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울수록 진가를 발휘
겨울산의 적은 추위다.
걷고 있을 때는 체내에서 열량이 발생해 추위를 덜 느끼게 되지만 산행중 휴식을 하거나 야영 등 운동량이 줄어들 때면 한기는 곧 몸의 구석구석으로 침투해 들어온다.
겨울산행은 걷든 멈추어 있든 간에 주로 몸속의 열량원을 소비하는 일에 더 집중된 운동 형태이다.
적당한 추위는 산행의 맛을 더해주지만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추위를 감당하지 못할 때는 산행은 어서 빨리 끝내고픈 악몽이 되고 만다.
따라서 겨울산행시 신경 써서 준비해야 할 것이 보온의류다.
겨울산행을 위한 보온의류들은 여벌의 장갑과 양말, 모자, 방수 방풍이 잘 되는 오버재킷 등이 있지만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데는 파카 즉 우모복 이상 가는 것이 없다.
'파카(parka)'란 원래 에스키모인들이 입던 엉덩이까지 덮는 모자 달린 방한복에서 나온 용어이지만, 방풍이 되는 소재를 겉감으로 사용한 '우모복'으로 이해하면 된다.
우모복은 비단 등산뿐만 아니라 겨울철 평상복으로 각광받고 있는 보온의류다.
엉덩이를 덮는 것과 허리까지 길이를 낸 것, 또 색상도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다. 무엇보다 따뜻하면서도 가벼워 젊은층은 물론 노년층에게도 매력적인 의류다.
좋은 우모복은 가볍고, 뭉쳐 부피가 작아야
국내 등산용 우모복은 운행중 입는 옷이라기보다 주로 배낭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옷이다.
따라서 짐이 많은 겨울산행인만큼 우모복은 최대한 가볍고, 뭉쳤을 때 부피가 작을수록 좋다.
무게와 부피를 좌우하는 것은 우모의 종류이며 더 나아가면 우모의 복원력(Fill Power)과 함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복원력과 우모 함량을 나타내는 수치를 잘 살펴보고 골라야 한다.
우모복이 보온의류의 최상위에 자리하게 된 데는 우모가 가진 고유의 특성 '복원력' 덕분이다.
오리나 거위 등 짐승의 털을 가리키는 우모(羽毛) 즉 다운(down)은 펼쳐놓았을 때 공기를 솜털 사이로 빨아들여 정체된 공기층을 형성하는데 이것이 외부 공기와의 차단재 역할을 하게 되어 보온효과를 가져온다.
복원력은 어떤 부위의 우모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
복원력의 정도는 우모복을 펼쳐놓았을 때 부풀어오르는 속도를 봄으로써 눈으로도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제조업체들은 실험을 통해 자사 제품의 복원력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복원력 실험은 1온스의 다운을 실린더에 넣어 정량의 누름돌을 올려 무게를 가했을 때 다운이 확보하는 부피를 평방인치의 단위로 측정한 것을 말하는데 미국에서는 550(inch3/oz)을 표준규격으로 정하고 있다.
복원력은 제품의 꼬리표(tag)에 표시되어있지 않으므로 꼭 알아야겠다면 제조업체에 별도로 문의해보아야 한다.
의류에 사용되는 우모는 오리털(duck down)과 거위털(goose down) 두 종류며 우모의 부위는 가슴에서 자라난 심이 없는 솜털(down cluster)과 부드러운 심이 든 깃털(down feather) 두 가지다.
같은 솜털이라도 거위솜털의 경우 현미경으로 보았을 때 털 오라기에 나 있는 마디가 적어 엉킴이 적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복원력이 더 높다.
거위 솜털이라 하면 다운으로서는 최고급품으로 친다.
그래서 만년설과 영하 수십도까지 내려가는 극한의 히말라야에서 등반하는 세계의 산악인들은 거위털 침낭과 우모복을 선호하고 있다.
거위털 중에서도 흰색보다는 회색 우모가 성능이 더 우수한 것으로 취급되고 있다.
한 예로 프랑스 발랑드레사의 우모복은 회색 거위털만으로만 만드는데 우모복에 관한 한 세계적인 품질과 명성을 자랑한다.
보온력은 다운 함량에 비례한다.
우모복에서는 80:20, 85:15, 90:10이니 하는 수치를 볼 수 있는데 이는 솜털과 깃털의 혼용율을 말한다.
미국 연방무역협회는 다운함량 80:20이면 표준 규격으로 정해놓고 있다.
겉감의 종류는 복원력과 보온력에 영향
다운이 제기능을 발휘하는 데는 겉·안감의 종류가 어떤 것이냐가 적잖이 영향을 미친다.
겉감은 질기고 밀도가 높아 다운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면서도 통기성을 가미한 나일론 계통 소재여야 한다.
그러나 겉감이 지나치게 두껍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밀도가 너무 높아 활동시 발생하는 체열을 바깥으로 발산시키지 못하면 내부에 습기가 차 다운이 뭉치게 되어 제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가장 만족할 만한 것으로는 방수·투습 소재인 고어텍스다.
노스페이스의 발토로재킷이나 에코로바의 아틱파카, 코오롱의 고어드라이 로프트재킷 모두 고어텍스 겉감을 사용했는데 가격은 30만원 이상 한다.
고어텍스는 아니지만 이에 상응하는 성능을 추구한 원단을 개발해 사용한 제품들도 적지 않다.
메모텍스(memotex) 원단을 사용한 쎄로또레의 온타리오 재킷, 영국산 퍼택스(pertex) 원단을 사용한 동진레저의 발랑드레샤망160S재킷, 포리스트의 서브제로 재킷 등이 이에 해당된다.
안감의 소재도 쾌적성을 겨냥해 나일론 타프타나 플리스소재 등을 사용한 제품들이 있다.
우모복을 고를 때 반드시 모자가 달린 것을 선택하는게 좋다. 겨울철 신체에서 체온 손실이 큰 부위가 머리다.
모자는 탈부착형인 것이 편하다.
또 머리를 충분히 감싸는지 살펴보고 볼을 감쌀 수 있도록 모자 앞면에 벨크로테이프로 처리가 된 것으로 가능한 고른다.
우모복은 단순한 구조가 입고다니기 편하다.
우모복에도 활동성이 없는 것은 아닌데 허리선까지 오는 재킷형은 등산뿐 아니라 아웃도어 레저 활동시 두루 착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경우 활동이 편하도록 팔꿈치가 곡선으로 처리된 것이 좋겠다.
또한 불필요한 체온 손실을 막도록 허리 아래에 바람막이 장치가 있거나 밑단에 조임장치가 있어 바람이 옷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설계한 디자인인지도 살펴본다.
소매 부위 또한 벨크로테이프로 처리된 것이 보온에도 좋고 착용하기도 편하다.
우모복의 봉제선은 다운이 아래로 쳐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가로 봉제선을 넣는데 봉제선을 통해 다운이 쉽게 빠져나오므로 봉제선이 가능한 적은 것이 좋다.
우모복은 다른 등산의류와는 달리 세탁과 보관상태가 수명을 크게 좌우한다. 손 세탁의 경우 30도 가량의 미지근한 물에서 중성세제를 사용해 손으로 주물러 빤다.
세탁을 마친 후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서 말린 다음 살살 두드려 뭉쳐진 다운이 펴지도록 한다.
만약 제품설명서에 세탁방법이나 사용 세제를 별도로 명시해놓았다면 이를 따르는 것이 현명하다.
우모복을 보관할 때 주머니에 넣어두는 것은 최악의 보관방법이다.
우모복은 다운이 숨쉬도록 펼쳐서 습기가 차지 않도록 통풍이 잘되는 곳에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