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링암을 돌아보며>
일찍 일어나야 할 일이 별로 없었다. 잠을 깼지만 침대에서 꾸물거리다 밖으로 나오니 해가 뜨고 있었다. 구름이 끼어서 썩 좋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볼만했다. 아침은 숙소에서 준비했는데, 몽골식인 양고기 백반과 미역김치가 주였다. 아침에 백반이 나온 것은 일행 중 한 분이 사워시설에 물이 잘 안나온다며 금 일봉을 기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행하는 사람이 금액의 다소를 불문하고 기부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사업하는 사람이 월급쟁이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식사 후, 게르 직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차강 스브라가를 떠났다(08:30).
<차강 소브라가의 일출 1>
<차강 소브라가의 일출 2>
<차강 소브라가의 숙소인 게르를 배경으로>
<차강 소브라가의 게르 식구들과 함께한 락규>
오늘 목적지는 으믄고비 아이막의 욜림암(옐링암)이었다. 으믄고비(남 고비)는 몽골에서 가장 면적이 큰 아이막이며, 인구밀도는 1Km당 0.3명으로 매우 낮았다. 연 평균 강우량은 130mm이며, 여름 평균 기온은 섭씨 38도란다. 이 지역의 경제는 관광과 광업이었다. 여기에 일행이 3일간 머물 관광지(욜링암, 홍고링 엘스, 바양작)가 있었다. 또한 항복드 솜(우리나라의 군)에 엄청난 양의 구리와 금이 묻혀 있다고 했다.
어제까지는 초원에 말, 소, 양, 염소 등의 가축이 풀을 뜯고 있었으나, 오늘은 낙타가 보이기 시작했다. 목동들은 대부분 말을 타거나 걸어서 가축을 몰고 있었으나, 오토바이를 타는 목동도 있었다. 현대화의 물결이 이곳에도 밀려온 것 같았으나,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었다.
<으믄고비 풍경 1 : 멀리서 낙타가 풀을 뜯는 모습>
<으믄고비 풍경 2 : 게르와 말이 있는 모습>
<으믄고비 풍경 3 : 풀이 거의 없는 곳의 낙타들>
<으믄고비 풍경 4 : 마을과 낙타의 조화>
낙타 수 백 마리가 웅덩이의 물을 마시고 있었다. 일행은 휴식을 취하며 낙타를 배경으로 추억남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락규는 낙타 가까이에 다가가 구경하다 그만 낙타 똥을 밟아 신발이 엉망이 되었다. 얼굴을 찡그리며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도와주지 않고 혼자 해결하도록 해, 신발에 묻은 것을 모래와 물티슈로 닦고 차에 올랐다.
<으믄고비의 낙타들>
<초원에서 낙타가 풀을 뜯다 쉬는 시간을 이용한 락규>
<물을 마시러 웅덩이에 도착한 낙타들 모습>
<웅덩이 부근에서 락규는 낙타 배설물을 밟았고>
비포장도로를 5시간동안 달리자 포장도로가 나타났다. 멀리 달랑자드가드(Dalanzadgad)시가지가 보였다. 이곳은 으믄고비 아이막의 주도로 사막 속의 작은 문명사회였다. 일행은 시내에서 점심을 먹으려 했으나,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달랑자드가드 공항 옆 초원에서 점심을 먹었고, 기사들은 시내에 나가서 먹고 왔다.
차는 다시 비포장도로에 접어들어 풀이 자라는 모래언덕을 넘어 알타이산맥 끝자락에 있는 욜링암(Yolyn Am, 독수리 계곡)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 오른쪽 건물은 “자연박물관”으로 공룡알과 뼈를 비롯해서 박제한 산양, 눈 표범, 검은 꼬리 가젤, 아르갈리양 등이 있었으나, 시간이 없어서 그대로 계곡을 달렸다. 계곡 끝자락부터 이곳의 특산물인 누운 향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언덕 위에는 독수리 계곡이라는 문이 있으며 언덕을 넘어가자 주차장과 승마장이 있었다(17:30).
<욜링암의 누운 향나무 군락지>
<욜링암 승마장 입구에서 말을 배경으로>
일행에 비해 말의 수효가 턱없이 부족했다. 나는 앙카에게 락규의 승마를 부탁하고, 걸어서 얼음 계곡으로 향했다. 일행 중 몇 분도 나와 같이 걷기 시작했다. 여기는 사막임에도 오아시스라 개울에는 맑은 물이 졸졸 시원하게 흘렀으며, 계곡 옆에는 조롱(사막의 쥐)이 굴을 파고 살고 있었고, 찍기 어렵다는 쥐토끼도 사진기에 댬았다. 조롱과 쥐토끼은 여름에 열심히 풀을 굴에 운반해서 쌓아놓고, 겨울 양식을 한다고 했다. 조롱과 쥐토끼가 많기 때문인지 그것을 먹이로 하는 매가 눈에 띄었다.
<약삭빠른 사막의 쥐(조롱) 모습>
<조롱을 닮은 듯한 모습의 사진기에 담기 어렵다는 쥐토끼>
승마는 계곡을 따라 약 2Km까지였다. 일행과 천천히 걸어 1Km쯤 갔을 때, 여자들이 말을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앞에는 마부가 고삐를 잡고, 말을 탄 사람은 그저 안장에 앉아 있기만 했다. 마부 중에는 11살짜리 소년도 있었다. 승마가 끝나는 곳에는 오보가 있었다. 일행은 모두 말에서 내리고 마부들은 말을 타고 쏜살 같이 주차장으로 내달았다.
<욜링암 계곡에 말을 타고 내려오는 일행>
<승마장이 끝나는 곳에 있는 오보와 주위 풍경>
거기서부터는 말을 탔던 사람과 합쳐져 함께 걸어서 계곡을 내려갔다. 개울의 물줄기는 넓어졌으며, 계곡은 점점 좁아지면서 양쪽으로 웅장한 바위가 하늘을 가렸다. 지금은 한 여름이라 얼음이 모두 녹았지만, 가을부터는 얼음이 있는 “얼음계곡”이란다. 7월까지 얼음이 있다고 하니, 이곳이 얼마나 시원한 곳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계곡 옆 야생화를 배경으로 1>
<계곡 옆 야생화를 배경으로 2>
<계곡 옆 야생화를 배경으로 3>
<계곡 옆 야생화를 배경으로 4>
<욜링암의 웅장한 바위가 있는 풍경>
5분쯤 걸어가자 이곳 특산품을 파는 상인이 있었다. 주로 누운 향나무로 만든 조각품과 가축의 털과 가죽으로 만든 것들이었다. 그곳에서 물건을 구경하며 산천을 보고 있는데, 두 번째 팀으로 말을 탔다며 락규가 왔다. 일행은 다시 5분을 더 내려갔으나 특별한 것이 없어 그곳에서 욜링암 관광을 마무리 짓고 돌아왔다.
제일 뒤에서 걸어오고 있었는데, 일행 중 한 분이 특산품을 파는 곳에 와서 락규에게 선물을 사주겠다고 했다. 금년 초에 나와 함께 인도네시아를 여행한 분으로 나의 여행기를 감명 깊게 읽었다고 했다. 사양했으나 뜻을 굽히지 않아 물건을 고르라고 하자, 락규는 누운 향나무로 만든 말 조각 수저를 골랐다. 돌아오는 길에 락규는 다시 말을 탔는데, 마부도 없이 혼자 탔으며 제법 잘 달렸다.
<욜링암 얼음계곡에서 특산품을 파는 가게의 물건들>
<욜링암 얼음계곡에서 말을 타고 주차장으로 올라오는 일행>
여기에서 말을 타고 얼음계곡으로 가려고 생각한 남자 8명은 앞에 서서 기다렸으나 여자들에게 우선권을 주는 바람에 계곡에 가지 못했다고 했다. 일행은 승마장 주차장을 나와 욜링암 숙소로 오는 길에서 구름이 끼어 더 아름다운 저녁 놀을 보고, 게르에 도착(21:10)했다. 모두 게르를 배정 받고 숙소에서 준비한 저녁을 먹었다(21:40).
<숙소로 오는 길에서 본 초원 풍경>
<구름이 끼어서 더 아름다운 저녁 놀이 있는 풍경 1>
<구름이 끼어서 더 아름다운 저녁 놀이 있는 풍경 2>
오늘도 락규와 떨어져 자게 되었으며, 3호차 기사 등 8명과 소주를 함께 마셨다. 락규는 맥주를 샀고, 나도 가지고 간 소주를 내놓았다. 자기 전에 샤워장에 들렸는데,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물이 잘 나와 시원했다. 화장실과 샤워장은 남녀가 구분되었고 깨끗해서 마음에 들었다. 관광 몽골을 위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신경을 쓴 것 같았다.
첫댓글 누운 향나무의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것같습니다.
김경진님은 안팎으로 모두 다니면서, 여하튼 고마워요~~~
사진까지 올려주시면서 후기를 써주시니 다녔던 기억이 선명하네요
이자료들은 두고두고 몽골이 그리울때는 꺼내서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생각날 때 꺼내보는 추억의 상자로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4호차에 타셨던 서투리님, 혜전님, 안개님, 친구 성운, 정종양님...님들을 고생시켜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차는 잘 달렸는데 먼지가 엄청 들어왔다고 하데요~~~
이날 4호차가 고장이 나서 1호차가 마중 나갔다 왔었거든요,,,
야생화 꽃 밭 사진 멋지게 찍어주셔서 감사함으로 잘 내려담아갑니다. 고맙습니다. ^*^
필요한 것은 얼마든지 가져가셔요. 저는 많이 볼수록 좋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