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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말고, 그냥 재즈 그 본연의 느낌에 충실해 흠뻑 취해라!
-인터뷰 中 -
최근 근황이 어떠세요?
요즘 학교는 방학이라 한가해요. 하지만, 재즈는 특히 여름에 야외 페스티벌, 지방 공연 등이 많아서 학교 나갈 때보다 더 바쁜 것 같네요.
중학교 때 트럼펫으로 음악을 시작하셨는데, 트럼펫을 그만두고 색소폰으로 바꾸시게 된 계기가 있다면?
트럼펫은 굉장히 어려운 악기였어요. 고등학생 때 선배님들이 색소폰 연주 하시는걸 들었는데 색소폰 자체의 매력에 빠졌죠. 색소폰 소리의 따뜻함과 포근함, 마음을 달래주는 묘한 느낌이 들면서 이런 점 끌려 트럼펫보다 색소폰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어떠한 계기로 음악을 접하시게 되었으며, 많은 악기 중 왜 트럼펫을 선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려서부터 사실 음악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초등학교 때 풍금이 있었는데 풍금이나 하모니카,
리코더 등을 가르쳐주지 않아도 곧잘 불렀어요. 할아버지께서 시조도 하셨고 아버지께서도 음악을
좋아하셔서 음악을 자주 접했죠. 그 당시 시골에서는 전축이 귀했는데 전축을 틀어 놓고, 하모니카를
따라 부르면 "어린 놈이 참 잘 한다." 라는 말씀을 해주셨죠.
트럼펫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중학교 때 음악선생님께서 밴드부를 창설 하셨는데 그때 트럼펫을 갖고 다니시면서 아이들에게 불어보라고 하셨는데 다른 아이들은 소리를 못 냈는데 제가 불었을 땐 ‘빵’하고 신기하게도 소리가 났죠. 그래서 선생님께서 "너 무조건 해라". 이렇게 해서 운명적으로 트럼펫을 시작하게 되었죠.
색소폰은 클래식을 위한 악기인데 클래식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재즈로 넘어 왔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색소폰은 악기자체도 관능적이고 섹시하죠. 또 소리도 강렬하고 호소력도 짙고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는 악기에요. 하지만 클래식에선 무엇보다도 앙상블이 중요한데 색소폰 소리는 너무 커서 앙상블 하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배척당한 후 미국으로 넘어가 재즈에 쓰이면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게 되었죠.
실례지만 색소폰 몇 대나 소장하고 계세요? 또 그 중에서 가장 고가인 악기는 어떤 것이에요?
지금은 많진 않아요. 10개정도 있어요. (웃음) 가격은 뭐 거기서 거기에요.
클래식에 비해선 색소폰이란 악기는 비싼 악기는 아니에요. 가장 좋은 색소폰이 몇 천 정도.
제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는 4 ~ 5백만원 정도에요. 저렴한 색소폰은 몇 십만원 대 이죠.
생김새에 비해 저렴한 편이죠.
가장 아끼시는 악기는 어떤 것이고 아끼시는 이유는 무엇이에요?
장인어른이 사주신 악기에요. 아내와 같이 살면서도 장인어른께서 인정해주시지 않았지만 아들을 낳고 나서부터 장인어른께서 인정해 주시며 사주신 악기에요.
길호균 선생님이라고 있어요. 패티김씨 남편이세요. 색소포니스트이신데 패티김 노래 많이 작곡하셨어요. 제가 처음 공연한 곳이 길호균님 클럽 이였는데 거기서 소프라노 색소폰이 너무 불고 싶은데 색소폰이 없을 때라 달라는 말은 못하고 있었죠. 그러다 선생님께서 "그래 너 그럼 우리 딸 결혼할 때 축가를 불러주는 조건으로 너 하나 준다 " 하고 주셨어요. 지금 수중에는 없지만.. 대부분 사연 있는 악기들은 수중에 없네요.
한국에서 ‘재즈뮤지션’으로 살아가기
우리나라에서 재즈 하시기가 어려운데 왜 직업으로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희들 세대에는 음악을 취미로 한다는 것이 없었어요. 그 때 당시에는 뭘 하던지 그게 직업 이였죠.
처음에는 대중적인 음악보단 내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 고민 중에 선배님들이 그러려면 “재즈라는 음악을 해야 한다.”라고 하셨죠. 50년대에는 미군영향으로 재즈가 굉장히 인기가 많았고 발전을 했었죠.
하지만 미군이 철수 하면서 ‘사회에서 밥도 못 먹는 음악이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힘들어졌어요.
하지만 80년대, 90년대에 변진섭, 이승환, 신승훈 발라드 음악이 유행하면서 색소폰 세션이 많이 들어가면서 저는 선배님들 세대에 비해 여유롭게 할 수 있었어요
무대에서 연주 하실 때마다 마음가짐이 모두 다르신가요?
그때그때 다르죠. 재즈라는 것이 장르나, 연주할 때마다 느낌이 다양하기 때문에 어느 때는 굉장히 한국적으로 연주 할 때도 많고, 어느 때는 굉장히 신세대적인 연주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한국적인 재즈라고 하면 예전에는 국악하고 재즈하고 접목시키는 방법을 많이 택했어요.
하지만 이것은 과도기라고 생각해야지 계속 그런 식으로 가면 안돼요.
요즘 젊은 친구들도 많이 퓨전국악이라고 해서 많이들 이런 방법으로 하고 있는데, 그걸 답습만 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음악이 탄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흉내만 내는 모습에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또 관객의 층에 따라서도 다양하게 하려고 해요. 나이 드신 분들이 많으면 한국적으로, 젊은 층들이 많다면 신세대적인 느낌, 애시드나 힙합 리듬에 화성, 선율을 재즈 도입해서 하고 있어요.
자녀 두 분이 모두 재즈 음악을 하시는데 말리고 싶지는 않으셨어요?
반반이이긴 한데, 말리고 싶은 부분이 많아요. 왜냐하면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음악으로 어떻게 되기는 하늘에 별따기잖아요?
특히나 재즈음악가는 아이돌 가수와 달리 잘 알려지지 않은 언더그라운드에서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와야 되는데, 이건 정말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이 길을 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부분이 많아요.
근데 한편으로는 힘든 길일지언정 본인들이 좋아하고 평생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것이 또 행복이 아닌가 싶어요. 꼭 행복이 돈을 잘 버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기성인의 입장에서 돈이 많아야 행복하더라구요. (웃음)
따님의 이름의 특이하시던데 특별한 의미가 있으신가요?
아. 발차요? 저희 할아버지, 딸에게는 증조할아버지죠. 시조를 하시던 분이셨는데 무언가 새롭게 출발한다는 뜻, ‘기차가 발차한다’라고 말할 때 쓰이는 그 의미로 이름을 발차라고 지으셨어요.
초등학교 때는 사실 이름을 바꿨어요. 발차가 뭐냐 놀림을 당한다고.. 허허… 하지만 재즈를 시작하면서 대학을 들어가면서 제안을 했죠. 이름이 독특해야 한 사람이라도 더 기억하기 쉬우니까 본명으로 해라. 본인도 오케이해서 원래대로 왔죠.(웃음)
일반인에게 재즈가 익숙하지 않은데, 그런 일반인들에게 작곡 하신 곡 중에서
어떤 곡을 추천 해주고 싶으세요?
글쎄요. 이정식의 뉴욕이라는 음반에 ‘고향 가는 길목에서’를 추천해 주고 싶어요. 이 곡은 소프라노색소폰으로 연주한 곡으로 느낌이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선율이라, 우리나라 정서와 맞아요.
작곡하신 곡 중에 ‘Moon Illusion’ 이라는 곡을 들었는데 평소 알던 재즈와는 다른 느낌 였어요.
또 팬 분 중에 한 분은 ‘Moon Illusion’을 임종 전에 듣고 싶은 음악으로 뽑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좋아하고 추구하는 음악이지만 대중적으로 다가서려면 좀 쉽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제가 진정 원하는 음악은 ‘문일루젼’ 같은 음악이에요. 이러한 음악을 하고 싶지만 대중들이 잘 모르고, 사람들이 투자를 해주지 않으니깐 몇 년에 한번 사비를 투자해서 그런 음악을 하죠. ‘문일루젼’ 같은 음악을 계속 시도 할 계획이에요. 굉장히 애착이 가는 음악이죠.
뉴욕의 블루노트에서 대학로 천년동안도까지 ...
우리나라의 음악인들이 모이는 홍대나 대학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재즈의 고장 뉴욕’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재즈는 미국의 음악이니까. 거기서는 전통적이고, 본인들의 음악이예요.
또 그 쪽에 가면 대형 음악회서나 볼 수 있는 뮤지션들이 뉴욕 작은 재즈클럽에서 그냥 연주 하고 있어요. 그런 경험은 비교 할 수가 없죠. 재즈를 공부하러 유학 가는 학생들에게 일단 그냥 가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냥 거기서 재즈의 느낌이 뭔지, 그 느낌에 흠뻑 취해서 생활하는 것을 추천해주고 싶어요.
고정된 학교보다는 그냥 가서 본연의 재즈를 느끼는 것이 받아드리는 면에서도 더 크고 효과적인 것 같아요. 특히 재즈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것이 더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버클리 교재에 첫 장에 ‘재즈, 음악이라는 것은 학교에서 배우는 학문은 아니지만 그래도 학교로 들어왔으니 열심해보자’ 라는 문구가 있대요. 그렇듯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실제로 부딪치면서 배우는 것이 좋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드네요.
홍대나 대학로의 재즈클럽이 많긴 한데, 재즈에 처음 입문하시는 분들에게는 음반보다 라이브로 듣는 것을 추천해요. 차원이 다르거든요.
이번 데이트 컨셉이 "뉴욕의 블루노트에서 대학로 천년동안도까지" 인데 데이트 참여하신 시민 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것인가요?
재즈의 변천과정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해요.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자세하게 다루진 못 하겠지만 이번 오시는 분들이 재즈를 들으시면서 그래도 재즈의 역사나 재즈의 철학이랄까? 이런 것을 조금씩 느끼면서 듣게 되면 훨씬 재즈를 이해하는데 도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재즈의 철학이라고 하셨는데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재즈는 프리덤, 자유가 강한 음악이에요. 처음 시작부터 그랬죠. 흑인들이 억압으로부터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했던 음악들, 노동요가 가스펠이 되고, 부르스가 되고, 재즈가 되고. 이렇게 발전했거든요.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들을 담아내는 음악이 재즈에요. 예를 들어 ‘프리 만델라’ 라는 곡이 있잖아요. 최초의 자유 대통령 만델라 칭송하며 만들었던 노래. 그런 게 진정한 재즈예요.
요즘 재즈는 철학적인 것은 없어지고 그저 신나는 음악으로만 인식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재즈계에서는 짜임새가 좋은 유럽재즈, 클래식화된 재즈가 유행되고, 젊은 뮤지션들은 또 그것들을 따라하기만 하면서 진정한 재즈의 정체성과 철학은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요.
요새 유행하는 말 중에 아이덴티티, 크리에이티브 등이 있잖아요. 재즈에는 이런 것들이 담겨 있어야 해요. 재즈의 정체성, 재즈의 철학 이런 것들을 우리 정서에 맞게 담아내야 해요. 예를 들어 광주민주화 운동 같은 것들이 있죠. 하지만 젊은 재즈 뮤지션들은 이런 점이 좀 부족한 것 같아요. 재즈를 그저 대중음악처럼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되기도 하네요.
10년 넘게 라디오 진행하시면서 겪으신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글쎄요.. 하도 많아서 (웃음)
올 댓 재즈가 처음 방송 될 때는 문자도 없고, 컴퓨터도 도스 시절이라 인터넷도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 하이텔 이 정도뿐이었죠. 허허. 그러던 시절이니까 모든 교류를 전화로 하던 시대인데, 그때는 참 순박했죠 ㅎㅎ
방송 중에 같이 음악 하던 동료나 선배님들께 전화가 오면, 다짜고짜 “정식아 나야!!” 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방송인데 참 민망했죠. 그럴 땐 저도 그냥 “형~” 하고 싶지만 방송이라 그렇게 못하고, “아~ 네~”라고 말하곤 했죠. 껄껄
이제는 그런 시절이 돌아오지 않겠죠. 그때 그 시절이 그립죠.
재즈라는 장르가 대중에게는 다소 어려운데 대중들과 어떻게 소통을 할 수 있을까요?
재즈라는 음악이 즉흥연주기 때문에 어렵죠. 평소 대화를 할 때에도 분위기 맞게 해야 되는 것인데 재즈는 자꾸 자기 얘기만 하려고 하고 분위기와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 대중들이 어려워하죠.
하지만 이것들이 재즈의 중요 포인트에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재즈도 관객들이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관객들이 수용할 수 있는 것을 하고, 그 다음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물론 전하려는 의도와 정체성은 그 안에 들어있어야 되지만, 그래도 오로지 내 이야기만 하면 안될 듯 싶네요.
재즈 입문자를 위해 어떤 뮤지션을 추천해드리고 싶으세요?
재즈의 아버지 ‘루이 암스트롱’을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또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약간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이니 스탕게츠의 보사노바풍 느낌의 Girl from Ipanema가 들어있는 Getz & Gilberto 라는 음반이 있어요. 스탕게츠와 쥬앙 질베르토가 함께한 음반을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편집 / 인턴 이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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