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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에는 많은 문이 있는데, 어떤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더군요” | ||||||||
책 속에서 만난 사람│‘국민 기사’ 이창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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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국민 가수, 국민 여동생, 국민 MC 등은 잘 안다. ‘국민 기사’는 어떨까? 처음에는 ‘누구지?’ 하다가도 이 친구 이름을 대면 ‘아, 맞다!’ 하면서 맞장구칠 것이다. ‘서른여섯의 프로 기사 이창호 9단. 어린 나이에 입단 후 숱한 화제를 낳으며 한국 바둑을 세계 최강의 길로 이끈 불멸의 승부사.’ 이씨는 1천만에 육박하는 국내 바둑 인구에 한해서만이 아니라, 바둑에 무관심한 사람들에게도 널리 회자되는 바둑의 대명사, 혹은 동의어이다. 이씨는 최근 <이창호의 부득탐승(不得貪勝) - 아직 끝나지 않은 승부>(라이프맵 펴냄)를 펴내며 바둑 인생을 중간 점검했다. 이씨는 이 책 속에 성심을 다해 신의를 지키며 바둑 한길을 걸어오면서 얻은 묵묵한 깨달음을 담았다. 이씨는 근황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어느덧 불혹의 나이가 머지않았음을 몸으로 느낀다. 최근 들어 계산이 예전 같지 않고 승부에서 지는 일도 많아지면서 어떻게 나이 들어야 할까를 자주 생각하게 된다. 영원한 성공은 없다. 상황이 극에 달하면 결국 변화하니, 그 변화에 맞서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고 물러날 때를 확실히 알아야 하고,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형세를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단지 멈추거나 물러날 때가 아니다. 나는 더 나아가고, 더 깊어져야 한다. 문득, 가까운 사람에게 들은 말이 생각난다. 우리 인생에는 많은 문이 있는데 절대 모든 문이 한꺼번에 닫히거나 한꺼번에 열리는 일은 없다고. 어떤 문이 닫히면 반드시 또 다른 문이 열린다고.’ 이씨는 세상의 오해들에 대해 그동안 수도사 같은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그런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바둑의 묘미에 대해, 재능과 생각하는 힘에 대해, 상대적인 느림의 미학에 대해, 변화의 당위성에 대해, 이기려면 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지혜에 대해,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승부에 대해…. 이씨는 지난날, 한 전화 인터뷰에서 “바둑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끝없이 먼 길을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그때의 생각은 지금도 여전하다고 한다. 그는 그의 바둑이 아직도 완성되지 않았고, 완성이라는 것이 가능한지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씨는 “바둑이란 ‘신(神)의 한 수’를 향한, 끝없는 완성에의 추구이다. 나는 스스로 원하고 선택한 길을 끝없이 걸어왔고, 스스로 마감을 결정할 때까지 이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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