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의 해를 맞아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인 재활치료에 관한 특집을 마련했다. 현재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위원장 및 월드컵 조직위 의무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강서솔병원 재활의학과 나영무 대표원장의 조언을 통해 축구선수들의 잘못된 재활 방법을 교정하고 좀더 나은 대안을 제시,월드컵 본선에서의 경기력 증진을 꾀한다. 또한 통증 치료와 유연성 강화 운동 등 생활체육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재활프로그램으로 독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많이 제공할 예정이다.
스포츠 손상 후 재활치료
우리는 스포츠를 즐기면서 여러 손상을 입게 된다. 손상은 근육이나 뼈,인대,그리고 힘줄을 다치는 경우다. 경미한 손상은 조금 쉬면 낫지만 모든 손상이 휴식으로 다 낫는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어떠한 손상이든 근육 골격계통을 다치면 통증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근력,지구력,유연성,신경 근육 조절력이 약해지게 된다.
통증은 물리치료나 약물치료로 비교적 쉽게 없어질지라도 약해진 근력이나 지구력 등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재활이 필요한 것이다.
재활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은 단계로 진행된다.
스포츠 손상이 있으면 그 부위는 붓고 염증이 발생한다. 염증과 신경 손상으로 통증이 뒤따른다. 통증과 부종이 있으면 손상된 부위는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아프게 된다. 이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부기가 그대로 굳어 더욱 움직이기 힘들게 된다. 근육뿐만 아니라 관절과 인대 모두 마찬가지다. 그래서 부기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얼음 팩을 대거나 비닐 랩으로 압박하고 손상후 약 2~3일간 부은 부위를 높게 올려놓는 등의 처치를 통해 1단계 재활을 실시한다.
다음으로 통증 치료를 한다. 통증이 있게 되면 운동에 장애가 오고 통증 없이 운동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국 선수들은 주위의 강요나 잘못된 관례에 따라 통증을 숨기는 경우가 많아 선수 생명에 큰 문제가 발생한다.
세 번째 단계로는 관절가동범위를 회복시킨다. 관절가동범위란 관절이 움직이는 범위를 말하며 관절 가동범위가 완전치 않은 상황에서 근력 강화운동을 하는 것은 기초없이 공부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 번째 단계가 완전해지면 네 번째 단계로 근력과 지구력을 향상시킨다. 근력이란 근육이 낼 수 있는 힘을 말하며 지구력은 근력을 얼마나 유지하는지를 지칭한다. 오랫동안 운동을 쉬었다가 하면 잘 되지 않는데 우리는 이것을 '운동 감각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즉 신경과 근육간의 조화가 깨진 것이다.
이후 눈을 감고도 관절의 위치와 움직임을 알 수 있는 '고유 감각'과 균형 감각 회복훈련을 통해 기초 체력을 점점 키워나간다. 기초체력이 회복되면 점차 스포츠 동작과 비슷한 기능적인 동작을 익혀 복귀에 대비해야 한다.
2. 부상후 얼음찜질등 냉치료가 적절
선수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가 찜질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친 후 곧바로 열찜질을 하거나 뜨거운 탕에서 몸을 푸는 경우가 많다. 이는 상당히 잘못된 경우다. 다친 후 즉시 열치료를 하면 손상 부위의 염증이 더 심해져 치료가 잘 되지 않는다. 반드시 열치료가 아닌 냉치료를 해야 한다.
냉치료는 보통 손상 후에 통증을 감소시키고 손상 부위의 혈관을 수축시켜 출혈과 부기를 조절한다. 또한 손상된 조직에 대사량을 감소시키고 조직의 산소요구량을 감소시켜 조직의 저산소증을 감소시킨다. 조직 깊숙이까지 치료 효과가 있는 냉찜질은 20~30분 정도가 적절하다.
최근 국가대표 축구팀의 주전 미드필더 L선수가 잘못된 찜질 방식으로 상처를 악화시킨 경우가 있다. 2도의 발목인대 손상을 입은 그에게 소속팀 의무 트레이너가 뜨거운 모래찜질을 시켜 부기를 더욱 가중시킨 것.
심지어 프로농구 Y선수는 강력한 소염제인 스테로이드 주사(일명 대포주사)를 잘못 맞아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대포주사는 잘 쓰면 명약이지만 잘못 쓰면 엄청난 독이 될 수밖에 없다. 예전에 감독들이 부상으로 통증을 호소하는 선수들을 경기 직전 대포주사를 놓아 출전시키는 경우가 있었다. 이는 선수생명을 끊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여자 선수들은 근육 골격계의 형성이 남자보다 적어 손상이 비교적 많다. 또한 게임 날짜에 맞춰 약물 복용 등으로 생리를 늘리는 예가 많으며 과도한 운동으로 무월경증에 빠지기도 한다. 모두 호르몬 불안정에 기인한 경우다. 이럴 때에는 휴식을 통해 호르몬 균형을 맞출 수 있지만 심할 경우에는 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선수가 아니더라도 조기 축구회 등 생활 체육에서 상처를 입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럴 때는 아이스박스에 있는 얼음이 만병통치약이다. 얼음을 수건이나 비닐에 싸서 찜질을 하거나 시가 4만~5만원인 전기치료기인 탄스 저주파 치료기를 휴대,통증을 줄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다친 후에는 무조건 휴식을 취하기 보다는 다친 부위를 제외하곤 정상적으로 움직여주는 것이 후일 재활훈련을 위해 좋다.
물속 재활치료 열치료등 일거양득
관절이 손상된 후에는 어느 정도 관절이 움직이기 힘들게 된다. 힘줄-근육의 뻣뻣함과 결체조직(인대․관절낭)이 굳어서 발생한다. 처음에는 치료사가 관절을 운동시키고 점차 본인 스스로 관절을 움직이는 형태로 바꾸어 나간다. 통증이 없어지고 관절이 가동하면 근력과 지구력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최근 이 단계의 재활훈련에서 각광받고 있는 것이 물속에서 재활을 하는 것이다. 초기에 물속에서 동작을 하면 관절의 부담을 줄이면서 근력운동을 할 수 있고 물의 온도가 33도 정도이기 때문에 은근한 열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등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또한 유연성 있는 운동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폐․지구력까지 키울 수 있다.
현재 백병원에도 미국에서 도입한 시가 3억원짜리 수영장을 갖고 있다. 이 안에는 특수 러닝머신이 설치되어 있어 재활훈련 초기부터 환자들이 재부상의 두려움 없이 적극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다. 러닝뿐만 아니라 아령 들기 같은 동작을 통해 여러 부위의 근력을 키울 수 있으며 윌풀로 뭉친 근육을 풀 수 있다. 생활체육을 통해 다친 일반인들도 목욕탕이나 수영장(물론 온도가 약간 다르지만)에서 걷기운동을 통해 충분히 이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근력운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정확한 폼으로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프로스포츠가 활성화되면서 자격 없는 트레이너들이 잘못된 재활운동으로 선수들을 다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축구선수들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전방십자인대파열의 경우 무릎을 앞으로 쭉 펴는 운동을 삼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해부학적인 구조를 모르는 많은 트레이너들이 무리한 재활운동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네덜란드에서 온 트레이너들이 각광받고 있다. 물론 정규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지만 최근 이들이 급성근육손상을 치료하는 장면을 보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급성근육손상의 경우 염증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얼음찜질을 한 후 며칠 동안 상태를 봐야 한다. 하지만 다친 선수를 그 자리에서 곧바로 마사지를 해 더욱 통증을 유발하는 것을 보고 상당히 놀란 경험이 있다.
재활의 기본은 통증을 완전히 제거한 후 단계별로 실시하는 것이며 유연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3. 고유감각 회복․마음의 안정 중요
유연성과 근력 강화운동이 끝난 후 기능적인 운동과 현장복귀를 위한 심리적인 치료 등 확실한 마무리가 이뤄져야 재활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마무리 단계에서 회복된 신경과 근육을 활용해 똑같은 동작을 점진적․단계적으로 진행시키면서 신경근육을 조절하게 된다.
균형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능력도 복잡한 운동기술을 습득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복귀를 준비하는 운동선수라면 균형과 고유감각 훈련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고유감각이란 관절의 위치와 움직임을 정확히 하는 능력인데 감각신경에 의해 느껴진다. 고유감각을 회복하기 위해서 밥스보드 운동과 미니 트램펄린 운동, 피터 운동 등이 자주 사용된다.
재활훈련을 하는 선수들을 보면 대부분 이런 마무리 단계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근력만 튼튼하면 된다고 생각해 근력강화 운동에만 집중하고 기능적인 면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구가 없을 때는 한 발로 서서 양팔을 벌리고 1~2분간 균형을 잡거나 문지방에 올라 발꿈치 들기,제자리에서 한 발로 가볍게 뛰기 등을 반복하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트램펄린이 없다면 침대 위에 올라가 균형잡기를 하는 것도 고유감각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축구선수들의 경우 발목에 테이핑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부상을 당할 때 근육뿐만 아니라 고유감각신경이 찢어져 안정감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테이핑을 하면 지지효과가 있어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지만 그 효과는 15분밖에 가지 못한다. 이후에는 혈액순환을 방해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표팀의 이동국과 김태영 선수와 같은 경우 테이핑을 하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낀다. 고유감각 훈련을 반복적으로 실시,감각을 찾는다면 테이핑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또한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동국 선수의 경우 심리적으로 상당히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높은 기대심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출전,부상 부위가 계속 재발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선수들은 다치고 나면 회복 가능성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심한 경우 우울증으로도 이어진다. 심리적인 치료는 재활훈련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안정된 마음이 재활의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