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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버 패글런, 《기계처럼 보는 법》
「예술가 트레버 패글런의 신간, 기술이 시각문화를 장악하는 현실을 시의적절하게 조명하다」
Artist Trevor Paglen’s New Book Offers Timely Take on Technology’s Hijacking of Visual Culture
매체: The Art Newspaper
필자: 닉 해크워스
발행일: 2026년 8월 14일
예상 읽기 시간: 약 7~9분
[1] 사진은 더 이상 인간만을 위한 이미지가 아니다
1. 인공지능과 사진에 관한 기존의 질문
(1) 인공지능과 사진의 관계를 이야기할 때 흔히 이미지의 진위 문제가 제기된다.
① 인공지능이 만든 사진을 실제 사진으로 믿어도 되는가.
② 이미지가 보여주는 장면이 실제로 존재했는가.
③ 사진은 여전히 현실의 증거가 될 수 있는가.
2. 트레버 패글런이 제기하는 더 근본적인 문제
(1) 오늘날 이미지는 점점 인간이 감상하거나 해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계가 읽고 분류하고 판단하기 위해 생산된다.
① 얼굴 인식 시스템은 얼굴을 개성 있는 초상으로 감상하지 않는다.
② 얼굴의 형태와 특징을 수치화하여 특정 인물과 일치하는지를 판별한다.
③ 차량 번호판 인식 시스템은 도로의 풍경이나 자동차의 모습을 해석하지 않는다.
④ 번호를 추출하여 차량의 이동을 추적한다.
(2) 감시카메라·위성 이미지·상업시설 모니터링·산업 현장의 자동 판독 시스템에서도 이미지는 사람이 바라보는 장면이기 이전에 기계가 처리하는 정보이다.
3. 인간은 더 이상 이미지의 유일한 관객이 아니다
(1) 인간의 눈은 이미지의 유일한 관객도, 최종적인 관객도 아니다.
① 이미지는 기계에서 기계로 이동한다.
② 기계는 이미지를 분석하고 분류한다.
③ 인간이 이미지를 보기 전에 이미 판단과 처리 과정이 이루어진다.
(2) 패글런은 이러한 변화가 원근법의 발명·사진의 등장·대중소비문화의 형성에 비견되거나 그보다 더 큰 시각문화의 전환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2] 이미지는 세계를 보여주는 것에서 세계에 개입하는 것으로 변한다
1. 전통적인 사진의 구조
(1) 전통적인 사진이론은 대체로 사진가·사진·관객의 관계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① 사진가는 현실의 일부를 촬영한다.
② 사진은 촬영된 현실을 보여준다.
③ 관객은 사진의 의미를 해석한다.
(2) 이 구조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중요하다.
① 사진이 무엇을 재현하는가.
② 어떤 시선으로 대상을 바라보는가.
③ 관객에게 무엇을 전달하는가.
2. 컴퓨터 비전이 개입한 새로운 구조
(1) 컴퓨터 비전과 인공지능이 개입하면 사진의 작동방식이 달라진다.
① 카메라는 장면을 기록한다.
② 알고리즘은 그 장면을 분석한다.
③ 분석 결과는 다시 현실의 행동과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2) 이미지는 현실을 단순히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① 사람의 얼굴을 특정 범주로 분류한다.
② 개인의 이동 경로를 추적한다.
③ 소비 성향을 예측한다.
④ 위험 여부를 계산한다.
⑤ 사람과 사물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과정에 참여한다.
3. 현실에 개입하는 이미지
(1) 디지털 이미지는 기업과 국가의 이해관계 속에서 개인의 삶에 개입하는 인터페이스가 된다.
① 이미지는 우리에게 세계를 설명한다.
② 동시에 우리를 설명하고 분류한다.
③ 우리에 관해 판단하고 그 결과를 현실에 적용한다.
(2) 따라서 사진에 관한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① 이 사진은 무엇을 보여주는가.
② 누가, 혹은 무엇이 이 사진을 보고 있는가.
③ 이 이미지는 누구를 위해 어떤 판단을 수행하는가.
④ 이미지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⑤ 이미지는 우리와 세계에 무엇을 하고 있는가.
[3] 기계의 시선은 객관적이지 않다
1. 수학적 분석과 객관성은 동일하지 않다
(1) 기계가 이미지를 수학적으로 분석한다고 해서 그 판단이 중립적인 것은 아니다.
(2) 컴퓨터 비전은 세계를 스스로 이해하지 않는다.
① 사람이 제작한 데이터를 통해 학습한다.
② 사람이 만든 분류 체계에 따라 대상을 구별한다.
③ 인간이 중요하다고 설정한 특징을 중심으로 이미지를 분석한다.
2. 분류 기준에는 인간의 가치판단이 들어 있다
(1) 다음과 같은 판단은 인간이 구축한 사회적 체계에 의존한다.
① 무엇을 어떤 이름으로 구분할 것인가.
② 어떤 특징을 중요하게 볼 것인가.
③ 무엇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별할 것인가.
④ 어떤 행동을 안전하거나 위험하다고 판단할 것인가.
(2) 따라서 알고리즘의 판단에는 데이터와 분류 기준을 설계한 사람과 사회의 가치관이 개입한다.
3. 이미지넷과 분류체계의 편견
(1) 패글런은 대표적인 이미지 학습 데이터세트인 이미지넷을 분석하며 이러한 문제를 지적했다.
① 이미지넷은 인공지능이 사람과 사물을 인식하도록 훈련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② 그러나 사람을 분류하는 과정에는 인종적 편견이 포함될 수 있다.
③ 성별에 관한 고정관념과 차별적인 사회적 판단도 들어갈 수 있다.
(2) 문제는 편견이 명시적인 주장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① 편견은 학습 데이터와 분류 기준 속에 숨어 있다.
② 기계의 계산을 거쳐 분석 결과로 다시 나타난다.
③ 인간의 편견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판단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4. 알고리즘의 객관성 신화
(1) 사진이 현실을 그대로 기록한다는 믿음이 ‘사진의 객관성 신화’였다면, 기계가 이미지를 정확하고 공정하게 읽는다는 믿음은 새로운 ‘알고리즘의 객관성 신화’이다.
(2) 기계는 인간보다 더 공정하게 본다고 여겨질 수 있다.
① 그러나 기계는 누군가가 설정한 기준에 따라 세계를 분류한다.
② 그 기준에 포함된 권력관계와 편견을 반복할 수 있다.
③ 대규모 자동화 과정에서 기존의 편견을 오히려 확대할 수도 있다.
[4] 생성형 이미지는 사진과 현실의 오래된 합의를 흔든다
1. 생성형 매체의 등장
(1) 생성형 인공지능은 이미지 제작과 글쓰기를 자동화한다.
①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던 얼굴을 만든다.
② 일어나지 않았던 사건을 재현한다.
③ 존재하지 않는 장소와 상황을 사실적으로 만들어낸다.
(2) 이러한 변화는 사진과 현실 사이에 유지되어 온 관계를 흔든다.
2. 전통적인 사진과 현실의 관계
(1) 사진은 과거에도 완전히 객관적인 기록이 아니었다.
① 촬영 대상의 선택
② 촬영 시점
③ 구도와 거리
④ 조명
⑤ 연출
⑥ 편집과 제시 방식에 사진가의 해석이 개입했다.
(2) 그럼에도 전통적인 사진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었다.
① 카메라 앞에 어떤 대상이 실제로 존재했다.
② 어떤 빛이 실제 대상에서 반사되어 카메라에 기록되었다.
③ 사진은 적어도 어떤 대상이나 사건이 존재했다는 물리적 흔적을 가졌다.
3. 생성형 이미지가 만드는 변화
(1) 생성형 이미지는 실제 대상이 카메라 앞에 존재했다는 전제를 약화한다.
① 존재하지 않았던 얼굴도 만들 수 있다.
② 일어나지 않았던 사건도 사진처럼 표현할 수 있다.
③ 현실에 없는 장소도 실제 촬영한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2) 패글런은 이를 지각과 현실 사이에 유지되어 온 ‘취약하고 불분명한 휴전’의 붕괴로 설명한다.
4. 핵심은 가짜 이미지의 증가만이 아니다
(1) 더욱 중요한 문제는 이미지의 성격을 구분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① 현실을 증명하는 자료인가.
② 실제 사진을 수정한 이미지인가.
③ 현실과 무관하게 생성된 이미지인가.
④ 특정한 감정과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설계된 결과물인가.
(2) 이미지는 사실을 전달하는 수단인 동시에 사실처럼 보이는 감각을 생산하는 장치가 된다.
[5] 이미지는 감상을 넘어 반응을 설계한다
1. 디지털 이미지의 목적 변화
(1) 디지털 환경의 이미지는 단순히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① 관심을 끈다.
② 불안을 일으킨다.
③ 구매를 유도한다.
④ 특정한 의견을 강화한다.
⑤ 분노와 적대감을 확산한다.
⑥ 사용자가 화면에 오래 머물도록 만든다.
(2) 이미지의 가치는 무엇을 표현하는가보다 어떤 반응을 만들어내는가에 따라 평가될 수 있다.
2. 이미지가 심리적 장치가 된다
(1) 이미지는 문화적 콘텐츠의 외형을 유지하지만 그 안에는 사용자의 행동과 감정을 움직이려는 목적이 들어 있다.
(2) 패글런은 이러한 이미지를 특정한 효과를 전달하는 ‘전달체’ 또는 ‘자극’에 가깝게 이해한다.
① 이미지는 감상의 대상에 머물지 않는다.
② 인간의 주의를 붙잡는다.
③ 감각을 자극한다.
④ 판단을 조정한다.
⑤ 행동을 유도한다.
3. ‘스펙터클의 사회’에서 ‘심리전의 사회’로
(1) 패글런은 기 드보르의 ‘스펙터클의 사회’를 참조하여 오늘날의 이미지 환경을 ‘심리전의 사회’라고 부른다.
(2) 과거의 이미지는 주로 대중에게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설득했다.
① 광고가 상품의 이미지를 제시했다.
② 대중매체가 특정한 생활방식과 가치를 반복했다.
③ 많은 사람이 비교적 동일한 이미지를 보았다.
(3) 새로운 이미지 환경에서는 개인별 반응을 예측하고 조정하는 방식이 강화된다.
①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가 수집된다.
② 알고리즘이 개인의 관심과 감정을 분석한다.
③ 사람마다 다른 이미지가 노출된다.
④ 노출 순서와 빈도가 자동으로 조정된다.
⑤ 반응 결과가 다시 다음 이미지의 선택에 이용된다.
4. 권력은 이미지의 내용뿐 아니라 유통 시스템에도 존재한다
(1) 중요한 것은 화면 안에 무엇이 보이는가만이 아니다.
① 무엇이 노출되는가.
② 누구에게 노출되는가.
③ 언제 노출되는가.
④ 어떤 순서로 제시되는가.
⑤ 얼마나 자주 반복되는가.
⑥ 무엇이 보이지 않도록 제외되는가.
(2) 이미지를 선택하고 배열하며 노출하는 시스템 자체가 지각과 행동을 조직하는 권력이 된다.
[6] 사진미학의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1. 전통적인 사진 비평의 질문
(1) 전통적인 사진 비평은 주로 다음과 같은 문제를 다루었다.
① 사진가는 무엇을 촬영했는가.
② 어떤 구도와 형식을 선택했는가.
③ 사진은 현실을 어떻게 재현하는가.
④ 사진가의 시선과 태도는 무엇인가.
⑤ 관객은 이미지에서 무엇을 읽는가.
(2) 이러한 질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하다.
2. 새로운 이미지 환경에서 추가되어야 할 질문
(1) 사진의 화면 밖에서 작동하는 기술과 제도를 함께 살펴야 한다.
① 이 이미지는 어떤 데이터로 변환되는가.
② 어떤 인간과 기계가 이미지를 보는가.
③ 어떤 기준으로 인물과 행동을 분류하는가.
④ 누가 분류 기준을 설계했는가.
⑤ 이미지 분석 결과는 어디에 저장되고 사용되는가.
⑥ 그 결과는 누구에게 이익을 주는가.
⑦ 어떤 사람에게 불이익과 위험을 주는가.
⑧ 어떤 편견과 권력관계가 재생산되는가.
3. 사진의 범위가 화면에서 작동 과정 전체로 확장된다
(1) 사진의 문제는 화면 안에 무엇이 보이는가에만 머물지 않는다.
① 이미지가 어떻게 생산되는가.
② 어떤 데이터와 연결되는가.
③ 어떤 경로로 유통되는가.
④ 인간과 기계가 어떻게 분석하는가.
⑤ 분석 결과가 현실의 결정에 어떻게 적용되는가를 함께 살펴야 한다.
(2) 사진은 단순한 시각적 결과물이 아니다.
① 사회적 기술이다.
② 정보를 수집하고 분류하는 장치이다.
③ 제도와 권력관계 속에서 작동하는 행위이다.
④ 현실을 재현하면서 동시에 현실을 조직하고 변화시키는 힘이다.
[7] 패글런의 논의가 특히 중요한 이유
1. 이미지의 정교함보다 기능의 변화를 다룬다
(1) 패글런의 핵심 질문은 인공지능이 사진을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어내는가가 아니다.
(2) 더 중요한 것은 이미지의 기능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① 과거의 사진은 주로 인간에게 세계를 보여주었다.
② 오늘날의 이미지는 인간을 기계에 보여준다.
③ 기계는 인간을 분석하고 분류한다.
④ 그 판단 결과가 다시 인간의 삶에 개입한다.
2. 이미지와 인간의 관계가 역전된다
(1) 과거에는 인간이 이미지를 바라보고 해석했다.
(2) 오늘날에는 이미지 시스템이 인간을 바라보고 해석한다.
① 기계는 이미지를 읽는다.
② 이미지는 인간을 데이터로 만든다.
③ 알고리즘은 데이터를 분류하고 예측한다.
④ 분류 결과는 개인의 경험과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3. 사진과 시각문화를 이해하는 질문의 이동
(1) 사진은 무엇을 보여주는가.
(2) 사진을 누가, 혹은 무엇이 보는가.
(3) 그 시선은 누구의 기준과 이해관계를 따르는가.
(4) 이미지는 어떤 판단과 행동을 수행하는가.
(5) 그 판단은 누구에게 이익을 주고 누구를 배제하는가.
[8] 전체 핵심 정리
1. 오늘날 이미지는 인간이 감상하기 위한 시각적 대상일 뿐 아니라 기계가 읽고 처리하는 데이터이다.
2. 인간은 더 이상 이미지의 유일하거나 최종적인 관객이 아니다.
3. 컴퓨터 비전에서 이미지는 현실을 기록하는 자료를 넘어 사람과 사물을 분류하고 관리하는 작동 장치가 된다.
4. 디지털 이미지는 세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세계의 행동과 결정에 개입한다.
5. 기계의 시선은 객관적이지 않다. 알고리즘은 인간이 만든 데이터와 분류 기준에 따라 세계를 판단한다.
6. 데이터와 분류체계에 포함된 인종·성별·계급적 편견은 기계의 객관적인 계산 결과처럼 다시 나타날 수 있다.
7. 사진의 객관성 신화에 이어 기계가 정확하고 공정하게 판단한다는 ‘알고리즘의 객관성 신화’가 형성되고 있다.
8. 생성형 인공지능은 실제 대상이 카메라 앞에 존재했다는 사진의 전통적인 전제를 약화한다.
9. 생성형 이미지의 핵심 문제는 단순히 가짜가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기록과 사실처럼 보이도록 설계된 이미지를 구별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10. 디지털 이미지는 의미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관심·감정·판단·행동을 유도하도록 설계된다.
11. 권력은 이미지의 내용뿐 아니라 무엇을 누구에게 언제 어떤 순서와 빈도로 보여주는지를 결정하는 시스템에도 존재한다.
12. 사진미학은 사진가·사진·관객의 관계뿐 아니라 데이터·알고리즘·플랫폼·국가·기업의 관계까지 다루어야 한다.
13. 사진의 의미는 화면 안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지가 생산·유통·분석되고 현실에 적용되는 전체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다.
14. 과거의 사진이 인간에게 세계를 보여주었다면 오늘날의 이미지는 인간을 기계에 보여주고, 기계의 판단을 통해 다시 인간의 삶에 개입한다.
15. 따라서 앞으로 사진에 관해 물어야 할 핵심은 다음과 같다.
① 사진은 무엇을 보여주는가.
② 누가, 혹은 무엇이 사진을 보는가.
③ 그 시선은 누구의 기준과 이해관계를 따르는가.
④ 이미지는 인간과 세계에 무엇을 하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