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원작을 삼국시대 이야기로 기막히게 바꿔친 극단 목화의 템페스트. 우리 전통 탈춤에 등장하는 호랑이탈이 등장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에든버러 국제(인터내셔널) 페스티벌 제공 |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은 1947년 나란히 출범한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과 함께 세계 양대 공연축제로 불립니다. 두 페스티벌은 모두 공식초청작으로 구성된 본 축제와 자유참가작으로 이뤄지는 번외 축제로 이뤄집니다. 7월에 열리는 아비뇽이 이를 인(In)과 오프(Off)로 구별하고 8월에 열리는 에든버러는 인터내셔널(International)과 프린지(Fringe)로 나눕니다.
올해 에든버러 인터내셔널(8월12일~9월4일)에는 연극(5) 무용(6) 오페라(5) 음악(48) 모두 64개의 공연작품이 초청됐습니다. 여기엔 한국 공연으론 최초의 초청작 3편이 들어있습니다. 오태석 씨가 이끄는 극단 목화의 연극 <템페스트>와 안은미무용단의 현대무용극 <프린세스 바리> 그리고 정명훈 예술감독이 이끄는 서울시향의 연주입니다.
에든버러 프린지(8월5일~29일)에는 무려 2542 편이 출품됐습니다. 이들 작품은 코미디, 카바레, 어린이극, 무용 및 신체극, 음악, 뮤지컬 및 오페라, 연극, 전시, 행사로 분류되는데 절반 이상이 코미디이고 음악 작품도 상당수입니다.
프린지에 참가한 한국공연은 5편입니다. 극단 까치동의 연극 <각시, 마고>, 옹알스의 <배블링 코미디2>, 극단 봄의 어린이극 <팝 업! 아주 특별한 그림여행>, 광주시가 제작한 총체극 <자스민 광주>, 국수호 디딤무용단의 <코리안드럼; 영혼의 여행>입니다.
저는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의 공식초청으로 7일간 인터내셔널 공연과 프린지 공연을 두루 관람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한달 안팎의 전체 페스티벌 기간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입니다. 그렇기에 올해 페스티벌 전체에 대해 평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짧은 기간 집중적 관람으로 얻은 인상은 한국공연이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용극 ‘프린세스 바리’에서 안은미 씨가 직접 출연해 춤을 추는 장면. 최영모 씨 제공. |
인터내셔널의 경우 해당기간동안 한국과 중국계 공연의 맞대결이 펼쳐졌습니다. 한국 공연으로 셰익스피어 원작을 한국화한 극단 목화의 <템페스트>와 한국 전통무속설화를 현대무용극으로 풀어낸 안은미무용단의 <프린세스 바리>가 공연됐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대만 당대전기극단의 <리어왕>(영어명 킹 리어)와 중국국립발레단의 모던발레 <모란정>(영어제목 ‘피어니 파비용’)이 공연됐습니다.
.리어왕은 경극배우 우싱궈(吳興國)가 셰익스피어 원작을 중국화한 삼부작 중 한 편입니다. 그중 하나는 2009년 국립극장 페스티벌을 통해 국내 관객에게도 소개된 서극 연출의 <태풍>(목화의 연극과 같은 원작)입니다. 리어 왕의 내용을 중국 황제의 이야기로 치환하면서 이를 경국 형식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하지만 우신궈의 리어왕은 경극 풍의 음악은 신선했지만 리어왕 텍스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빠진 채 리어왕에 대한 우신궈의 개인적 오마주(찬사)로 일관합니다. 그래서 매우 지루합니다. 현지에선 우신궈 혼자서 리어왕에 등장하는 각종 등장인물을 번갈아 연기하는 점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올해 국내서 초연된 판소리극 <억척가>서 이자람 씨가 보여준 1인15인 역의 연기에 비하면 안쓰러울 정도입니다.
대만을 대표하는 경극배우 우싱궈가 연출하고 출연한 ‘리어왕’.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 제공 |
반면 한국의 <템페스트> 셰익스피어의 원작의 서양적 마법을 동양적 도술로 바꾸면서 이탈리아 밀라노와 나폴리라는 도시국가라는 배경을 5세기 가락국과 신라국의 이야기로 기막히게 바꿔쳤습니다. 뿐만 아니라 원작이 지닌 서양적 관용의 정조를 동양적 상생의 실천적 지혜로 더욱 풍성하게 다듬었습니다. 동시에 주인공 프로스페로의 노예로 등장하는 칼리반을 프로스페로의 무의식에 감춰진 원한과 복수의 산물로 더욱 생생하게 캐릭터화냈습니다.
모란정은 중국 전통 연희양식인 곤극(昆劇)의 유명 레퍼토리를 모던발레로 형상한 작품입니다. 곤극은 경극보다 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중국 전통 연희약식입니다. 곤극이 원나라 때 중국 양쯔강 이남 강남지역에서 발달한 귀족 중심의 공연이라면 경극은 청나라 때 황허 이북 북경을 중심으로 발달한 상인 중심의 공연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곤극이 우아하고 서정적적이라면 경극은 현실적이고 서사적이라는 차이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명나라 때 극작가 탕현조(湯顯祖)가 쓴 모란정은 몽매란 유생과 여랑이란 부잣집 딸이 꿈속에서 만나 사랑을 나눈 뒤 서로를 그리다가 현실에서 만나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는 내용입니다. 원작을 전부 공연하려면 20시간이 걸리는 대작이라고 합니다. 발레는 이를 2시간 분량으로 압축하면서 여주인공 여랑 중심으로 풀어냈습니다. 음악은 드뷔시 등 서양음악과 곤극 풍의 음악을 뒤섞은 퓨전을 시도했습니다.
중국 전통 곤극의 대표 레퍼토리를 모던 발레로 풀어낸 중국국립발레단의 ‘모란정’ |
확실히 우아한 의상과 심플하면서 강렬한 무대세트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랑 역을 맡은 주역 발레리나 차오 슈치의 우아한 춤사위도 볼만했습니다. 하지만 꿈속 사랑이 이뤄지는 과정에 대한 풍성한 상징과 해석이 부족했습니다. 여주인공의 심리를 2명의 발레리나와 1명의 가수, 3개의 자아로 분열해 묘사한 것 역시 모던한 연출이라기보다는 너무 안일한 연출처럼 느껴졌습니다.
반면 <프린세스 바리>는 바리데기 설화라는 원작을 해체한 뒤 재구성했다는 말이 나올 만큼 현대적으로 풀어냈습니다. 한국 무당의 원조 바리를 단순히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공간 초월적 존재로만 그리는 것에 머물지 않고 남과 여라는 성을 넘나드는 성 초월적 존재이자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간 초월적 존재로 형상화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음악 역시 국악을 기초로 삼으면서도 때로는 재즈 풍으로 때론 테크노 댄스 풍으로 경계를 넘나들면서 퓨전 이상의 트랜스미학을 보여줬습니다.
개인적 취향에 따라 작품에 대한 선호는 분명 엇갈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술적 완성도나 실험성에서 확실히 한국 공연들이 중국 공연에 판정승을 거뒀습니다. 현지 언론들도 한국공연에 대해선 대부분 별 넷을 준 반면 중국 작품에 대해선 별 셋 또는 둘까지 주는 경우도 나왔습니다.
착시현상을 이용해 중력의 법칙을 무너뜨린 ‘레오’ |
프린지에서는 관객과 함께 장소를 이동하며 펼치는 장소특정 공연과 기발한 영상 효과를 접목한 공연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장소특정 공연 중에는 심야시간을 이용해 5시간45분 동안 에딘버러대학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고대 그리스 비극 메데아를 관객과 더불어 현대적으로 극화한 브라질과 영국 합작공연 <호텔 메데아>가 호평을 받았습니다
영상효과 공연으로는 영국 극단 서클 오브 일레븐의 <레오>와 영국 극단 1927의 <디 애니멀즈 앤 칠드런 툭 더 스트리트>가 호평을 받았습니다. 레오는 무대 한편 바닥에 드러누워 펼치는 퍼포먼스를 카메라로 찍어서 90도 회전해 보여주는 영상을 나란히 비춤으로써 마치 중력의 법칙을 깨는 듯한 착시효과를 불러일으켰습니다. < 애니멀…> 미리 찍어놓은 애니메이션과 배우의 라이브 연기를 조합해 ‘끈 없는 꼭두각시놀이’의 효과를 만들어냈습니다.
프린지에 참가한 한국공연 중에는 개그맨 4명(조수원 조준우 채경선 최기섭)으로 구성된 옹알스의 <배블링 코미디2>의 인기가 높았습니다. 이 작품은 젖먹이 아기로 분장한 4명의 개그맨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생활도구를 엉뚱한 용도로 활용한다는 기본 줄거리에 마술과 서커스, 비트박스 등을 섞어서 다양한 웃음을 끌어냈습니다. 지난해 60여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공연한 배블링 코미디가 인기를 끌자 올해 160석 규모의 공연장으로 옮겼는데 26회 공연 대부분 객석을 꽉 채우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배블링 코미디2 |
제 개인적 발견은 팀 크라우치가 직접 쓰고 연기한 모노드라마 <나, 말볼리오>였습니다. 크라우치는 올해 두산아트센터에서 소개됐던 연극 <디 오써>의 극작가입니다. 디 오써에서 현대 유럽연극의 병든 모습을 세련되고도 내밀한 무대언어로 형상화 낸 작가는 놀랍게도 훌륭한 배우이기도 했습니다.
180cm가 훌쩍 넘는 키에 머리도 살짝 벗겨진 그는 셰익스피어의 <십이야>에서 남녀 주인공들에게 희롱을 당하는 귀족가문의 집사(우리로치면 마름에 해당하죠^^) 말볼리오로 분해 코믹한 동작과 유려한 대사, 1시간의 공연시간 내내 관객을 사로잡는 흡입력으로 관객을 들었다 놨다하는 카리스마 연기를 펼쳐보였습니다.
<나, 말볼리오>는 그가 셰익스피어 작품들을 주변부 인물의 시각으로 재구성한 <나, 셰익스피어>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었습니다. <맥베스>를 재구성한 <나, 뱅코우>와 <템페스트> 재구성한 <나, 칼리반> 그리고 <한여름밤의 꿈>을 재구성한 <나, 피즈블라섬> 등이 있었는데 이들 작품도 모두 보고 싶어졌습니다. 한국에서 이 시리즈를 소화할만한 만능 성격배우로 누굴 꼽을 수 있을까요? 올 여름 에든버러가 제게 선물한 숙제입니다.
권재현 동아일보 전문기자 confetti@donga.com
- 일단 애든버러 축제에 대해서 들은건 많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고있지 못했는데 이번기회에 어떤 공연들이 있는지 알게됬습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국가 미국 등에서는 연극을 비롯한 공연문화가 매우 활성화 되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축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에 비해 아직은 많이 낮은 수준이라는 점도 나오는 작품을 들으면서도 아는 작품이 하나도 없다는점에서 느꼇습니다.
기사라기 보다는 칼럼에 가까운 글인데 그래서 그런지 그 내용보다는 작가의 생각이 많이 들어가있는 글입니다. 그점은 조금 아쉬웠지만 세게인의 축제인 애든버러 축제에 진출한 한국작품들을 알수있다는 점에서 세계속의 한국이라는 수업타이틀에 어울리는것 같아 뽑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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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무상치료'라는 NHS제도에 관련된 글인데 아직 시작하는 초반부라 그런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게 아쉽다. 시리즈로 된 기획물인 만큼 앞으로 게속 기사가 연결되 나올것이다. 초반부에서는 한국의 의료문제에 관한 기자들의 경험 및 의견이 담겨있다.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기사의 줄거리가 요약되어 있는데, NHS제도의 이점과 단점등이 살며시 나와있다. 앞으로 나올 기사들을 보면서 한국의 의료제도와 비교해서 보면 의미잇는 기사가 될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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