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어찌하여 호텔 무료 숙박권이 주어진 한 달 전 쯤, 속초 라마다호텔을 예약하고
6월 27일, 1박 2일 일정으로 아내와 함께 오랫만에 동해 일출과 속초 8경을 보러 떠난다.
첫 날은 속초등대 전망대 (1경), 영랑호 산책길에 있는 범바위 (2경), 청초호 (4경)를 걷고
이튿날은 일출을 보고 조도 (5경), 외옹치항 (6경), 설악해맞이 공원 (7경)을 돌아볼 계획이다.
3경인 청대산과 8경인 학무정은 생략하고...
첫 날 첫 방문지인 속초등대 전망대의 가파른 철계단을 올려다 보며 내심 아내의 무릎이 걱정되었는데 의외로 잘 오른다.
등대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설악산 대청봉이 맑은 날씨에 선명하게 보인다.
두번째 방문지인 영랑호 둘레 산책로 7.8km 와 청초호 둘레길 5km도 평속 4km 정도로 걸어낸다.
13km가 되는 거리인데...... 아내에게서 보기 힘든 걷기 속도이다.
서울서 그동안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이럴줄 알았으면 청대산도 올라볼 걸 그랬나?...
오후 늦은 시간에는 여유있는 여행을 위해 숙소에 짐을 풀고 호텔 주변을 산책한다.
이번 여행의 주 목적은 일출을 보는 것인지라 일출명소를 찾아 보는데 호텔 앞 방파제가 제격이다.
장애물도 없고 탁 트인 시야가 명당일진데 왜 이곳이 일출명소로 알려지지 않았는지...
나만 몰랐던걸까?....
다음날 새벽 4시30분...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처음으로 여유있는 일출 구경을 한다.
호텔 2층 로비에서 방파제로 연결된 통로를 나오니 밤낚시를 하던 낚시꾼 몇몇이 바다를 보며 멍때리기를 하고 있다.
밤 새 뼈속까지 스미는 바다 내음을 맡으며 그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꿈꾸고 있었을까?...
어둠이 짙어가면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자신의 모습에서 어떤 정체성을 찾아 보았을까?...
그들의 마음 속에 아직도 허물지 못하는 경계는 무엇인가?
오늘 하루가 열리고 있음을 알리는 여명이 밝아오며 피곤에 지친듯한 그들의 얼굴에서 희미한 미소를 본다.
일출과 떠나가는 배 ... 자작시
어제 떠나간 자가 그토록 갈망하던 오늘
그 오늘을 여는 여명은 하루의 소중함을 깨우쳐 주는
자연의 경이로운 선물
밤새 태양을 잉태한 푸른 바다
수평선 위에 붉은 휘장 온통 펼쳐놓고
출렁이는 파도 속에 붉은 태양을 낳는다
항상 8분 17초 전의 과거만을 보며 살아가는 근사치 인생
그래서 지금 내가 본 것이 본 그대로가 아닌 것처럼
가는 것에는 다 지나가지 않은 것이 있고
오는 것에는 이미 오고 있지 않은 것이 있음을...
인생의 여정에서 때론 길을 잃는다
길을 잃지 않으려 떠나지 않을 땐
우리는 마치 항구에 묶인 배와 같은 것
그러나 항구에 있는 배는 이미 배가 아니다
배는 바다로 떠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에
배가 떠날 수 있는 건 돌아올 곳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돌아오되 오래 머물지 않을뿐
그러나 돌아올 곳이 없어도 떠날 수 있는 삶이 있다.
마음이 가난한 자, 가벼운 영혼으로
자유의 바다 위를 흘러간다.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그곳으로...
* 자작시와 경음악을 삽입한 일출영상 (3분 26초)과 속초 8경 사진(슬라이드쇼) 모음은 제 블로그에 있습니다.
제 블로그를 방문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hrd2479/223497472122
***** 위 블로그의 영상과 글을 '가제트손' 님께 올립니다. ^^
항상 일출을 보고 나면 마음이 숙연해진다.
오늘처럼 제대로 된 일출을 보았을 때는 거기에 가슴 벅차 오르는 환희도 함께...
내 인생에 몇 번 되지 않을 깊은 상념에서 깨어나며
떠오르는 해를 두 손으로 감싸안은 아내의 모습을 폰카에 담는다.
이틀째인 28일은 외옹치항 둘레길과 조도를 조망하고 설악해맞이 공원에서 마무리 한다.
어제, 오늘 걸었던 길의 대부분은 2년 전 걸었던 해파랑길 45코스와 중복되었지만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이틀을 걸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내의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짧은 여행이라도 자주 함께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첫댓글 아내와의 여행은 그저 부럽기만 하구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일출은 언제나 장엄하고 신비롭습니다.
여름철 걷기 는 아이스크림과 함께 하시기 바라겠구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아내와 함께하는 날들이 일년에 두 손가락 한번 폈다 접을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만남의 밀도를 높혀 보려구요.. 항상 건강하세요.^^
덕분에 속초 구경 잘했습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시지요?
즐감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덕분에 잘 지내고 있구요... 항상 건강하세요^^
명랑호 둘레길은 미주 운동하는곳인데요...ㅎ 속초 오셨으면 연락한번 주셨으면 식사라도 대접했을것인데요...
늘 즐거운 산행과 여행되십시요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대접은 제가 해야겠지요.
항상 건강하시구요^^
영상과 음악에 잠시 취해 갑니다~^^
즐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