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귀찮음
그러나 수피춤
그래 수피춤
가자!
헤매임
갈등
혼란
선택
어색함
참여하기전까지 경험한 감정들
그리고
내맡김
1. 러닝
안내에 따라 천천히 걷다가
서서히 속도를 올리고 다리를 허리 높이까지 올리고 걸으며
발바닥, 허벅지,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고
점점 그 부위들이 무거워지며 허벅지에서는 통증까지 느껴졌습니다.
그 통증에 머물자
어느새 목에서는 신음이 흘러나왔고
그 신음은 한숨으로 변했습니다.
아, 내가 왜 이렇게 열심히 걷고 있는 거지?
걷는 것에서 거의 뛰는 수준의 호흡을 바라보았습니다.
가뿐 호흡은 계속 신음을 냈고 마무리에서는 아주 큰 한 숨을 뱉어 냈습니다.
가벼워졌습니다. 발바닥, 허벅지, 아랫배가....
2. 쉐이킹
손, 발, 허리, 엉덩이, 어깨, 목,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몸에 남아있는 감정들이 털어지길 의도하며
어떤 감정들이 남아 있어 에고에 점령 당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끼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털었습니다.
그것들이 무엇이든 나의 의도에 관계없이 일어날 일은 일어 나리라.....
온 몸의 떨림, 흔듬 속에 의도는 없었습니다.
3. 플로잉
물이 되어 여기저기 흘러 다녔습니다.
공간 구석구석
함께 흐르는 사람들이 때때로 장애, 구속, 막힘, 불편의 감정을 일으켰고
시간이 흐를수록
물 흐르듯 흐르는 사람들이 내 몸에 닿고.....사라지고.....다가오고.....
서서히 자연스럽게 흘러 갔습니다.
4. 플레잉
오!! 이 새로운 경험!
200개가 넘다는 내 몸의 관절들.
어디에 어떤 형태로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내 몸의 관절들을 살피기 위해
현란한 음악속에서 잠시 고요함을 경험하며
세세히 섬세하게 관절들을 느껴지는 대로 자극시키는 것에 집중하였습니다.
꺾어지 않을듯 하던 몸의 부위가 생각보다 쉽게 굽혀지고 움직여졌습니다.
그래! 안해봐서 몰랐던 것이고
해보지 않아서 못했던 것이다.
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두려움, 몰랐던 것들에 대한 두려움
내 안에서 늘 일었던 두려움에 대한 통찰이 일었습니다.
눈물이 흘렀습니다.
5. 스탭핑
음악을 듣자 발바닥에 불이 이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그 불은 서서히 모둠의 중앙으로 이동했으며
나의 몸도 중앙으로 힘차게 따라 이동했습니다.
뜨거웠습니다.
잠시 뒤로 물러 났다가 다시 불길로 향하기를 서너번.
이제 내 자리에서, 내 몸이 불이 되는 듯 그대로 타 올랐습니다.
그토록 밟아보고 싶었던 땅의 뜨거운 기운을 온 몸으로 느끼며
뜨겁게 타오르다 재가 되어
사람들 발에 밟혀 흔적도 없는 나의 모습에 환희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래.....이대로.....이런 것을 원했던 것이야! 다 끝났어.....
6. 플래밍
음악에 온 감각을 내맡겼습니다.
걷고, 뛰고, 달리고, 공간에 흐르고, 관절을 털고
몸의 모든 감각이 사라졌다가 다시 일어나고
오로지 움직임만 있었습니다.
오로지 움직임....
7. 그라운딩
음악에 따라 고요히 움직이며 가벼워진 내 몸은 의식과 함께 나비와 함께 하늘을 날고
땅에 있는 기름지고 달콤한 꿀의 향을 맡으며......
여러가지 움직임을 몸이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가슴 부분은 아직도 조금 숨가파하고 있고,
손과 발은 조금씩 고요함에 적응하고 있고.
그리고 그 모든 부분 부분들이 조금씩 조율되더니 조화롭게 움직입니다.
가만히 서서 음악에 따라 흐느적거리고...
눈물이 흘렀습니다.
넘치도록 흐르는 눈물의 감각을 느끼며 잔잔한 기쁨이 올라오고
안정적인 모든 것들에 감사함을 전했습니다.
8. 위트니스
발을 바닥에 고정하고 가볍게 몸이 흔들리는 것을 지켜 보았습니다.
발바닥에서 딱딱함, 포근함, 편안함이 장다리, 무릎, 허리, 등, 팔, 어깨, 목, 머리로 전달되는 느낌을 충분히 누렸습니다.
힘이 빠졌고 고요히 눕고 싶다는 욕구를 알아차렸습니다.
모든 감각들이 사라지고 고요와 평안함 속.....
코끝에서 느껴지는 시원함과 따뜻한 호흡을
바라 보았습니다.
9. 죽음과 소생
몸이 누었고 마음도 누웠습니다.
잔잔하고 담담하게 의식의 모든 것들이 누웠습니다.
음...........
그냥..........
그래..........
존재만으로도 충만함.........
계속 누워있고 싶었다.
그리고
특별한 말 필요없이 모둠으로 모여 음식을 섭취했다.
입 안에서 꼬돌꼬돌 씹히는 야채들을 느끼며.....긴 휴식 후
수피춤
단순한 동작. 그리고 반복.
깨어있지 않으면 잊게 되는 온전한 존재감처럼
집중하지 않으면 놓쳐버리는 자세.
방향마다 쉿!!!!!! 하는 그 소리에 의식은 다시 깨어나고
반복적인 회전에 시간이 흐르며 속도를 잊게 된다.
어? 이렇게 오랫동안 빙빙 돌아도 어지럽지 안네?^^
순간, 생각이 끼어들자 갑자기 비틀ㅋㅋ
다시 천천히 집중. 회전할수록 모든 색이 하나된 원을 보았다.
그 속에서 찰라 고요함을 느꼈다.
짧지만 수피춤에 왼발 들인 맛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기회가 된다면 제대로 된 수피춤을 경험하고 싶다.
첫댓글 와우~~ 멋지네요~~
시간이 한 참 지난 싯점인데도 공간에서의 경험들이 지금도 진동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