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배우는데 어려움을 겪는 아이는 영어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높다. 그러면 일본글과 한자를 읽을 때도 마찬가지일까?
이것을 설명하는 이론을 psycholinguistic grain size theory라고 하는데 이해하기 쉽게 커피가루 알갱이 굵기 이론이라고 해보자.
앞서 한글 난독증 이론에서 나온 유럽지도에 표시된 것처럼 글자와 소리의 대응이 규칙적인 문자체계를 가진 나라에서는 읽기부진의 비율이 적었다. 다시말하면 글을 배우는데 시간이 적게 걸린다는 뜻이다. 영어-덴마크어-프랑스어-독일어-이탈리아어 순으로 글자와 소리의 대응관계가 불규칙적이었는데 이탈리아어가 가장 미세한 커피알갱이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이탈리아를 어렵게 배운다면 프랑스어나 덴마크어는 당연히 더 어렵다. 덴마크어를 어렵게 배운다면 영어는 당연히 더 어렵다 하지만 이탈리아어는 쉽게 배울 수도 있다.
같은 이론을 한글에 적용한다면 한글이 어려우면 영어는 당연히 어렵다. 하지만 일본어나 한문은 쉽게 배울 수도 있고 어렵게 배울 수도 있다. 가루를 거르는 망의 촘촘함에 따라 한글이 걸려도 더 가는 알갱이를 가진 일본어는 걸리지 않을 수 있다.
왜 뜬금없이 커피알갱이 굵기 이론이란 이름이 붙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영어에서는 굵은 알갱이를 많이 배워야 한다는 뜻이다. 굵은 알갱이란 t와 h만 배워서 되는게 아니라 th라는 알갱이도 배워야 하고 the 라는 알갱이, tion이라는 알갱이도 다 따로 배워야 한다는 뜻이다. 위의 그림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한 단어 안에 자음/모음 수준 뿐 아니라 다양하게 나누어진 단위의 소리를 알고 있어야 한다.
너무 이론에 치우치지 말고 바로 본론으로 돌아가보자. 한글 난독증 아이는 영어도 특별하게 배워야 하나? 그렇다. 미국 난독증 아이처럼 배우면 되나? 반만 그렇다. 싱가포르대학에서 작년에 발표한 뇌영상 사진은 한국인이 영어를 읽을 때 뇌활성도를 보여준다. 영어를 잘 읽는 한국 사람은 미국사람이 사용하는 회로를 억제하고 한글을 읽을 때 사용하는 회로를 많이 사용한다는 놀라운 결과를 내놓았다. 무조건 미국 사람들 하듯이 영어를 배우는 것보다 한글 배우듯이 영어를 배우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한국적인 영어읽기는 미국적인 읽기와 무엇이 다를까?
1. 한국사람은 cat을 ca 와 t로 나누어서 생각한다. c와 at으로 나누지 않는다.
2. sports는 미국사람에게는 1음절 단어이다(모음 1개당 음절 1개로 생각하므로)
한국사람에게는 /스//포//츠/로 3음절 단어이다. 자음 2개가 연속 나오면 모음
을 넣어서 발음한다. 미국식 음절 나누기는 매번 실패한다.
3. 발음하면서 해당되는 한글을 떠올리는 것. 예를 들어 cat 은 /캩/ 을 떠올리면서
읽고 apple은 /애플/을 떠올리면서 읽는다. 영어의 소리에 해당하는 한글발음기호를 매개삼아 소리를 합성하기도 하고 분절하여
받아쓰기도 한다.(한글의 가는 커피알갱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영어의 소리를 어떻게 발음기호로 옮길지는 2편에서 자세히 얘기
할 예정)
미국식 난독증 교육은 다음과 같이 진행한다.(네이버 블로그 Michelle의 영어읽기 and 책읽기를 참조함. Michelle의 블로그는 강추)
1. 알파벳의 이름과 소리
2. beginning consonants(초성 자음) 20개
3. ending donsonants(종성 자음) 14개
4. consonant diagraph와 double consonants(자음 2개가 모인 것)
5. short vowels(단모음)
6. consonants blends(자음 2개가 모였지만 각자 소리가 나는 것)
7. long vowels(장모음)
8. c나 g처럼 2가지로 소리나는 자음
9. 모음 2개 모인 것
10. 뒤에 r 이 있는 모음
11. 모음 2개가 모였지만 각자 소리가 나는 것
12. 음절과 schwa
13. 복합어
14. 어근/어미, 복수형.과거형.분사형
보통 2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이와 병행하여 음운인식 훈련도 난이도를 높여가며 진행한다.
우리의 난독증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친다면 아래와 같은 순서가 될 것 같다.
1. 알파벳의 이름과 소리
2. 첫소리 인지 훈련 - 초성 자음 6개
3. 가운데 소리 인지 훈련 -단모음 5개
4. 자음-모음 (CV)합성 연습
5. 초성 자음 나머지와 th, sh 같은 중자음- 자음 모음(CV)합성 연습
6. 끝소리 인지 훈련 - 종성 자음 - 모음+ 자음(VC)합성 - 자음+모음+자음(CVC)합성
8. 장모음/ 모음 2개 - CVV- VVC-CVVC 합성 연습
9. 자음 2개 모인 것 -CCV합성, VCC합성, CCVC합성, CVCC합성, CCVCC합성
한글스러운 점은 초성과 받침 따로 공부하는 점, CV - VC - CVC순으로 합성연습을 충분히 병행하는 점, 한글로 바꾸어 합성하고 분절 받아쓰기하는 점이다. 하지만 가장 한글스럽게 하면 안되는 부분은 모음의 발음 그리고 st, sp같은 자음 2개 발음방법일 것이다. CVVC-CCVCC 같은 합성은 한글에서는 낯선 연습이 될 것이다. 음운인식훈련에서도 음절분절이나 온셋/라임분절(cat을 c 와 at로 분절하는 것)은 오히려 하지 않는 것이 좋아보인다.
다음 글에서는 알파벳의 이름과 소리를 가르치는 방법 또 소리에 해당하는 한글발음기호에 대해서 다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