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고 사는 동물과 집을 안 짓고 사는 동물 중 누가 더 오래살까 ? 국숫집에 점심을 먹기 위해 주차하려고 하니 전봇대 위에 지은 까치집을 누가 부쉈는지 땅바닥에 삭정이들이 떨어저 나뒹굴고 있었다. 한전에서 전기 합선이 염려되어 철거 했는 것 같다. 동물이 지은 집중 주위에 가장 눈에 쉽게 띄는 집은 까치집과 제비집이다. 이 집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튼튼하게 잘 지었는지 집을 보고 있으면 탄성이 나온다. 특히 까치가 하나하나 나뭇가지를 물어다 집을 짓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다. 제비도 봄이 오면 강남에서 날아 온다. 못자리를 만들때 쯤 논에서 젖은 흙을 한입 한입 물어다 집을 짓는데 튼튼하게 잘 짓는 걸 어릴 때 부터 봐왔다. 제비가 이렇게 강남에서 오는 이유는 질병없이 알을 낳고 잘 기르기 위해서 이다. 열대지방은 전염병 발병률이 높아 새끼를 키우기가 쉽지않아 온대지역에 와 가족을 늘려 돌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새들은 국경도 없이 지구를 자기들 삶의 터전으로 사용한다.
우리 인간도 약육강식의 자연 속에서 집은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다. 그래서 태초부터 동굴이나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살았다. 농경문화가 시작된 청동기 시대부터는 본격적으로 집을 짓고 살았는데 구들방을 만들고부터는 따뜻하게 잠을 잘 수 있었을 것이다. 집이 오늘날 아파트로 발전하기 까지는 많은 기술적 발전이 필요했겠지만 아파트는 닭장 같아서 싫다. 어쨌든 집은 우리가 하루 종일 사용하는 공간이다. 마당에 잔디밭이나 텃밭도 휴식 공간이다. 집 안에는 의식주 등 모든 걸 해결 할 수 있게끔 만들어져 있다. 목욕탕이 있고 주방이 있고 휴식공간인 거실에서는 TV 속 매스 미디어를 즐기며 산다. 그런데도 넓은 공간이 있는 또다른 세컨하우스 를 갖고 싶어한다. 나도 퇴직후 휴식처를 마련하기 위해 세컨하우스를 한 번 지어 봤다. 그러나 까치나 제비집처럼 내 마음속의 집을 짓지 못했다. 집 짓는 실력이 동물보다 훨신 못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이유는 규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규제를 받지 않는 동물들이 훨신 잘 지을 수 밖에 없다.
여기 동물 중 규제가 없는 자연에서 인간과 비슷하게 재료를 만들어 집을 짓는 비버라는 건축주가 있다. TV에서 자주 봐서 모두들 아시겠지만 개울에 나무를 베어와 댐을 만들고 물을 가두어 그 물 위에 집을 짓는다. 그 집 속에서 새끼를 키우며 잡은 먹이를 보관하고 잠을 자면서도 침입자로 부터 보호되는 안전한 집을 짓는다. 정말 특이한 동물이다. 비버는 모든 일상을 집짓기와 집보수로 하루를 다 보낸다. 그리고 생명도 길게 오래도 산다. 20년 넘게 장수한다하니 영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인간도 장수 하려면 편안하고 좋은 집에서 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집은 우리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락한 삶을 살게 해 주니까. 집을 짓고 사는 동물은 집이 필요해서 짓고 집이 없이 사는 동물은 집이 필요 없어 안짓는다고 생각한다. 코끼리, 고래, 상어, 거북이는 집이 없이도 오래 산다. 집이 있는 제비는 그리 오래살지 못한다. 그래서 동물들은 장수와는 무관하게 필요에 의해서 집을 짓는다고 생각한다. 편안한 집을 만들기 위해서 오늘도 비버처럼 부지런히 몸을 움직인다.