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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해 냈다는 전설의 장군나무들 |
천안함 사태에서 연평도 포격으로 이어지는 한반도의 위기상황은 올 한해의 마감을 움츠려들고 우울하게 만든다. 반만년의 역사를 이어온 우리민족에게 수많은 역사의 질곡이 있었고 위기가 있었다. 그때 마다 애국심과 탁월한 능력으로 나라를 현장에서 지킨 장군들이 있다. 이번 달은 고목나무의 전설을 따라 천연기념물 나무에 얽힌 유명한 장군들의 행적을 찾아가 본다.
강감찬 장군의 굴참나무
<강감찬 장군 굴참나무>
서울 난곡초등학교 위쪽 건영아파트 앞 좁은 터에 힘겹게 버티는 천연기념물 271호 굴참나무 한 그루가 있다. 고려 때 강감찬(947∼1031)장군이 이곳을 지나다가 굴참나무 한 그루를 심고 당신의 무운을 빌고 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물론 그때 그 나무는 죽고 지금의 나무는 손자쯤으로 짐작된다. 당시를 잠시 회상해 보면, 그는 현종9년(1018) 거란의 소배압이 10만 대군을 몰아 고려를 침공하자 도원수가 되었다. 군사 20만 8천명을 이끌고 의주에서 적을 무찔렀다. 회군하는 적을 구주에서 또 크게 격파하고 개선할 때 왕이 직접 영흥역까지 나가 영접하였다고 한다. 장군이 태어난 곳으로 알려진, 멀지 않은 봉천동의 낙성대(落星垈)와 함께 이 굴참나무는 아득한 옛날 거란의 침입으로 위기에 처한 조국 고려를 구해낸 강감찬 장군의 늠름한 기상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유서 깊은 나무다.
마천목 장군과 비자나무
<강진 병영읍의 마천목장군 비자나무>
조선 태종 17년(1417) 광주에 있던 전라도 ’병마도절제사영(兵馬都節制使營)’을 보다 바다 가까운 지금의 강진군 병영읍으로 옮겨온다. 태종의 심복이었던 병마절도사 마천목 장군을 시켜 백제 때부터 있던 성을 고치고 필요한 곳은 새로 쌓아 병영(兵營)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하였다. 왜구의 침입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함이다. 고려 충정왕 때부터 시작된 왜구의 남해안 노략질은 조선을 건국하고도 50년 넘게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돌로 바깥 외성을 쌓고 성채안의 나무들은 거의 베어버렸다. 확 터인 공간을 확보하여 적이 몰래 숨어드는 것을 막고, 관아를 짓는 데는 수많은 나무가 필요해서다. 이때 살아남은 늙은 비자나무 한 그루가 지금 천연기념물 39호로 지정되어 있다. 전부 다 베어내지 않고 이 나무만 남겨둔 것은 군사들의 건강지킴이였기 때문이다. 비자 열매는 기생충을 없애주는 특효약이었다. 동의보감에도 ‘다섯 가지 치질을 치료하고 세 가지 충을 없애며 음식을 잘 소화시킨다.’고 하였다.
변협장군의 수성송 곰솔
<해남 군청 앞 변협장군의 수성송>
전남 해남군청 앞마당에는 천연기념물 430호로 지정된 커다란 곰솔 한 그루가 자란다. 임진왜란 직전의 변협(邊協)이라는 한 무신과의 인연이 전해지는 나무다. 조선 명종 초에 무과에 급제한 그는 몇 군데 관직을 거쳐 해남 현감으로 내려가 있었다. 그는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37년 전인 1555년 왜구들이 침입하여 남해안 일대를 쑥대밭은 만들었지만 오직 해남 읍성만은 현감 변협이 백성들과 함께 뛰어난 전략을 구사하여 끝까지 성을 지켰다. 을묘왜변(乙卯倭變)이라 부르는 이 사건 이후 변협장군은 장흥부사로 승진하여 떠나면서 지금의 수성송(守成松) 곰솔을 심었다고 한다. 그가 죽은 지 2년 후에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선조는 변협과 같은 장군이 없음을 늘 안타까워했다고 할 만큼 뛰어난 장수였다.
임진왜란의 여러 장군나무
<남해 창선도 이순신 장군 나무>
<곽재우 장군 현고수>
임진왜란 때 공을 세웠다는 전설을 간직한 장군나무는 수없이 많다. 우리가 이름을 익히 아는 이순신 장군이나 곽재우 장군을 비롯하여 역사책을 들춰도 잘 나오지 않는 무명의 장군들도 여럿 있다. 남해 창선도의 천연기념물 299호 왕후박나무는 이순신 장군이 왜군과 전투를 벌이고 틈틈이 상륙하여 쉬어간 나무라 알려져 있다. 또 의병장 곽재우 장군의 생가가 있는 유곡면 세간리 마을 앞에는 장군이 북을 매달아 놓고 군사 훈련을 시켰다는 천연기념물 493호 느티나무가 자란다. 이 나무는 자라는 모습이 ㄱ자로 생겨 북을 걸기에 알맞게 되어 있어서 현고수(懸鼓樹)라 부른다.
<장성 단전리의 장군 느티나무>
<나주 상방리 오득린 장군 호랑가시나무>
우리에게 친숙하지는 않지만, 전남 장성 단전리에는 이순신 장군 휘하에서 무공을 세우다 전사한 김충남 장군을 기리는 느티나무가 천연기념물 478호로 지정되어 있다. 장군나무라는 별명도 갖고 있으며 동생인 김충노가 형의 무공을 기리기 위하여 이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또 나주 상방리에는 역시 이순신 장군 휘하의 오득린 장군의 기적비가 있고 장군을 기리는 호랑가시나무 한 그루가 천연기념물 516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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