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의 방주와 유엔기후변화협약
창세기 6:1-8
1. 땅 위에 사람이 불어나면서부터 그들의 딸들이 태어났다.
2.하느님의 아들들이 그 사람의 딸들을 보고 마음에 드는 대로 아리따운 여자를 골라 아내로 삼았다.
3.그래서 야훼께서는 "사람은 동물에 지나지 않으니 나의 입김이 사람들에게 언제까지나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사람은 백이십 년밖에 살지 못하리라." 하셨다.
4.그 때 그리고 그 뒤에도 세상에는 느빌림이라는 거인족이 있었는데 그들은 하느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들로서 옛날부터 이름난 장사들이었다.
5.야훼께서는 세상이 사람의 죄악으로 가득 차고 사람마다 못된 생각만 하는 것을 보시고
6.왜 사람을 만들었던가 싶으시어 마음이 아프셨다.
7.야훼께서는 "내가 지어낸 사람이지만, 땅 위에서 쓸어버리리라. 공연히 사람을 만들었구나. 사람뿐 아니라 짐승과 땅 위를 기는 것과 공중의 새까지 모조리 없애버리리라. 공연히 만들었구나!" 하고 탄식하셨다.
8.그러나 노아만은 하느님의 마음에 들었다.
대멸종이란 말을 들어 보셨나요? 우주의 나이는 136억년, 지구의 나이는 46억년 정도라 합니다. 지구 탄생 이후 생명이 출현한 뒤 지금까지 크고 작은 생명체의 멸종이 11번 정도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중 대멸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5번입니다. 대멸종은 생명체의 70% 이상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첫 번째 대멸종은 4억 4천만 년 전 고생대 오르도비스기(期) 말에 일어났는데 전체 생물종의 85%가 사멸했습니다. 3억7천만 년 전 데본기 말에 일어난 두 번째 대멸종 때는 70%의 생물종이 멸종했다죠. 2억5천만 년 전 페름기 말엔 전체 생물종의 95%, 2억5천만 년 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말에는 생물종의 80%, 그리고 중생대의 종말을 가져온 6천5백만 년 전 백악기 말 대멸종 때는 공룡을 비롯한 전체 생물종의 75%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세 번째 대멸종 때 생명의 95%가 자취를 감췄다고 하는데 이 뜻은 100종의 생명이 살고 있었다면 이 가운데 95종은 단 하나도 살아남지 못하고 나머지 5종도 겨우 몇 개체씩만 살아남았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 멸종들에 의해 지구상의 생명체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겨우 살아남은 개체들이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새로운 종으로 진화하였습니다. 이들은 오랜 시간 동안 지난한 생명의 혁신적 창조과정을 거쳐 다시 풍성한 생태계를 만들어 왔습니다.
지금까지 일어났던 다섯 차례의 대멸종엔 일정한 원인 패턴이 있었다고 합니다.
첫째, 온도가 급격히 오르거나 떨어진다. 둘째,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셋째, 화산 등의 작용으로 대기의 산성도가 높아지고 산성비가 내린다. 이런 자연환경의 변화가 대멸종을 불러왔다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 대멸종 때 공룡들이 사라진 덕분에 포유류의 세상이 왔고 우리 인류도 탄생했습니다. 지금 인류는 자신들의 세계가 영원할 것처럼 여기지만 우리는 지금 여섯 번째 대멸종 기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것도 세 번째 대멸종보다 훨씬 큰 규모의 대멸종을 예고하면서 말입니다.
세 번째 대멸종은 최소한 100만 년에 걸쳐서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인류가 출현하기 전엔 포유류 한 종이 멸종하는 데 평균 50만 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인류가 등장한 이후엔 한 달에 한종 꼴로 포유류가 멸종하고 있습니다.
학자에 따라 견해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여섯 번째 대멸종은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1820년 또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 시작됐고 앞으로 500년 안에 생물 종의 50%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길어야 1만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낙관적으로 본다 해도 세 번째 대멸종보다 100배나 빠른 속도로 멸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죠.
문제는 대멸종의 원인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지난 150년 동안 기온은 세계 평균 0.85도 올랐고 산소 농도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빠른 속도로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을까? 과학자들은 그 원인을 인류의 존재에서 찾고 있습니다. 인류가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 커져 전체 생태계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섯 번째 대멸종 시기를 고생물학자들은 ‘인류세(人類世)’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여섯 번째 멸종의 주 대상은 인류입니다. 지금까지의 대멸종을 보면 당시의 최고 포식자들은 반드시 멸종했으며, 지금의 최고 포식자는 인류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의 규칙에 따르면 인류는 여섯 번째 대멸종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저는 지난 수요일 아산시에서 열린 제20차 지속가능발전 전국대회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대회는 “모두를 위한 가치 있는 전환, 지속가능발전 목표”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모두 아시는 바와 같이 인류는 지속가능발전 사회를 위해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진행하였습니다. 195개국이 모여 17개의 지속가능발전 목표에 대해 합의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협약은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1.5℃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파리기후변화협정'이라고 부르는 이 협약은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것으로 신기후협약이라고도 칭합니다.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에는 선진국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었지만 파리 협정에서는 참여하는 195개 당사국 모두가 감축 목표를 지켜야 합니다. 세계 온실가스의 90% 이상을 협정에 서명한 195개 당사국이 배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리협정은 보다 많은 국가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각 국가가 자발적으로 정하는 '국가결정기여(NDC)' 계획을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주요국가의 자발적 감축량은 다음과 같습니다. 유럽연합은 절대량 40% 감축,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배출량 기준 60~65% 감축, 한국은 배출전망치 대비(BAU) 37% 감축 목표를 제출했습니다. 미국은 2024년까지 절대량 26~28% 감축을 약속했지만 트럼프 정부가 2017년 이 협정에서 탈퇴하였습니다.
또한 일부 선진국들이 이미 약속한 연간 1천억불(116조원)에 달하는 개발도상국 지원금 조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파리협정이 지속될지 불안에 휩싸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음달 1일부터 우리나라 송도에서는 유엔 195개 회원국 정부대표가 참석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UN IPCC) 제48차 총회가 열립니다. 이 협의체의 의장은 우리나라가 맡고 있습니다. 이 회의는 지구온난화로 한반도를 비롯해 전 세계가 심각한 폭염과 일본의 대지진, 필리핀과 미국에 상륙한 태풍의 엄청난 피해를 경험한 직후에 열리는 만큼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 회의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파리협약에 관한 과학적 근거를 담은 ‘1.5도 특별보고서’가 채택될 예정이어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하겠습니다. 이 보고서가 채택되면 파리협정에 미온적인 일부 선진국들에게, 또 탈퇴한 미국에게도 큰 압박이 될 것입니다.
파리 기후 변화 협약이 이행되지 않고, 현재 수준으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면 금세기 안에 지구의 30%의 생물종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또한, 미국의 협약 탈퇴로 지구의 평균 기온이 0.3℃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지금 눈앞의 이익을 쫓아 지구환경을 파괴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대멸종이 현실화 될지도 모릅니다. 환경 파괴의 대가는 한 국가만이 아닌 전 세계가 부담해야 하는 몫입니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노력은 전 세계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21세기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자발적 참여’에 기대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많습니다. 어느 정도 공적인 강제력 행사를 통해서라도 파리협정을 준수하게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창세기 6장에서 8장에 걸쳐 나오는 노아의 방주에 대한 말씀을 본문으로 읽었습니다. 노아의 방주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 유명해서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말씀입니다. 이 노아의 방주와 비슷한 이야기들은 성서뿐 아니라 고대의 모든 대륙에 분포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길가메쉬 서사시에 나오는 메소포타미아 대홍수, 그리스의 데우칼리온 전설, 인도의 마누신화 등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홍수 전설은 미국 원주민 사이에서도 폭넓게 전해지고 있고, 이집트, 남미, 중국에도 존재합니다.
대홍수 전설은 빙하기가 끝나는 시기, 혹은 지축의 이동이나 엇갈림 등 기후변화나 천재지변으로 수면이 급상승한 때 발생한 전설이라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입니다.
성서가 말하는 노아의 방주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 보겠습니다.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한 아담과 이브의 자손들은 땅 위에서 번성하고 순조롭게 늘어갔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리운 천사들은 인간 여자를 아내로 삼아 자녀를 낳았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아이들은 느빌림(Nephilim)이라 불리는 힘쎈 지도자들이 되었습니다.
인간이 숫자가 많아짐에 따라 사람들이 행한 악행 또한 지상에 만연해졌습니다. 이런 모습에 몹시 마음이 아팠던 하느님은, 인간을 창조한 일이 잘못이었음을 후회합니다. 그래서 인간을 비롯한 피조물을 세상에서 쓸어버릴 결심을 합니다.
하느님은 신실한 단 한 사람, 노아의 식구들만 구원하기로 하고 노아에게 방주를 만들 것을 명합니다. 노아는 세 명의 아들과 함께 긴 세월에 걸쳐 방주를 완성시킵니다.
노아의 방주는 나무로 만든 직육면체의 배로, 길이는 약 135m, 폭은 약 23m 높이 약 14m의 삼층 구조로 지어졌습니다. 하느님은 이 방주에 먹을 것 외에 짐승과 새들을 암수 각 2마리(또는 순결한 동물 각 7마리에 부정한 동물 각 2마리)씩 태우도록 하였습니다.
큰비는 40일 또는 150일간 계속되고, 방주는 흘러 흘러 아라라트(아르메니아 방면의 북방 지역을 막연히 가리킨다) 산에 도착합니다. 비가 그치자 노아는 까마귀에 이어 비둘기를 보내 주변의 상황을 체크합니다. 비둘기가 올리브 잎을 물어오자 노아는 어디선가 물이 빠져 육지가 드러났다는 사실을 짐작했습니다. 7일 후 다시 비둘기를 날려 보내자 비둘기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방주에서 빠져나온 노아는 하느님을 위해 제단을 쌓고 제물을 바쳤습니다. 하느님은 노아에게 두 번 다시 대지의 생물 전부를 벌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리고 그 약속의 증표로 무지개를 띄어줍니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는 요즘 학자들이 말하는 인류세의 대멸종에 대한 예언일 수도 있습니다. 인간들의 오만과 욕심, 자연과 약자에 대한 착취가 지나쳐 파멸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죠. 여기서 신의 심판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천재지변과 해수면 상승임을 뜻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학자들이 연구한 대로 지금까지 일어났던 다섯 차례의 대멸종에서 발견한 3개의 패턴 중 기후변화(온도가 급격히 오르거나 떨어진다)에 해당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지구상에 일어났던 크고 작은 11번의 멸종 사태는 지구환경의 변화과정에서 아주 천천히 오랫동안에 걸쳐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예견되고 있는 인류세의 대멸종은 인간이라는 한 종에 의해 저질러진 죄악에서 비롯된다는 점이 큰 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그 사나운 욕심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아수라장, 지옥도가 이제 우리 앞에 놓여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들 대다수는 아직도 변화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 최저임금, 부동산 가격 폭등을 둘러싼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보십시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서슴지 않는 광기가 보이지 않습니까? 이런 광기를 바라보며 창조주 하느님은 무슨 생각을 하시겠습니까?
오늘 본문에서 창조주 하느님은 이렇게 탄식하고 있네요. “야훼께서는 세상이 사람의 죄악으로 가득 차고 사람마다 못된 생각만 하는 것을 보시고 왜 사람을 만들었던가 싶으시어 마음이 아프셨다. 야훼께서는 ‘내가 지어낸 사람이지만, 땅 위에서 쓸어버리리라. 공연히 사람을 만들었구나. 사람뿐 아니라 짐승과 땅 위를 기는 것과 공중의 새까지 모조리 없애버리리라. 공연히 만들었구나!’ 하고 탄식하셨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지으신 이 세상의 주인은 인간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더군다나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지구는 우리 미래로부터 잠시 빌려 쓰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의무는 이 지구가 지속가능하도록 잘 쓰고 미래 세대에게 돌려주는 것입니다.
지난 6월 우리나라도 지속가능 목표에 대한 이행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지구의 온도를 1.5도로 묶어 놓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내용입니다. 아직도 산업계, 재벌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우리 정부가 변화하려면 우리가 먼저 변화해야 합니다. 우리의 생각과 삶이 변하지 않은 한 우리나라가 변할 수 없습니다. 세상을 향한 하늘의 뜻에 내가 먼저 순종하고 변화하는 그런 노력이 모여 이 세상을 멸망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일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하느님께서는 많이 숨겨놓았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하느님 나라를 위해 일하는 모든 이들에게 하느님의 축복과 은총이 넘치시기를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2018.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