다는 말이다.
어찌되었건 그들의 금지된 사랑은 그냥 드라마속의 이쁜 사랑이야기가 아닌 달달하지 않은 가시밭길같은 사랑이야기다.
냉정하고 야망에 찬 고고해의 방해공작과 더불어 BB의 거대한 힘에 밀려 그들이 얼마나 어떻게 더 사랑을 이어가게 될지 신미래의 눈물에 조국의 뜨거운 눈물을 보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그들의 밀애가 이보다 더 짜릿할 수 없을 만큼 흥미롭다.
거기다 나쁜 놈같은 조국의 신미래에 대한 조국표 사랑표현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남자가, 착한 남자가 아닌 나쁜 남자가 하는 그것이라 더더욱 와닿는지 모르겠다.
이 정도같은 모든 사람, 모든 여자한테 정도를 지키며 친절한 그런 남자가 베푸는 배려와는 다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르는 야망가득했던 엘리트 남자가 자기 스타일이 아닌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
그 여자가 햇살 때문에 눈부셔 찡그리면 해를 등지고 서서 그늘을 만들어 줄줄 아는 따스함에, 그녀의 울음에 같이 눈물 흘려줄줄 알고, 떠나 보내야 그녀가 산다는 걸 알면서도 자기가 죽겠어서 차마 그렇게 못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절절함과 애절함이 그의 눈에 있다. 그래서 더더욱 좋다.
'그바보'의 황정민처럼 기본적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몸에 뵌 남자가 아닌, 분명 나쁜 남자쪽으로 기울은 조국이 조국만의 방법으로 신미래를 아낀다는 것이, 사랑한다는 것이 그래서 더 진심으로 보이고 애틋하다. 그렇게 하기 힘든 사람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도록 사랑이 깊어졌다는 반증 아니겠는가.
그래서 그들의 금지된 사랑이 불량식품이 맛있는 것처럼 그렇게 보는 시청자의 가슴에 짠하면서도 가슴 설레는 것이다.
현실을 풍자에 파릇파릇한 젊은 것들의 달달한 사랑이 아니라는 것, 인생의 깊이를 아는 사랑이라는 것이 더 와닿는 것이 아닌가 싶다.
거기다 차승원이란 배우의 새로운 발견도 한 몫 했다. '광복절 특사' 에서처럼 마냥 웃기기만 한 잘생긴 모델 출신 배우가 아닌 이제 멜로도 되는 진심이 보이는 배우로 발전했다. 그의 뜨거운 눈물에 같이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그의 연기는 농익었다.
차승원과 김선아의 만남은 그래서 더더욱 성공적이다. 이별을 밥 먹듯 하는 철없는 사랑이 아닌 인생의 깊이가 보이는 그들의 사랑이 진심으로 뵈는 것은 그들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너무 젊지 않은 데다 인생이 달달하지 않은 것처럼 그렇게 달달하지 않은 그들의 사랑에 그들의 야망이 잘 버무려져 완성도를 높힌 '시티홀'은 대사 하나도 버릴 것이 없을 만큼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