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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유성우의 밤이면 천랑(天狼)이 운다
#1. 우주력 790년 1월. 우주선교사 수선060의 회고. 이번 이야기의 서장
돌이켜보면 그때에 나는 내 위치에 대해 회의를 가졌어야 했다. 그들에게 기록자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달리 길을 찾았으면 오늘 같은 상황에 놓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고 해도, 종말이 확실한 미래를 향한 외나무다리를 건너고 있음을 알았다면 스스로 자진하여 멈출 수도 있지 않겠는가.
“우리 모두는 기꺼이 기억을 전수할 걸세. 우리는 종말의 증인이 필요하다네. 지쳤거든. 이 긴 싸움을 끝낼 명분이 필요하기도 하고……”
그때 나는 스스로 다짐하고 있었다. 기왕 이렇게 되었고 여기까지 왔으니, 나머지 생도 주어진 길을 걸을 수밖에 없겠다 하고.
그렇게 시작한 세월이었는데, 지구별에서 평범한 소시민을 지향하여 살아가던 전생테 열 셋의 풋내기 선교사가 항성간 무역선 복분자호에 차출된 지 어느새 200년여의 시간이 흘렀고, 재생의 기록인 전생테는 마흔 일곱을 더하여 예순을 헤아리게 되었다.
“종말이 가깝다.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기억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무역선 복분자호에서, 화성과 지구별과 타이탄에서, 스스로 선단을 꾸며 우주를 떠돌던 선교선 장미13호에서, 우연과 필연이 범벅된 운명의 조화로 승선한 해적선 신천지호에서, 은하세계를 호령하던 황금전함의 총수 류우의 감옥에서, 나는 언제나 그 말을 들어왔다.
“우리는 지쳤다. 우리의 최후를 기록해 줄 증인이 필요하다.”
#2. 타이탄의 장미장원. 우주 선교사 수선013의 기도실. 앞 장면의 2세기 전
화성의 크류세 요새의 폐허에서 우주사의 숨은 이야기를 읽어버린 후 수선013은 자신이 한 바퀴 전생테를 더했음을 깨닫고 있었다. 수선013은 자신이 많은 이들에게 은혜를 얻고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모두는 기억을 빌려 주겠어. 지쳤거든. 종말을 각오하고 있기도 하고.
-이제부터의 사건을 보아주세요.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의 상징이 될 테니.
-과거의 기억은 모두 드렸네. 이제부터의 이야기를 포함해서, 우리의 이야기를 기록해 주게. 우리는 명분이 필요한 사람들일세.
수선013은 기꺼이 기록자가 되기로 하였다.
#3. 우주력570년 5월. 해적선 신천지호의 항해일지. 이번 이야기의 서장
옛 지구별에서는 시리우스를 천랑성(天狼星)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지구별의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이었다던가. 반역의 별로 불리기도 했다는데, 영웅의 탄생을 예고하는 탓이라고 했다. 별의 정기를 타고 난 영웅은 어떠한 모습이었을까. 반성을 거느려 한 운명에 엮인 천랑성은, 인연을 떨치지 못하여 이런저런 사연을 만드는 인간계의 한살이와 무엇이 다른가.
그날 신천지호는 상하갑판 전체에 비상이 걸려 있었다. 조형 중이던 복제인간 중의 하나가 배양기를 깨트리고 탈출했기 때문이었다.
“내 잘못이야. 내가 자리를 비운 탓에…… 잠깐 졸았는데…… 그 친구는 아직 미완성 실험체라서 본능 외에는 생각도 없었을 텐데…… 아냐, 기억이 생겼을지도 몰라. 기억한 탓에 탈출했는지도……”
인간 재생 담당 전문위원인 간디045가 자책의 표시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재생중인 인간은 이성을 갖지 못한다는 게 상식이었기 때문에 탈출사건이라는 말도 되지 않는 사건이 벌어진 데 대해 책임을 느낀다는 태도였다.
“어디로 갔을지 짐작은 되지만, 그의 신분이 우리의 대리역이 되어 놓으니 사단이 없을지……”
선장인 김진욱068가 전례에 없이 걱정을 하고 있었다. 신천지호의 간부급들 모두의 마음은 한 가지로 맺히는 데가 있었다.
“내가 가겠네. 내가 벌린 일이니 내가 마무리하겠네.”
간디045가 앞장서서 수습에 나섰다.
“제가 뒤를 맡지요.”
제2단위부대의 장 알렉산더057이 호위역을 자청했다.
#4. 우주력 570년 5월. 앞 장면의 시각을 바꾼 연속. #2의 같은 시대. 타이탄의 장미장원. 한 여인의 독백
그가 진정 다녀간 것일까. 아니면 환상을 보았던 것일까. 달빛이 너무 강하면 살인을 한다고 하더니, 나도 어느새 늑대인간이 되어 있었던가. 하늘 가득 유성우가 뿌렸고, 사람들은 모처럼의 장관을 맞아 축제의 분위기에 취해 환호 속에 밤을 지새웠다. 나는 그 밤에 그를 만났다. 반 천년 이상의 세월을 그리움의 대상이었던 한 사내가, 유성우가 흩뿌리는 하늘을 날아 홀연 찾아와 나와 함께 밤을 새웠고, 또 한 차례의 원망을 남기고 아침이 오기 전에 떠나갔다.
우리는 아득한 옛날부터 한 운명에 엮였던 사람들이었다. 남과 여가 얽힌 운명이란 으레 그렇듯이 우리는 서로 사랑했고, 영원을 함께 하리라 맹세하며 많은 날을 보냈다. 흔히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 하리라 맹세하지만, 우리는 죽음 이후에도 함께 할 것을 굳게굳게 다짐한 사이였다.
“내게서 가슴이 없어졌어요. 그리움과 그리움이 한없이 계속된 세월 속에서, 내 가슴은 타고 또 타서 어느새 사라졌어요.”
음유시인의 노래 소리가 밤을 더욱 어두움 속으로 잠들게 할 무렵, 그는 홀연 찾아와 내 가슴속에 커다란 공동을 만들어 놓았다.
#5. 앞 장면의 6시간 전. 타이탄의 장미장원. 두 남녀의 상봉
“나를 기억하시겠소?”
사내는 귀밑까지 추겨 올린 외투 깃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낮게 속삭였다. 사내의 얼굴을 확인한 여인은 새빨갛게 물든 안색으로 와락 사내의 양 볼을 움켜잡았다.
“기억하지요. 기억하지요.”
두 사람은 그대로 입술을 부딪쳤다. 하늘 가득히 유성우가 뿌리고 있었고, 사람들은 모처럼의 장관에 반해 저마다 하룻밤의 사연을 엮고 있었으므로 다른 사람의 사랑 따위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두 사람은 거리낌 없이 사랑을 속삭일 수 있었다.
“장미주를 내오겠어요. 이 밤은 축제의 밤, 취하고 또 취해서 모든 시름을 잊고 살아요.”
음유시인의 노랫말이었지만 여인의 마음이기도 했다. 여인은 노랫말을 흥얼거리며 사내의 손을 잡아 자신의 집안으로 끌었다.
“이 풍경을 기억하시겠어요?”
역시 음유시인의 노랫말 중의 한 구절이었다. 뒤를 이어 “수없이 많은 낮과 밤을 함께 보낸 사랑의 보금자리였지요.”하는 화답이 있었지만 여인은 생략했다. 두 사람은 500여 년, 수십 세대의 세월을 이별의 아픔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었고, 이번의 만남은 헤어짐 이후 최초의 해후였기 때문에 거짓 노래를 부를 수는 없었던 것이다.
“기억하지, 기억하지, 기억하지.”
사내는 중얼거림으로 답변의 말에 대신했다. 그는 몇 십, 몇 백 번이고 더 답변의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500년의 세월 동안 이 풍경을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행여 잊힐세라 낮에 기억한 경치를 밤에 덧칠하기를 또 얼마나 해왔던가. 그 모든 시간이 오늘의 이 한 마디 답변으로 보상이 된다고 생각하고 그 동안 수없이 준비해 온 말이었기 때문에 그의 마지막 한 마디에는 힘이 있었다.
“기억하지. 기억하기 위해서 노력했는걸.”
여인은 사내의 마지막 말을 입술로 막았다.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눈빛이 말하고 있고, 주위의 자연이 증인이 되고 있는데.
두 사람이 걸어 들어간 곳은 장미꽃이 만발한 정원이었다. 동산과 폭포와 연못이 오밀조밀하게 꾸며져 있는 정원 안에 온통 장미가 꽃을 피우고 있었다. 하늘을 가득 채우고 쏟아지는 유성우와 함께, 장미정원에 가득한 꽃은 두 사람의 만남을 축복하는 신의 증언이었다.
“여기에서 꼭 기다리고 있어야 해요. 내 한 달음에 달려가서 술상을 들고 올 테니.”
여인은 사내를 정원의 중앙에 있는 누각에 앉히고 바삐 뛰어갔다. 사랑하는 이에게 자랑으로 삼는 요리를 내오고 싶은 여성 공통의 욕심이, 여인의 발걸음에 힘을 주게 하였다.
#6. 해적선 신천지호의 통제실. #3의 1개월 후
“너무 가혹한 일을 한 게 아닐까요?”
알렉산더057이 김진욱068의 기색을 조심스레 살피며 물었다. 김진욱068은 전망 스크린 속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내 잘못이야. 내 괴짜가 또 발작을 해서 이런 사단을 만들었어.”
간디045가 자신의 머리통을 주먹으로 두드리며 연신 자책의 말을 했다. 진작부터 같은 행동으로 주위의 동정을 사려 들고 있었지만, 그의 커다란 머리통에 작은 주먹이 주는 충격이란 대단해 보이지 않아, 아무도 그를 변호하러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그 실험체가 스스로 지성을 완성시켜 신천지호를 떠날 줄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게다가 그곳까지의 여행이라니. 단승 공격기를 몰고 그곳까지 갔다는 것은 신의 섭리 아니고서는 가능하지 않은 기적이야. 내 잘못만 너무 책하지 말라구.”
간디045의 변명이 아니더라도 신천지호의 승무원들은 모두 어떤 경이를 본 듯한 감동과 가슴 한 곳이 텅 빈 듯 충격 속에 있었다. 재생실에서 배양 중이던 실험체 중 하나가 스스로 지성을 완성하여 신천지호를 탈출했고, 근거리 전투용으로 만들어진 단승 공격기를 몰아 수십 광년을 여행하는 기적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더구나 그 여행의 종착지가 신천지호의 승무원들 모두의 마음의 고향인 타이탄의 장미장원이었고, 여행의 결과가 비극으로 끝났음에야……
“마무리는 완전했겠지?”
김진욱068이 여전히 전망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나직한 어조로 물었다. 전망 스크린 속에서는 타이탄을 포함한 토성계의 경치가 비치고 있었다.
“완전했지. 암, 완전했지. 엉뚱한 실수로 사단을 만들기는 했지만, 마무리만은 철저하게 했으니 믿어달라구요.”
간디045가 구원의 밧줄을 잡은 양 호들갑을 떨어 댔다.
#7. #5의 시각을 바꾼 연속. 타이탄의 장미장원
“나를 잡으러 오셨습니까?”
사내는 누각의 기둥에 온몸을 기댄 채 고개를 들지도 않고 물었다. 하늘에 가득한 유성우와 정원에 가득한 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밤은 더욱 아름답게 익어 가고 있었다.
사내의 가슴은 주먹만큼이나 큰 구멍이 뚫려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는 조금 전까지 격렬한 전투를 벌였었다.
“그녀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사내가 다시 물었다. 답변에 나선 것은 간디045였다.
“잠시 잠들게 했네. 잠에서 깨면 이 밤의 일을 잊게 될 걸세.”
사내의 얼굴에 안도의 빛이 보였다. 그는 천천히 자신의 가슴을 열어 보였다. 상처를 확인시켜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나타내려는 뜻이었다.
“황금전함 측 병력을 모두 사라지게 했다는 통신이 들어왔습니다.”
알렉산더057이 핏줄기가 가시지 않은 대검을 든 채로 달려와 간디045에게 보고했다. 그는 방금 자신의 애용하는 무기에게 장미장원 안으로 침입한 류우의 황금전함 병력의 생피를 맛보게 했었다.
“고맙습니다. 제 복수를 해주어서. 저는 역시 일개 실험체에 지나지 못했나 봅니다. 적의 정보원 몇도 당해내지 못했어요.”
사내는 어설프게 웃었다. 간디045는 외면을 한 채로 알렉산더057에게 눈짓을 보냈다. 알렉산더057은 손에 잡은 대검을 사내의 목으로 가져가다가 문득 멈추어 간디045를 돌아다보았다. ‘꼭 이래야 하는가?’의 의미가 담긴 눈빛이었다.
“어쩔 수 없네. 타이탄이 우주 유일의 비사법지역이 된 이면에, 우리 신천지호와의 절연이라는 조건이 있었음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류우 가계의 사람들이 내막을 알기 전에, 이번의 사단을 일개 무법자의 폭거 정도로 만들어 놓을 수밖에 없네.”
알렉산더057은 대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사내는 달게 칼날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8. 해적선 신천지호의 항해일지. 어느 기록자의 독백. #6의 연속
생명이란 없음과 존재함이라는 이진법 상의 구현일 뿐이라고 말한 이는 우리의 한 선대였다. 영과 하나, 영과 하나, 영과 하나의 연속. 그것이 무로부터 탄생을 낳고, 인생을 낳고, 세계를 낳고, 우주를 낳는 것이리라.
인생이 셋, 넷, 혹은 다섯 이상의 변화를 보이는 것은 인간의 독선 때문일 뿐 우주가 본래 의도한바 섭리는 아니라고 그때의 선대는 풀었다고 했다. 하나와 하나를 뭉쳐 둘이라는 만남을 만드는 데까지가 우주가 허락한 섭리의 한계였는데, 인간이 영악하여 이런저런 사건을 만들어 우주를 혼돈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하였다.
우리가 이번에 한바탕의 소동을 벌인 일도 인간의 그러한 어두운 면모 때문이었을 것이다. 간디045가 실험용 재생인간을 놓쳐 신천지호는 물론 타이탄까지 발칵 뒤집어 놓은 일은 그 자신의 변명처럼 괴짜가 부른 실수였을지도 있지만, 기실 우리 모두는 그곳에 닿아 꿈같은 하룻밤을 보낸 예의 실험체를 부러워했던 것이다.
“간디 형님이 일부러 그 실험체를 놓아 보냈던 것 같아.”
동료들의 수군거림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두 그 같은 확신을 갖고 있었다. 간디045가 어떤 사람이기에 일개 실험체가 배양기를 벗어날 만큼 세상모르게 잠든다는 말인가.
간디045는 우리 모두를 대표하여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갖은 사연을 만들어 셋, 넷, 혹은 그 이상의 험한 인생을 자초한 생명도, 사단의 원인으로 사랑을 가졌다면 살 가치가 있는 인생일 것이다”라고.
#9. #4의 연속. 타이탄의 장미장원
하룻밤 사이에 온갖 풍상을 겪고 일어난 내게 동료들은 꿈을 꾸었다고 놀려댔다. 원래 유성우가 내리는 밤에는 잠들지 않는 법인데 홀로 잠들어 그 같은 벌칙이 주어졌다고도 했다. 나는 간밤에 동료들 몰래 정원에 나와, 하늘을 가득 채우고 내리는 유성우의 신비스러운 모습과 정원에 가득한 장미꽃 향기에 취해 쓰러진 채로 잠들어, 그리던 누군가를 만나는 꿈을 꾸었던 모양이었다.
꿈속의 그의 얼굴이 확실치 않은 것으로 미루어 보아 동료들의 진단은 사실일지도 몰랐다. 장미정원 안 누각의 기둥에 기대어 참으로 편안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더라는 동료들의 증언은, 내가 유성우의 밤을 잠에 취해 덧없이 보내버린 낭만 없는 여자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나는 어처구니없게도 가장 아름다운 밤을 꿈과 벗하여 허무하게 지샜을 터였다.
그러나 나는 서러울 망정 부끄럽지 않았다. 꿈이면 어떠하고 환상이면 또 어떠하랴! 나는 분명 그를 보았고, 그의 손과 입술의 온기를 온몸으로 느꼈던 것이다. 더구나 그의 진정 어린 눈빛으로 말하면…… 나는 하룻밤 꿈속에서 얻었던 행복을 추억 속에 간직한 채로 영원을 살아가야 할 슬픈 숙명의 여자였다.
#10. 우주력570년 5월. 해적선 신천지호의 항해일지. #8의 연속
별의 상공에 달빛이 밝은 밤이면 천랑이 울고, 천랑이 우는 하늘에는 유성우가 내린다. 하늘 가득 유성우가 내리는 밤이면, 천랑은 잊었던 기억을 찾아 달을 보고 운다.
우주. 영원을 달려도 끝을 볼 수 없는 세계…… 천랑은 밤새 하늘을 달려 무엇을 찾는 것일까.
“선장, 미안해. 모두들에게 미안해.”
간디045의 사과에도 반응을 보이는 동료는 없었다. 신천지호의 안팎에는 침묵이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해적의 본령인 요란함과 호들갑이 모두 죽어버린 해적선에서, 우리는 한 가지로 생각을 모으고 있었다.
(목숨을 버려 그곳에 간 실험체 재생인간은, 한 생애의 가치가 충분한 인생을 산 것이다.)
한 차례 그리움을 확인하고 목숨을 버린다면, 그 사랑은 목숨 값에 당할까. 우주선은 빛을 추월해서 달리고 있는데, 한은 500년 전에 머물러 있구나…… 누군가 탄식을 터뜨렸고, 우리는 모두 침묵으로 뜻을 한 가지 하고 있었다.
#11. 타이탄의 장미장원. 우주 선교사 수선013의 기도실. #2의 마무리
수선013은 하룻밤 동안 자신이 본 사건의 내용을 해석해 보려고 그의 신을 불러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저는 극한의 상황에 있는 연인들의 사랑을 엿보았던 것입니까?
그는 타이탄의 장미장원의 여인 하나와 해적선 신천지호의 남자 하나가 하룻밤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시종 지켜보며 두 주인공의 얼굴을 확인해 보려고 하였지만 곧 부질없음을 깨달았다. 흑장미055를 비롯한 장미장원의 여주인 네 자매 중 어떤 여인의 얼굴도 사건 속의 여인과 하나가 되기에 어색하지 않았고, 네 여인 모두의 얼굴이 한 영상으로 오버랩 되기도 했다. 더불어 남자 주인공의 얼굴 역시 해적선 신천지호의 성원 중 누구의 모습인지 알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제 우리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짐작하셨습니까?
사건의 다음 날 만난 흑장미055를 비롯한 네 자매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지만 수선013은 그녀들의 표정에서 그렇게 읽었다고 생각했다. 간밤에 수선013이 지켜본 사건은 한편의 비극이기도 하지만, 그녀들 모두가 품고 있는 염원의 현현일수도 있었던 것이다.
첫댓글 우주. 영원을 달려도 끝을 볼 수 없는 세계…… 이 드넓은 우주에는 무한히 많은 별들이 있고 그래서 이야기 거리도 무궁무진 할 것입니다만 아직 우리 인간은 좁은 지구에 갇혀 광활한 우주의 무한성을 잘 인지하지도 못하고 그저 지구와 국가, 한 지역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전부인양 살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공상 과학을 접해보지 못한 어르신들에겐 별들에 관한 미래 과학 소설이 생소하게 다가오고 재미없게 여겨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스타워즈가 유행이던 시절엔 이러한 종류의 영화,소설을 흥미있게 보았으나 요즘은 기성세대가 되어선지 그 때만큼의 감흥은 없지요. 수고스럽게 연재해주신 글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전에 당선 작품집에 평을 써주신 선생님 말씀에도 '남들도 모두 생각할 수 있는 신변잡사 이야기를 가지고 글재주만 피운 글은 그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고 하셨더군요. 요즘 젊은 작가들이 경험이 없이 재주만으로 글을 만드는 것을 경계하신 말씀이셨습니다.
60~70년대의 신파조 소설이나 80년대 운동권 소설을 읽어보면 '참 재주도 좋다'하고 감탄을 하게 됩니다. 비슷한 스토리로 주인공 이름과 문장만 바꾸어 작품이랍시고 내놓는 솜씨들....
본격 SF는 제법 소재의 폭이 넓지요. 재주가 모자라서 제대로 표현을 못하고는 있지만....
늘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모니터로 보기가 힘든 분들을 위해 글자를 진하게 하거나 글자 크기를 키우는 방법도 있지요.
형님의 건필을 빕니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그렇군요. 방법을 찾아보아야겠습니다. 늘 좋은 충고 말씀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재미있는 작품이네요^^ 모니터를 보면서 읽으려니 눈이 좀 피로 하지만 ㅋ
다음편을 기다려 봅니다 ^^
좋게 평가해 주셨네요. 모니터로 보는 연작소설이라 읽기에 불편하셨을 터인데.... 고맙습니다.
잘읽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