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찔찔이와 그의 아버지*
당시 국민학교(초등학교)5학년 때의 일이다
이웃에 촌놈보다 한살 어린 코 찔찔이 아이가 있었다.
하교 길에 그 아이와 함께 집으로 오다가 보니 아이가 너무 더럽게 코를 흘리기에 닦으라고 했는데
아이가 통 말을 들어먹지 않고 기차가 굴속을 들락거리듯 코를 훌쩍인다.
“야! 박ㅇㅇ! 너 빨리 코 안 풀어? 드럽게 훌쩍이고 있어”
“니가 몬데 남이사 코를 흘리건 말건 참견이야?”
이런다.
워낙 학교에서고 동네에서고 지저분하고 멍청한 짓은 다 하고 다니는 팔푼이라
한 살이 어린 그넘을 사람 취급도 안하는 처지였다.
그런데 이 멍청한 놈이 간이 부었나보다.
“야! 나하고 한판 붙을래?”
생전 한 번도 이러한 반란을 일으켜 본적도 없고 일으킬 수도 없는데,
이 아이가 한번 싸움을 붙어보자고 얼러댄다.
기가 막힐 일이다
이놈이 실성을 하지 않고서는 저럴 수가 없다.
촌놈이 조용히 타이르듯 얼러댄다
“ 맞고 후회 안하지? 그리고 느이 아버지에게 이르지 않기다? ”
“ 빨리 형에게 잘못했다고 하고 가 그러면 암 소리 안할게...”
말을 듣지 않자 인정사정 보지 않고 두들겨 팼는데...
좀 덤벼들어 주먹질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맥없이 얻어맞기만 한다.
아이가 울음을 그치질 않고 자기 집 까지 빽빽 거리며 가서는 자기 아버지에게 고자질을 했던 터...
이튿날 하교 길에 아이의 아버지(이후 아저씨)가 집으로 가는 길목에서 코 찔찔이와 함께
기다리고 있다가 촌놈의 싸대기(뺨)를 눈에서 불이 번쩍 나도록 올려 부쳤다
느닷없이 따귀를 때리는 아저씨를 쳐다보며 어제의 일을 생각해낸다.
“ 너 어제 우리 찔찔이를 때렸지? 이 눔 쉬키...”
" 짝!! "
촌놈 그때는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아저씨는 아이를 데리고 가버렸고 촌놈은 속으로 다짐을 했다
촌놈은 억울했다
더럽게 흐르는 코 좀 닦으라고 으름장을 놨을 뿐인데 내가 무엇을 잘못했단 말인가
촌놈은 다음날 학교에서 그 아이를 만나면 화풀이를 할 생각에만 열중이다
" 아저씨..실수한 거유..어디 두고 봅시다 "
억울하고 분해서 견딜 수가 없다
힘에 눌려 맞고 나니 그제서야 볼이 얼얼하다
그리고는 무엇으로 맞은데 대한 분풀이를 하나 고민 중인데...
강원도 산골의 촌놈이 살던 곳의 해발이 약 700 정도의 분지인데
이곳은 주변의 타 동네보다 봄이 늦게 찾아온다.
횡성이나 원주에 비해서 약 보름정도 농사를 늦게 시작을 하는데
때는 바야흐로 봄날의 모심기 철 이었다
촌놈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무릎은 "탁!" 쳤다
촌놈은 제일 친한 친구 하나를 불러서 오늘의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보복의 모의에 들어갔다
며칠 후...
마침 그날이 코 찔찔이네 집에서 모내기를 하는 날 이었다
촌놈과 친구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어디론가 사라져 간다.
"으흐흐흐.."
촌놈은 통쾌함을 미리 맛보며 밤을 기다렸는데..
내일 아침이면 그 아저씨가 큰 후회와 한숨을 토해 내야하는
사건이 발생할 것이다
내일아침이면 물증을 찾을 수 없이 오직 심증만으로 멀리서 바라봐야 하는
아저씨의 얼굴을 아리삼삼하게 떠올리며 친구와 함께 작업에 착수한다.
촌놈의 뺨을 자기 자식을 때렸다는 이유만으로 때린 것에 대한 보상은 상상외의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
그 방법은..
모심기를 한 논두렁의 위아래에서 촌놈과 그의 친구가
새끼줄에 아이들 머리통만한 돌 4~5개를 일정한 간격으로 매달아
새끼줄의 양끝을 잡고 논두렁 위아래에서 이쪽저쪽으로 왔다 갔다 하며
써래질 하듯이 끌고 다니며 논다랑이 두 마지기를 휘졌고 다니는 것이었다.
깜깜한 그믐밤의 일이라 누구도 보지를 못했을 것이고 범행은 완벽하게 끝났다
새끼줄은 원래대로 돌돌 말아서 못자리를 했던 논둑에 놓아두고
돌은 멀리 개울물속으로 집어던져 버렸으니 증거물 은폐 성공..
심어놓은 모는 모조리 뽑혔고 모가 뽑힌 자리에 다시 모 땜질을 하려면 품깨나 잡아먹게 생겼다.
“우히히..”
그런 사건을 저질로 놓고 촌놈은 친구에게 누구에게도 절대로 발설을 하지 말라고 당부를 하고는
집으로 돌아와 느긋한 마음으로 휘파람을 불며 못 다한 숙제를 하는데 사랑채에 계시던 아버지가 불호령을 내리신다.
" 밤에 누가 휘파람을 불어 ? 이 눔아 !! "
“ 아부지 왜 그러세요?저 공부를 하는데... ”
하자 아버지가 말씀을 하신다.
“ 이눔아!! 밤에 휘파람을 불면 집안에 뱀이 들어와!! ”
“ 으악!! 뚝 !! ”
다음날 아침 코 찔질이 아저씨는 휘파람을 불며 논에 물고를 대기 위해서
논으로 가보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게 어찌된 일인고??
밤새 노루가 떼거지로 몰려와서 모를 뽑아도 이것보단 났겠다고 생각을 하며
위아래 논두렁을 허리를 숙이고 노루나 멧돼지의 발자국을 찾아보아도 보일리 만무하다.
아저씨는 범인이 누구인지를 짐작 했을지도 모른다.
“맞아!! 그놈이다!! 이눔~~!!” 이렇게 생각을 했을 것이다
촌놈은 학교를 파하고 코 찔찔이를 찾으려 교정을 몇 바퀴를 돌아도 보이지를 않는다.
보이기만 하면 사정없이 두들겨 패리라 마음을 먹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느긋하게 팔자걸음에 배꼽을 내밀고 집으로 향하는데 저만치 구멍가게 앞에서
아저씨가 촌놈을 바라보고 서있는 것이다
촌놈은 속으로 찔끔 해 하면서도 모르는 체 지나쳐 가며 능청스레 하는 말..
"안녕 하셔유 아저씨?"
아저씨가 다짜고짜 촌놈의 손목을 잡아끌어 동네에 하나 밖에 없는 안씨네 가게로 들어간다
촌놈은 오줌을 지릴 정도로 놀라고 겁에 질리며
“ 오늘은 누가 보지 않는 곳에서 때리려나 보다 ”
생각을 하며 도망갈 궁리에 열중인데,
아저씨는 매일 구경만 하며 입맛만 다시고 바라보던 왕 눈깔사탕 한 봉과 만화책 몇 권과
꿈에도 그리던 오렌지 주스를 사주시며 하시는 말씀..
" 태훈아..우리 윤균이 공부도 좀 가르쳐 주고 잘 데리고 놀고 때리지 말아라 응? "
“ 야~ *^^* ”
촌놈 강원도 사투리로 대답을 한다.
그 아저씨는
“이제는 저놈이 해코지를 하지 않겠지”
하는 바람과 생각으로 속이 썩어 문드러져도 언제 어느 때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촌놈을 달래 놓고는 그 자리를 떠나간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가을운동회 날 여자아이들 빤쮸 내리어 쮸쮸 보이기
국기장대 붙잡고 하늘의 구름이 흐르는 것을 보는 아이 똥 침주기
산골짜기 다람쥐 아기 다람쥐...하며 고무줄놀이를 하는 여자 아이들 고무줄 끊기 등등..
촌놈의 어린 시절은 참으로 미운 짓만 골라서 했는데..
촌놈에게 변화가 생겼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사랑이 시작되었다 촌놈이...흐흐
다음회에는 <촌놈의 첫사랑편>이 올려집니다
첫댓글 묵향님 너무 심했어요
저희 학교에도 찌질이 여학생 한 명 있었는데
근처에 가지도 않았어요
치아는 온통 충치이고 콧물은 수도꼭지 틀어놓은 것보다 심했으니...
그런 그 동창이 완벽한 리모델링 하고 나타났는데
최고의 미인이 되어 있어 못 알아봤답니다
담에 올려질 첫사랑도 기대해 볼까남
아마도...
요즘 시대에 그런일이 벌어졌다면 법적책임을 면하기 어려웠겠지요
그 시대의 정서는 그랬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더욱 그립고 정겨운가 봅니다
누구한테 좀 맞아도 누구를 때려도 폭행이 아닌 도덕적 기준에 어근나면
수긍을 하며 악수를 하고 어깨를 두드리며 환하게 웃었지요
그래서 묵향이 지금 멀쩡히 살아 있는지도 모르지요 ^^ ㅎㅎㅎ
다음편은 조금 있다가 올릴랍니다
고운밤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