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는 마음
한힘 심현섭
우리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감사합니다'라는 말만큼 흔하게 쓰여지는 말이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눈만 뜨고 일어나면 수시로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감사하다는 말을 나누게 됩니다. 이렇게 자주 흔하게 말하게 되는 감사하다는 말을 잠간만이라도 접어서 생각해 보면 실로 그 뜻이 애매하기 짝이 없습니다.
내가 누구에게 무엇을 해주거나 남이 내게 도움을 주는 경우 서슴없이 감사하다는 말을 하게 되고 듣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 말을 수없이 되뇌어 말해보면서 감사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생각해 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도 감사하다고 말할 때 어떤 뜻을 가지고 하게 되는가 돌이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말을 들어야 할 때 듣지 못하면 공연히 서운해집니다. 그리고 그 말을 해야 할 때 하지 못하면 교양이 없고 무례한 사람으로 간주됩니다.
도대체 감사하다는 말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것일까요? '감사하다'에 대하여 그 뜻을 특별히 생각하지 않고 무심하게 말하고 있으면서도 쓰여져야 할 때에는 꼭 쓰여져야 할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감사하다는 것은 한마디로 '고맙다'는 뜻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나타내는 인사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맙다는 뜻은 또 무엇입니까? 그것은 '도움을 받거나 은혜를 입어 마음이 즐겁고 흐믓하다'는 것입니다.
결국 감사하다는 말이 의미하는 속뜻은 "당신으로 인하여 나는 지금 기쁩니다. 당신을 기쁘게 할 수 있다면 나도 그렇게 하겠습니다"라는 것입니다.
감사의 표현은 첫째 내가 당신으로 말미암아 기쁘다는 뜻을 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둘째 그 보답으로 나도 당신에게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뜻을 표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일찍이 깨달음을 얻어 단학을 창시하고 지금은 미국에서 뇌호흡의 중요성을 주창하고 계신 일지 이승헌 선생과 대담을 나누던 중, 깨달은 사람의 눈으로 볼 때 기뻐하고 기도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간곡히 전하는 다음의 성경말씀이야말로 가장 영성(靈性)이 강한 하늘의 말씀이라고 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항상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나님의 뜻입니다.
Be joyful always; pray continually; give thanks in all circumstances,
for this is God's will for you in Christ Jesus.
<데살로니가 전서 5장16-18>
영문성경의 뜻을 살펴보면 어떤 경우에도 어떤 처지에 놓이더라도 감사하라는 뜻임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감사할만한 경우에만 감사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감사해야할 경우에 빠짐없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으로 다 되었다고 여깁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기저귀나 우유 병을 한 손에 쥐고 나온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다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이끌어주고 보살펴 주는 사람들로 둘러 쌓여서 살아갑니다.
<바가바드 기타>에서 간디는 "신의 노예가 되라, 그 밖의 일은 우리들의 능력 밖에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드넓은 우주의 한 모퉁이 지구라는 혹성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존재는 참으로 작고도 작습니다. 우리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거의 전무합니다. 신의 노예가 되는 일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결론은 인간을 한없이 겸허하게 만듭니다. 자신의 장례식을 직접 제 손으로 치른 사람이 없듯이 우리는 위로는 하늘에서부터 땅에 이르기까지 온갖 만물과 뗄 수 없는 인연의 끈으로 연결되어 그 상호간의 관계와 도움 속에서 살고 죽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 자신 현재 음악을 들으면서 컴퓨터에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오디오 시스템과 함께 음악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와 작곡자, 그리고 그 앨범을 만들고 판매한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이 곡을 듣게 하기 위해 수고한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녹아있습니다. 제가 만들 수 없는 컴퓨터와 모니터, 그리고 의자에 앉아서 책상 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잠시도 남의 수고로움을 벗어날 길이 없습니다. 사람은 세상을 자신이 살아가는 줄 알지만 사실 자기라는 부분은 무시될 만큼 아주 작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은 세상과 자신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찰라(刹那)라 할지라도 홀로 존재할 수 없다는 자각에서 나오게 됩니다. 나의 존재의 전제(前提)는 나의 밖에 있는 것입니다. 그것들로 말미암아 나는 존재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침묵 중에 조용히 묵상하며 세상과 나의 관계를 살펴보면 볼수록 고마운 마음에 젖어듭니다.
궂은 날씨건 좋은 날씨건 세상은 필요로 합니다. 어떤 경우에 처하더라도 현재의 존재에 감사하는 마음은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됨의 기본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감사한다는 것은 당신으로 인하여 나는 기쁘다는 표현이라고 했습니다. 기쁘고 흐뭇하기만 한 것이 아니고 그래서 보답으로 나도 당신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여기 상생(相生)의 원리가 살아있어 아름답습니다.
지금 어떤 처지에 놓여 있다 하더라도 무조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십시오. 그나마도 내가 아닌 남으로 인한 결과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에는 기쁨이 함께 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감사합니다. 낮 동안에 아무리 적은 일이라 할지라도 매사에 감사합니다. 저녁에 잠자리에 들어서 조용히 눈을 감고 하루를 감사합니다. 감사하는 마음이 일상에서 떠나지 아니하면 기쁨 또한 떠나지 아니하고 늘 함께 갈 것입니다. 그것은 나 홀로 있지 아니하고 모두와 함께 가는 태도입니다. 그리고 그 모두의 존재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