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감동 긴 여운
( 글벗 사랑방 8돌 개강기념식과 학예회)
박달1동 주민자치센터의 프로그램 중에는 한글교실이 있다. 2001년 1월 10일 개강하여 방학도 없이 8년째 운영 중이다. 일찍이 의무교육을 받아써야 할 어머니들에게, 어찌어찌해서 그 시기를 놓쳐버린 ‘가슴앓이’를 뒤늦게 풀어주고 있는 평생학습 차원의 사회교육이다.
동사무소에서는 교육의 양극화를 좁히며 소외계층을 어루만져주는 사회복지시책의 일환으로, 성인문해(文解)교실을 봉사 해 오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 1월16일(금)개강 8돌을 맞았다. 조촐한 기념식과 2부 행사로, 그간 갈고 닦아온 학업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3번째 학예회도 펼친다. 단조로운 글벗사랑방에 변화를 주고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를 마련함이다.
지하 소회의실에서 개최된 이날의 행사만은 글벗 동창회장이 사회를 맡아 진행하고, 반장이 인사말씀을 하는 등 어디까지나 수강생인 어머니들이 주인이 되어, 자긍심을 높이도록 배려한 행사다.
열성적인 어머니는 집에서부터 한복으로 갈아입고 시장 한복판을 활개를 치며 나오시거나, 한복을 보자기에 싸와 바꿔 입은 어머니들이 많았다.
지난 1년 동안 출석률이 가장 좋고 학업성취도가 높은 어머니와 공로가 많은 어머니에게, 드리는 동장(류국현)과 주민자치위원장(이길웅)의 푸짐한 시상과 부상에, 이어 격려의 말씀을 해주신 후 내빈의 축사도 있었다. 프로그램 담당자인 사무장(안병삼)은 사진 촬영과 뒷바라지에 바쁘신 하루다.
축하하려 오신 내빈은 다양하였다. 그간 자발적으로 미흡한 학예회 작품 활동을 개별적으로 채워주고 음으로 양으로 북돋아 주시는 숲 해설 자원봉사 팀 이 오셨다. 하의순, 백영옥, 정군례, 권원숙, 전혜숙, 조순예, 유명자 등 여러분께서 잊지 않고 꽃바구니와 선물꾸러미까지 들고 찾아주셨다. 외진 곳을 찾아주셔서 참으로 감사할 뿐이요 기쁜 일이다. 아주 특별하게 백성의 내빈께서는 그 친구와 함께 오셔서 즐거운 동요에 맞추어 학예회 개막 직전, 손 유희를 자원봉사님과 함께 펼쳐주시니 어느 겨를에 잔잔한 감동이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더불어 글벗 동창회장 맏딸은 작년에 이어 꽃과 학용품을 준비하여 오셨는데 올해에도 공부하시는 어르신들에게 꼭 필요한 선물을 준비하여 감사하기 그지없다. 그 속에는 격려하는 칭찬의 글월을 써넣어 감동을 먹고 한층 고무되었다. 그런가하면, 그 따님은 이번에도 자발적으로 궂은일을 도맡아 스스로 일을 찾아서하고, 주인공도 알게 모르게 디카로 사진을 촬영하여 이날을 잊을 수 없게 하였으니 긴 여운이 오래도록 남을 수밖에.
2부 행사 학예회는 반장 사회로 진행하였는데, 낭랑한 음성으로 뱃심 좋게 ‘며느리 방귀’ 얘기를 첫 번째 어머니가 첫 테이프를 잘 끊어 호응도를 높일 수 있었고, 뒤이어 말랑말랑한 목소리의 여왕이 시조 낭송으로 ‘한 손에 막대 들고’ 란 어르신 정서에 맞은 옛 시조를 감상하게 하였다.
이어 작년에 일기를 공개하였던 어머니는 ‘태산이 높다하되’ 명시감상과 풀이까지 하고, 글방에 항상 웃음을 선사하는 유머 만점 어머니는 전래동화 “꿀 장사 할아버지”를 제스처까지 써가며 즐겁게 전해 주셨다.
다음은 언제나 다소곳하며 내성적인 어머니가 ‘황새야, 황새야’ 속요를 구성지게 읊었고, 곧바로 항상 조용조용 나직나직하게 읽으시는 어머니는 동요 ‘설날’ 을 2절만 가르쳤는데, 4절까지 천연덕스럽게 부르면서 몸짓까지 부드럽게 놀려 웃음꽃을 자아내게 하므로 한바탕 들썩거렸다.
일곱째로 포근하게 감싸주는 여인의 음성으로 ‘동창 여러분께’ 드리는 작문을 당차고 우렁차게 읽어 갔고, 오늘의 인기스타 어머니는 연말연시가 되면 많이 주고받는 ‘연하장‘ 쪽지편지를 여러분에게 공개하기도 하였다. 흥을 돋우기 위해 ’고향의 봄‘ 독창을 한 후, 개강이후 7년간 한결같으신 어머니의 진행으로 ’수수께끼 풀기'가 시작 된다. 참여한 모든 분께 상품을 즉석에서 주는 오늘에 하이라이트는 ’수수께끼‘이다. 알아맞히기 위하여 신경을 집중하면서 정답에 희비가 교차 하는 시간이 흐른다. 물론 환호와 아쉬운 흥분의 도가니였다.
긴장을 풀어주는 흥겨운 흘러간 노래와 구수한 우리민요합창에 이어, 전체가 함께 어울려 잔을 높이 들어 ‘건배! 외침’ 은 빠뜨릴 수 없다. 생일 시루떡 다과잔치와 뒤풀이로 사진 촬영도 한다. 단체 사진 촬영에는 한복 입으신 분이 앞에 앉을 우선권도 자연히 주어지는 순간이 지난다. 개별사진도 자유롭게 찍으며 작별을 아쉬워하였으니 참석자는 물론, 지역 주민에게도 잔잔한 감동과 긴 여운을 남겨주는 기념식과 학예회가 아니었나.
2009, 1, 16 박달 글벗사랑방에서 김 용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